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
I.
하루 스무네 시간
한 달 서른 날
일 년 삼백예순 닷새
살아남아야 한다는
삶이다
스페인 광장 스타디움
별나라로 떠난 지
수세기 지나서도
관객자리를 차지한 혼魂이 앉아
여전히 정벌의 영광을 고함친다
누에보 다리거리에
따가운 햇볕
칼날은 반사광을 업고
허연 거품을 문
숫소를 노린다
백魄은 지구촌을
잊어버렸나 보다
후손들에게 물려준
소 잡는 법을 다시
세기를 다듬느라
땀범벅이 눈을 찌른다
II.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죽음은 삶의 연장이라
죽여야 살지만
투우사가 살아
집중하는 심중이
예리하게 박동칠 때
선뜻 내비치는
냉혹한 잔혹함이여!
용기와 지혜로 겹겹이
검고 붉은 의상에
흥건히 땀이 배고
네가 터뜨리는
트라이엄프 triumph 월계관이다
부르짖는 단말마는
내가 사는 길이라고
어금니 부서져라
외쳐 만백성에게 전하라
피 칠갑한 죽음을
선사한다고
데시벨 높이지 말고
소곤거리는 육성이
더 설득력이 높으니까
목 울대를 열면 위험해
너를 죽이는 까닭이니까
잊힌 잔인한 외마디는
인간의 실체를 현현하는
우를 범할 위험인자
스크린 앞에 관객이 지키고 앉아있으니까
III.
누구나 죽어야 살아난다
죽어야 철이 들고
과부 심정은 죽은 남편
송장이라도 이부자리에
눕혀 놓고 싶다
붕새가 수 억 만리
장천을 날으며 한 말이
죽음으로 희생할 때
다변의 언어는 법을 빌어
만백성 이웃을 억압하는 전제라고 교활한 지혜를 사기라고 전한다
무언은 백성이 너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균형 있는 살림살이에
오소도손 자손 번성하는 태평성대라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경쟁 싸움 전란은
헌 짚새기 썩어버린 망각의 낙엽단풍이요
춘추전국을 끝내는 평민의 민주역사다
영고 동맹 무천의 한마당에
훨훨 춤사위다
화회 춤마당 양반이
상놈을 웃기는 사 캐즘 sarcasm이다
평화를 누린다고 철학자가 쓰지 않겠는가
IV.
너의 희생이 거을음이고
고귀한 희생이라
나라인들 못 구할 손가
너를 투사하는 용기는
심중에 누적된 의식이며
그 제삼의 의식이 성장하여
변용 무의식이라는 빈 상태가
바로 성스런 치허致虛일까
무념무상無念無想이라 할까
고독한 아집이 번제燔祭를
올리는 의식을 치를 때
오른 마른 장작 위에 얹혀있는 시신이 바로 너 자신의
실재實在라고 인정하라
그러면 너를 죽이고
네 생은 소소素素하고 검소하며
살해 욕구를 다스려
타자는 인간 종족 간에도
동식물을 막론하고 싸움하고
지배하기에 길들여져 있으니까
네 몸을 잘 보살펴야 할
당연함은 개체 세대로 이어지며
살뜰하게 친애親愛해야 하지 않겠는가.
2024.07.02
카페 게시글
˚ ─ 등단 시인방
죽음의 실체는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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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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