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신호가 되듯이 촉수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어리둥절한 윤한 목사의 가슴을 정확하게 꿰뚫었고, 공중으로 높이 들어올렸다. 피, 피, 피가 이리 저리 튀었고 사람들은 공포에 절규를 질러댔다. 촉수 서너 개가 그의 몸에 더 달라붙더니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사지가 찢겨서 공중으로 날랐다. 그 광경에 기절하는 사람, 도망가려다가 쓰러지는 사람, 울면서 기도하는 사람 가지 각색이었다. 피가 비처럼 쏟아지기 작했다. 공포에 다리가 굳어져있던 김호석 목사가 비척비척 도망가려고 했으나 그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다리부터 잡혀서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치솟더니 이내 다리가 갈갈이 찢기며 떨어졌다.
순자는 진철이를 생각했다. 뒤에 앉으려고 하는 그의 고집, 평소 때는 하지 않았던 그의 기행, 왕짱 큰 눈 꿈, 자기가 엄청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부터 아예 먹지 않았던 꾸물거리는 산낙지…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또 한 사람이 당했다. 여대생이었다. 서내개의 촉수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면서 마치 고무 인형처럼 몸이 제멋대로 꼬아지면서 공중으로 쭉 솟았다.
하르! 하르! 하르! 수카이 하르!
그 눈이 광란으로 희번득 거리면서 외쳤다. 지반이 다시 흔들리면서 울리고 있었다. 다시 흙먼지가 일어나면서 촉수의 본체가 나타나고 있었다. 넙적한 솥뚜껑같은 몸체에 촉수가 빼곡히 덮여 있었고, 자라려고 하는 어린 촉수들은 피부병 같았다. 그 가운데에는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뻐끔뻐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촉수가 다시 튀어나오면서 도망가려고 뒤섞인 사람들을 솜씨 좋게 나꿔 채서는 장난감처럼 찢어 버렸다. 피, 피, 피. 밖에서 내리는 비처럼 교회의 강당은 붉으스름하게 장막을 만들며 내리고 있었고, 비명은 끝나지 않을 교향곡처럼 교회 한가득 연주되었다. 촉수들을 운 좋게 피한 순자는 거의 문 가까이 가고 있었다. 촉수에 배가 뚫려 튀어난 갈비뼈를 달고 비틀거리며 성호 엄마가 손짓을 하는 것을 기급하며 뿌리치고는 출구 쪽으로 가려고 했다. 이봉희 집사의 비명이 들렸다. 그러나 순자는 귀를 막았다. 비명에 귀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눈이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 음성이 울렸다.
시크리푸 유르 카…
자신을 향해 직접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것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귀에서 갑자기 TV에서 음소거를 눌러 버린 것처럼 모든 소리가 멈추었다. 눈이 자신을 보고 있다. 성안으로 착각하여 경배를 드렸던 그 눈. 지금은 무엇보다 더 요사스럽고 사악한…
코메카 안타 브레싸…
그녀는 자신의 머릿 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의외로 자애롭고 성스럽다는 것에 놀랐다. 저 것이 성스러운 천사의 음성일까. 저것이, 저 편하고 자애로운 시선이 자신이 은근히 보길 원했던 성안의 모습인지 모른다. 아까 전에 봤던 참상은 신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던 환상일지도 모른다. 목사님의 목소리가 꿈처럼 들린다.
“와서 축복받으라, 주인님의 은총을 받고 그의 또 다른 사도가 되어라. 여인아.”
주위는 조용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깨끗했다. 피나 시체 조각들이 구르고 있는 지옥이 아니라 예전에 자신이 와서 기도드렸던 성스럽고 깨끗한 교회다. 아까 전에 갈갈이 찢겼던 윤한 목사가 자신 앞에 보였다. 튀어나온 그의 내장도 밟았었는데, 온전했다. 약간은 창백한 얼굴 빼고는 다 정상이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신도님, 어서 오세요 은총을 받고 그 분의 음성을 들으세요.”
이봉희 집사가 어느새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똑같이 창백한 모습으로.
