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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이혼(倩女離魂)
천녀의 혼이 육체를 떠난다는 뜻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에 고민하다. 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倩 : 예쁠 천(亻/8)
女 : 계집 녀(女/0)
離 : 떠날 이(隹/11)
魂 : 넋 혼(鬼/4)
정신이 나가 어리둥절한 상태를 넋이 나간다고 한다. 넋은 바로잡는 얼과 함께 영혼(靈魂)과 같은 말인데 사람의 몸 안에서 육체와 정신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넋이라도 동양에서는 혼백(魂魄)이라 하여 혼(魂)은 정신을, 백(魄)은 육체를 지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이란 말과 같이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날아가지만 '백'은 지상에 흩어져 귀신으로 떠돈다.
지괴(志怪) 소설은 억울한 죽음으로 된 귀신과 요괴 등을 다룬 것으로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대에 유행했다. 천녀(倩女)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연인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육체와 혼이 떨어져 있다가(離魂) 몇 년 후에 다시 합쳐졌다는 이야기도 여기에 속한다.
천녀는 당(唐)나라 대종(代宗)때 사람 진현우(陳玄祐)의 '이혼기(離魂記)'에 처음 등장한 이후 인물의 이름이 약간씩 바뀌면서 여러 시문에서 인용돼 유명해졌다. 줄거리를 간단히 보자.
옛날 장일(張鎰)이란 사람에게 천녀라는 미모가 뛰어난 딸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먼 친척의 아들 왕주(王宙)가 총명해서 나중에 부부가 되게 해 준다고 약속했다.
혼기가 되자 장일은 마음이 변하여 천녀를 높은 벼슬아치에게 시집보내려 했다. 상심하여 천녀는 드러누웠고 절망한 왕주는 고향을 떠나려고 강을 건넜다. 어두운 강기슭에서 왕주는 뒤따라온 천녀를 만나 부부가 됐고 5년을 행복하게 살며 벼슬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고향이 그리워져 장일을 찾아 용서를 구했는데 그때까지 천녀는 뒷방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고 했다. 배 안에서 기다리던 천녀를 데리고 오니 그 때에야 두 사람이 합쳐져 한 사람이 됐고 이후 행복하게 살았다.
이 애틋한 이야기가 송(宋)나라 무문혜개(無門慧開)의 설법서인 '무문관(無門關)'에도 실려 유명한 화두가 됐다. 여기에는 청녀(淸女)로 나와 선사가 제자들에게 묻는다. "청녀가 혼이 떠났는데,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진짜 청녀인가(淸女離魂, 那箇是眞底)?"
선사들은 이것을 우리의 본성은 진짜인가 거짓인가, 혹은 선심(善心)과 악심(惡心) 중 어느 것이 마음의 본체인가를 묻는 것이라고 한다.
천녀(倩女)든 청녀(淸女)든 결국은 해피엔딩이지만 혼이 육체와 떨어져 있었던 만큼 여성이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나 이루어지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는 성어가 됐다.
비련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소재가 되어 원(元)나라의 정광조(鄭光祖)는 내용을 발전시킨 잡극으로 탄생시켰고, 1987년 홍콩에선 줄거리를 빌려와 장국영(張國榮), 왕조현(王祖賢) 주연의 천녀유혼(倩女幽魂)이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주위에서 아무리 혼백까지 갈라놓으려 해도 사랑이 간절하면 꺾을 수 없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혼백이 아니라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뻔히 하는 것을 보면 진실함을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 천녀이혼(倩女離魂)
당대에 왕주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한 동네에 사는 천녀란 여인을 사랑하였다. 천녀 역시 왕주를 연모하였다. 그런데 지방에 새로 부임한 관리가 천녀의 미모에 반하여 부친에게 결혼을 청하였다. 부친은 그의 딸을 관리에게 시집 보내기로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왕주는 매우 실망하여 마을을 떠나기로 한다. 배를 타려고 하는데 자기를 부르는 천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둘은 결국 멀리 도망가서 5년 동안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천녀가 어느 날인가부터 이름 모를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기를 시작하였다.
