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외면 받기 마련이다. 시 역시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시집 출판이 적은 편이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는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문학이다. 중국의 시경, 호메로스의 서사시, 구약성경의 시편 등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시는 압축적인 언어로 인간의 정서를 간결하게, 그러나 풍부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시는 아직도 그 역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정서가 메말라가는 이 때, 시 한 편이 인간의 메마른 정서를 어루만져 줄 수 있다. 이 책은 시의 이러한 기능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 이형권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문예지《시작》과 《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의 이념과 서정』, 『현대시의 비평정신』, 『타자들, 에움길에 서다』, 『문학, 영화를 만나다』, 『한국시의 현대성과 탈식민성』, 『발명되는 감각들』, 『현대시 명작선』등이 있다. 2010년 편운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현재 충남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이다.
제 1부 초대받은 시인들
심미적 상상과 죽음의 전신 ? 허만하 13 우리 시대 순수 서정시의 위의 ? 임강빈 23 푸른 별과 파토스의 노래 ? 강신용 41 생명에 관한 계보학적 상상 ? 이윤흔 48 생명, 열정, 사랑, 그리고 시 ? 강영은 56 비움의 깊이와 원시안의 이선 ? 정해영 64 늪의 생태에서 생명의 시학으로 ? 문청동인들 75 뒷심의 시인들 ? 오늘의 시 87 관계의 시학 ? 대전의 시인들, 대전의 젊은 시인들 96 안성시의 지형학 ? 안성의 시인들 106
제2부 시집들에 들리다
이상과 고독의 실존적, 사회적 맥락 ? 조병화 시집(1) 119 고독의 발견, 생활의 발견 - 조병화 시집(2) 135 오래된 현재를 찾아서 ? 이근배 시집 150 울음의 생산성과 언어의 염장법 ? 서상만 시집 157 유목의 생을 살아가는 방식 ? 김지헌 시집 173 농경적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 ? 구재기 시집 185 시마에 들린 게임 같은 시 ? 김영산 시집 196 내연을 꿈꾸다 - 정용기 시집 211 불빛기둥, 살모가 세상을 밝히는 코드 ? 김장호 시집 221 말의 잠행 ? 이해연 시집 232 발효의 시, 혹은 안에서 시작되는 길 ? 이가희 시집 242...제 1부 초대받은 시인들
심미적 상상과 죽음의 전신 ? 허만하 13 우리 시대 순수 서정시의 위의 ? 임강빈 23 푸른 별과 파토스의 노래 ? 강신용 41 생명에 관한 계보학적 상상 ? 이윤흔 48 생명, 열정, 사랑, 그리고 시 ? 강영은 56 비움의 깊이와 원시안의 이선 ? 정해영 64 늪의 생태에서 생명의 시학으로 ? 문청동인들 75 뒷심의 시인들 ? 오늘의 시 87 관계의 시학 ? 대전의 시인들, 대전의 젊은 시인들 96 안성시의 지형학 ? 안성의 시인들 106
제2부 시집들에 들리다
이상과 고독의 실존적, 사회적 맥락 ? 조병화 시집(1) 119 고독의 발견, 생활의 발견 - 조병화 시집(2) 135 오래된 현재를 찾아서 ? 이근배 시집 150 울음의 생산성과 언어의 염장법 ? 서상만 시집 157 유목의 생을 살아가는 방식 ? 김지헌 시집 173 농경적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 ? 구재기 시집 185 시마에 들린 게임 같은 시 ? 김영산 시집 196 내연을 꿈꾸다 - 정용기 시집 211 불빛기둥, 살모가 세상을 밝히는 코드 ? 김장호 시집 221 말의 잠행 ? 이해연 시집 232 발효의 시, 혹은 안에서 시작되는 길 ? 이가희 시집 242 모르핀 같은, 오색 구슬의 언어 ? 김채운 시집 257 심우의 길, 시인의 길 ? 박진용 시집 270
제3부 대담들, 문학을 위한
사문학(私文學)을 넘어서 가자 283 모색기, 내적 고민의 양상들 299 문예지 창간의 ‘붐’과 ‘빔’ 341 사랑과 소통의 이중주 ? 은희경의 소설 370
이 시대는 분명 비인간적 자본주의, 혹은 비시적인 시장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은 너나없이 황금만능주의의 추종자가 되어 문화나 예술조차도 돈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외면 받는 시대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 가운데 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예수님의 사랑을, 부처님의 자비를, 어머니의 모성애를, 연인들 사이의 연애 감정을, 예술가의 영혼을 어떻게 돈으로 구할 수 있겠는가? 시가 이 시대에 자본주의 혹은 시장주의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시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매우 소중한 것임을 증명해 준다.---본문
[ 저자서문 ]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라고 해도 시가 갖는 본연의 문학적 정체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시는 여전히 인간의 심연에 깃든 정신과 정서를 가장 순도 높은 언어로 형상화하는 예술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신생 장르인 영화가 발달한다고 하여, 드라마가 인기 있다고 하여, 시가 시대적합성이나 자기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벚나무가 당장 화려하다고 그 주변의 장미 넝쿨을 모두 잘라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다른 문화종이나 예술종이 일시적으로 유행한다고 하여 시의 유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는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예술보다도 인간 영혼의 가장 깊고 높은 곳까지 다가갈 수 있는 최고(最高/最古)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시는 또한 인간의 가장 민감한 감각과 직관, 상상을 통해 진리의 세계를 현현해 주는 대표적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든 영화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 감동을 전해 주는 작품에 대개 시적 서정이나 감각이 무르녹아 있지 않은가? 이것은 분명 시가 모든 예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적, 메타적 특성을 지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