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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 산악회의 A 코스인 '영산1리 → 헬기장 → 장군바위 → 삼형제바위 → 쪼갠바위 → 원통산 → 질마재 → 승대산 → 둔터고개'의 9km, 4시간 코스를 탐험할 예정이었으나, 잘 아는 선배 산꾼이 역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 있어, 들머리와 날머리는 당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든 달라질 건 없는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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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대산[僧代山]
[정의] 충청북도 충주시의 노은면 대덕리와 앙성면 지당리에 걸쳐 있는 산.
[명칭 유래] 승대산은 중대산, 성대산이라고도 한다. 중대산은 승대산의 한자를 풀어서 표기한 것이고, 성대산은 승대산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환경] 승대산은 높이 567m이며 서쪽에는 원통산[645m]이 있고 동쪽에는 국망산[770m]이 있다. 원통산과 승대산 간에는 질마루고개, 질마재 등의 고개들이 있고 승대산과 국망산 간에는 둔터고개가 있다. 질마루고개와 질마처럼 생긴 질마재(일명 질마고개)는 대덕리와 지당리를 연결하는 고개들이다. 둔터고개(일명 둔티재 또는 둔대현(屯岱峴))는 가신리 통뫼(일명 통산)와 지당리를 연결하는 고개로서 임진왜란 때 진을 치고 싸운 곳이라고 한다. 국망봉[770m]과 유사하게 신갈나무ㅡ소나무 군락이 발달하였고 대부분의 산지에는 신갈나무와 소나무 혼효림이 형성되어 있다. 앙성천은 앙성면 지당리 승대산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본평리를 거쳐 능암리에 이르러 남한강으로 유입되고 봉황천은 지당리 승대산에서 발원하여 동북쪽으로 흘러 능암리 봉황대를 지나 남한강으로 유입되며 한포천은 노은면 승대산에서 발원하여 신효리, 수룡리 등을 거쳐 중앙탑면 봉황리에서 역시 남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 승대산의 남서사면 계곡물은 대덕리 원통골의 대덕저수지로 유입되고 북사면 계곡물은 지당리의 복성저수지(일명 지당 저수지)로 유입되고 있다.
[현황] 승대산의 산정은 측량 지점을 나타내는 삼각점이나 산악인들의 흔적조차 없는 깨끗한 산으로서 사람들의 오르내림이 별로 없으나 등산객들이 숲속의 오솔길을 통하여 원통산으로 등반을 즐기고 있다. 승대산에 오르는 코스로는 지당리의 대촌에서 상촌을 거쳐 직접 승대산으로 등산하는 코스와 원통산으로 등산하는 코스로서 지당리의 장호원 컨트리클럽 골프장 입구-둔터고개-승대산-질마재-원통산 정상-치성터-북녘 능선-헬기장-톱실-오갑초등학교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 등이 있다. 둔티고개는 예전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되었으나 이제는 원통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기점이나 종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승대산 남사면의 아래에 있는 대덕리에는 상원곡·하원곡·중담·상주동·하주동 등의 자연마을이 발달하였고, 가신리에는 통산·후골·동막골 등의 자연마을이 발달하였다. 북사면 아래에 있는 지당리에는 상촌·먹뱅이·건너말·대촌 등의 자연마을이 발달하였다. 승대산 동쪽에는 앙성면 지당리 대촌에서 노은면 대덕리로 남북을 관통하는 중부내륙고속국도가 달리고 있고 서쪽의 질마재와 질마루고개 간에는 대촌에서 올라오는 도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도로 주변에는 상떼힐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남쪽의 대덕리 용담과 하주동 간의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는 노은초등학교 수상분교 부근에서 동서를 관통하는 지방도 520호선과 교차하고 있다. - 향토문화전자대전
원통산[圓通山]
높이: 655.6m
위치: 충북 음성군 감곡면
원통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이다. 승대산, 원통산 정상을 지나 톱실로 하산할 수 있다. 승대산 산정은 삼각점이나 그 흔한 산악회 리본조차 없을 정도의 깨끗한 산이다. 오르내림이 별로 없고 활엽수 숲속으로 오솔길로 승대산, 원통산, 행덕산이 이어진다. - 한국의 산하