왕주는 고향을 방문하여 용서를 빌고 결혼의 승낙을 받기로 결심하고 천녀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녀의 부친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는 깜작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의 딸인 천녀가 지난 5년 동안 병으로 앓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병든 천녀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마당으로 나와서 왕주와 함께 살아온 천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천녀는 서로 만나는 순간에 하나로 합하여졌다는 설화이다.
이 설화를 바탕으로 법연화상의 천녀리혼이란 화두공안(話頭公案)이 등장한다. 어느 쪽의 천녀가 진짜인가, 집안에서 병든 천녀인가, 아니면 왕주와 함께 한 천녀인가, 이것이 오조법연(五祖法演) 스님의 질문이다.
몸은 집안에 있었고, 또 마음은 배를 타고 왕주와 함께 한 설화이기에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화두(話頭)로서는 충분하다. 몸과 마음 중에서 어느 쪽이 진실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과 같다.
무언가 답이 떠오른다고 해도 그것은 옳은 답이 아니다. 설사 법연스님이 어떤 의도로 천녀이혼을 화두로 삼은 것인지를 알아차린다고 해도 화두란 알음알이를 벗어나는 안내표지판에 불과하다.
이러저러한 말을 통해서 화두가 지닌 의미를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화두의 생명력이 없는 죽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닭이 알을 품듯이 스스로 화두를 깨친다면 그것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일부로써 존재하게 된다.
화두가 무아의 진리로 인도하는 안내표지판과 같음을 이해했다면 화두에 대하여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정답을 찾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들이 화두를 품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화두의 '화' 자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며, 그러므로 화두란 품는 것이지 수학문제 풀듯이 정답을 알아맞추는 것이 아니다. 닭은 알이 필요해서 죽자고 품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천녀이혼(倩女離魂)
'기법일체(機法一體)'를 만약 이야기 하나를 가지고 설명하면 매우 적절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천녀이혼(倩女離魂)'이라 부릅니다.
당나라 때 청하현(清河縣)이라는 지방에 장일(張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천낭(倩娘)이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딸을 왕주(王宙)라는 청년에게 시집 보내려 했지요.
천낭과 왕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백년해로하고 싶었으나, 나중에 장일의 마음이 변하여 천낭을 어느 관리에게 시집보내려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천낭도 매우 슬퍼했고 왕주도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주는 장사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배가 몇 킬로를 가다가 밤에 기슭에 닿았을 때, 언덕 위에서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천낭이었습니다.
천낭은 왕주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왕주와 평생 함께 의지하며 살고자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 둘은 사천(四川)으로 가서 함께 살며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5년의 세월이 흘러 천낭도 집을 떠난 지 5년이 되자 부모님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기에 부부 두 사람은 함께 친정으로 부모님 만나러 갔습니다. 배를 부두에 댄 다음 천낭은 잠시 배에 남고 왕주 혼자서 친정집에 알리러 갔습니다.
친정집에 도착하여 장일을 만난 왕주는 미안하다면서 요 몇 년간 천낭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며 두 어르신을 위해 두 손자도 낳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일은 그의 말을 듣고 헛소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딸 천낭은 5년 전에 병이 나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규방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함께 살고 또 애까지 낳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왕주가 말하기를, 믿지 못하겠으면 배로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요. 장일이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니 정말로 천낭이 배위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서둘러 돌아와서 장일에게 이 사실을 보고할 때 방안에서 병으로 누워있던 있던 천낭이 이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방에서 나와 부두까지 달려갔습니다.
동시에, 배에 있던 천낭도 배를 떠나 언덕위로 올라왔으며, 두 천낭이 만나서 한 몸으로 합쳐졌습니다. 이것을 일러 '천녀이혼'이라 부릅니다. 즉, 그녀의 몸은 침대에 누워 있지만 그녀의 영혼은 또 다른 몸으로 변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 몸뚱이는 둘이지만 영혼은 하나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가능한 얘기입니다. 게다가 확실히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명치시대, 대략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일본 사국(四國)이라는 지방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젊은이가 자주 교토로 가서 장사하면서 주인의 딸과 사랑하게 되었고, 여자 쪽 가장도 그들의 혼인을 찬성했기에 아이도 생기게 되었지요. 나중에 이 젊은이가 사국에서 바쁜 관계로 두 달 후에 교토에서 혼례식을 마치려 했습니다.
