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아내님과 함께 부모님 모시고 2박3일로 교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70대 중반으로 요즘 생각으로는 아주 연로하시지는 않지만 연세에 비해서 몸이 가볍지만은 않은 편이셔서 어디로 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몇 년 전에 필리핀 보홀에 다녀왔으니 동남아는 제외하고 중국은 음식도 여정도 힘들 것 같아서 밉지만 가까운 일본 교토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예전에 당일로 교토에 갔을 때 느껴졌던 특유의 고즈넉함이 인상적이었고 부모님도 큰 여정이 없어도 그 느낌 만으로 좋아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대구 국제공항에서 출발.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 점심부터 먹습니다.
다시 교토행 열차를 타야 하기에 간단히 푸드코트에서 먹고 저녁을 근사하게 먹을 요량입니다.
역시 일본은 일본인가 싶은 것이 푸드코트의 주방에서도 꼬릿하고 진한 돼지뼈 우린 돈코츠 스프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는거죠.
귀여운 하루카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 동안 하루카 하루카 달려서 교토에 도착합니다.
교토역에서 호텔 셔틀버스 타고...
리가 로얄 호텔 교토.
오래된 듯 하지만 깨끗했고 친절한 응대에 편안하게 묵었습니다.
일본스러운 느낌의 아날로그 엘레베이또 보단이므니다.
잠시간의 휴식 후 택시 타고 도착한 후시미 이나리 신사.
볼 것 많은 교토이지만 역시나 부모님 생각해서 주요 일정은 하루에 딱 하나씩, 그것도 무리하지 않고 분위기만 즐기는 겁니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조그마한 카페에 들러서,
커피와 말차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카페오레로 각자 취향껏 휴식을 즐깁니다.
돌계단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던 고양이.
일본 술집에 가면 많이 보이는 고양이 인형을 똑 닮았,,,
여우신사라고도 불릴 정도로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상징과도 같은 여우상이 곳곳에 있습니다.
여우를 모시는 것은 아니고 여우가 신의 사자라고 하네요. 어흥,,,
영화 게이샤의 추억으로 유명한 토리이.
신의 세계로 가는 문이라고 하는데, 약 만개에 가까운 토리이가 산꼭대기까지 어어진다고 해요.
저녁 먹으러 도착한 식당 앞의 멋진 거리.
이런 고즈넉한 느낌을 부모님께서 좋아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실제로 참 좋아하셔서 기뻤습니다.
교토의 가이세키 정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한국에서 미리 예약 한 하나사키 만지로.
가파른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고풍스러운 공간이 나옵니다.
시원한 생맥주부터 한 잔.
그리고 일본 청주도 한 병.
가쓰오 풍미가 더해진 부드러운 전채요리부터 시작합니다.
어머니께서 소꿉장난 같다며 재미있어 하시던 아기자기한 담음새.
대구살 어묵이 들어간 맑은 국물.
참치, 참돔, 흑점줄전갱이 등으로 구성된 숙성 모둠회.
성게가 들어간 수프.
얇게 썬 유자껍질의 향긋함이 인상적입니다.
금태였나, 하여간 기름이 줄줄 흐르던 고소한 생선 요리.
술이 부족하네요.
작은 것 한 병 더~
기가 막힌 시어링으로 끝내주게 고소했던 소고기 구이.
식사는 스시와 장국.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길었던 저녁 식사가 끝납니다.
숙소에서 아내와 간단히 한 잔 더 마시기 위해 들렀던 편의점.
이제 한국도 많이 따라왔지만 역시나 먹거리의 다양성과 아기자기함은 대단하네요.
둘 만의 즐거운 시간.
다음날 아침 먹으러 왔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잘 안 먹어도 여행와서 조식 뷔페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거죠.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고 특히나 고슬고슬 잘 지은 쌀밥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천천히 준비해서 택시 타고 기요미즈데라로 이동.
계단을 계속 올라가면 기요미즈데라의 상징과도 같은 멋진 본당이 펼쳐지지만,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이렇게 느낌만 보고 돌아갑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관광객들로 가득합니다.
오가는 길 다양하고 과하지 않은 꾸밈의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예쁜 일본식 전통 가옥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한국이었다면 울긋불긋한 식당 간판들로 도배가 되었을텐데, 적어도 이런 부분은 우리가 보고 배울만 하다고 느껴집니다.
