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는 3년이란 세월을 여행한 끝에 마침내 중국에 도착 했는데, 당시 중국의 황제였던 양무제가 그를 마중 나왔다고 한다.
그의 명성이 그를 앞질러 이미 중국에 전해졌던 것이다. 양무제는 불교 전파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팔리(Pali)어 불교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하고 있었는데 그때 작업의 후원자가 바로 양무제였다.
또한 그는 수천 개의 절과 법당을 지었으며 수만 명의 승려들을 후원했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에 아낌없이 희사했다.
자연히 달마 이전에 중국으로 건너간 불교 승려들은 그가 많은 공덕을 쌓았으며,
천국에서 신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칭송하곤 했다.
달마를 만났을 때 양무제의 첫 질문은 당연히 이러한 것이었다.
“나는 수많은 절을 지었고 수천 명의 학승들을 후원하고 있소. 나는 고타마 붓다의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큰 대학을 세웠소.
또한 나는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 앞에 내 왕국과 전 재산을 내놓았소. 이다음에 나는 어떤 보상을 받게 될 것 같소?”
그는 달마를 보며 약간 당황했다. 달마란 자는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사나운 인상에다 매우 큰 눈을 갖고 있었다. 달마는 사실 매우 부드러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가슴 안에는 한 송이의 연꽃이 피어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무시무시했다.
검은 선글라스만 썼다면 그는 완전히 마피아 당원 같았을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면서 양무제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달마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보상도 없다. 오히려 일곱 번째 지옥에 떨어질 준비나 하라.”
황제가 말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소. 왜 내가 일곱 번째 지옥에 떨어져야 합니까?
나는 불교의 승려들이 하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소.”
달마가 말했다. “그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 불교도든 불교도가 아니든 아무도 그대를 도와 줄 수 없다.
아직까지 그대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만일 그 목소리를 들었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타마 붓다의 길에 보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상을 바라는 그 마음이 곧 탐욕이다.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은 욕망을 버리는 것이니, 만일 그대가 수많은 절을 짓고 수천 명의 승려들을 먹여 살리는 것과
같은 공덕을 행하면서 마음속에 욕망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곧 지옥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일 이 모든 것을 즐거움으로 행하고, 그 즐거움을 나라 전체와 함께 나누며 보상을 바라는 어떠한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그 행위자체가 이미 큰 보상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는 완전히 과녁에서 빗나간 것이다.”
양 무제가 말했다.
“내 마음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노력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마음에 가득 찬 이 생각들과 소음들 때문에 당신이 말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달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일 새벽 네 시에 내가 묵을 산 속의 절로 오라. 단 어떤 수행원도 데려오지 말고 그대 혼자서 오라.
그러면 내가 그대에게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주겠노라.”
황제는 이 사람이 정말로 기이하고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승려들을 만났지만 그들 모두가 정중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가 대국의 황제라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날도 밝지 않은 새벽 네 시에 혼자서 이런 자를 찾아가다니…….
이자는 무척 위험한 인물로 보였다. 게다가 그는 큰 지팡이를 항상 들고 다니고 있었다.
황제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저자는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전혀 믿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한 편 마음 깊은 곳에서 황제는 그 사람의 진실성을 느꼈다.
그는 위선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황제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한낱 걸인에 불과한 그가! 그는 마치 황제처럼 행동했으며, 그 앞에선 황제도 걸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방식을 보라. “내가 그대에게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주겠노라.” 황제는 생각했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까지 나는 인도에서 온 수 많은 현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수행 방법과 명상 기술들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것들을 열심히 실천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
그런데 이 이상한 친구는 누구란 말인가? 아주 미쳐버린 사람 같기도 하고 술 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이하게 생긴 얼굴에다 부리부리한 눈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에게선 진실함이 느껴진다.
그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인간이다. 이것은 충분히 모험을 해 볼만 하다.
그가 날 어떻게 하겠는가! 기껏해야 죽기 밖에 더 하겠는가!’