“그럼요, 여기는 천국 그 자체랍니다. 아주 편해요. 신도님도 오세요.”
그 옆에는 아까 전에 머리가 터져 죽었던 정정한 집사, 성호 엄마, 여대생들…하나같이 창백한 얼굴로 미소지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브레싸…
‘그’의 목소리. 그래, 은총을 받는 것이다. 내가 알고 지내온 사람들이 한 가지로 말하지 않은가? 가는 거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뭔가 빠진게 있잖아.’
머리 속에서 외침이 울렸으나 무시했다. 그들이 손짓하는 대로 오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그러나…그러나…
“엄마아…”
진철이! TV의 채널이 바뀌듯이 그녀 주위의 세계가 갑자기 점멸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지? 진철이가 겁에 질린 나머지 화장실에서 나와서 여길 찾으신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은 불과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였다.
“진철아!”
유르 퓌아!
자신의 최면이 깨져 버리자 눈이 본색을 드러내며 노성을 질렀다. 순자는 그 목소리 때문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며 뒤로 돌아보았다. 그 광경에 그녀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영화에서나 보이던 좀비들이, 아니 그것보다 끔찍한 것들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윤 한 목사가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찢겨진 왼쪽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팔 한 조각이 붙어서 발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고, 촉수로 뚫린 배의 구멍에는 내장이 괴상하게 엉켜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김호석 목사의 하반신은 완전히 날아갔는데, 그 자리에는 두 사람분의 다리가 거미처럼 움직이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는 정정한 집사 것까지 두개가 어깨 위로 붙어 있었다. 전부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시체가 한 데 모여져 꿰메지고 합쳐져서 괴상한 생명체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촉수들이 그 시체 조각들을 본체의 입으로 보내고 있었고, 그 살덩이 조각들을 삼키는 입들은 질척질척한 소리를 내면서 제 멋대로 합쳐져 살아난 시체들을 뱉어내었다. 문천성 목사는 계속해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순자는 매스컴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창백하고 하얀 얼굴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모두 여기에서의 광란을 겪고, 저런 생명체로 재탄생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들 말끔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건 저 ‘눈’의 능력일까? 아니면 문천성이 저 것으로부터 받은 능력일까? 어쨌든 사람들은 강연이 끝난 후에 소문을 내고,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문천성은 전국을 다닐 것이다.
하르 베가인! 미튜 수레바!
그 생명체들이 움직인다. 촉수도 움직인다. 오직 한 사람을 목표로…
“엄마아…”
문이 거의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괴물이 있는 이 지옥을 아들에게 보일 수 없다. 그녀는 문 쪽으로 달렸다. 촉수는 스나이퍼의 총알처럼 그녀에게 날아들었고, 순자는 자신의 배에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을 느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비워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안 돼, 여기서 쓰러지면 진철이가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멈춰서는 안 된다. 다리에 흐르는 피를 느끼면서 그녀는 다시 움직였다. 촉수가 다시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피가 역류하면서 입안 가득 구리 막으로 채워졌다. 그래도 멈춰서는 안 된다. 조금만 늦으면 진철이가 나를 보고, 저 눈을 본다. 거의 다 왔다, 문이 열린다. 닫아야 한다, 닫아야 한다… 대강당의 굵직한 두께의 문이 그녀의 손에 잡히면서 다 빠져나가는 힘으로 그녀는 문을 닫았다. 다 닫지는 못했다. 그저 진철이의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철이도 그럴 것이다. 그녀는 엄마만을 부르는 진철이에게 행여나 문천성이 들을까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진철아…이제 집에 가야지? 집에 가…가는 길 알지? 오늘은 혼자 가. 응?”
입으로 역류하는 피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녀는 많은 양의 피 덩어리를 억지로 삼키고 웃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진철이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집에 가는 것이 좋은 모양이지만 엄마가 가지 않는단다.
“같이 가…엄마 아야, 아야한다 ”
“엄마 괜찮아. 아빠한테 가야지, 응? 여기 들어오면 안 돼. 엄마 일하는 데서 오면 때찌한다?”
