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리성당과 이명래고약

[강문석]

공세리성당과

이명래고약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불리어 ‘태극기 휘날리며’와 ‘사랑과 야망’ ‘아내가 돌아왔다’ 등 7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곳. 바다에 인접한 충남 내포 땅 아산에 가면 공세리성당이 있다. 내포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성당의 역사도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0년 이곳에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 천주교회인 공소가 생겼고 1895년 프랑스인 에밀리오 드비즈(한국명 성일론)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2년 뒤 한옥 성당을 신축했고 이어 1922년 자신이 직접 설계한 지금의 공세리성당을 지었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공세리성당은 우아하면서 단정하다. 언뜻 보면 근대에 지어진 다른 성당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 그런데도 이 성당이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건물 외관도 외관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다. 수령 350여 년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건물 주변엔 고목이 여럿이다. 이 고목들과 서양식 건축물의 조화가 압권이다. 성당 마당엔 순교자 32위의 넋을 기리는 공간도 있다. 순교의 흔적이 찾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이 성당에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1900년 전후 아산 지역엔 종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모습들을 안타까워한 드비즈 신부는 나름대로의 의약지식을 활용해서 종기 퇴치약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신통하게 종기는 곧 나았고 그것이 화제가 되었다. 당시 이곳 성당에서 심부름을 하던 10대 소년 이명래가 있었다. 소년은 드비즈 신부로부터 열심히 고약 조제법과 치료법을 배웠다. 그러다 1906년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에 힘입어 아산에 ‘명래한의원’을 개업할 수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명래 고약은 공세리성당에서 그렇게 탄생했다.

성당 한쪽엔 박물관도 있다. 사제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꾼 것이다. 박물관엔 성당과 순교의 역사 그리고 성당 건축과정과 이명래고약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대표작들의 영상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세리성당은 언제 가도 아름답다. 뜨거운 여름 태양에 빛나는 붉은 벽돌도 좋고 건물 외벽에 드리운 고목의 그림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