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규제철폐 덕택이다. 규제개혁을 넘은 규제철폐는 올해 서울시정의 화두다. 그동안 버스나 건물 외부 광고판, 토론회 등을 통해 서울시의 규제철폐에 관해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규제철폐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기 어려웠다. 이런 시민들에게 좋은 기회가 있다. 3월 9일까지 잠실역에서 좀 더 쉽게 규제철폐를 이해하고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 [관련 기사] 스트레스 풀고 선물 받고! 잠실역에 이색 팝업스토어 오픈
잠실역에 생긴 팝업스토어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 ©김윤경
팝업스토어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는 잠실역 2호선 역사 내 유휴공간인 S메트로컬 마켓에서 진행한다. 2월 28일부터 3월 9일까지 13시부터 19시에 한해 연구실처럼 꾸며진 내부에서 3가지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다. 더욱이 참여자가 규제철폐 연구원에게 받은 데이터를 맞춰야 한다는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돼 재미를 준다. br />
또 매시간 60명의 참여자에게 서울라면(서울짜장 중 택1)과 비타민음료수를 제공하고 현장방문 후 SNS에 인증샷과 체험후기를 남기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해치 봉제키링 5종세트(20명)와 해치 문구 세트(10명)를 증정해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휴일을 맞아 잠실역사 내 5번 출구 쪽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를 찾았다.
순서에 맞춰 입장하는 참가자들 ©김윤경
연구일지를 펼쳐보는 참가자 ©김윤경
“서울시에서 하는 규제철폐 팝업스토어입니다. 들어와서 체험해보세요.”
시작 시간인 13시가 가까워지자 몇몇 참여자들이 줄을 섰다. 연구원 옷을 입은 안내자는 참여자들에게 분홍색 파일을 건네줬다. 연구일지라고 쓰여진 파일 안에는 게임 방법과 인증샷 이벤트 등이 적혀 있었다. 순서에 맞춰 안내자를 따라 입장했다.
규제철폐도 알고, 스트레스도 잡는 게임을 하게 된다. ©김윤경
규제철폐에 관한 게임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김윤경
키오스크 옆에서 규제철폐안에 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규제는 '킹받네', 철폐된 안건은 '힘받네'로 표현했다. ©김윤경
“키오스크를 보고 단어와 맞는 카드를 찾아 주세요.”
“이거 아닌가?”
첫 번째 게임은 60초 안에 규제철폐 단어 카드를 맞추는 ‘규제의 전환’ 게임이다. 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이용하거나 하숙집 이사갈 때 서류 2개로 가능하다는 등 6가지 규제철폐안을 볼 수 있었다. 설령 규제철폐에 관해 알지 못해도 게임하는데는 상관없다. 안내자와 함께 옆에 있는 기기를 통해 설명을 볼 수 있어 어렵지 않다.
두더지를 잡는 규더지 게임을 하는 참가자 ©김윤경
두 번째 게임은 규제철폐 단어를 딴 ‘규더지 게임’. 뿅망치를 이용해 스트레스 키워드가 적힌 두더지를 때려 300점을 넘기면 성공이다. 두더지마다 다이어트, 수면 부족 등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이 적혀 있다. 나도 과감하게 뿅망치로 두들겼다. 옆에 적힌 고민들이 잘 해소되길 바라면서.
참가자들이 힘을 다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김윤경
“이건 네가 더 잘할 거 같은데?”
“내가 기운이 센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거 같아.”
두 여성이 서로 이야기하는 마지막 게임은 규제를 깨는 펀치게임, ‘주먹이 운다’다. 참여자들은 규제철폐와 스트레스 격파의 마음을 담아 펀치를 날렸다. 체험을 마친 시민들은 비타민음료수와 서울짜장과 서울라면 중 하나를 선택해 받았다. 또 인증샷 이벤트를 하거나 벽에 걸린 다른 규제철폐에 관해 읽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잠실에 거주하는 40대 부부는 이곳에 와서 처음 규제철폐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소감을 묻자 까다로운 규제가 풀리니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아내는 “아이를 키워봐서 그런지 외국인 임산부 서류가 간소화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보호자 동반시 13세 이하 아이와 따릉이 대여가 가능하다는 점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 내부 ©김윤경
행사를 둘러보니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홍보담당관 김지은 주무관에게 규제철폐에 관해 이모저모를 문의했다.