2023년 연말 크리스마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23일 토요일에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충주의 원통산과 승대산을 연계해 탐험하기로 했다. 산행 후 최소 이틀은 쉬어야 다음 산행을 진행할 수 있는 저질 체력이라, 정기 산행이나 다름없는 목요 오지 산행 후에는 토요 산행을 꿈도 꾸지 않으나, 지난주와 같이 이번 주 목요 산행이, 토요일 동행하는 안내산악회와 같이 2022년 2월 탐험한 충주의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연계 산행이라[산행기], 다시 갈 이유가 없어, 하루 전인 수요일 오대산 선재길을 걷고 왔다[산행기]. 해서 목, 금 이틀을 쉬어 토요일 산행이 가능해 갈 만한 산을 찾다가 눈여겨보고 있던, 같은 오지 전문 산악회 원통산, 승대산 연대 산행에 따라나선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23일 계획한 충주 원통산, 승대산 연계 산행도 사실은 둔터고개를 들머리로 국망산, 보련산을 연계해 달린 후 수룡폭포 주차장에서 마감하는 산행의 A 코스다. 그런데, 그 산행의 B 코스이자 주 코스인 국망산, 보련산 연계 산행은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이 두 달이 좀 더 된 2023년 10월 12일 계획하고 진행한 산행[산행기]과 같다. 물론 그 산행에 동행했다. 말인즉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과 소규모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오지 산행이 길면 2년 짧으면 몇 주 간격으로 겹친다. 그리고 몇 년간 진행된 과거 오지 산행 기록을 보면, 막상 오지라고 찾는 산도 거기서 거기라, 대기업 오지 팀을 알기 전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다닌 산이 최근 대기업 오지 팀 산행으로 많이 공지되는 중이다. 물론 그 역도!
어쨌든 이번 산행 처음 계획 A 코스 들머리인 영산1리부터, B 코스 날머리인 수룡폭포 주차장까지 둔터고개를 경계로 능선으로 이어진다. 해서 처음에는 이미 다녀온 국망산, 보련산과 이어지는 산행이라 무시했다가, 국망산행 당시 둔터고개에서 국망산 반대편인, 즉, 원통산 방향을 국망산으로 착각하고, 그 방향으로 갈 뻔했던 게 떠올라, 이어주는 산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 와중에 두 산행 모두에 참여하는 산꾼이 나를 빼고도 3명이나 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다. 해서 이번 산행의 국망산, 보련산을 이어 달리는 B 코스가 아닌 A 코스인 원통산, 승대산을 연계하는 산꾼은 그 네 명이 다가 아닐까? 와중에 하산주를 같이하는 멤버가 된 선배 산꾼이 A 코스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꾸자고 제안해 그게 거의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산꾼이자 술꾼이 아무것도 없는 둔터고개가 아니라, 그래도 마을이 있는 영산1리를 날머리로 하자는 제안을 보고, 당연히 날머리에 식당이 있으리라 생각해 지도로 찾아봤으나, 없어 실망했다. 그래도 한파경보에 아무것도 없는 둔터고개보다는 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게 낫지만. 그런데, 산행 며칠 전 그 선배 산꾼에게서 영산1리로부터 3.3km 거리에 '오향기사님식당'이 있으니 거기서 하산주를 마시자는 문자가 왔다. 나보다 더한 술꾼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만, 식당까지 가는 50여분을 포함 2시간 정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문제다. 이 안내산악회의 특징이 산행 소요 시간을 당일 버스에서 인솔 대장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지난 국망산행 소요시간이 6시간이었음에도 약간 늦은 등산객이 있었던 걸 다른 산악회도 알고 있으니, 6시간 이상으로 책정할 거로 기대 중이다.
당일 경기도, 강원도, 충북 대부분 지역이 한파 경보가 발효된 상황이라, 대단히 추울 거로 예상된다. 정확히는 감당할 수 없는 추위라, 기상청에서 한파 경보를 발령했다. 그나마, 예상 기온은 영하 11도에서 영하 4도 사이로 수요일 오대산보다는 기온이 높고, 바람이 강하지 않아, 체감온도도 같다. 그래서인지, 만원이었던 신청자 중 목요 오지 팀원 1명 포함 총 6명이 취소해, 인솔 대장 포함 25명이 이번 산행에 동행한다. 어쨌든 한파에 대비해, 지난 오대산 효령봉, 아니, 선재길 탐방과 같은 수준으로 준비하면 문제는 없을 거다. 그리고 선배 산꾼이 찾은, 맛집으로 알려진 기사식당에서 늦은 점심 겸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나, 만약에 대비해, 그냥 가져올 확률이 높지만, 컵라면과 김치, 보온병에 든 뜨거운 물도 준비한다.
