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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시낭송예술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혜정(나팔꽃)
제2회 김소엽시낭송대회(7월30일접수마감/본선 9.7일)
1. 참가 대상: 대한민국 국적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누구나(대상수상자도 허용)
2. 예선 접수: 2024.05.08.~07.30.(예선통과자 25명 발표 2024.08.09.)
홈페이지 공고 김소엽 지정시 25편 중 택1, 낭송녹음 파일을 참가신청서, 낭송시
원문과 함께 이메일로 접수 (saemteonews@naver.com) / 참가비 3만원
3. 본선: 2024.09.07 (오전 11:30 시작)
서울 중랑문화원 4층 소공연장
배음 사용 필수. 예선 통과 시로 본선 경연
4. 상금
대상(1명) 200만원 / 금상(1명) 100만원 / 은상(5명) 30만원 /
동상(8명) 10만원 / 장려상(10명) 상장 /
2024 김소엽전국시낭송대회 참가신청서
성 명 | 생년월일 | ||||
현주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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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 전 화 | ||||
시제목 | ◉ 낭송시(원문) 작가명 : 제 목 : 원 문 : 별첨 출전 표시 : ※낭송할 시詩는 별도 작성한 원문을 메일 접수 시 첨부(별첨 견본 참조) (시 제목/ 시인 이름/ 낭송가 이름/ 시 원문/ 출처(출전)를 명기할 것) | ||||
위와 같이 2024년도 김소엽전국시낭송경연대회에 참가를 신청합니다. 위 개인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합니다. 2024년 월 일 위 신청인(동의인) 홍 길 동 (서명) SM샘문그룹, HK한국문학 이사장 귀중 |
[별첨: 시 원문] 파일명: 홍길동, 서울시, 가을 들녘, 김소엽. hwp.
2024년 제2회 김소엽시낭송대회(지정시 25편)
1.가을 들녘 / 김소엽
가을이 되면
가지 위에서 대지의 품으로
미련 없이 떠나가는
낙엽의 순리를 배우리
아름다운 결실을 위해
여름날 뜨거웠던 태양의 쓰라림도
긴 외로움의 어둠도
아픈 배리(背理)의 찬 서리도
숭고한 성숙을 위해
눈물의 기도로
아름다운 채색으로 물들인
단풍처럼,
떠나갈 날을 위하여
이 순간을
당신의 말씀과 보혈로 물들이리
낙엽은
떨어짐조차 아름답지 아니한가?
가을의 조락 앞에
모든 것 다 바치고
빈 들녘처럼 누워 있나니
신이여
이 허막의 공간에
당신의 종소리로 울리소서
당신의 겸허로 넉넉히 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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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갈대/ 김소엽
우리가 탄 버스는
오솔길로 들어섰네
잡초들이 우거진 사이로
길을 내며 들어섰네
그런데 그것은 길이 아니었지
할머니 할아버지
머리 풀고 서걱이다
은빛 갈대숲이 된 아버지!
길을 찿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낮달처럼 떠 있는
생의 중반에
그래도 길은 어디에 있겠거니
뜻이 있으면
길은 아무데고 있는 법이라고
아버지 말씀이
투명히도 햇빛 가루로 쏟아지는
강나루에서
다시금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기름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해는 뉘엿뉘엿
강물은 무심히 흐르고 흘러
다시금 길을 찾다가 어느 날
언 듯 물에 비친 제 모습도
은빛 머리 풀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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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겨울나무4 / 김소엽
수천 개의 이파리를 상실한
가지의 아픔을
일 년 내내 인고의 세월 응축시켜
맺은 열매와의 이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투박한 가지로 우뚝 서서
하늘을 향해 두 손 높이 들고
오직 기도하는 네 모습
통곡하지도 않고
억울하다 하소연도 하지 않고
다만,그렇게 조용히 서서 뜬 눈으로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너는
경건한 성 프란시스코
우리들은 무엇인가
작은 손실에도 잠 못 이루고
큰 노고 없이 이루어 낸
작은 결실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이 집착하고 있는가?