Q. 팝업스토어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A. 서울시에서 약 60여 개의 규제철폐안을 발표했는데요. 규제철폐안에 행정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게 많아 시민입장에서 규제철폐를 체감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바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제들도 있는데 어렵다고 생각해 그냥 지나치면 너무 아쉽잖아요. 그래서 좀 더 생생하게 알리고자 지난해 서울시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잠실역을 택해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이용하거나 체감할 수 있는 규제철폐안 중에서 12개를 선정했습니다.
Q. 시민들이 행사를 통해 어떤 걸 알면 좋을까요?
A.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목적에는 규제철폐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규제철폐를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자는 점도 있어요. 스트레스나 불편한 규제들, 모두 사라면 더 편해지는 것들이잖아요. 없애서 우리 생활이 더 좋아지는 두 가지를 함께 체험하면서 그 취지를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Q. 시민들 반응도 궁금합니다.
A. 보통 팝업스토어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두더지 잡기나 펀치 같은 예전 게임기를 놓았거든요. 또 규제철폐를 아시는지 여쭸을 때 잘 모르거나 들어보긴 했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체험을 마치고 손주가 있으니 키즈 카페나 따릉이에 관해 더 알려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뿌듯하더라고요.
또 어제 한 외국인이 지나가다 들리셨어요. 키오스크에 영어가 없어서 설명을 해드렸죠. 무척 즐거워하시면서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하시는 거예요. 모두 빠르게 체감할 수 있어 재밌어하시는 거 같아 흐뭇합니다.
인증샷 이벤트 방법 및 경품 샘플과 파일들이 놓여 있다. ©김윤경
Q. 지금 팝업스토어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에서 소개하는 규제철폐안은 모두 시행되고 있나요?
A. 키오스크에 나온 6가지 방안 중에는 현재 2개가 시행되고 있어요. 하나는 서울시 매력일자리에 연령 상한선이 없어졌고요. 또 하나는 외국인 임산부가 교통비를 받을 때 필요에 따라 서류를 간소화했어요. 나머지 4개는 이제 곧 실행될 거고요.
Q. 시민들에게 규제철폐 제안을 받고 있는데요. 어떻게 제안하면 좋을까요?
A. 서울시에서 마련한 어떤 기준이 나한테 적용되면 덜 불편해지지 않을까, 좀 더 내 생활에 편리하게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제안하기가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이번에 받은 제안 중에 저희가 놀란 건 기후동행카드 청소년 할인이 있었는데요. 저는 청소년은 버스요금이 할인돼 필요한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청소년이 학교, 학원 등 가야할 곳이 많더라고요. 그런 경우 교통비가 기후동행카드 청년권(5만 5천원)보다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많이 오셔서 체험하시고 좋은 제안 부탁드립니다.
뒤편에서 AI로 제작된 6가지 규제철폐안을 볼 수 있다. ©김윤경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시민들의 불편함을 없애고 경제활력을 위해 서울시 역량을 총동원해 규제철폐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올해 1월 규제철폐 안건 논의 후 20여 일 만에 첫 규제철폐 1, 2호 과제가 발표됐다. 또한, 1월 14일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를 개최해 시민들이 낸 의견 중 즉시 개선 가능한 제안을 비롯해 최대한 반영했다.
더욱이 2월에 공무원들이 제안한 규제철폐 창의제안 중 시민들의 사전투표로 선정된 최종 10건이 3월 4일 창의발표회에서 발표된다. 마을버스 최대 이용가능 시간 완화나 청년사업 신청 증빙서류 공유방안 등 관심이 있는 제안들이 있어 기대를 모은다.
체험을 마친 참여자들이 경품을 받고 있다. ©김윤경
참여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김윤경
우리의 생활 속 불편한 점이 조금씩 사라진다면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서울시 규제철폐연구소’에 들려 스트레스를 풀며 규제철폐에 관해 알아보고 일상에서 불편했던 사항들을 규제철폐로 제안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