2 – 1
강남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다른 때보다 조금 늦게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 5분경 미리 싸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향해, 6시 19분 오금행 열차로 타고 6시 48분경 신사역에 내렸다. 버스 출발까지 20분이 넘게 남고, 밖으로 나가봐야 추위 떨기만 할 뿐이라, 역 구내 김밥집들이 잘 있는지 살펴봤다. 세 집 다 무사하다. 평소라면 점심용으로 김밥 한 줄 샀을 태지만, 이동 중 얼음과자로 변한 걸 먹었다가는 배탈 날 확률 100%라, 포기했다. 거기다, 무겁기만 한 컵라면과 뜨거운 물도 그대로 다시 가져올 확률이 높은 마당에 김밥은 어불성설이다.
역 구내에 앉아서 쉴만한 곳이 없어, 구내를 서성대는 것도 볼썽사나워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서 보니, 강한 바람과 추위에 등산객은 서너 명밖에 안 보인다. 다들 어디에 숨었을까? 역 구내에 10여 명이 있었고, 나머지는 근처, 카페? 어쨌든 마을버스 정류장을 보니, 거기 의자에도 두 명이 앉아 있고, 조금 더 먼 버스정류장은 비어 있어, 그리로 가 자리에 앉았다. 누구 발상인지 전열 의자라 뜨끈한 게 좋아, 언 두 손을 엉덩이 아래에 넣어 녹였다. 강한 바람이 불어, 상체는 춥지만, 의자에 붙어 있는 엉덩이는 따뜻한 가운데, 산악회 버스가 올 한남대교 방향을 주시했다. 7시 4분경 전남 무등산행 버스의 뒤를 이어 원통산행 버스가 도착해,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로 가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31인승 버스라 의자 간격이 좁아, 배낭을 짐칸에 넣었다. 이후 파우치만 들고 버스에 타, 선배 산꾼과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휴게소 직전 실내등이 들어왔으나, 무시하고 계속 자는데, 무언가 무릎에 놓이는 걸 감지하고 눈을 떠 보니, 휴게소에서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지도와 코스 소개, 주의 사항 등을 기록한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해서 초행의 오지 산행이라, 억지로 눈을 뜨고 대장의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설명이란 게 별것 없다. 문제는 이 대장도 초행이라, 산에 관해 아는 바가 없이,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참고한 자료에 불과했다. 해서 산행 중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애초 A 코스는 영산1리에서 출발해 원통산을 거쳐 승대산에 오른 후 둔터고개로 하산하고, B 코스는 둔터고개에서 국망산을 거쳐, 보련산에 오른 후 수룡폭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계획이었으나, 선배 산꾼의 A 코스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꾸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두 코스 다, 둔터고개에서 출발하는 거로 변경됐다. 그리고 코스별 산행 소요 시간은 A 코스는 4시간 30분, B 코스는 5시간 30분을 책정했다. 이 또한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산행기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 이 안내산악회 문제 중 하나가, 인솔 대장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거다. 어쨌든 9시 둔터고개 도착 예정이라, A는 1시 30분, B는 2시 30분 마감이다. 고로 버스가 수룡폭포 주차장에서 B 코스를 탐험한 산꾼을 태우고, A 코스 날머리로 오면, 실제 A 코스 마감은 3시경이다. 그런데, 둔터고개에 도착해서도, 계속 4시간 30분, 즉 1시 30분 마감이라고 강조한다. 왜, 그러지? 설마 거꾸로?
2 – 2
둔터고개는 대기업 안내산악회 오지 팀의 국망산, 보련산 연계 산행의 들머리로 올해 10월 12일에 처음 방문했다[산행기]. 고로 두 달이 조금 더 지나, 다시 방문한 거다. 그런데, 둔터고개 기준 국망산 방향이 아니라, 승대산 방향으로 갈 뻔했다고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와보니, 아니다. 그럼, 어느 산행과 혼동하고 있는지 궁금해 산행기를 다 뒤졌다. 이번에 같이 온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올해 6월 17일 봉화 청옥산, 쪼록바위봉 산행 때다[산행기]! 당시, 인솔 대장도 이번 인솔 대장과 같다. 공통점이 너무 많아, 혼동한 건가? 그런데, 승대산은 반대편인 국망산과는 다르게 사유지를 지나야 하는데,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에만 철책 문으로 차단하고 있다. 등산객은 그 문을 우회해서 위로 가면 된다. 주인장에게 감사할 뿐이다.