마침내 황제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것은 그 사람이 “그대에게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주겠노라”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양무제가 절에 도착한 것은 새벽 네 시였다. 어둡고 이른 새벽, 그는 홀로 달마를 찾아갔다.
달마는 큰 지팡이를 짚고 계단위에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대는 밤새도록 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 했다.
황제라는 자가 가난한 승려를 겁내서야 되겠는가. 지팡이 하나밖에 없는 가난한 걸인을.
하지만 나는 이 지팡이로 그대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 것이다.”
황제는 생각했다. ‘맙소사! 지팡이로 마음을 고요하게 해 준다는 말을 언제 들어봤던가!
물론 지팡이로 머리를 후려치면 조용해지겠지.
하지만 그것은 마음이 고요해 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깨져 죽게 되니까 조용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때 달마가 말했다. “이 사원 마당에 와서 앉으라.” 사원 마당에는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었다.
“눈을 감으라. 난 지팡이를 들고 그대 앞에 앉을 것이다. 그대가 할 일은 마음을 잡아내는 일이다.
눈을 감고 내면으로 들어가 그것을 찾으라. 마음을 잡아내는 순간 나에게 ‘여기 있다’라고 말하라.
그 다음은 내 지팡이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것은 진리나 마음의 평화, 혹은 침묵을 찾는 구도자 들이 지금까지 겪은 경험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길은 없었다. 양무제는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앉았다.
달마가 충분히 자신의 말대로 행동할 그런 인물임을 양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찾아서 모든 곳을 다 둘러보았다. 하지만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지팡이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생애 최초로 그러한 상황에 놓였다. 만일 마음을 발견하면 이 사람이 지팡이로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도 없는 이 외진 산 속에서 카리스마적인 성격을 가진 달마와 단 둘이 마주 앉아 있는 것이다.
세상에 깨달은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달마는 그들 중에서도 에베레스트 산처럼 홀로 우뚝 솟아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자신 속에서 나온 독립적인 것이었다. 그의 모든 몸짓은 자신의 서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들은 누구를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황제는 마음을 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그는 마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작은 전략이 거기에 있었다.
마음이란 그대가 찾지 않을 때만 존재한다. 그대가 깨어서 그것을 찾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은 존재한다.
그대가 그것을 찾으려는 순간 그대는 깨어있게 되고 그 깨어있음이 마음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린다.
몇 시간이 흘러갔다. 고요한 산중에 태양이 떠오르고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어왔다.
달마는 양무제의 얼굴에 나타난 평화와 침묵과 정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마치 하나의 불상과도 같았다.
달마는 황제를 흔들어 깨워서 물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대 마음을 찾았는가?”
양무제가 말했다. “당신은 지팡이를 사용하지도 않고 내 마음을 완전히 평화롭게 했습니다.
내 마음 속으로부터 사념(思念)들은 사라졌으며, 당신이 말한 내면의 목소리를 나는 듣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한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나를 변화 시켰습니다.
이제 나는 모든 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보상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보상을 해 주겠습니까? 보상을 받겠다는 것은 유치한 생각입니다.
또 누가 나에게 벌을 내리겠습니까? 나의 행위가 그 자체로 벌이고 보상인 것입니다. 내가 나의 운명의 주인입니다.”
달마가 말했다. “그대는 매우 드문 제자이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며 존경한다. 그대가 한나라의 황제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앉음으로 그토록 깊은 자각, 그토록 많은 빛에 도달하여 모든 어두움을 사라지게 하는 그 용기 때문이다.”
양무제는 달마를 자신의 궁전으로 간곡히 초대 했다.
그러자 달마는 말했다. “그곳은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다.
그대도 보시다시피 난 야생의 인간이며, 나 자신도 다음 순간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순간에서 순간으로 살며,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나는 그대와 그대의 궁전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어려움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궁전은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다. 그러니 나를 자연 그대로 살게 내버려두라.”
달마는 그 후 타이(Tai)라는 이름의 그 산에서 살았다.
※ 탐욕의 두 가지: 1. 어떤 것을 탐내는 것. 2. 어떤 일을 하고 대가를 바라는 것.
- 오쇼 라즈니쉬《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