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MLB] 6인 로테이션, MLB의 새로운 실험2018.01.02 오전 06:48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197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윌버 우드(30)는 49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8개의 완봉승이 포함된 20번의 완투를 했고 376.2이닝을 던졌다(24승17패 2.51). 우드는 너클볼 투수였다.
376.2이닝은 지난 시즌 1위 크리스 세일(214.1)보다 162.1이닝 많은 기록. 그 해 화이트삭스는 선발투수 세 명이 154경기 중 130경기를 책임졌다.
같은 해 LA 다저스는 5인 로테이션을 도입했다. 돈 서튼(19승9패 2.08) 클로드 오스틴(20승11패 2.64) 토미 존(11승5패 2.89) 알 다우닝(9승9패 2.98) 네 명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듬해 다저스는 4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976년부터 다시 5명을 쓰기 시작했고 더 이상 선발투수 숫자를 줄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다저스는 선발투수가 넘쳐나는 특수한 경우라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4인 로테이션을 고수한 얼 위버(볼티모어) 감독 같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세는 5인 로테이션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 일어난 토니 라루사(오클랜드) 감독의 불펜 혁명과 함께, <선발 5명>과 <불펜 7명>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의 기본적인 구성이 됐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불펜에 8명을 두는 팀이 늘고 있다. 지난 시즌 선발진에 믿음이 없었던 미네소타는 야수 자리를 하나 줄여 불펜에 한 명을 더 추가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00패 이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 됐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바로 6인 로테이션이다.
6인 로테이션은 선발투수의 내구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애리조나와 탬파베이의 창단으로 연간 2430경기를 치르게 된 1998년. 메이저리그는 팀당 9.4명에 해당되는 283명이 선발로 나서 평균 6.06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팀당 10.5명인 315명이 평균 5.51이닝에 그쳤다. 19년이 흐르는 동안 선발투수의 총 담당 이닝이 2679이닝 감소했으며, 200이닝 투수의 숫자는 56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선발투수의 평균 구속은 2002년 88.6마일(142.6km/h)에서 지난해 92.3마일(148.5km/h)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이닝 부담을 계속 줄여주고 있음에도 선발투수들의 부상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97.1 - 노아 신더가드 96.7 - 네이선 이볼디 96.4 - 요다노 벤추라 95.9 - 맷 하비 95.6 - 게릿 콜 95.5 - 개럿 리처즈 95.4 - 조 켈리
위는 2015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 상위 7명의 선발투수들이다(100이닝 이상). 신더가드는 2016년 평균 구속을 98.0마일로 더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30이닝에 그쳤다. 하비는 2년 연속으로 100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콜은 2016년 부상을 당했다. 이볼디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지난 시즌을 뛰지 못했으며, 리처즈는 2년 동안 고작 62이닝을 던졌을 뿐이다(한편 벤추라는 비운의 사고로 사망했고 켈리는 불펜투수가 됐다).
이닝 부담이 줄고 있음에도 선발투수들의 부상이 그대로인 이유는 과거와 달리 1구 1구 전력을 다해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 타선의 타자들도 20홈런을 칠 수 있는 요즘은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완급 조절이 불가능하다. 
다르빗슈 유(31)는 2014년 올스타전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120개에서 140개의 공을 던지더라도 6일이 지나면 인대의 염증은 사라진다. 투수에게는 4일 휴식 후 100구 피칭이 더 큰 부담이다. (중략) 도핑 테스트의 강화로 인해, 이제는 소염제조차 쉽게 복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선발투수에게는 적어도 5일의 휴식이 필요하다." 6인 로테이션이 선발투수에게 건강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6인 로테이션이 탄력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메리칸리그는 텍사스와 에인절스가 창단한 1961년, 내셔널리그는 휴스턴과 메츠가 새로 가세한 1962년부터 팀당 162경기를 치르고 있다. 투수의 규정 이닝도 162이닝으로 늘었다. 파업 시즌(1981 1994 1995)을 제외할 경우 162이닝 투수가 한 명도 없었던 팀은 아래와 같다.