잠시 땀을 식히고 다리도 쉬기 위해 들렀던 카페.
시원한 냉커피 한 잔.
입구 반대편의 미닫이문을 살짝 열어 보니 작고 예쁜 정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비어서 구글 지도 검색을 해보니, 가까운 거리에 코다이지라는 정원이 예쁜 절이 있네요.
후시미 이나리 신사나 기요미즈데라와는 달리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갑니다.
즉석해서 넣은 일정이었는데,
어머니께서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라고 하셔서 참 다행이었어요.
야간 조명이 예쁜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니 경주의 동궁과 월지(안압지)와 비교되는 곳이겠다 싶네요.
나오는 길 귀여운 모습의 송아지.
부모님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잠시 요기하러 교토역 인근 요시노야에 들렀습니다.
고생하셨으니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규동.
카레라이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과 비교될 만큼 저렴한 가격의 체인점이지만 위생적이고 깔끔하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기왕 온 김에 술도 두 병 구입.
여행 다녀온 다음날 홀라당 두 병 다 마셔버렸,,,
역시 일본놈들 술 하나는 잘 만든다는,,,ㅡㅡ
저녁 먹으러 나서는데 비가 쏟아집니다.
둘째 날 저녁은 서민적인 일본의 이자카야를 경험하기 위해서 가야쵸 거리에 있는 Monaka-do라는 곳을 구글로 예약했습니다.
토마토.
삶은 콩.
일본은 이런 것 하나하나 다 가격을 지불하고 사 먹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을 더 좋아합니다.
기본 반찬이나 기본 안주를 한 가득 내어주는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나 음식 재활용 등의 문제를 만들 수도 있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에요.
직접 담근 김치만 해도 얼마나 훌륭한 요리인데, 공짜로 내어주고 남겨서 버리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우째끼나 숙성회 4종.
옥수수튀김.
문어튀김.
가지구이.
사라다.
쌀소주 한 잔.
오이무침.
고등어구이.
카운터는 퇴근 길 한 잔하러 온 직장인들로 가득했고, 음식과 가격은 무난했습니다.
예쁜 개울이 졸졸 흐르는
교토의 거리.
처음 교토에 왔을 때 눈에 담았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기모강과 멋진 원목 테라스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식당들.
아침은 챙겨 먹어야죠.
귀엽게 하루카 하루카 타고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합니다.
일본을 떠나
다시 대구로
점심 먹으러 부산안면옥으로 왔습니다.
뜨끈한 육수 한 잔에 여기가 한국이구나 싶던...
제육.
어머니는 갈비탕.
나머지 셋은 냉면.
짧지만 즐거운 추억 하나 또 만들고 왔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을 함께 준비하고 잘 챙겨주신 아내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고요.
첫댓글 훌륭하게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하셨네요!! 저도 올해 처음으로 일본을 갔었는데 교토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구요. 부모님께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주 나이스한 일정까지 완벽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주도 좋지만, 교토도 정말 매력적인 도시죠.
부럽고 언젠가 참고하고 싶은 여행입니다
엔젠가 꼭 참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해외로 떠나는 가족여행이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데 지역의 분위기와 걸맞는 스케쥴이셨던 것 같네요. 덕분에 사진들 잘보고 약간의 대리만족과 추후 저의 가족여행을 또 갈 희망을 가져봅니다. 😀
대리만족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
블루보틀 들어오기 전에 교토로 가고 그랬던 ㅎㅎ
쇼핑 목적 아니라면 교토가 좋더라고요
블루보틀이 뭔지 몰라서 찾아 본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촌동네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저희 식구는 아내 포함해서 쇼핑 아무도 안 좋아합니다.
고다이지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부인 네네가 만든 절입니다
아 그렇군요!
일본여행을 다니다보면 침략이나 전범관련인지 모르고 다니는 곳이 꽤 있는거 같더군요
일본전통문화나 절 같은건 아예 접근하지 않는게 좋은듯..
2004년에 간 교토 거리와 큰 차이가 안느껴질 정도의 고즈넉함. 정말 잘봤습니다. 음식 사진이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참기 힘드네요.
2004년이면 거의 20년 전에 다녀오신거군요.
교토의 핵심코스만 2.3코스로 좋네요
사실 건강이 문제 없다면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모자르는 것이 교토이죠.