하루는 이 여자가 갓난애를 업고 와서 그에게 넘겨준 다음에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론이 분분했지요. 왜냐하면 갓난애는 정말로 있었지만 어른은 방금 분명히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이었지요.
젊은이는 서둘러 교토로 가서 물어본 후에야 주인의 딸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묘지를 파보니 시신에서 출산한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분명 그녀의 영혼이 아이를 데리고 아이 아버지에게 돌려주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 아이를 안을 수 있고, 멀리 해륙으로 30여 킬로를 건너 나타낸 이 몸도 보통 사람과 똑같았습니다. 만약 그녀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 있었다면 천녀이혼과 똑같지 않겠습니까? 그럼 왜 살아있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천녀이혼의 이 천녀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이 주인의 딸은 이미 죽었기 때문이지요.
◼ 오조법연과 천녀리혼
몸과 마음 중 진짜를 찾는 것은 헛된 일
상대방 이해 여부 알려할 때 필요할 뿐
오조법연 화상이 어떤 승려에게 물었다. "천녀의 영혼이 나갔는데, 어느 쪽이 진짜인가?" 무문화상이 평했다. "이 문제에서 깨달아 진실을 알았다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음을 알 것이다."
오조법연 화상은 북송대에 활약한 임제종 양기파의 선사이다. 오조홍인 대사가 머물던 황매산에서 후학을 지도하였기에 오조법연이라고 한다. 조주(趙州)의 무자(無字)를 공부의 수행방편으로 삼아서 반드시 꿰뚫어야 할 조사관으로 중시한 이가 바로 오조법연이다. 위 천녀리혼(倩女離魂)의 공안(公案)은 당대에 유행한 설화에 근거한 것이다.
당대에 형양에 왕주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감이란 외삼촌의 딸인 천녀를 사랑하였다. 물론 천녀 역시 왕주를 연모하였다. 그런데 지방에 새로 부임한 관리가 천녀의 미모에 반하여 장감에게 청하였다. 장감은 그의 딸을 관리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하였다.
이에 왕주는 매우 실망하여 마을을 떠나기로 한다. 배를 타려고 하는데 자기를 부르는 천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결국 이 젊은 연인은 멀리 도망쳐 5년 동안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천녀가 어느 날인가부터 이름 모를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기를 시작하였다.
왕주는 고향을 방문하여 용서를 빌고 결혼의 승낙을 받기로 결심하고 장감의 집을 방문하였다. 장감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왕주에게 듣고 깜작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의 딸인 천녀가 지난 5년 동안 병으로 앓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병든 천녀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마당으로 나와서 왕주와 함께 살아온 천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천녀는 서로 만나는 순간에 하나로 합하여졌다.
이 설화를 바탕으로 어느 쪽의 천녀가 진짜인가? 집안에서 병든 천녀인가, 아니면 왕주와 함께 한 천녀인가? 이것이 오조볍연이 묻는 질문이다.
몸은 집안에 있었고, 마음은 배를 타고 왕주와 함께 했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어느 쪽이 진짜 천녀인가를 묻는 질문은 몸인가? 마음인가? 어느 쪽이 진짜 천녀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물론 몸과 마음을 설명하거나 이야기할 때는 구별이 가능하다. 몸은 물질적인 영역이고 마음은 정신의 영역이니, 이들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실체는 아니다. 몸이 아프면 즉각적으로 마음이 반응한다. 반대로 마음이 슬프면 몸이 무거워진다.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천녀의 이야기처럼 양자는 현실에서는 서로 분리되는 일은 결코 없다. 천녀이야기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와 같다.
그래서 어느 쪽이 진짜인가를 묻는 것은 부질없다. 마치 이들은 서로 독립된 실체인양 질문하는데, 모두가 부질없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의미가 있다면, 상대방이 속는가, 그렇지 않는가, 시험할 때뿐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몸과 마음은 서로 구분되고, 영혼이 존재하는 듯한 믿음을 갖게 한다. 논평하는 무문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영혼이 존재하고 그 영혼은 육체를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어떤 존재로 만든다.
아이구! 주인공아! 속지 말라. 속지 말라. 더 이상 속지 말라. 지난번 태풍으로 들판에 선 소나무가 뿌리 채 뽑혀서 날아갔다.
