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짬뽕집인 동해원이 있다.
기회만 생기면 참새 방앗간이 된 동해원 말고도 또 따른 짬뽕집이 있다 하여 속는셈 치고 시간 나는 날 찾아가 본다.
공주대 사대부고 근천의 뚝방 다리 근처에 위치한 진흥각은 동해원보다도 더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른쪽 출입문은 닫혀진 상태여서 언뜻 보면 영업하다 망한지 한 3-4년은 됨직한 모습을 하고 있다.
11시 되기 전에 도착하여 문을 살짝 열어보니 다행히도 안에서 한 참 영업 준비중이시다.
일찍 온 손님에 당황한 안주인께서 11시 30분 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하나 11시 15분 정도면 음식을 낼 수 있다 하신다.
쉽지 않게 온 가게이니만치 20여 분 정도야 기다리기로 하고 안주인분과 이양야양 얘기를 나눈다.
영업시간은 11:30 - 2:00로 1:30분까지 오신 손님께만 주문을 받는다고 하신다.
그 이유를 여쭈니 예전부터 어르신들이 그렇게 하셔서 하루에 2시간 반 정도만 영업을 하고 끝내신다 하신다.
전업으로 중국집을 하실텐데 하루 영업시간이 2시간 반밖에 안된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도 예전 어르신들이 그렇게 하셔서 그렇다고 하시니 일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경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참 골때리는 집이다.
11시 10분 정도 되니 테이블이 하나 둘씩 차더니 어느새 음식이 나오기 전인 11시 15분에는 빈테이블이 없을 정도이다.
드디어 1등으로 내 앞에 짬뽕이 나온다.
짬뽕치고는 비교적 맑은 국물에 면의 양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국물을 한 술 뜨려 숟가락을 찾으니 숟가락이 없다.
안주인분께 숟가락을 달라한 후 한 숟가락을 들이키니 불맛이 살아있는 국물 맛이다.
거기에 진국, 걸쭉함과는 거리가 있는 내가 좋아하는 가벼운 국물 맛이다.
타 짬뽕집과의 국물 맛으로 비교를 하면 좀 쉬울 것 같다.
송탄의 영빈루, 공주의 동해원과 뿌리는 같으면서도 순한 국물 맛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타 유명 짬뽕집에서는 면을 먹은 후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있으나 이 진흥각의 국물로 밥을 말아 먹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맹물에 밥을 말아 먹는 식의 맛이 될것 같다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좌우지간 이런 기본을 지키면서 불맛을 지닌 국물 맛을 지닌 집이 왜 전국구가 아닌 지역구의 유명 짬뽕집으로만 국한이 되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 술 더 뜬 후 국물의 깊이를 느껴본다.
시원 깔끔함은 최고이면서 칼칼함과 매콤함이 덜한 진흥각 국물은 나름 확실한 색깔을 가진 국물임에 엄지 손까락을 치켜 세운다.
정성스레 다듬은 오징어(갑오징어는 아님)와 얇게 썰린 돼지고기가 메인 내용물이다.
해산물은 없다.
면을 한 젓가락 후루룩 들이켜본다.
쫄깃한 면보다는 부드러운 면, 질긴 면보다는 쉽게 잘리는 면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이 집의 면은 정말 부드럽다.
강원도에서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국수의 부드러움과 비교해도 될만큼 부드러운 면발이다.
처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즐기는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변태적인 생각일까?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정말 좋다!
짬뽕에서 내기 힘든 깔끔함과 순한 국물 맛에 불맛까지 더해진 거시기, 거기에 환상의 부드러운 면발을 가진 2시간 반 영업 진흥각의 짬뽕은 전국구 짬뽕집으로서 당당히 그 명함을 내놔도 순위안에 들 수 있는 작품임을 자신한다.
새로운 맛의 발견에 대한 기쁨은 일상 생활에서 찾기 힘든 또 다른 기쁨임을 알기에
맛집을 찾아 다니는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에 대해 스스로, 억지로 이해를 시킨다.
이런 외형을 보고 누가 현재 영업중인 집이라 할 수 있겠는가?
외형도, 맛도, 영업방식도 어느 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대단한 진흥각.

볶음밥 조차도 차림표에서는 찾을 수 없다.
식대는 선불이라고 되어 있으나 아니었음.

어르신이라는 분의 조리사면허증인가보다.
1973년도에 조리사 자격증을 따셨다. 36년 전이다.

흐트러짐이 없이 제공된 양파가 기분좋 게 만든다.
단무지도 색소가 덜 들어간 연한 노랑색의 많이 얇게 슬라이스가 된 모양이다.


외형마저도 순한 모습의 진흥각 대표 메뉴.
시각적으로 양이 보통을 넘음과 국물의 맹맹한 모습에 그 특징을 둘 수 있다.

각종 재료의 손질이 정성스럽에 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가 얇게 저미어졌고, 오징어도 칼질이 되어진 예쁜 모양으로 나온다.
시각적으로는 느끼기 힘든 저 면의 부드러움은 진흥각 짬뽕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첫댓글 정갈하게 나온 양파가 미소 짓게 만드네요.
첫인상은 별로 인데 볼수록 느낌이 나는군요~~
저 코흘릴때 따신 조리사 자격으로 만드신 저 짬뽕은 월매나 맛있을까요


아이긍 속이얌 

국물이 맑고 개운한 이유는 고추장을 넣어 조리하지 않았기 때문인거 같군요. 그리고 쎈 불에 살짝만 볶는 것이 핵심인거 같아요. 야채가 순은 죽었지만 퍼져있지 않은 걸로 봐아서 말입니다.
2시간만 영업을 하는 이유가 감이 잡히네요.
왠만한 장정도 팬을 들고 두 시간을 내리 볶아대면 팔 빠집니다.
공주에 갈 일이 조만간 생기는데 꼭 가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물서쪽님의 냉철한 분석력!!! 대단하십니다!
저도 집에서 김치볶음밥 만들때 시원찮은 까스불이지만 잇빠이 틀어 놓고 후라이팬을 오랫동안 돌려줍니다.
살아 있는 덧글,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다녀오신 후기가 기대됩니다........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짧은 영업시간에 맞추기도 힘들거 같거든요...^/,^
언제 짬뽕먹으러 가야겠네요...어렷을 적 많이 지나가던 곳인데...왜 몰랐을까요?T.Tㅋ
면발이 국물을 제대루 흡수해주셨네요. 아주 군침도는 사진이구만요.ㅎㅎㅎ
오늘도 짬뽕이 나를 부르네요..
전 남원에 금생춘에서 파는 짬뽕이 맛나든데 ..우와 이집 포스 장난 아닌데요~
짬뽕을 먹고싶게 만드는 사진이네요.ㅎㅎㅎㅎ ^^
공주 갈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할듯 싶네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공주에 유명한 집이 세군데 정도 있더군요. 동해원. 이곳. 그리고 의당쪽(?)엔가 하나더.. ㅎ 저는 대전 궁동 동해원만 가봤는데, 좀 많이 실망하고 왔어요. 본점 동해원에서 맛보고 평해보고 싶네요.
대전에 생겼다길래 지나가다가 먹어보려고 했건만 별로인가봐요?
방금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 들으셨죠
와아... 공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곳인가요.. 지리에 좀 약해서... 급 짬뽕이 먹고싶어지네요.. 정말 잘 봤습니다.. 나중에라도 부모님이 여행 가실 일 있으면 한 번 들러보시라고 해야겠네요
정말 맛있었나 봅니다 국물이 한 방울도 없네요..^^
동해원과 맞장을 뜰수있는집이라....근데 주소와 연락처가 없네요...네비찍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