겨울나무 시커먼 가지 속에 감추어진
수천 개의 이파리들과 열매들
이파리 속에 감추어진 나무의 푸른 눈물과
열매 속에 담겨진 인고의 시간을
아,나는 겨울나무 속에서 보았네
인생의 겨울 길목에서
나는 겨울나무를 생각하네
담담히 서서 기도하는 겨울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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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김소엽
우리네 인생길이
팍팍한 사막 길 같아도
그 광야길 위에도 찬란한 별은 뜨나니
그대여,
인생이 고달프다고 말하지 말라
잎새가 가시가 되기까지
온몸을 오그려 수분을 보존하여
생존하고 있는 저 사막의 가시나무처럼
삶이 아무리 구겨지고 인생이 기구해도
삶은 위대하고 인생은 경이로운 것이거니
그대여,
삶이 비참하다고도 말하지 말라
내가 외롭고 아프고 슬플 때
그대의 따뜻한 눈빛 한 올이 별이 되고
그대의 다정한 미소 한 자락이 꽃이 되고
그대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이슬 되어
내 인생길을 적셔주고 가꾸어 준
그대여.
이제 마지막 종착역도 얼마 남지 않았거니
서럽고 아프고 쓰라렸던 기억일랑
다 저 모래바람에 날려 보내고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만을
찬란한 별로 띄우자
그대가 나의 소중한 별이 되어 준 것처럼
나도 그대의 소중한 별이 되어 주마
이 세상 어딘가에 그대가 살아 있어
나와 함께 이 땅에서 호흡하고 있는
그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고맙고 행복하나니
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
그대는 나의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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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
꽃이 그냥 스스로 피어난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듯이
꽃이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벌과 나비가 있어야 하듯이
꽃의 향기가 저절로 멀리까지 퍼진 것은 아닙니다
꽃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있어야 하듯이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기도로 길을 내어 주고
눈물로 길을 닦아 준 귀한 분들 은덕입니다
내가 잘나서 내가 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 주시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
보이지 않는 그분의 섭리와 은혜가 있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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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모래 한 알/ 김소엽
모래알에는 시간이 들어있다
한 알 한 알 시간의 파편들
온갖 우주의 신비로운 조각들
모래알에는 바람의 자국과
달빛의 흐느낌과
햇빛의 강렬한 발자국과
파도 소리와 물고기들의 울음소리까지도
모두 녹음되어 있다
모래알에는 나의 애통과 흐느낌
인류의 역사가 말없이 적혀있다
모래알 한 알에서도
우주와 역사를 보나니
한 알 모래알의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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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물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김소엽
가장 부드러운 물이
제 몸을 부수어
바위를 뚫고 물길을 내듯이
당신의 사랑으로
나의 단단한 고집과 편견을 깨트려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성령의 물이 출렁이어
갈한 영혼을 촉촉이 젖게 하시고
상한 심령에 생수를 뿌리게 하시어
시든 생기를 깨어나게 하는
생명의 수로가 될 수는 없을까!
물처럼 낮은 곳만 골라 흘러도
넓고 넓은 바다에 이르듯이
겸손히 낮은 곳만 찾아 살아가도
영원한 당신 품에 이르게 하시고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오늘도 내일도 쉼 없이
나의 갈 길 다 달려가면은
마침내 구원의 바다에 다다를 것을 믿으며
물처럼 내 모양 주장하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시는 모양대로
뜻하시는 그릇에 담기기를 소원하는
유순한 순종의 물처럼 살 수는 없을까!
그늘지고 외로운 곳 닿는 자리마다
더러운 떼는 씻어주고
아픈 곳은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머무르지 않고도 사랑해 주는 냉철함과
장애물을 만나서는 절대로 다투지 않으면서
휘돌아 나가는 슬기로움과
폭풍우를 만나서도
슬피 울며 한탄하는 대신에
밑바닥까지 뒤집어
나도 모를 생의 찌꺼기까지 퍼올려
인생을 정화 시키는 방법을 깨달을 수는 없을까!