▶️ 倩(남자의 미칭 천, 사위 청)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靑(청)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倩(천, 청)은 ①남자(男子)의 미칭(美稱) ②예쁘다 ③빠르다, 그리고 ⓐ사위(딸의 남편을 이르는 말)(청) ⓑ고용하다(雇用--)(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남에게 자기를 대신하여 글을 쓰게 함을 천초(倩草), 삯을 주고 품을 삼을 청공(倩工), 남의 손을 빌림을 청수(倩手), 천녀의 혼이 육체를 떠난다는 뜻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에 고민하다 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을 의미하여 일컫는 말을 천녀이혼(倩女離魂) 등에 쓰인다.
▶️ 女(계집 녀/여)는 ❶상형문자로 여자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계집, 여자를 뜻한다. 보통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엔 여자나 남자나 모두 人(인)과 같은 모양으로 쓰고 또 女(녀)라는 자형으로 써도 그것은 남녀의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신을 섬기는 경건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女자는 '여자'나 '딸', '처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女자는 결혼하지 않은 처녀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여성'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女자의 갑골문을 보면 무릎을 꿇고 단아하게 손을 모으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女자는 단아한 여성의 자태를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여자와 관계된 의미를 전달한다. 다만 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부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부장적이었던 고대 중국 사회에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문자형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女(녀/여)는 ①여자 ②딸, 처녀 ③너 ④작고 연약한 것의 비유 ⑤별의 이름 ⑥시집보내다 ⑦짝짓다 짝지어 주다 ⑧섬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내 남(侽), 아들 자(子), 사내 랑/낭(郎), 어머니 모(母), 사내 남(男), 사내 랑/낭(郒)이다. 용례로는 아기를 직접 낳을 수 있는 성에 속하는 사람을 여성(女性),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을 여사(女史), 여성인 사람을 여자(女子), 남에게 자기 딸을 이르는 말을 여식(女息), 호걸스러운 여자를 여걸(女傑), 사위나 딸의 남편을 여서(女壻), 여자 직공을 여공(女工), 여자와의 성적 관계를 여색(女色), 여성으로 태어난 딸 자식을 여아(女兒), 어른이 된 여자를 여인(女人), 여자가 지켜야 할 떳떳하고 옳은 도리를 여덕(女德), 여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여도(女道), 여자가 잘 따르는 복을 여복(女福),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을 좇아야 한다는 말을 여필종부(女必從夫), 호협한 기상이 있는 여자를 일컫는 말을 여중호걸(女中豪傑), 여자는 존귀하고 남자는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위나 권리에 있어 여자를 남자보다 존중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존남비(女尊男卑), 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는 많은 백성을 일컫는 말을 여로창생(女露蒼生), 여자는 정조를 굳게 지키고 행실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여모정렬(女慕貞烈), 여자는 무슨 생각에 잠기기를 잘한다는 말을 여자선회(女子善懷), 여자가 먼저 나서서 서두르고 남자는 따라만 한다는 말을 여창남수(女唱男隨),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뜻으로 신분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을 이르는 말을 갑남을녀(甲男乙女),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곱다는 뜻으로 일러 내려오는 말을 남남북녀(南男北女), 남자는 짐을 등에 지고 여자는 짐을 머리에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이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것을 이르는 말을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높고 귀하게 여기고 여자는 낮고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위나 권리에 있어 남자를 여자보다 존중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남존여비(男尊女卑), 마음씨가 고요하고 맑은 여자 또는 마음씨가 얌전하고 자태가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말을 요조숙녀(窈窕淑女), 남의 여자를 쫓다 제 아내를 잃는다는 뜻으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자신이 지닌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추녀실처(追女失妻), 하늘이 낸 열녀란 뜻으로 절개가 굳은 여인을 일컫는 말을 출천열녀(出天烈女) 등에 쓰인다.