선두가 임도를 따라 승대산을 향하는 걸 지켜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동한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89.6m, 국망산행 때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487m다! 아, 이제야 기억났다. 당시 높이를 보고, 핸드폰이든 앱이든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그 이후에는 GPS를 수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높이를 확인하는 게 당시 산행 때부터다. 승대산의 높이가 440m가량, 표고 차는 260m 정도로 오지이기는 하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높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나, 승대산이나, 원통산에 관해 알고 있는 바가 다 틀렸다! 이전 산행인 곡성 설산이 뇌리에 박혀, 그게 그대로 이번 산행에 적용된 결과다[산행기]. 왜 그랬을까? 하산주 때문에? 지난 설산 산행과 비슷한 거리에, 비슷한 소요 시간이라, 높이까지도 같다고 착각한 건가?
큰놈은 줄에 묶여 행동에 제약이 있고, 작은 두 놈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세 마리 개가 지키고 있는 사유지를 통과하는데,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하는지 작은 두 놈은 우리 일행에게 다가와 재롱이 한창이다. 물론 그걸 보고 묶인 놈은 더 크게 짖고 있지만. 묶인 큰 놈 옆을 지나며, 앞서가는 일행을 보니, 임도로 올라가는 팀과 왼쪽 철책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두 팀으로 나눠진다. 당연히 임도에서 벗어나, 왼쪽 능선으로 가자, 다시 임도와 만나고, 두 번째 철책 문이다. 거기서 또, 한 팀은 철책 문을 열고, 임도로 가고, 다른 팀은 계속 능선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철책 문을 열고 임도로 가는 팀의 선두가, 선배 산꾼이라,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임도로 100여 미터를 가더니, 갑자기 멈춰서 핸드폰을 본다. 해서 역시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봤다. 두 개 앱 모두 승대산까지 등산로가 없다. 진정한 오지다!
임도로 가면 안 된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오지에서는 일상 사인 오른쪽 급경사 벌목지대로 능선을 향해 치고 올라갔다. 그러자, 같이 가던 여성 산꾼이 '운봉님과 같이 가면, 꼭 길을 만들며 간다!'라고, 투덜거린다. 이번에는 내 잘못이 아닌데?! 어쨌든 길을 만들며, 올라, 9시 18분경 능선 등산로에 도착했다. 물론 등산 앱 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결과적으로 10분가량 알바를 했다. 그런데, 앱 지도에 등산로가 표시되지 않는 오지답게, 급경사 등산로에 낙엽이 쌓이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려, 미끄러워 전진이 힘들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이번 겨울 처음 꺼내 보는 아이젠이다. 그런데,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여전히 미끄러워, 별수 없이 등산지팡이도 꺼냈다. 애초 등산지팡이와 뜨거운 물이 든 보온병은 버스에 두고 오려다가, 혹시나 해서 들고 왔는데, 정확한 판단이었다.
양손에는 등산지팡이, 발에는 아이젠 거칠 게 없다. 평소 등산지팡이를 사용하지 않는 게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거 때문인데, 역시다. 해서 앞서가는 대부분 일행을 추월하며 가자, 9시 38분 앱이 승대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9시 43분경 대전 '산나그네'가 만들어 정상 나무에 달아놓은 명패가 정상석을 대신하는 승대산에 도착했다. 그런데, 명패에 의하면 높이가 440m가 아니라, 567m로 알고 있는 것보다 127m가 더 높다. 어쨌든 앱이 승대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 위치에서부터 정상까지 5분이 걸렸다. 그럼, 10m/m 속도?! 정상에는 인솔 대장이 더위를 참지 못해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인증을 남기고 막 떠난다. 해서 대장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인증을 남긴 후 나 또한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고, 배낭을 둘러메고, 승대산 정상을 떠나, 다음 목표인 원통산을 향해 갔다. 그런데, 567m에 불과한 높이고, 낙엽 져 앙상하나, 울창한 숲에 가려 주위에 보이는 게 없어, 찍을 것도 없다. 고로 앞만 보고 가다 보니, 저 앞 앙상한 가지 사이로 쌍봉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왼쪽의 조금 더 높은 봉우리가 원통산으로 생각돼, 비록 원하는 그림은 아니나,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뒤도 같은 환경으로, 국망산과 좀 전 인증을 남겼던 승대산이다. 물론 그것도 기록했다. 이후 다시 앞만 보고 가는데, 앞서가던 일행이 어떤 바위 앞에 멈춰 사진을 찍는 게 보여, 그걸 지켜봤다. 이후 그들이 떠난 후 그 바위를 유심히 살폈으나, 특이점을 찾지는 못했다. 그저, 큰 바위 위에 비슷한 크기의 바위 놓인 형상으로, 어느 산을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바윈가?
