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김장 배추ㅡ
벌레에 뜯겨서
숭숭 구멍난
퍼어런 배춧잎
볼품 없이 무너진다
소금 세례에
덕분에
속은
노랗게 질려 버렸다
숨 죽이는데는
소금만한게 어디 있으랴!
냉수 마찰 서너 번에
서늘한
숨도 죽어 버리고
고운 새색시 얼굴같은
빠알간 양념이
이리저리
간을 보며
먹어 치웠다
눈 맛,
손 맛,
입 맛을 위해
팔팔 뛰던
숨 죽여
양념에
밥이 되어버린
그대,
김장배추ᆞ
♡♡♡♡
배추는 우거지요
무우는 시래기다ㆍ
너무 흔하다 보니
귀한 먹거리인지도 모르는 배추 우거지!
이 배추 우거지가
우리 식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우거지가 없다면
감자탕이
어떻게 끓여지며,
우거지 선지탕에
우거지 해장국이
어찌 끓여지겠는가?
우거지가 없는 감자탕.
선지해장국은 생각할 수도 없다.
1년내내
우리의 밥상에
터줏대감 처럼
자리매김한 배추김치는
이미 기본이 되었고
얼갈이 배추 겉절이와
노란 속 배추쌈,
노릇노릇 부쳐낸 배추전 ᆢ
김장하는 날
빼놓을 수 없는
싱싱한 굴과
속배기배추와
돼지고기 수육은
화룡정점이다ㆍ
벌레에 뜯겨서
숭숭 구멍난 배추,
나를 닮았다ㆍ
어딘지 모르게
버려진듯
외면당한듯
볼품 없는 배추ᆢ
푸른 겉 잎을 떼서
우거지 만들고
무농약 배추라는
자존심 하나로
목이 뻣뻣한 구멍난 자리ᆢ
살아서 밭으로 기어가려는
못된 자아가
나를 꼭 닮았다ㆍ
팍팍
숨 죽이는데는
소금만한게 없다ㆍ
못생김 때문에
구석진 자리 차지했지만
속은
꽉찬 노란 알배기
나를 닮은것 같은ᆢ
그러나
맛은 일품이랍니당ᆢ
굿~ 모닝입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