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면서도
나를 조금씩은 나누어
땅속에 스며들게 하여
이름 모를 들풀들을 자라게 하고
나를 조금씩은 증발케도 하여
아름다운 구름으로 노닐다가
나의 소멸이
훗날,단비로 내려져서
싱싱한 생명나무를 기를 수는 없을까!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우리 모두
물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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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바다에 뜬 별/ 김소엽
부서져야 하리
더 많이
부서져야 하리
이생의 욕심이 하얗게
소금이 될 때까지
무너져야 하리
더 많이
무너져야 하리
억만 번 부딪쳐
푸른 상처로
질펀히 드러눕기까지
깨어져야 하리
더 많이
깨지고 또 깨어져
자아와 교만과 아집이
하얀 물보라가 될 때까지
씻겨져야 하리
더 많이
씻기고 또 씻겨
제 몸 속살까지
하늘에 비춰야 하리
그래서 비로소
조용해 지리
슬픔도 괴로움도
씻기고 부서져
맑고 깊은 바다 되리
그 영혼의 바다에
맑고 고운
사랑의 별 하나
뜨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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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바람의 노래11/김소엽
-바람은 누워서 운다
바람은 수평으로
누워서 운다
바람은 쉬지 않고
떠나야 산다
만남을 하는 순간
떠나야 하는
바람의 운명
하여 서 있지도 못하고
바람은 수평으로
누워서 운다
머물기를 원한다면
죽어야 하는
끝내는 목숨 걸고
사랑해야 하는
바람의 운명
만날 수 없어
떠나지 못하고
머물지 못하여
만날 수도 없어
서서 울지도 못하는
내 사랑아
한 번 타 버릴 사랑이라면
차라리 바람이기를
바람 같은 사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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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사막에서7 / 김소엽
-생텍쥐페리를 생각하며
길이 없어진 것을 보고 사막인 줄 알았네
맨발에 닿는 모래의 촉감은 부드럽고 따뜻하네
모래밭은 걸으며 나는 다시 카프카를 생각하네
베일에 가려진 성(城)을 찾아 헤매지만
안개에 쌓인 성(城)은 신기루 같아서 가보면 없어지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모래 바다 저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생텍쥐페리를 생각하네
왜 그는 길 없는 사막을 좋아하며 하늘을 좋아했을까
생명의 경계선에서 그가 애타게 찾았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한 송이 장미를 찾기 위해 모래밭을 걷고 또 걸었네
사막의 밤은 깊어 가는데 하나씩 둘씩 나타난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드디어는 사막 아주 가까이 떠서
숨겨진 모래 한 알 한 알을 비추며
감추어진 아픔까지를 어루만질 때
별들은 사막에서 내려와 모래와 하나가 되네
그래서 사막의 밤은 찬란하고 아름다운가!
물주고 정성껏 길들여온 한 송이의 장미를
만나기 위해 혹성을 떠돌다 온 어린 왕자를 찾아
오늘도 나는 발이 부르트게 모래밭 걷고 있네
사막이 좋아 사막으로 돌아가 모래가 된
생텍쥐페리의 영혼을 한 줌 움켜쥐고 나는 걸었네
언젠가 나도 한 알의 모래로 남을 것을 생각하며
길 없는 사막에서 나는 길을 찾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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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사막에서9/ 김소엽
사막에 와서 나는 모든 애증을 풀어 회개한다
뒤돌아보면 회개할 일뿐이었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그때에는 한 치도 들지 않았다
나는 사막에 와서 나의 잘못을 모래알처럼 낱낱이 짚어보았다
바위가 모래가 될 만큼 산화될 시간이 필요했던 게야
시간은 나의 거울이다! 조그만 잘못까지도 낱낱이 비추는 내 살 속 거울이다
거울은 내 실핏줄 속까지도 다 비추며 말했다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저 우주의 거대한 생성과 소멸의 몇억 광년
광대무변 세월 속에서 풍화된 사랑과 우주 만물의 법칙과
진리의 엄청난 이치를 보면서 너와 나의 남루와 허물과
한때 불타던 사랑과 증오와 원망까지도 은하에 풀어 헤우고
마알간 새악시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볼연지 같은
사랑이나 미움까지도 한낱 한 움큼의 바람만큼도 안 되는 그 연유로
무얼 그리 오랜 가슴앓이란 말이냐!
