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 않는 사랑
현시대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알고 있는 사랑의 개념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로부터 많이 변질되어 있는 듯 싶다.
사랑은 라디오에서 주의성 없이 흘러나오는 유행가들 속에서, 심지어 항간에 재미로 읽히는 통속적인 소설들 속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주제이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 근원으로부터 유래되어 오는 사랑과는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참된 사랑의 개념에 대해서 희미하게 밖에 알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진정한 사랑은 영의 눈을 뜬 사람만이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
사랑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힘겹고 벅찬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기를 두려워하여 종교라는 이름아래 사랑으로부터 도피를 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종교를 가지면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위안 속에 살 수 있고, 또 종교라는 글귀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것은 진정한 사랑은 에고(자아)를 버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아를 버리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봐, 그리고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까봐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곧 근원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안에 꽃피어나려면 에고(자아)를 치워버려야 한다. 자신을 버려야 한다.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고 말하면서 또 다른 욕망을 그 안에 감추고 있다. 자기가 준 만큼 받고 싶은, 자기가 쏟은 노력만큼 기대하는, 자신이 베푼 만큼 소유하려는 욕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아무런 동기도 없이, 심지어 감사를 요구하는 것조차 없이 그냥 사랑하는 것이며, 자기가 사랑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대해 그냥 행복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자기의 사랑을 받아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받을 것을 기대하고 주는 사랑, 다시 준만큼 되돌려 받으려고 하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감추어진 아름답지 못한 욕망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짧은 이야기책 속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한 소년을 사랑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준, 그래서 아주 행복했던 나무에 대하여 그리고 있다.
나무는 늘 자기 그늘 밑에 와서 노는 소년을 사랑했다. 그리고 소년도 그 나무를 사랑했다. 나무는 소년과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소년을 재워주기도 하고, 또 자기의 나뭇잎과 사과 열매를 주며 즐거워하였다. 소년이 점점 자라나 나이를 먹게 되자 나무를 찾아오는 일이 뜸하게 되어 나무는 외로웠다. 어느날 찾아온 소년은 함께 놀자는 나무에게 자기는 나무하고 노는 것보다 더 신나게 놀고 싶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니 나무에게 돈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무는 자기의 사과를 소년에게 다 주어 가져가게 했고,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긴 외로움끝에 다시 찾아온 소년을 보고 기뻐하는 나무에게 소년은 결혼을 하면 살 집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래서 나무는 자기의 나무가지들을 다 베어가 집을 짓도록 했다.
또 다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소년을 보고싶은 외로움을 참아낸 나무에게 다시 찾아 온 소년은, 타고 어디론가 떠날 배가 필요하다고 했고, 나무는 자기의 줄기(몸체)까지 다 잘라 배를 만들게 해주었다. 소년이 배를 타고 멀리 떠나버리자, 나무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행복했지만 정말 그렇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다. 노인이 되고 지친 소년이 찾아오자 나무는 너무 기뻤다. 다 주고 잘라내어 사과도, 그네를 메어줄 가지도, 타고 놀 줄기(몸체)도 없어진 밑둥만 남은 늙은 나무였지만 그러나 아직도 사랑하는 소년을 위해 무엇인가 더 주고 싶어하는 나무는,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별로 없어. 앉아서 쉴 조용한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소년에게 자신의 밑둥을 내주어 쉬게 해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정말 감동적이고 귀여운 이야기가 아닌가!
이 짧은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에 잊혀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었음을 행복해하는 나무에게서 진정한 사랑, 정말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사랑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
하나님의 사랑은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이다. 그 사랑이야말로 형편없는 죄인들에게 되돌려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퍼부어주시는 근원적인 진정한 사랑이다. 하나님 외에 이 세상 어디에서 이런 사랑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부모의 사랑도 사실 따지고 보면 많은 욕망과 기대로 점철된 사랑인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본다. 너무 크고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유한한 인간이 미쳐 깨달을 수 없는 것이므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떠하다는 것을 보여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인간들은 그 사랑을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예수님의 생애를 온통 수놓았던 그 사랑을 명상해보라! 잃어버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옮기신 고난의 발자욱, 말구유에서 갈바리까지 걸어가신 피묻은 발자욱 속에 점철된 사랑을...
배반할 가룟 유다를 아시면서도 마지막까지 간원하는 사랑으로 발을 씻기시던 예수님, 자신을 저주하며 욕하는 베드로를 동정어린 눈으로 온유하게 바라보시던 예수님, 치욕적인 죄를 거듭지며 방탕한 마리아를 용서하며 격려하시던 예수님... 40년 동안 만나를 먹여 보호하고 키워주었건만, 그리고 수많은 선지자들이 예언한 대로 메시야가 되어 자기 백성을 구원하려고 오셨건만, 자신을 배척하고 죽이려는 배은망덕한 유대나라를 차마 버리시지 못하고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하고 우시던 예수님, 자신의 손에 못을 박는 로마 군인들을 향하여 부드러운 손을 펼쳐주시며,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옵소서! 저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니이다.”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 그리고 십자가에서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도 없이, “만일 내가 죽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죄로 죽어가는 이 인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노라”며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그 무서운 고통과 절망을 감수한 채 심장이 터져 숨을 거두신 예수님!...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본다. 우리는 예수님의 성품에서,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다.
바라지 않는 사랑은 비범한 사랑
평범한 사랑은 일종의 구걸이다. 그런 사랑은 내게 조금만 더 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비범한 사랑은 나에게서 더 많이 가져가라고 말한다. 사랑은 베풀 때 진실이다. 하지만 받으려고 할 때는 거짓이다.
만일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줄 때 상대방이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 하는지, 또는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감사하다는 말조차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로 하여금 좋은 사랑을 나누어 가질 기회를 허용한 상대방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사랑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어 가진 상대방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주려고 다가갔을 때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것이 거듭난 사람의 마음에 깃드는 진정한 사랑,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주는 사랑이다. 주고 베풀어서 행복한 사랑이다. 채워주고 나누어서 기쁜 사랑이다. 그것은 특별하고 비범한 사랑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러한 사랑을 하라는 분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것이다. 하늘에 근원을 둔 사랑이 우리 마음에 흘러넘친다면...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라! 그리고 느껴보라! 오늘도 그러한 사랑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늘로부터 무한한 사랑의 빛줄기가 쏟아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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