▶️ 離(떠날 리/이, 붙을 려/여, 교룡 치)는 ❶형성문자로 离(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꾀꼬리란 뜻을 나타내는 글자 离(리)로 이루어졌다. '꾀꼬리', '떨어진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剺(리)의 차용(借用)이다. ❷회의문자로 離자는 '떠나다'나 '흩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離자는 离(흩어질 리)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离자는 짐승의 발자국에 덫을 그린 것으로 '흩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離자를 보면 그물 위쪽으로 한 마리의 새가 그려져 있었다. 새가 그물 밖에 그려진 것은 새를 놓쳤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그물이 짐승을 잡는 덫을 그린 离자로 바뀌었고 그물 위로 날아가던 새는 隹자가 되어 지금의 離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離자는 '새(隹)가 흩어지다(离)'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①떠나다 ②떼어놓다, 떨어지다 ③갈라지다 ④흩어지다, 분산하다 ⑤가르다, 분할(分割)하다 ⑥늘어놓다 ⑦만나다, 맞부딪다 ⑧잃다, 버리다 ⑨지나다, 겪다 ⑩근심 ⑪성(姓)의 하나 ⑫괘(卦)의 이름, 그리고 ⓐ붙다, 달라붙다(려) 그리고 ㉠교룡(蛟龍: 상상 속 동물)(치) ㉡맹수(猛獸)(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눌 별(別), 상거할 거(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합할 합(合)이다. 용례로는 떨어져 나감 관계를 끊음을 이탈(離脫), 부부가 혼인 관계를 끊는 일을 이혼(離婚), 서로 갈려 떼어짐이나 헤어짐을 이별(離別), 맡은 바 임무에서 떠남을 이임(離任), 인심이 떠나서 배반함을 일컫는 말을 이반(離叛), 떨어져 흩어짐이나 헤어짐을 이산(離散), 비행기 따위가 땅 위를 떠나 떠오름을 이륙(離陸), 물 위에 있다가 물에 떠남을 이수(離水), 두 사람 사이에 하리를 놀아 서로 멀어지게 함을 이간(離間), 사이가 벌어져 서로 배반함을 이배(離背), 직업을 잃거나 직장을 떠남을 이직(離職), 농민이 농사 짓는 일을 그만두고 농촌에서 떠남을 이농(離農), 점과 점 사이를 잇는 직선의 길이 또는 이것과 저것의 서로 떨어진 사이의 멀고 가까운 정도를 거리(距離), 서로 등지어 떨어짐을 괴리(乖離), 서로 나뉘어서 떨어지거나 떨어지게 함 또는 갈라서 떼어 놓음을 분리(分離), 멀리 떨어지게 함을 격리(隔離),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일컫는 말을 난리(亂離),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을 유리(流離), 따로 떨어져 있는 것 또는 그 일을 유리(遊離), 분명하지 못한 모양을 미리(迷離),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는 뜻으로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을 이촌향도(離村向都), 헤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이합집산(離合集散), 이루는 예전 눈 밝은 사람의 이름으로 몹시 눈이 밝음을 이르는 말을 이루지명(離婁之明), 동문의 벗들과 떨어져 외롭게 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이군삭거(離群索居),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고득락(離苦得樂),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며 빌어 먹음을 유리걸식(流離乞食)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목표물까지의 수평 거리 또는 방송 전파가 방해를 받지 않고 텔레비전 방송을 수상 할 수 있는 거리를 일컫는 말을 가시거리(可視距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을 회자정리(會者定離),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지리멸렬(支離滅裂),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아니하고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일을 일컫는 말을 유리표박(流離漂泊), 고기 그물을 쳤는 데 기러기가 걸렸다는 뜻으로 구하려는 것은 얻지 못하고 반대로 엉뚱한 것을 얻게 되었음을 이르는 말을 어망홍리(漁網鴻離), 교제하는 데 겉으로만 친한 척할 뿐이고 마음은 딴 데 있음을 이르는 말을 모합심리(貌合心離), 잠시도 곁에서 떠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잠불이측(暫不離側), 남을 위한 동정심을 잠시라도 잊지 말고 항상 가져야 함을 이르는 말을 조차불리(造次弗離), 남녀 구별이 어렵거나 일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구분하기 힘든 경우를 이르는 말을 박삭미리(撲朔迷離),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 따로따로 떨어짐 또는 그렇게 떼어놓음을 일컫는 말을 사산분리(四散分離),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맑지 않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옳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이를 본받아서 행실이 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즉불리(相卽不離) 등에 쓰인다.