사막에 와서 보아라, 저 우주의 신비한 별빛과 수 수천억 광년 시간을 셀 수도 없는 그 영원 사이에 너와 내가 별 한 번 반짝할 사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사막에 와서 회개하며 눈물로 저 별과의 화해를,
화해해서 몇억 광년 뒤에나 새롭게 태어날 사랑을 위해서
우리는 오늘 손을 잡자 은하를 건너 하늘에서 지구까지 내려온
별과의 악수를 노래해다오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울려다오!
오늘 밤은 은하의 강에 눈물로 배를 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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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막에서13 / 김소엽
인생의 길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사막에 와보라
사막은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져
바람길이 열리고
오로라의 유혹도
지상의 높이 걸린 꿈처럼
꿈길과도 통하는 길이
사막에 있으니
길을 잃은 자는 사막에 와서
길을 찾아보라
모든 것을 버리고
이생의 모든 유정함도 깨끗이 씻어 내면
별은 더욱 찬란히 뜨고
눈을 감아 버리면
심도(心道)를 따라
지구 위에 실핏줄처럼
길이 열려질 것이니
눈을 감고 사막에 누워 보라
저 별빛 반짝이는 그곳까지도
공도(空道)로 열려질 것이니
인생의 길이 막힌 사람은
사막에 와서 길을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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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불타는 단풍 / 김소엽
당신이 원하시면
여름날 자랑스러웠던 오만의
푸르른 색깔과
무성했던 허욕의 이파리들도
이제는 버리게 하소서
혈육의 가지를 떠나
빈 몸으로
당신 발아래 엎드려
허망의 추억까지도
당신께 드리오리니
당신의 보혈로 물들여 주소서
바람이 건듯 불며
당신의 음향으로
내 젖은 영혼이 떨게 하시고
노을이 잦아들면
육신은 더욱 고운 당신 빛으로
황홀한 색채를 띠게 하소서
푸르른 나는 가버리고
내 안에 당신이 뜨겁게 살아서
나는 죽어도 영원히 살아있게 하시고
머언 훗날
어느 순결한 신부의
일기장 속에 연서로 남아
당신의 사랑으로 물드는
한 장 불타는
단풍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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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서울역에서 /김소엽
오늘도 나는 서울역에서
수없는 이별과 만남의 축복에 싸여
슬픔과 기쁨의 눈물 흘리며
인생을 배우나니
가야 할 사람 가고
남아 있을 사람 남아 있어
가고 오는 인생을 누가 탓하랴
모든 것이 삶의 순리인 것을
우리도 머지않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 건너
종착역에 닿으리니
잠시 함께 여행하는 동안
동행하는 너와의 인연
이 얼마나 기막히게 소중한가?
나의 친구,나의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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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아버지를 그리며 / 김소엽
대학 3학년 때였던가!
