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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건설은 왜 사건현장 문을 닫았나? 2015년 3월 3일 방송분
유튜브 기사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YjiHVtTc7Gw
2015년 2월 9일 13시 29분경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확장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연결작업을 하던 저희 매형께서 7m 높이 작업지점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 매형께서 돌아가신지 24일이 지났습니다.돌아가신지 13일째되던 토요일(2월 21일) 출상을 하고 조그만 절에 매형을 모셨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운날 돌아가셨는데, 너무 오랫동안 차가운 안치실에 모셔두는 것이 맘에 걸려 결국 억울함도 다 풀어드리지 못 하고 보내드렸습니다.
저희 매형은 원래 체대 출신이시고 아이를 참 좋아하셔서, 초등학교 체육선생님이 되시길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시기 직전에는 2년여간 울산의 조그마한 초등학교에서 계약직 체육교사 생활을 하셨습니다. 돌아가신 매형의 지갑 속에서 교사시절 제자가 그려준 그림이 나왔을 때, 그때 계약기간만 연장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진정 사랑하셨기에 그 누구보다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이 있으셨다고 생각되지만 바늘구멍 같은 교사의 문을 통과 하시지 못 하고 꿈과는 거리가 먼 공사현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매형께서 교사생활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해 하셨기 때문에 출상일날 화장을 하기 전에 근무하시던 초등학교를 고인과 한번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24일이란 시간은 유가족에게 많은 피로감을 주었습니다.사실 가족 내부에서도 대기업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받는다는 게 어렵다는 생각에 합의를 바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고의 1차 피해자인 제 누님께서 뜻을 꺾지 않으시네요!! 오늘도 노동부, 경찰서를 뛰어다니시고, 오후에는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생업의 무게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왔고,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희 유가족이 지금껏 합의를 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합의금의 많고 적음이 아닙니다. 남아있는 누님과 17개월된 아이를 생각하면 매형의 목숨값을 한푼이라도 더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세계건설은 사고직후부터 “돌아가신 건 유감이지만 망자가 안전고리를 잘못 걸어서 사망에 이르렀다”란 말을 시작으로 과실을 망자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작업상황에 맞지 않는 안전대를 지급한 후 사지에 오르게 하고, 80kg 성인남자의 무게도 견디지 못하고 터진 부실한 결속선을 사용하여 망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설사가, 머리에 충격을 입고 죽어가는 망자를 30분 가량 방치하고 사고은폐를 위해 두개골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는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던 건설사가 망자의 실수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월 3일 보도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저런 뻔뻔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간 유가족에게 “119에 신고하지 않았으면서 신고했다”, “H-빔에 부딪혀 망자가 사망했음에도 맨바닥에 부딪혔다”, “cctv가 있으면서 없다”했던 거짓말들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이렇게 안타까운 사고가 자신들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하였으면, 자신들의 과실에 대해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는 건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짓으로 일관된 사고 설명을 하며 합의과정 중 유가족을 비웃기까지하는 신세계 건설과 저희 유가족은 합의를 해야하는 것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 건설은 지난 2월 17일 법원에 5천만원의 변제공탁을 걸었습니다. 저희 매형의 목숨값으로5천만원을 걸고 본인들은 이사건의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취재를 하는 언론에는 자신들은 성실하게 합의에 임했으나 유가족이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말하는“성실히 합의에 임하는 자세”라는 게 유가족에게 진실을 숨기고,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않은 채 언론플레이나 하는 것입니까?
신세계 건설 측이 5천만원의 가치밖에 없다고 평가한 망자는 자신의 장인이 암투병할 때 불평 한마디 없이 서울-부산을 수차례 손수 운전하여 모셔다 드리고, 장모가 무릎 수술할 때 극진히 병수발 들고, 장인/장모 옷이 해어지고, 신발이 낡으면 새옷, 새신발 사다 드리던 고마운 저의 매형이셨고, 매일밤 아기를 배위에 올려놓고 잠을 재우고, 아기 옷은 손빨래만 고집하던 아들바보였으며, 세상의 모진풍파를 막아주는 제 누님의 든든한 남편이시자, 시험관시술로 어렵게 태어난 17개월된 제 조카가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전까지 본보기가 되어줄 아버지셨습니다. 그리고,비록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성실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유일한 화폐이다”란 좌우명을 가지고, 신세계백화점 건설을 위해 성실히 일을 하던 노동자셨습니다.
저희 유가족은 신세계백화점 수백개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그런 분이셨습니다.
여러분 현 상황에서 저희 유가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저희 매형의 억울한 죽음과 신세계 건설의 부도덕함을 세상에 알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부디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저희의 이야기에 귀 귀울여 주시고, 이러한 불행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