▶️ 魂(넋 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귀신 귀(鬼; 귀신, 영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다의 뜻을 가지는 云(운, 혼)으로 이루어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의 魂(혼)의 뜻이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魂(혼)과 魄(백)으로 나누어져, 魂(혼)은 천상(天上)에, 魄(백)은 지상(地上)에 머무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것이 전(轉)하여 일반적으로 정신(精神)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魂자는 '넋'이나 '마음',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魂자는 鬼(귀신 귀)자와 云(구름 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혼'이란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돌아간다는 영혼을 말한다. 땅에 머물게 된다는 백(魄)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魂자는 하늘을 떠도는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을 그린 云자와 鬼자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육체를 떠난 영혼이니 구름처럼 이리저리 떠돈다는 의미인 것이다. 魂자는 사람의 정신력이나 '마음'을 뜻하기도 하는데, 진정한 정신력이란 사람의 영혼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魂(혼)은 '넋', '얼', '정신(精神)', '영혼(靈魂)' 등의 뜻으로 ①넋(정신이나 마음) ②마음 ③생각 ④사물(事物)의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넋으로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몸을 거느리고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을 혼백(魂魄), 장례에 쓰는 제구의 한 가지로 안장을 갖추고 영여 앞에 서서 가는 말을 혼마(魂馬), 혼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생기가 없어져 정신을 못차림을 혼소(魂銷), 영혼과 정신 또는 죽은 이의 넋을 혼신(魂神), 혼련 또는 혼교를 담는 고인이 살았을 때에 입던 옷을 혼의(魂衣), 혼을 담는다는 소반을 혼반(魂盤), 죽은 이의 넋을 혼령(魂靈), 육체에 머물러 그것을 지배하고 정신 현상의 근원이 되며 육체가 없어져도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대상을 영혼(靈魂), 끝까지 투쟁하려는 기백을 투혼(鬪魂), 넋이 끊길 정도로 애통함을 단혼(斷魂), 혼을 부름을 초혼(招魂), 이익을 추구하려는 상인의 심리 또는 상인의 장사에 대한 정신이나 의욕을 상혼(商魂), 훌륭한 사람의 혼 또는 죽은 사람 영혼의 높임말을 영혼(英魂), 망혼을 가라앉힘을 진혼(鎭魂), 죽은 사람을 화장하고 그 혼을 집안으로 다시 불러들임을 반혼(返魂), 죽은 사람의 혼을 망혼(亡魂), 아름다운 혼이란 뜻으로 감성과 이성과 의무와 경향성이 스스로 조화된 성격의 일컬음을 미혼(美魂),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느낌을 여혼(旅魂), 죽은 사람의 혼을 부름을 창혼(唱魂),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넋을 원혼(寃魂), 동식물이 생활하는 근본 힘 또는 생물이 생활하여 나가는 힘을 생혼(生魂), 카톨릭에서 사람과 동물의 감각하는 힘을 각혼(覺魂),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떠다니는 넋을 고혼(孤魂), 임시로 만든 신위神位를 무덤 앞에 묻음을 매혼(埋魂), 꿈속의 넋을 몽혼(夢魂),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헤매는 영혼을 미혼(迷魂), 아름다운 여자의 죽은 넋을 방혼(芳魂),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원혼(冤魂),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이르는 말을 혼비백산(魂飛魄散), 몹시 놀라 얼이 빠지고 정신 없음을 일컫는 말을 낙담상혼(落膽喪魂), 혼이 중천에 떴다는 뜻으로 정신이 없이 허둥거림을 이르는 말 또는 죽은 사람의 혼이 공중에 떠돌아 다닌다는 말을 혼비중천(魂飛中天), 몹시 놀라서 혼백이 흩어짐을 일컫는 말을 혼불부체(魂不附體), 거두어 주는 연고자가 없어 떠돌아 다니는 외로운 혼령을 일컫는 말을 무주고혼(無主孤魂),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미혼지인(迷魂之人), 넋을 잃고 실의에 빠짐을 일컫는 말을 상혼낙담(喪魂落膽),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을 일컫는 말을 수중고혼(水中孤魂), 근심과 슬픔으로 넋이 빠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을 일컫는 말을 소혼단장(消魂斷腸), 물에 빠져 죽은 외로운 넋을 일컫는 말을 어복고혼(魚腹孤魂)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