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과 함께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호두 과수원 주인이 신을 찾아와 간청을 했다.
“저한테 한 번만 1년 날씨를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왜 그러느냐?”
“이유는 묻지 마시고 딱 1년만 천지 일기 조화가
저를 따르도록 해 주십시오.”
하도 간곡히 조르는지라, 신은 호두 과수원 주인에게 1년 날씨를 내주고 말았다.
그래서 1년 동안의 날씨는 호두 과수원 주인
마음대로 되었다.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쨍쨍했고,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바람도 없었다.
천둥도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되어갔다.
이윽고 가을이 왔다.
호두는 대풍년이었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산더미처럼 쌓인 호두 중에서 하나를 집어 깨뜨려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알맹이가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다른 호두도 깨뜨려 보았다.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신을 찾아가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항의하였다.
그러자 신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봐, 시련이 없는 것에는 그렇게 알맹이가
들지 않는 법이라네.
알맹이란, 폭풍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문다네.”
우리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즐겁고 좋은 일만 있다면야 우리
영혼 속에 알맹이가 여물겠는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없겠는까?
시련에 부닥칠 때
호두 알맹이의 교훈을 되새겨 보자.
– 박영하 <책읽고 밑줄긋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