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xx년 대한민국에는 희대의 얼빠년이 태어났다.
바로 나.
얼빠의 연애 story를 골라봅시다...☆★
1. 주결경
주결경은 돈이 많다.
그건 주결경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부티나게 생겼고 옷도 비싸고 먹는 것도 비싸고 갖고 다니는 것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주결경이랑 데이트할 때 나는 한번도 돈을 쓴 적이 없다.
내가 몰래 계산이라도 할까봐 주결경은 항상 선불로 계산을 하고,
오늘은 내가 낼거야! 하고 화를 내면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사줄거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 나는 심장폭행을 당해서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난 얼빠이기 때문이다.
난 정말 순전히 200% 주결경의 얼굴을 보고 사귀었다.
사귀기 전에도 부자라는 소문은 낭낭했지만 난 얘가 거지였어도 사귀고 먹여살렸을 것이다.
하여튼 애가 사귈 때 초반에는 조금 질투가 많은 편이었는데 50일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말을 안 하고 교양수업을 급하게 들은 날이었다. 나도 깜빡 잊고 있었는데 동기가 말해줘서 급하게 들어갔다.
부재중 42통 카톡 101통.
교양은 한시간짜리 수업이었다.
아니 이건 연락의 척도가 사랑하는 마음이랑 비례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각한거 같은데?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더니 주결경이 끊고 영상통화를 날려온다.
너 연락 없어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주결경 얘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난 주결경 얼굴 보면 화를 못낸다.
내가 화가 난 눈치면 주결경은 항상
나와 면대면으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하거나
아니면 오늘처럼 영상통화를 걸거나
아니면 바로 우리 집에 찾아왔다.
아 나는 정말 답도 없는 얼빠다.
주결경의 집착시리즈는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다.

내 폰을 매일 검사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연락처에 나, 주결경, 가족 이외에는 번호도 다 삭제되었다.
처음엔 장난인줄 알았다. 근데 번호를 다시 추가하는 순간 주결경은 난리부르스를 쳤다.
"안돼!"
이것때문에 나는 결국 처음으로 싸웠다. 내가 미친 얼빠라지만 얘가 하는 행동은 더 미쳤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일주일 째 이러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연락이 올 때마다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전화기가 아니라 음성사서함이 된 기분이었다.
야 내 절친이라고!
얜 조별과제 조원이야!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지!
"절친이면 번호 외우면 되잖아?"
"어 맞아…. 근데 조별과제 조원은?! 너도 다 삭제해!"
"그래."

"됐지? 나 너 사랑하기도 바쁜데 이런 일로 열 올리지 말자."
하고 진짜 다 삭제해버려서 진짜 어이가 없었다. 얘는 무슨 이렇게 상식이 안 통해!
"야 이럴거면 폰 부숴버린다?!"
얘는 내가 폰을 잠깐이라도 안 보고 있으면 불안장애가 올 정도로 날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이긴 거라고 생각했다.
"부숴!"
하고 나도 빡쳐서 폰을 내던졌다. 그리고 폰은 부숴졌다.
헤어지자고 해야 정상이겠지만 차마 주결경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어떡해 저 얼굴은 포기 못하겠는걸. 그래도 화가 난건 화가 난거라서 나 따라오지마!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주결경은 평온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우리 집 앞에 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병신같이 화가 다 풀렸다.
"보고싶었어."
"나도."
주결경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쇼핑백에서 최신형 핸드폰을 꺼냈다.
애가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이거 기계값만 백만원이 넘는데.
"어제는 화나게해서 미안해. 나도 너무 흥분했어. 근데 나 이것만큼은 진짜 양보 못해."
"이거, 이거 너무 비싼거 아니야?"
"미안해서! 미안해서 사온거야 그러니깐 부담 갖지마."
"안돼 이건 진짜 부담스러워. 어떻게 백만원이 안 부담스러운 가격이야?"
"그, 그, 사실 게녀야…."