1996 : 1 (OAK) 1997 : 1 (OAK) 1998 : 1 (STL) 2006 : 1 (TB) 2009 : 1 (CLE) 2012 : 1 (COL) 2013 : 1 (HOU) 2015 : 1 (COL) 2016 : 2 (COL / SD) 2017 : 5 (OAK / SEA / CHW / HOU / CIN)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한 명의 규정 이닝 투수도 만들어내지 못한 팀이 역대 가장 많은 5팀에 달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하나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라는 것이다. 휴스턴은 규정 이닝 투수 없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팀이 됐다.
5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투수가 9명이었던 휴스턴은 최다 이닝을 기록한 마이크 파이어스(153.1)를 포스트시즌에 데려가지 않았다(카이클 145.2, 모튼 146.2, 매컬러스 118.2, 피콕 132이닝). 하지만 시즌 중 영입한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172이닝, 휴스턴 34이닝)가 영웅적인 활약을 했고, 선발투수들인 랜스 매컬러스(cs7 4이닝 무실점) 브래드 피콕(ws3 3.2이닝 무실점) 찰리 모튼(ws7 4이닝 1실점)이 불펜으로 나서 결정적인 멀티 이닝 세이브 또는 구원승을 따냈다.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상대인 다저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다저스의 규정 이닝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175.0) 한 명뿐이었다. 반면 크리스 세일(214.1) 코리 클루버(203.2) 잭 그레인키(202.1) 등 적지 않은 200이닝 투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고전했다. 정규시즌을 숨가쁘게 달려온 200이닝 투수보다 '관리된' 선발투수가 더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이 포스트시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가장 먼저 6인 로테이션을 시도하는 팀이 있다. 오타니 쇼헤이(23)를 영입한 LA 에인절스다.
일본에서 6인 로테이션을 소화한 오타니는 이미 일본에서 200이닝을 경험해본 선배들(다르빗슈-마에다 4회, 마츠자카-다나카 2회)과 달리 최고 기록이 24선발(2014)과 160.2이닝(2015)에 불과하다. 이에 5인 로테이션으로 시작하게 되면 부상 위험이 높을 수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팔꿈치에 플라즈마 주사를 맞은 만큼 첫 시즌을 더 조심해야 한다.
6인 로테이션은 투타 겸업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래야 등판 전날과 등판 다음날을 제외하더라도 사흘을 타자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인절스는 오타니 때문에 해야 하는 6인 로테이션이 싫지 않은 입장이다(사진 리처즈). 오타니 외에도 개럿 리처즈(29) 타일러 스캑스(26) 앤드류 히니(26) 등 그동안 부상에 시달린 선수들과 부상에서 돌아오는 맷 슈메이커(31) 닉 트로피아노(27) 같은 투수들의 이닝을 관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A J 프렐러 단장 역시 오타이 영입과 별개로 6인 로테이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6인 로테이션을 돌린다고 해서 불펜을 한 명 줄일 수는 없는 노릇. 불펜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렇다면 선발 6명과 불펜 7명의 13인 마운드로 가야 한다. 야수가 12명이라는 것는 내셔널리그 벤치에는 4명, 아메리칸리그는 세 명밖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내외야를 모두 맡을 수 있는 특급 유틸리티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그러고 보니 지난 시즌 다저스에는 크리스 테일러, 휴스턴에는 마윈 곤살레스가 있었다).
25인 로스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6인 로테이션이 확산될 경우 앞으로 우승 경쟁은 40인 로스터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6명의 선발투수를 확보해야 하며 야수가 적은 상황에서 부상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충원이 가능하려면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시즌 다저스가 보여준 모습이다. 다저스는 (물론 편법이긴 하지만) 15일에서 10일로 줄어든 부상자명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시적으로 6인 로테이션을 돌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선발투수가 한 명 더 늘면 에이스급 투수들의 선발 등판수는 연간 33경기에서 27경기로 줄게 된다. 또한 이들에게 요구되는 이닝수도 200이닝에서 162이닝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과연 6인 로테이션은 메이저리그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6인 로테이션이 정착되면 신더가드와 같은 100마일 선발투수들도 롱런할 수 있게 될까. 올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만들어지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