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일상 18-26, 매일 보성 씨 생일이면 좋겠다
“보성이 생일날에는 좋아하는 치킨이나 먹든지,
아무튼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하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며칠 전, 보성 씨 아버지가 말했다.
11월 7일, 보성 씨 생일이다.
어머니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왔다.
‘보성이 엄마입니다. 보성이에게 말해주세요.
오늘 보성이 생일, 엄마가 축하한다고.
그리고 엄마가 우리 아들 많이 사랑한다고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답장했다.
‘지금 보성 씨와 외출했습니다.
보성 씨가 먹고 싶다는 돈가스 먹으러 와서 음식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 먹고 머리도 다듬고 필요한 것도 사서 들어갈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같은 방 쓰는 분들과 저녁 외식하고,
다음 주에는 드럼학원 선생님이 보성 씨 점심 사주기로 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보성 씨와 잘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보성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돈가스를 먹었다.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팠는지 “여기요. 돈가스 빨리 주세요.” 하는 통에
‘보성 씨, 식당에서 너무 큰 소리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는 데 방해될 수도 있다.’고 말리느라 혼났다.
내심 어디 가서 할 말 다 해주는 친구처럼 고맙기도 했다.
곧바로 햄버거도 먹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먹고 싶은 두 가지 음식을 다 먹어서인지 보성 씨 기분이 무척 좋았다.
보성 씨 장난을 잘 받아주는 미용실 원장님 덕에
꺽꺽대며 웃느라 머리를 못 할 정도였다.
“오늘 보성 씨 이런 모습 처음 봅니다. 정말 기분이 좋은가 보네.”
오늘 발견한 보성 씨 표정.
사진 찍으며 웃어달라고 할 때 무심한 듯 억지로 씨익 웃어주는 것도 아니고,
‘흐흐’ 하며 웃는 웃음도 아니다.
말 그대로 박장대소.
살아있는 보성 씨 웃음이다.
“보성 씨 따라 돈가스도 먹고 햄버거도 먹으니까
배불러서 못 걷겠어요. 커피 마실까요?”
“커피? 네, 갑시다. 가야죠.”
카페에 들어갔다.
보성 씨가 마실 라떼 한 잔,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자 보성 씨가 빠르게 마시기 시작했다.
얼굴은 분명히 뜨거운 걸 참는 표정인데….
“빨리 안 마셔도 돼요.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마셔봐요.
카페 와서 금방 다 먹어버리면 심심하잖아요.”
“네, 알겠어요. 알겠다니까요.”
커피 마시는 보성 씨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진지하게 커피 마시는 보성 씨는 또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자주 오면 좋겠다.’ 싶었다.
같은 방 쓰는 이대수 씨, 곽기영 아저씨와
치킨집에서 저녁 먹으며 하루를 마쳤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보성 씨,
매일 보성 씨 생일이면 좋겠다.
2018년 11월 7일 일지,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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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석(국장): 어머니가 직접 이야기 해주면 더 좋아할 텐데…. 생일 축하한다고, 우리 아들 많이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 보성 씨 아버지의 바람대로 보성 씨가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게 도왔네요. 그렇게 도운 내용 사진과 함께 부모님께 알려드린 것도 고맙습니다. / 일 년에 하루, 이런 날도 있어야죠. 내년에는 아버지와 하루, 어머니와 하루, 드럼 선생님과 하루, 같은 집 사는 입주자들과 하루…. 여러 번 생일 하면 좋겠다. / 보성 씨 커피 마시는 모습 근사합니다. 보성 씨의 재발견?
박시현(소장): 아버지, 어머니, 전화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낳으시고 길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