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관 여행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기 보다는 항상 미리 계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한 뒤 일을 진행했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일을 진행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말은 잘 들어야되고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들께는 예쁨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남들 눈에 착하고 예의바른 학생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행동에 옮기는 데 신중하게 생각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이러한 습관이 꼭 단점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실수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이고,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나 행동 같은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단점도 많지만 장점만 있는 습관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나의 습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 홍영일 교수님의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수업을 들으면서 '합리성'보다는 '직관'이 나의 행복에 조금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이 크게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조금 재미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그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면 주변에 말조차 해보지 않았다. 남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에 점점 나를 맞춰나가는 것 같았다. 집 안과 집 밖의 내 모습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학기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수업의 기말과제로 '직관경험담'이 제시되자마자 나는 '내가 직관적으로 무슨 일을 한 경험이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삶에 있어서 즉흥적으로 내 즐거움만을 위해 뭔가를 한 기억은 많이 드물지만 작년 친구와 함께 떠났던 여행이 문득 생각났다. 여행을 가고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늘 그렇듯 고민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었는데, 작년 2학기 과방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잠깐 쉬며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저번부터 가자고 했던 대만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비행기 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예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이렇게 즉흥적으로 해 본 적이 없어 예약을 하고도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부모님께서는 이번 기회에 해외여행도 가보고 즐겁게 스트레스 좀 풀고 오라고 흔쾌히 얘기하셨고, 친구도 그저 즐거울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뭔가 즐거우면서도 찝찝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직관적인 행동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은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여행을 갔다 온 지금에서 생각해봐도 내가 행복했던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2학기를 마치고 올해 1월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 있어서도 나는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했지만, 친구는 즉흥적인 성격이었고 나도 이번 여행에서는 즉흥적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에 대충 하루하루 갈 곳만 정해놓고 세세한 계획은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떠난 대만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즉흥적으로 예약한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웠고, 여행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보지 않고 와서 때때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게 또 추억이 되었던 것 같다.
세세한 시간 계획을 정하지 않아서 같이 늦잠을 자거나, 일어나서도 밍기적 거리면서 늦장을 부리기도 했다. 많이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체험했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었겠지만 조금 피곤했을 것 같다. 시간 계획 없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니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맛있어 보이는게 있으면 사먹고, 평소에는 남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는 게 어색해서 사진도 잘 찍지 않았지만, 여행에서는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길거리 음식>
<친구와 찍은 여행 사진>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고 신기했던 여행이었다. 대만이라는 처음 가 본 나라에서 오는 새로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평소의 나와는 달랐던 내 행동과 그것에서 오는 즐거움에 대한 새로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원래 나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처음 겪어보는 일 등 새로움에 대해서는 두렵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여행에서의 새로움은 모두 나에세 행복과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이 여행을 다녀오고나서 나는 행복하긴 했지만 그게 나의 직관적인 행동 때문이라는 것은 크게 깨닫지 못해서인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전히 즉흥적인 것보다는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고 집 안과 집 밖의 모습이 다른 원래의 내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직관경험담'이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막막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직관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홍영일 교수님의 '교육공학 및 교육방법' 수업에서 행복에 있어서 직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직관경험담'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 대만여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니 이 여행이 즐겁고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기존과는 다르게 직관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번 과제를 통해 여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그냥 즐겁고 특별했던 여행의 추억 정도로 묻어두고 합리적인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과제를 수행하면서 직관적인 삶은 정말 나의 행보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앞으로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가끔씩은 이러한 직관에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향과 습관을 하루 아침에 고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직관에 따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평생 깨닫지 못 했을 값진 배움을 주신 홍영일 교수님께 감사를 표한다.
한 학기동안 교수님 수업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