다음에 일본 간다면 쿄토 가보고 싶어요
오사카랑 도쿄만 갔었네요 출장이나 여행이나 말이죠
부모님께 좋은 추억 드리셨네요
정말 잘하셨어요
흐뭇하게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아버지랑 여행을 간적이 거의 없다는 기억이 나면서 사실은 차안에서 혼자 울었어요.
나이먹으니까 이러네요
참! 잘하셨습니다
나이 들어서 그러시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아니죠.
아이고, 저도 마음이 함께 아픕니다.
교토 기회되면 한 번 가보세요.
대신 위에 댓글이 있듯이, 둠키님께서 좋아하시는 '쇼핑'이 약하다고 하네요,,,
@Webber Forever ㅎㅎㅎㅎ 쇼핑은 음.. 의지입니다.
제가 길을 만드는거죠.
@둠키 강적이십니다...
페이지 저장했습니다.
예전에 친구 만나러 1박2일 빡세게 돌면서도 엄청 만족했던 도시였는데, 다음에 다시 한 번 가보고싶네요
맞습니다.
사실 교토는 말씀대로 그렇게 여행하는 것이 맞죠.
그래도 나름 즐겁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효자 등장!!!! 올려주시는 음식,맛집들 항상 잘보고 있고 그쪽 가면 꼭 가야지 하믄서 카카오맵에 북마크 해놓고 있습니다ㅎㅎ 근데 언제 가지...
저도 카카오맵에 북마크 해놓고 못 가본 곳 2000곳 정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교토 너무 좋죠
네, 좋았습니다.
예전 아버지 환갑 때 가족 전체가 교토의 료칸에 묵었는데
씻고 나오니 왜 이렇게 비싼데 예약했냐며 누나와 아버지가 싸우고 있더라는ㅋㅋ
종업원이 기모노 입고 무릎걸음으로 다가오니 아버지가 놀라셨나 보더라고요.ㅋ
부모님 모시고 다니는 관광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고생하셨어요 ㅎ
아이고 싸우면 좀 그런데... ^^;
저희는 다행히 별 다른 갈등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아내님께 더 감사하고요.
저는 일본 열번 넘게 갔다 온거 같은데 교토는 한번도 안가봤어요~ 덕분에 눈호강했습니다~~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와 비슷합니다.
다른 일본의 도시들과는 다른 교토만의 느낌이 뚜렷하니 기회가 되면 여행해보시라... 고 말씀드리기에는 생각해보니 일본놈들,,, ㅂㄷㅂㄷ
와.. 사진 잘 봤습니다! 일본은 도쿄만 며칠 다녀온 게 다였는데 사진 보니 가보고 싶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잘 계획하신 것 같아요!!
아내님께서 잘 챙겨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편안하고 즐겁게 여행했습니다.
(소근소근) 아내가 일본어에 상당히 능통하기도 하고요,,,,,
이야, 좋은 여행후기 및 사진 감사드립ㄴ다!
사진이 뭐 예술이네요. 제가 여행을 다녀온듯한 느낌입니다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좋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네요. ^^
즐거운 여행 되셨기를~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잘 다녀오셨네요~
교토는 교통이 완전 헬~ 이어서 부모님 모시고 다니기엔 정말 힘드셨을텐데 고생 하셨습니다~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덕분에 오늘 한잔 빨아야겠습니다~ ㅋ
뭐 네 명이니 대중교통과 크게 차이 없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택시로만 다녔습니다.
멀리는 안 가고요.
빠셔야죠 빠셔야죠~ 쇼츄로 부탁드리겠스므니다~!
다음 주말 추수감사절 휴일을 맞이하야! 서울-교토-오사카-서울 일정 여행을 떠납니다. 웨버님께서 마침 저에게 필요한 정보를 올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
기요미즈테라 꼭대기 별거 없습니다. 일본 여행 가고 싶어지는 사진들 잘 봤습니다. 규동 추억돋네요. 비즈니스로 일본 가더라도 꼭 밤에 혼자 나가서 규동먹곤 합니다. ^^
아... 기요미즈데라 본당은 이전에 아내와 둘이 여행가서 봤는데 저희는 참 좋았습니다.
일본 규동 참 맛있죠.
생강절임 듬뿍 넣어서 먹으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