영동포도가 맛있다며
포도를 좋아하는 나를 찾아
대전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에 오시어
무작정 이대 정문 앞에서
하교하는 여학생 하나하나를 더듬으시며
영동포도 대바구니를 들고 서 계셨던 아버지
도서관 대학생 별칭이 붙어 있던 내가
그날따라 아버지와 텔레파시가 통했던지 일찌감치
늦가을 저녁 햇살을 받으며 정문 앞을 나오다가
주름살 가득 지으시며 반기시던 아버지 모습
달콤한 포도즙과 함께 포도알 쪽 빨아 먹고
배앝아 놓은 짙은 자주색 쭈글쭈글해진 포도 껍데기
정신없이 먹어 치우는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 주름진 눈꺼풀이 포도 껍데기처럼
수북이 쌓이고 또 쌓여갈 때
아버지 나이를 훌쩍 넘어 갑년의 나이 넘기고
나의 딸내미가 싱싱한 푸른 포도알,쏙 빼먹고
포도 껍데기 퇘퇘 배앝아 놓을 때
나는 포도 껍데기 헤치고 나와
아버지 생각으로 가슴 저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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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어머니를 그리며 / 김소엽
어느 날, 내가 입은 옷소매 밖으로
어머니 손이 나와 있었다
깜짝 놀라 다시 쳐다보니
외할머니 손 같기도 한 쭈글쭈글한 손이
내 소매 끝에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 외할머니 모두
떠나신지 반백년도 넘었지만
어머니 외할머니 손이
내 소매 끝에 살고 있었음을
나는 몰랐다
어느 날부터인가
거울 속에 비쳐진 내 모습 속에는
나대신 어머니가 거기 계셨고
설핏 외할머니도 거기 계셨다!
혹여 잘 못 본 것은 아닐까!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영락없는 어머니 외할머니까지
거울 속에 살고 계셨다
세월은 거울 속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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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오늘을 위한 기도/ 김소엽
잃어버린 것들에
애달파하지 아니하며
살아있는 것들에
연연해하지 아니하며
살아가는 일에
탐욕하지 아니하며
나의 나됨을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내 안에 살아 있는
오늘이 되게 하소서
가난해도
비굴하지 아니하며
부유해도
오만하지 아니하며
모두가 나를 떠나도
외로워하지 아니하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통해 하지 아니하며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해도
절망하지 아니하며
우리 이렇게 예수 믿고 구원받아
오늘 함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오늘 하루 되게 하소서
누더기를 걸쳐도
디오게네스처럼 당당하며
가진 것 다 잃고도
욥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며
천하를 얻고도
다윗처럼 겸손히 엎드려 회개할 줄 아는
넓고 큰 폭의 인간으로
넉넉히 사랑 나누며
이웃과 더불어
오늘 하루
감사와 기쁨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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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생의 찬가 / 김소엽
지혜 있는 자는 인생의 풍랑을 만났을 때
정면으로 파도를 맞지 않느니
설령 평생 걸려 만든 배가 파산되었어도
신에게 도전하여 항변하기보다는
파도가 남긴 말을 들으려고 애쓰느니
모래 한 알 한 알이 시간의 파편이요
선현들이 남기어 놓은 침묵의 언어이리니
멀찍이 앉아서 새겨들으면 풍랑의 말도 뜻이 있거늘
바람이 분다고 서러워 말라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라
파산되었다고 절망하지 말라
풍랑이 이는 것은 바다를 청소하기 위함이요
바람이 부는 것은 꽃씨를 퍼뜨리기 위함이요
비가 내리는 것은 땅 위의 모든 더러움을 씻기 위한
하늘의 방법이라면 무엇을 걱정하리요!