주결경이 재밍아웃을 했다.
중국재벌 4세란다.
우리나라 재벌4세만해도 클라스가 어마어마한데 중국재벌4세는 대륙의 크기였다. 근데 나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재벌 4세라면 돈이 많아서 데이트값 다 낸거구나. 당연히 백만원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구나. 이정도만 실감이 나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공기로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게녀씨 전용비서입니다."
"엥? 뭐야?"
"아무래도 우리 게녀가 전화번호를 꼭 저장해야한다길래 내가 비서 고용했어. 이러면 어떤 미친 년,놈이 들이대는지 다 알 수 있잖아."
나한테 들이대던 상철 선배가 며칠 뒤 실종됐다.
"결경아 우리 저 섬 놀러가면 좋겠다, 그치?"

"게녀야 섬 사왔어."
2. 배수지
배수지는 진짜 내 이상형이다.
얼굴도, 얼굴도, 얼굴도 내 완전한 이상형인 배수지. 그런 애랑 내가 사귄다. 솔직히 믿겨지지가 않아서 집에서도 한참을 멍 때렸다.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 아니라 전 인류를 구했을 거다.
배수지는 하는 행동도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내가 재잘재잘 그 애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 배수지는 가만히 듣다가 눈물을 흘린다.
"수지야, 왜, 왜 울어?"

"게녀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거기다 얼마나 사랑둥인지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배수지가 축제 사회자를 맡게된 날이 있었다. 그 날도 우리의 사랑둥이는 나를 찾아서 눈빛과 제스쳐를 날리고 있었다.

'게녀야 나 여깄어!'
그 틈을 타서 짓궂은(개짜증) 엠씨가 괜히 배수지한테 말을 건다.
"우리 대학의 여신 수지씨가 아까부터 누구한테 그렇게 인사를 하세요? 혹시 남자친구~ㅎ"

"남자친구 아니구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입니다. 김게녀 보고있어? 사랑해!"
그렇게 나는 강제 커밍아웃과 커플아웃을 하게 되었다.
정말 이 때 죽고싶었다.
그래도 사회를 보고 내려오는 배수지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헤어질 수가 없었다.
진짜 체면이고 뭣이고 그래 얘가 있는데 뭐,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배수지가 예쁜 얼굴로 예쁜짓을 할 때마다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진짜 시간이 이대로 멈춰서 죽어버렸음 좋겠어.
"수지야 영원히 너랑 같이 이렇게 있음 얼마나 좋을까. 진짜, 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아."
"정말? 나도 그런데."
그리고 배수지는 다음날 자살기도로 병원에 실려갔다.
유서에는 '게녀가 죽어버릴 정도로 너무 좋아서. 게녀가 먼저 죽으면 난 하루도 살 수 없어서 먼저 죽어요. 게녀야 조만간 천국에서 보자.' 라고 써 있었단다.
나는 처음에 장난인줄 알았다. 뭐야 요새 나온 유우머인가? 했는데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수지는 무려 일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나 정말 위험한 여자애랑 사귀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도 됐고 진지하게 얘랑 계속 사귀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병문안을 간 순간 모든 고민들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게녀야!"
"…수지야 진짜 깜짝 놀랐잖아."
수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왔다. 안 그래도 마른 애인데 병원에 있어서 더 핼쑥해졌다.
그런데 나는 쓰레기같이 얘랑 헤어질까 하는 미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는 그러지마. 우리 같이 천년만년 오래 살아야지."
"응, 게녀야 너도 울지마."
말이 씨가 되는 수지한테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수지는 돈도 많았는지 이거 맛있다 더 먹고싶어 하면 한박스를 통째로 사오고
영화 보고싶다고 하면 VIP 시사회권을 어디서 얻어오고
아 놀이공원 가고 싶다 하면 놀이공원을 통째로 하루 대관하고
하여튼 얘는 장난이 아니었다.

"게녀야 너를 매일 봐도 봐도, 떨어져있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
"나도…. 그래도 우린 이제 사회인이니깐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계속 보이면 좋을텐데, 그치?"
칙, 치지지직, 치지직

"아, 보인다."
"어? 핸드폰이…."
"너 항상 보고싶어서 항상 음성전화 기능이 켜지도록 해놨어! 앞으로 꼭 핸드폰 챙겨."
상철선배............☆ 눈물.....
11111
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ㅋㅋㅋ상철선배ㅋㅋㅋㅋㅋㅋ 존웃
111111111111 난 원래부터 결경이 얼빠였다. 결경이 너는 거지여도 내가 먹여 살렸을것이다.
아아아ㅏㅏ 배수지도 돈많나보네 존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