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온 듯 다녀가리
초연 김은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데려가던 스타가 공연이 끝나고 혼자 남아 있을 때의 공허함은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 대중의 박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의 갈피인 것 같다. 삶의 어느 순간이건 반드시 찾아오는 외로움은 담배 15개비에 버금가게 해롭다고 하는데 고요 속에서 충만하게 나를 가꾸는 명상의 세계는 자기를 발견하면서 선정에 들어 니르바나의 경지로 안내하기도 한다. 나무의 수령이 많아지며 굵기가 굵어지면서 안으로 나이테를 늘려가듯이 인생도 늙어가던지, 익어가던지 치매가 오기 전까지는 안으로 성숙하는 나이테의 무게 금이 있으리라.
열심히 살아온 과보가 어떤 형태로든 남아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를 슬프고 괴롭게 만드는 기억도 얼마나 많은가. 코로나 정국으로 고통받으며 불행의 늪으로 밀려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누죽 걸산’이란 신조어가 나오더니 ‘나죽 집산’이란 말, 즉 나가면 죽고 집에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하는 현실이다. 외국의 심각한 코로나 정국에서 어떤 나라는 노인환자는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나라까지 생긴다. ‘나이야 가라’라는 노래를 만들어 아무리 불러도 쓸모없는 노인들을 국가재정의 과용을 막기 위해서 어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결단인 것 같다.
‘지공녀’는 지하철 공짜로 타는 여자 노인을 일컫는 말인데, 온종일 바쁘게 드나드는 대학이 하바드 대학이라는 농담이 있다. 동경대학은 경로당 다니는 것, 하루 종일 와이프와 다니는 대학은 하와이 대학이고 동네 아줌마와 다니는 대학은 동아대학, 방안에 콕 박혀있는 대학이 방콕 대학이고, 시들시들 시들면서 다니는 대학은 시드니 대학, 네 개 팔다리로 다니는 대학은 네팔 대학이라는 유머도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종착역이 젊어서 오는 사람도 있고 늙어서 오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잠시 유한한 시간 다녀가는 세상 ‘아니 온 듯 다녀가리’라고 마음먹는 순간이 있다.
먼저 왔다 벌써 가 버린 선지식을 생각하며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는 마음에 무상의 진리의 물이 굽이치며 나를 쓸어 안는 순간 이 시집이 누군가의 벤치가 되어 자주 앉아서 영적인 공유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에 두는 글
제1부 아니 온 듯 다녀가리
아니온 듯 다녀가리
고 3병의 목소리
공허의 그림자 밟고
과거를 떼 내라
광고 공해
김치 선물
낙엽 비
낙엽이 글을 쓰고
다섯 해
해설가의 고달픈 육성
제2부 백일장 장원
백일장 장원
문장의 멀미
문학관을 가지고 싶은 소망
버림의 미학
보냈는데 아직
사랑앓이
섬에 사는 사람
슬픔의 장기 폐
아프게 한 만큼
약자의 입장에서
제3부 레일 바이크를 저으며
레일 바이크를 저으며
여러 곳에 뜬다
엷은 슬픔 뒤에
예감 적중률
젊은 날의 제자들
종로 5가 시장
좋은 인연
철새의 눈물
피 토하듯
박사마을
제4부 가을 나무
가을 나무
가을비에 젖은 은행잎
추워진 날씨에 움츠린다
고요에 침잠하여 듣는 소리
꼬리곰탕
놓침
두드려 보다
망각을 거들며
무한대 그리움
바람 잡아 놓고
제5부 붓질에서 탄생
붓질에서 탄생
상처에 새살
설마
석용산 스님을 생각
시행착오
욕심 버리면 행복하다고
은희야
자신 챙기기
자연의 선물
전염성
제6부 호수에 하늘이 떴다
호수에 하늘이 떴다
질투가 번득
참회의 앙가슴
치유의 기도
코로나의 눈물
한 뼘 밖에 미소
행사 취소
정독 도서관에 예쁜 낙엽
회상의 가장자리
흘러간 영상
● 서평
[2021.01.20 발행. 111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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