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한 봉급 받으면서도
술값 인심은 소금맛 같이 짭짭했어.
새벽 여관방에 널부러져 자는 나를
깨우지 않고 조심히 뽀앟게 웃던,
출근하던 너의 목욕탕 일터는
이십년 묵은 허울의 검은 때를
벗기며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네.
자넨 고스톱의 왕자였잖나,
까까머리 고교시절엔 삼봉 고수였고,
화투짝 손에 물때는 타짜 허영만
이야기였고, 김혜수가 짝패 돌리던,
자네가 성남 목욕탕 일터 정리하고
목포로 떠나던 날, 진눈깨비가
술집 창문 밖에서 으시시 떨었고
작은 도시 술집은 요란했었지.
나는 술 취한 두 눈으로 욕탕에서
걸어나온 물의 여신 닉세를 보았지,
물귀신 같이 자네를 붙들고 있더군!
잠그다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툭툭, 아쉬운 떨어짐!
아픈 몸 이끌고 결혼식장에 나타나
축의금이 너무 적다고 미안해하던,
나의 눈물 방울이 예식장 밖으로
날아 오르던, 나의 염미복이 얼룩
젖은 순간을 자네는 섪하고 짠한 마음이였기에 볼 수가 없었을걸!
세월이 많이 지나고 왜,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신림고시원서
시덥잖은 공부한다고 거주했을적,
한달 원비내라고 이십만원 갚지도
못하는 시간들이였건만, 그렇게도
빨리 자네 귀에는 종소리가 크게도
들리던가, 천사의 부축도 없이
천종소리 따라서 잘있어 라는 말,
그 한마디도 하기 어려웠었나!
돔 세마리 낚아서 회쳐대며, 이 돔도
참 불쌍타 하며 어린의 연민마저도
부처님 자비 이상인 자네였는데
석가탄신 오늘, 천상서 비로나자
옆에서 연꽃축하화환을 셈하는
보직이라도 받고 있는가!
이제사 소름 돋게도 비석도 없고
묘봉도 없는 추모공원 납골당에
찾아 왔다네, 자네가 젤 좋아하는
보해소주와 화투한패 사들고
서푼짜리 인심 훈훈했던 그 모습
떠 올리며 삼팔광땡 먼저 올리고
화투패 나누어 두네,
나, 가는 그날에는 어떻게든 이십만원
관속에 꼬불쳐 넣고 가져 가겠네.
그 돈 내가 갚으면 자넨 또 천상의
룸살롱 파라다이스에서 술 값내고,
목포에 눈물, 이난영 추모공원
삼학도를 바라보며 있는 자네 집,
작지만 운치 있어서 좋겠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이난영 생음악, 라이브로 매일
듣고 연하동생으로 데이트도
하고 삼봉도 연포탕 내기하기
치니, 참 좋겠네!
보해소주 한잔 따라 놓고,
공원묘역서 드러 누었다가 가야겠네.
8시 42분차 케이티엑스 열차로,
부처님 오신날, 자네를 만났으니
한 생의 소원, 하나는 풀고 가네.
이왕, 만났으니 한마디 하고 가겠네.
전화교환원 아가씨랑은 어떻게
교감하고 있는가, 그리 사랑했잖나!
잘 있게나, 시간되면 또 옴세!
고스톱쟁이 타짜 내 친구,
- 풍운유서(납골의 친구) -
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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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유서, 납골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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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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