10시 30분 윤형 철조망으로 무단 침입을 막는, 오른쪽 골프장을 구경하며 가자, 저 앞에 안내문이 있다. 뭔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골프장 주인장의 경고문으로, 살벌하다! 그런데, 그 경고문에서부터 이번 산행에선 처음 보는 암릉이 시작된다. 그 암릉으로 올라가며 혹시, 조망이 트이지 않을지 기대했지만, 역시 산이 낮아, 보이는 건 소나무뿐이다. 물론 그 사이로 국망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암릉으로 올라 암봉을 넘자, 송전탑이 앞을 막고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송전탑 아래로 지나며 앞을 보니, 쌍봉이다. 왼쪽이 원통산일 확률이 높아, 역시 방해물이 많지만, 무시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송전탑을 통과하자 이번 산행, 처음 보는 이정표로 질마재다! 원통산까지 남은 거리는 0.8km, 좌회전은 오갑교다.
567m 높이의 승대산을 440m로 알고 있었으니, 530m대로 알고 있는 원통산 높이 또한 오류가 있을 거다. 정확히는 모르나, 승대산보다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고로 질마재에서 원통산까지의 800m는 이번 산행 최고의 된비알일 확률이 높다. 예상대로, 100여 미터를 가자, 밧줄이다. 사진을 찍으며 노닥거릴 수 있는 암릉이 아니다. 급경사, 눈 쌓인 좁은 암릉으로 위로 가야 해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당연히 좌우는 낭떠러지다. 그러다가 조금 쉴만한 곳이 있어,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역시 보이는 건 소나무뿐이나, 그나마 아래와는 달리 국망산과 보련산의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0시 56분 쌍봉 중 오른쪽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거기서 좌회전해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가자, 11시 4분 앱이 원통산 근처라고 알려줘, 그때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울창한 관목지대를 지나자, 저 앞에 정자가 보인다. 질마재 이정표, 암릉에 설치된 밧줄, 그리고 정상의 쉼터 겸 전망대 정자, 승대산과는 판이한 환경이라 놀랐다. 11시 7분 정상에 도착해 보니, 앞선 두 명의 일행이 인증을 남기거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해서 먼저, 정상석과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이후 원통정(圓通亭)이라는 이름의 정자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고 파노라마로 남겼다.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산주가 기다리는 오향기사식당으로 가기 위해 정상에 있는 이정표를 확인했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영산1리'는 안 보이고, 인솔 대장이 나눠준 인쇄물에는 없는 지명만 즐비할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가장 짧은 직진하는 '월정리'로 가고 싶지만, 산악회 리본 등 분위기로 봐서는 우회전하는 '사곡리', '신댓말'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거 산행기를 토대로, 만든 아니, 베낀 계획이라, 지명이 하나도 안 맞는다. 애초 인솔 대장에게 의지한 산행이 아니니, 따질 것도 없어, 바로 우회전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다가, 스틱 쥔 손이 시려 장갑을 꺼내려고 보니, 오른쪽이 없다. 중간 어디에선가 빠졌다. 정상 부근에서 인증은 남기다가, 빠진 거 같아, 재빨리 정상으로 돌아가서 찾아봤으나, 없다. 원통산신이 가져갔다. 이왕 가져가는 둘 다 가져가지, 오른쪽만 가져가는 건 뭔지. 아지트에 외롭게 홀로 있는 장갑의 짝을 맞춰주라는 계시?
