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월 1일인 관계로, 강론이 10분 1초입니다.)
욥 3,1-3.11-17.20-23; 루카 9,51-56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입니다. 지난 8월 27일, 모니카 성녀 기념일에도 비가 왔었는데요, 오늘도 비가 왔네요. 작은 꽃을 뜻하는 ‘소화’ 데레사라고도 불리는 성녀의 정식 수도명은 아기 예수와 예수님의 거룩한 얼굴, 즉 성면(聖面)의 데레사입니다.
1873년 프랑스에서 태어나신 성녀는 막내이셨는데, 언니들도 수녀님이셨고, 부모님은 2015년에 시성되셨습니다. 성녀는 열다섯 살에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려 했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레오 13세 교황님을 알현한 자리에서 교황님께 자신의 입회를 허가해 달라고 말씀해 달라는 청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열다섯 살에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한 데레사 성녀는, 결핵으로 스물네 살에 선종하셨습니다. 돌아가신 후 발표된 성녀의 글들에서 드러난 하느님께 내어 맡김, 단순함, 겸손, 작은 길의 영성이 많은 이들에게 감화를 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작년 10월 15일, 소화 데레사 성녀 탄생 150주년과 시복 100주년을 맞아 “그것은 신뢰입니다.(C’est la confiance)”라는 제목의 교황 권고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성녀께서 많은 편지에서 쓰셨던 말씀으로 권고를 시작합니다.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신뢰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성녀께서 자주 사용하신 ‘신뢰’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라 콩피앙스’라는 말을 번역한 것인데요,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이고 전적인 신뢰를 의미합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한 무한한 신뢰이고, 어린아이와 같은 신뢰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내어 맡기는 신뢰이고, 인간의 노력과 공로를 넘어서는 신뢰입니다.
교황님의 권고 말씀을 요약해서 옮겨 드리겠습니다.
<<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신뢰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 말씀은 소화 데레사 성녀의 영적 천재성을 요약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성녀께서 왜 교회 학자로 선포되셨는지를 말해줍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것은 오직 신뢰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1921년 베네딕도 15세 교황님에 의해 가경자로 선포되신 후, 비오 11세 교황님에 의해 1923년에 시복되시고 1925년에 시성되셨습니다. 비오 11세 교황님은 자신이 시성한 첫 번째 성인이 소화 데레사 성녀라는 사실에 감사해하셨습니다. 비오 11세 교황님은 이어 1927년에 성녀를 선교사의 수호 성인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당신이 세례받은 1897년 9월 30일이, 소화 데레사 성녀께서 선종하신 날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1980년 프랑스 방문 때에 성녀께 봉헌된 성당을 찾으셨고, 1997년 성녀를 ‘사랑학의 전문가’로서 교회 학자로 선포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사랑학’을 신학자들에게 지침으로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저(교황 프란치스코)는 2015년에 소화 데레사 성녀의 부모님을 시성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성녀께서 수도명으로 택하신 이름에서 예수님이 드러납니다. 곧 육화의 신비에서 드러나시는 ‘아기’와 십자가 위에서 끝까지 당신을 내어주시는 ‘그리스도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아기 예수와 성면의 성녀 데레사“이십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데레사 성녀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성녀께서 숨을 쉴 때마다 사랑으로 반복되었습니다. 성녀께서는 당신의 독방에 이렇게 적힌 문구를 걸어 두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유일한 사랑이십니다.” 이것이 신약성경의 핵심적 선언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16)라는 말씀에 대한 성녀의 해석이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가르멜 수도원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하느님께 당신을 봉헌한 이유는 형제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녀는 죄 많은 자녀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과, 길 잃고, 방황하고, 상처 입은 양들을 향한 착한 목자의 사랑을 나누셨습니다. 이것이 성녀께서 복음화의 스승, 선교의 수호자가 되신 이유입니다.
성녀는 자서전에서 당신이 발견한 작은 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저의 ‘작음’에도 불구하고 거룩함을 열망할 수 있습니다. 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저는 제 모든 결점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하늘에 가는 새로운 작은 길, 매우 곧고 짧은 작은 길을 찾고 싶습니다.”
성녀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저를 하늘까지 올려줄 엘리베이터는 바로 당신의 팔입니다. 오 예수님! 그러므로 저는 커질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작아져야 합니다.”
성녀께서는 하느님의 주도권을 강조하시면서, 성체성사에 대해 말씀하실 때에도,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을 자신 안에 모시려는 자신의 바람을 첫 자리에 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당신을 일치시키고 우리 마음 안에 머무시려는 예수님의 원의를 첫 자리에 놓으셨습니다. 매일 영성체를 할 수 없는 고통 중에 자비로운 사랑의 봉헌 안에서도 성녀는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감실 안에 계시듯 저와 함께 머무소서.”
데레사 성녀가 제안하는 신뢰는 개인의 성화와 구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신뢰는 구체적인 삶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니며, 두려움, 인간적 안전에 대한 욕망,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로 가득 찬 우리 삶에 적용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스러운 “내맡김”에 대한 초대가 나타납니다.
전적인 신뢰는 사랑 안에서의 내맡김으로 변화되어, 우리를 강박적 계산,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 평화를 앗아가는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데레사 성녀는 예수님께서 수난 중에 자신을 개인적으로 알고 사랑하셨다는 생생한 확신을 가지셨습니다. 고통 중에 계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성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보셨습니다.” … 데레사 성녀는, 세상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듯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합니다.
“예수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숨을 쉴 때마다 고백한 이 사랑이 성녀의 복음서 읽기의 열쇠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돌아가신 후 천국에서도 쉬지 않고 지상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지 않으신다면 저에게 이러한 원의를 주실 리 없으십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천국에서 하시는 당신의 기도가 “장미 비처럼 내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오늘 내리는 비를 보며 성녀께서 하늘에서 내려 주시는 장미 비가 아닌가 생각했는데요, 우리가 서로를 위해 바치는 기도 역시 장미 비처럼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교황님께서 권고를 마치시며 바치신 기도를 함께 바치며 강론을 맺겠습니다.
“성녀 데레사여,
교회는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와 복음의 기쁨으로 빛나야 하오니,
당신의 장미를 보내 주소서.
당신께서 그러하셨듯 저희도
저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안에서
항상 ‘신뢰’하게 도와주시어
당신께서 걸어가신 거룩함의 작은 길을
우리도 일상에서 따르게 하소서.
아멘.”
* 교황 권고 "그것은 신뢰입니다." “C’est la confiance”: Esortazione Apostolica sulla fiducia nell'amore misericordioso di Dio in occasione del 150° anniversario della nascita di Santa Teresa di Gesù Bambino e del Volto Santo (15 ottobre 2023) | Francesco (vatican.va)
* 교황 권고 "그것은 신뢰입니다." 영어본 “C’est la confiance”: Apostolic Exhortation of the Holy Father on confidence in the merciful love of God for the 150th anniversary of the birth of Saint Teresa of the Child Jesus and the Holy Face (15 October 2023) | Francis (vatican.va)
아기 예수와 성면의 성녀 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