인생의 풍랑에도 반드시 선한 뜻이 숨어 있으리니
생의 중반에나 혹은 노년에 이르러
무서운 폭풍을 만난다 해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보노라면
파도가 나에게 이르는 말
그 침묵의 언어를 깨닫게 될 날 있으리니
고난이 축복이 되는 인생을 음미하고 살다 보면
삶의 기쁨과 보람도 있으리니
옛 사람들이 그렇게도 살기를 열망하던 미래를 사는 우리는
감격과 설렘으로 성스럽게 오늘 하루를 맞아
선물로 받은 오늘을 감사로 받아 최선을 살자
형제여! 우리 모두 머지않아 흙으로 돌아갈지니
나에게 맡겨주신 청지기의 직분 성실히 마치고
그분 품 안에 평안히 안길 때까지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기나긴 시간의 영원 속에서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 너와 내가
오늘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노래하자
나의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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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자화상1 / 김소엽
외로운 나그네를 태운 낙타 한 마리가
나를 슬프게 쳐다보고 있다
신혼여행에서 였던가
장밋빛 꽃길을 걸었던 것이
장미 넝쿨을 넘어 가시밭길을 걸어
피멍 든 가슴 부여안고
나 여기까지 용케도 살아왔구나
인생은 가도 가도 사막이었어라
혼자서 가는 나그네 길이었어라
그래도 가는 길에서 만난
한 사람이 소중하고
이슬 한 방울이 고맙고
한 줄기 바람이 고맙고
가시 떨기나무조차도 고마웠어라
낙타는 이제 쉬고 싶어라
나를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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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추석명절에2 /김소엽
-알밤과 아버지-
단잠 속을 툭툭 소리 내며
알밤이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아버지는 해 보다 더 먼저 일어나셨다
내려진 이슬에 햇빛이 닿으면
모든 열매들 보석을 달고
알알이 영글어 가는 새벽
이슬을 헤치고 뒷산에 올라
아버지는 떨어져 누운 밤송이를 가르며
양옆의 빈 껍질 사이로
통통하게 살진 알밤 한 알을 뽑아내셨다
“가운데 한 알이 큰 알밤이 되기 위해서는
양옆의 놈이 이렇게 쭈그러진 껍질만 남는 겨”
잘생긴 알밤만 골라
아버지는 차례상에 올릴 밤을 치고 계시고
어머니는 부엌일에 바쁘시고
철없는 나는 둥근 달 속 토끼가 되어
떡방아를 찧고 송편을 만들었지
세월을 건너 내가 아버지 나이 되어
뒤뜰 감나무처럼 주렁주렁 새끼들 달고
고향집 찾았으나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나는 알밤이 되어 뽑혀 나와 추모예배를 드리는데
제사상 위 빈 껍질로 버려져 누워있는 아버지!
아버지 주름진 얼굴이
화안하게 보름달로 떠오르면
새끼들 왁자지껄한 웃음 사이로
그때 베껴졌던 밤송이 껍질 하나가
내 가슴을 아리게 쓸어내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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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펜대를 타고 흐르는 바람/김소엽
내 펜대에는 작은 구멍이 피리처럼 나있다
펜대를 타고 흐르는 바람이
펜촉에 내려와 칼날처럼 번뜩인다
지구 위에 수없이 나서 죽은 인류의
들숨과 날숨이 들어 있는
바람은 생명이다
그 생명으로 시를 쓴다
만세 전 지구가 태어날 때부터
나의 탄생은 예고되었나니
그때부터 불던 바람이
나의 출생과 더불어
강물에 앉은 달빛처럼 출렁이더니
내가 띄운 종이배와 함께
흐르고 흘러 이 세상 몇 바퀴나 돌았을까
내 작은 꿈이 난파되어
재갈매기처럼 꺼이꺼이 울며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금 내 펜대를 타고 흐르는 것은
펜촉에 매어 달린 저 눈물겨운 활자들이
숨죽여 우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우주의 정처 없는 에트랑제가 된다
어느 삶인들 고단하지 않은 삶이 있으랴
어느 인생인들 슬프지 않은 인생 있으랴
어느 인생길인들 나그넷길 아닌 곳 있으랴
나 남루하여 가진 것 아무것 없어도
펜대 한 자루 피리처럼 간직하고
천년 학처럼 고단한 삶과 슬픈 인생을 노래할지니
노래바람 되어 우주를 돌고 돌아 또다시
만고에 태어날 누구의 펜대를 울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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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하나님은 울고 계시네/ 김소엽
이 시대에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 있는가?
이 시대에
바알 우상과 싸우는
이 시대에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모스는 어디 있는가?
밤에는 붉은 십자가
땅 위에 떨어진 별처럼 많지만
사자굴에 들어갈
다니엘은 어디 있는가?
에레미아의 통곡소리
사막의 고벨화를 적시고
삼천리강산
진달래 꽃송이
빨갛게 울음으로 물들인다 해도
누가 이 시대를 진정 아파하랴!