국망산행이 끝나고, 그 산꾼을 버스에 태우고, 음성으로 오는 코스라면, 하산주 마시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 급할 건 없으나, 그래도, 세상일이란 게 모르는 거라, 일단 12시 날머리 도착으로 목표를 잡고 산행을 시작했다. 해서 그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 11시 16분 장군바위 1.05km 이정표를 지나며 보니, 삼거리로 약수터가 0.4km 아래에 있다. 왕복이라면 다녀오는 것도 고려해 보겠지만, 편도라면 포기라 그냥 장군바위를 향해 갔다. 왕복 500m 이상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는 게 산행 원칙이다. 그리고, 11시 20분 직진해도 헬기장, 좌회전해도 헬기장 삼거리에 도착해 볼 것도 없이 좌회전했다. 직진은 봉우리를 넘고, 좌회전은 우회한다. 거리도 1.5km로 같다. 예상대로 300m가량 가자, 봉우리를 넘은 길과 합류한다. 그런데, 코스 소개에는 없으나, 우회한 봉우리가 ‘상봉’이다. 그런 식으로 거의 모든 봉우리, 바위에 음성군에서 이름을 붙였다.
11시 25분 신선봉을 지나고, 거기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신선의자를 발견했으나, 눈이 쌓여 있어 신선놀음하는 건 포기했다. 그리고 1분 후 병풍바위를 지나고, 그 바로 옆 토끼바위가 있다는 글을 보고 주변을 다 둘러봤으나, 토끼는 찾지 못했다. 삵이 잡아먹었나? 11시 30분 나무에 무언가 매달린 게 있어 자세히 보니, 빗자루다. 그리고 의자에는 아령도 있고, 바닥의 눈을 누군가 치웠다. 작은 체육공원이다. 그럼, 인가가 멀지 않다는 거라, 신이 나서 길을 재촉하자, 이번에는 소망바위, 사랑바위다. 소망과 사랑인 이유가 궁금해, 가서 확인했다. 억지로 설명하자면, 안 되는 건 아니나,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자신은 없다! 그런데, 사랑바위에서 앞 봉우리를 통과하는 등산로는 우회하는 것과 직진하는 게 둘이다. 이정표로 봐서는 우회하는 게 정규 코스다. 어디로 갈지 잠깐 망설이다가 지자체에서 시키는 대로 우회했다.
왼쪽에 이름 모를 봉우리를 두고, 정규 탐방로로 고개를 돌자, 갑자기 길이 임도 수준으로 넓어진다. 그리고 왼쪽의 암벽은 도로를 내기 위해 바위를 깬 흔적이다. 암벽 구간을 지나, 5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 입구 삼거리다. 직진은 그 유명한 헬기장, 왼쪽은 예상대로 암봉을 넘는 등산로다. 이정표에 의하면 사랑바위도 좌회전이다. 반대쪽에서는 우회전! 맞다. 직진하면 사랑바위를 지나친다. 그래봐야 사랑바위를 다녀오는데, 왕복 2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11시 42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지 체육공원처럼 꾸며진, 헬기장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보이는 알 수 없는 산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다시 이정표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영산리마을 입구, 1.6km'다. 그리고, 등산로는 앞의 암봉과 같이, 봉우리를 넘는 등산로와 우회하는 임도다. 여유가 있으면, 봉우리를 넘겠지만, 시간이 부족해 우회하는 임도로 갔다.
우회 임도로 150m가량을 가자 오른쪽 능선에서 임도가 내려와 합류한다. 그리고 그 위에 이정표가 있어 내용이 뭔지 올라가다가, 중간에서 돌아내려 왔다. 내가 있는 방향으로 '영신·우일고개'라는 방향 지시다. 즉, 헬기장에서 직진한 등산로가 저기서 다시 임도로 내려오는 거다. 그런데, 최근에 세운 거로 보이는 아래의 이정표에는 영산리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직진이 '잿말 입구, 1.54km'다. 다른 길이 없으니. 일단 잿말 입구를 향해, 940m를 가자, 이정표 앞에서 무언가를 점심을 먹은 정리하고 있는 일행이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 의하면, 영산리는 여기서 좌회전해 아래로 0.6km 내려가면 된다. 다 왔다. 그런데, 임도는 계속 이어진다. 해서 지도를 확인했다. 식당은 영산리로 내려가지 않고, 임도로 계속 가는 게, 가깝고 빠르다. 해서 영산리를 버리고 직진했다. 그걸 보고 놀라는 일행에게, 날머리는 거기서 내려가야 하고, 난 식당으로 가는 거라고 설명해야 했다.
