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북 상주시로 귀농해 오이농사를 짓고 있 는 서정덕 씨는 한때 국내 대표적 화학제품제조회사인 한화케미칼(주)의 최우수연구팀(원)으로 뽑힐 만큼 촉 망받는 화학전문가였다.
이후 뛰어난 기술력을 활용해 벤처회사를 창업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포기해야하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계속되는 멀미증상으로 음식도 제대로 먹기 힘든데다 근육통까지 겹쳐 온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온갖 검사와 치료를 다 해봤지만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었고 병세도 나아지지 않았다. 서 씨는 더 이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었고,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 던 귀농을 떠올리게 됐다.
귀농을 결심하다
"평소 귀농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사실 모든 것이 막막했어요. 건강의 악화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 어져 우울증 약까지 복용했었죠. 현실감도 떨어지고, 확신도 없었어요."
귀농을 신중히 고려하고는 있었지 만 두려움이 앞서던 그 때 천안연암 대학교에서 도시민농업창업교육 5기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귀농교육을 받으면서도 귀농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실습으로 천안 아산의 오이하우스를 방문했고, 여기서 오이가 재배하는데 힘은 들지만 소 득작목으로 적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오이하우스를 가장 잘 하는 지역이 어딘지를 알아봤죠. 경북 상주더라고요."
서 씨는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 인턴농가 추천을 의뢰했고 상주오이발전협의회 장을 맡고 있는 한운농장 김인남 대표를 소개받았다. 이 만남이 서 씨가 귀농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 씨는 한운농장에서 5개월간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김 대표와 매일같이 대화를 하면서 농업의 기본과 오이농사의 노하우를 배웠다.
또한 투자비를 계산하고 손익 계산서를 만들면서 귀농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든든한 멘토 아래서 인 턴교육을 마친 서 씨는 드디어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귀농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오히려 가족들이 귀농을 권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어 요. 하지만 가족들이 만족할만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제 몫이었죠." 서 씨는 귀농을 하는데 있어 가족이 분리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귀농도 결국은 더욱 행복하고 가치있는 인생을 위해 선택하 는 것인데,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생활은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농을 결심하기 전에 가족과의 충분한 대화가 우선 되어야한다. 자기 자신은 귀농에 대한 꿈으로 가득할지 모르지만 가족들은 귀농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친구도 친인척도 없는 곳에 가서 도시에서와 같은 문화적 혜택마저 받기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막연한 이상보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가족들과 함께 의논한다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줄 것이다.
서 씨는 귀농지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농사여건뿐 아니라 가족들의 생활환경을 함께 고려했다. 멘토가 돼준 한운농장 김 대표가 이장으로 있는 마을이기도 했고,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문경시 점촌동은 교육 및 문화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 비교적 큰 도시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서 씨는 너무 외딴 곳에 위치해 문화적 충격이 큰 곳 보다는 도시와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으로 귀농할 것을 추천했다.
귀농을 원하는가, 귀촌을 원하는가?
"귀농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해요. 귀농을 하겠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 가 귀농과 귀촌을 혼동하고 있죠. 귀농은 농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인데, 막연히 농사나 짓지 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실패할 확 률이 큽니다."
귀농은 단순한 전원생활이 아니다. 농사를 통해 생계를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자 한다면 농업에 대한 확실한 직업의식과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곳에도 엄연히 생존을 위한 경쟁이 존재하며 우리 농업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그 경쟁은 도시 에서의 직장생활보다 더 치열할 수 있다.
서 씨는 자신이 귀농을 하려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 절박한 심정으로 도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 하다고 말한다.
귀농 첫해 순수익 5,500만원
"작목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멘토가 돼준 이장님 의 도움과 철저한 준비로 큰 실수 없이 첫해 농사를 성공할 수 있었어요." 서 씨는 귀농 첫해인 지난해 하우스 오이를 통해 조수익 1억 500만원에 순수 익 5,500만원을 기록했다. 농사방법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행에 옮긴 결과다. 또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재무설계를 받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일 수 있지만 기반을 잡아놓으면 효율적인 농가경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수확한 오이는 함창오이작목반을 통해 구리, 인천, 부산의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도시민들을 상대로 곶감을 판매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것 이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아 낯 뜨겁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믿을 수 있는 좋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당당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이를 통해 고정수익을 화보해 놓고, 겨울 한 때 20일 정도를 투자해 곶감을 만들어 팔았다. 관심을 가지고 잘만 찾아보면 주작목외에 부가수익을 올리는 것 도 가능하다.
농업은 기회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
"초보 귀농인은 누구나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 다. 하지만 초반의 위험을 잘 극복하고 성공적인 정착 을 이루어 낸다면 그 다음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 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 씨는 지금의 성공보다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농가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젊은 농업 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커지 고 있고,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농산물은 시장 에서 명품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동일한 기능성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품목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면 차별화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상주시는 이런 점에서 농업의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고 서 씨는 말한다.
그리고 그 역시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건강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고기능성 칼슘오이를 개발하고 있으며,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 정을 밟으면서 오이 연구를 보다 심도 있게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화학연구원 이라는 특별한 경력위에 농사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동시에 쌓아 강의도 하고, 적극적인 단체활동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밀알같은 역할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농업이 정말 발전가능성이 있는 직업인지를 신중해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가능성을 믿는다면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을 꾸세요. 그러면 분명히 행복한 귀농생활이 열릴 겁니다."
서 씨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자신이 귀농을 준비하며 읽었던 '인생수업'과 '설득의 심리학'이란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 기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