깨어 일어나라
하나님의 자녀들아
하나님이 울고 계시는데
아버지가 울고 계시는데
닭이 울기도 전에
수없이 변절하는 것들아
깨어 일어나라
곧 새벽이 밝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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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향기(香氣)를 위하여/김소엽
향기는
요란을 피우지 않는다
다만
바람의 등을 타고
살며시 날아갈 뿐이다
향기가 지나는 곳마다
메마른 가슴에
꽃을 피우고 싶다
꽃의 영혼인
향기는
살아있는 동안
그 진액을 퍼 올리고
일생 사랑의 헌사(獻士)가 되어
그대가 외롭고 지쳐있을 때
형체도 없이 그대 곁에 다가와
그대를 위로하고
말없이 떠날 뿐이다
꽃의 소망은
향기로 남는 것뿐이다
내가 이렇게 덧없이 시들어가도
슬프지 않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으나
한 자락 향기로 떠돌다가
그대 가슴 서글퍼지는 황혼녘에
어느 날 문득 그대 입가에 앳돤 미소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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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독도에서 살으리 살으리랏다 /김소엽
살으리 살으리랏다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꽃들과 아름답게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괭이밥 고추나물 은조롱 달뿌리풀 애기기린초
까마중 바위수국 구절초 강아지풀
술파랭이꽃 민들레 방가지똥
참나리 박주가리 큰졸방제비꽃
조선의 맥박으로 자라는
우리나라 예쁜 꽃들과
살으리 살으리랏다
내 고향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살으리 살으리랏다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신라 지증왕13년 나라 위해 몸 바친
용감한 두 형제가 펄펄 끓는 애국 충정 동해로 가더니
울릉도 동남쪽92킬로 그 자리에 돌이 되어서
하나는 동에 하나는 서에 은밀히 물밑으로 손잡고서
올망졸망 서른 여섯 자손을 거느리고
파도와 맞서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우리나라 막내둥이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1의37,우산국의 군도(群島)되어
석도(石島)가 되어버린 너 독도(獨島)여!
우리의 천오백 년 핏줄이여!
살으리 살으리랏다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애국충절 천오백 년 노래하며 해송되어 살으리랏다
나무들과 변함없이 삼천리반도 강산
독도에서 이 나라 지키며 살으리 살으리랏다
섬참새 직박구리 동박새 진홍가슴 알락할미새
방울새 황조롱이 재갈매기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우리나라 새들도 독도를 지키느니
파도가 몰아쳐도 외롭지 않네
역사가 뒤바뀌어도 무섭지 않네
우리의 오천 년 혈육이여!
살으리 살으리랏다 독도에서 살으리랏다
나는 죽어서라도 바위로 굳어져서
조선의 울타리 되어
동해 깊숙히 두 다리 뻗고 든든히 섰나니
누구랴 나를 들어 지구를 옮겨 지도를 바꾸겠느냐
곤충 한 마리까지도 조선을 지키며 밤을 지새우나니
저 풀벌레 소리가 부끄럽지 아니하냐
아 우리나라 땽 귀여운 막내둥이
너 독도여 영원하라
25.자운영꽃/ 김소엽
자운영꽃 피는
고향엘 가보리라
강물엔 별꽃이
은빛으로 출렁이고
밤에는 꽃별이
보라빛으로 출렁이는
석서리에 가보리라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멀어져 갈 때
성큼 다가오는 고향
나이 들수록
옛 마을은 비어있고
사십의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섬
슬픔이 강물처럼
휘감아도
고향으로 흐르는
강물은 반짝이네
석서리에 가면
나는 순하디순한
풀꽃이 되어
하늬바람에 일렁이고
여리디여린 잡풀이 되어
소슬바람에 쓰러져 누어도
내 유년은
보랏빛 자운영 꽃밭에서
아직도 별을 줍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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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서리;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인 충남 논산군 양촌면 석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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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시낭송예술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혜정(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