영산리를 버렸으니, 식당에 12시 30분까지 도착으로 목표도 변경했다. 그리고 가다 보니, 선배 산꾼이 콜택시 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선배가 콜택시를 부를 상황이면, 인솔 대장이 원통산 멤버를 먼저 수거하고, 국망산 멤버를 나중에 수거한다는 의미다. 아니, 일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야! 해서 지금 식당으로 걸어가는 중으로 12시 반경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계속 가자, 아래로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임도는 그 공장 뒤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임도에 나무를 심어 등산객이 다닐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것도 가시나무와 도둑풀이라 통과하는 게, 지랄이다. 물론 여기저기 방해물도 많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걸 뚫고 내려가다, 빙판에 미끄러져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 손이 빨라, 얼굴을 처박는 일은 없다. 그렇게 고생하고 내려가, 12시 11분 '거암코아'라는 회사의 포장 진입로에 내려서, 한숨 돌렸다.
사실상 산행은 진입로에 도착하는 순간 끝났다. 이제는 앞에 보이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식당까지 가면 된다. 해서 걷는데 방해만 되는 아이젠을 벗고, 스틱도 분해했다. 그런데, 파우치에 넣기에는 너무 더러워, 손에 들고, 우회전해 식당으로 향하며,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찾았는데, 없다. 아까 앞으로 고꾸라질 때 튀어 나간 거다. 물론 난 그걸 몰랐고, 결국, 이번 산행으로 장갑 한 짝, 삼각대를 원통산신이 가져갔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빠르게 포기하고 식당을 향해 평소 도로를 걷는 속도인 5.4km/h 정도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차량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택시다! 예상대로 선배 산꾼과 여성 산꾼이 타고 있다. 당연히 그 택시의 빈자리에 탔다. 그리고 12시 19분경 오향리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가 '감곡반점'에 내릴 건지 물어, '오향기사님식당'이라고 하자, 잘 모른다. 해서 이 근방이라고 하고, 차 안에서 둘러보니, 중국집 옆에 있어, 바로 내렸다. 고로 택시 기사가 모르는 거로 봐서, 기사 식당은 맛집이 아니고, 중국집은 맛집이다.
3
아이젠과 등산지팡이를 들고 택시에서 내리며, 식당을 보니, 불이 꺼져 있다. 깜짝 놀라, 가까이 다가가 보니, 20일부터 24일까지 휴무다. 선배 산꾼의 얘기에 따르면, 전화 통화 시 영업한다며, 택시 번호까지 알려줬다는데, 갑자기 휴무라니, 어이가 없다. 혹시 사고? 해서, 택시 기사가 얘기한 중국집으로 갔다. 그런데,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여기 또한 영업을 안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가자 100여 석이 넘는 식당이 거의 만원이다. 그리고 다들 짬뽕을 먹고 있다. 고로 이 동네 짬뽕 맛집이다. 해서 선배 산꾼에게 같은 걸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고, 아이젠과 등산지팡이를 들고 화장실로 가, 깨끗이 씻은 후 각자의 집에 넣었다.
아이젠과 등산지팡이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 배낭에 넣은 자리에 앉자, 선배가 맥주잔에 이슬이를 따라줘, 양파를 안주로 한잔했다. 그리고 짬뽕 맛집답게 바로 나온 짬뽕을 안주로 인솔 대장을 성토하며, 둘이 이슬이 4병을 마셨다. 같이 온 여성 산꾼은 술을 못 마셔, 맥주 한잔만 하고. 그리고 한 병 더 마시려는데, 버스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 눈물을 머금고, 식당에서 나와 버스로 갔다. 당연히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양재로 승객이 내리고 있다. 나 또한 여기서 내리는 게 좋으나, 그러기에는 늦어, 어쩔 수 없이, 4시 44분경 신사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나, 구산역에 쓰러진 노인네와 그 옆에서 어딘가로 연락하는 청춘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가, 5시 45분경 도착했다. 그럼, 신사역에서 집까지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는 건데, 어디서 지체했을까?
선배 산꾼의 제안대로, 처음 계획과는 반대인 '둔터고개 → 승대산 → 질마재 → 원통산 → 쪼갠바위 → 삼형제바위 → 장군바위 → 헬기장 → 임도 → 거암코아'의 9.7km(램블러) 코스를 3시간 10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7분, 휴식 3분!
잘 조성된 등산로가 있는 원통산과는 달리, 등산 앱 지도에도 등산로 표시가 없는 승대산은 오지 중 오지임이 틀림없다.
567m에 불과한 높이와 울창한 숲에 가려 조망이 트이지 않아, 원통산 정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저 앞만 보고 가는 산행이다.
올겨울 처음으로 아이젠과 등산지팡이를 사용한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