문으로 가리긴 했지만 가슴과 배에 박힌 촉수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견디기가 힘들다. 진철이는 가려고 하지 않는다.
“진철이…착하지? 엄마없이 갈 수 있지? 가, 진철아. 혼자 갈 수 있지?”
아들은 그래도 망설이면서 낑낑거린다. 어쩔 줄을 모르면서. 신이여, 제발…
“진철아, 집에…가면 진철이…윽…좋아하는 쵸코볼 사놨다. 집에 먼저 가, 응?”
“쵸코볼?”
아들이 반색한다.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 시체덩이들이 가까이 오는게 느껴진다.
“그래, 많이 사놨어. 말 안 들으면 엄마가 먼저 가서 다 먹을 거야. 그러니…어서…”
“엄마…있다, 올 꺼야?”
진철이는 웃는다. 이 대답만 해주면 아들이 갈 수 있게 해주세요. 하느님…
“그래…엄마 좀 있다가 갈게. 집 잘 볼 수 있지? 엄마…일…하러 간다. 진철이 안녀…”
착한 아들은 어머니가 손을 흔드는 것을 마주 흔들어 주며 문이 마저 닫히는 것을 바라본다. 쵸코볼이 집에서 기다린다. 빨리 가자. 밖은 이제 거의 비가 그쳐가고 있었다. 내 우산이 어떤 거지? 저거? 저거? 우산이 너무 많아 모르겠다. 엄마가 가져 오실 거다. 빨리 가자. 유리문을 열면서 혹시 엄마가 일을 마쳤는가 돌아보았지만 대강당의 왕짱 큰 문만이 굳건하게 서있다. 전에 산타 할아버지 오는 날처럼 진철이가 잘 때야 오실 모양이다. 우리 집은…밥 먹는 손이 어디더라? 아, 여기다. 전에 엄마 몰래 했던 ‘진철♡엄마’의 낙서도 보인다. 조그만 더 가니 빵빵 차들이 기다린다. 밥 안 먹는 손 쪽으로…신호등이 보인다. 빨간 건 엄마한테 혼난다. 아, 이제 파란 거다. 된다. 손들고 이쪽 저쪽 두리번 두리번. 그는 스스로의 착한 일에 만족한다. 이렇게 착한 일을 해야 밥 먹기 전에 쵸코볼을 먹을 수 있다. 쵸코볼 먹기는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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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올려보는 글인지...참 반갑고 떨리네요. 글이란게 참 안 풀릴 땐 뭘써도 마음에 안들더니 써지
려고 하니까 하루만에도 되고..그래서 참 매력적인 놈인거 같습니다
어느 날에 자고 있다가 단편적인 이미지만 있는 꿈을 꿨는데 비몽 사몽간에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스치면서 그 때는 황급히 연습장을 찾아서 이미지들을 메모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서 저 글을 썼습니다. (스티븐 킹의 말로는 뮤즈가 마법가루를 뿌려주었다고 하나요? 그런 대작에 비해서는 턱도 없지만^^;)
그래도 쓰고 보니 아쉬운 마음은 금할 길이 없네요. 연습장에 휘갈기며 쓴 거 한글로 겨우 올려서 바로 올립니다. 오타있으면 지적해주시고요 부족한 글이나마 즐겁게 보셨으면 합니다^^
첫댓글 조회수 1의 상큼함ㅎㅎ 마지막에 아들의 입장에서 본 것도 뭔가 의미심장하네요.. 아들을 끝까지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도 애절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와우~ 날씨도 좋은데 주말에 재밌는 글 읽어서 너무 기분 좋네요>_< 잘읽었습니다^^
흑 ㅠㅠ 너무 좋았어요!
오오오오 재밌게 잘 봤어요 ^^
오메무서운것ㅠ
잼나게 봤습니다..
흐..챠우님 글이라 단번에 읽어버렸습니당 ..마지막에 슬프네요 ㅜㅜ..
재밌게 잘읽었습니당~~ 오타가 있네요.."아까 전에 갈갈이 찢겼던 윤한 목사가 자시 앞에 보였다." 에서 자시 가 아니라 자신 아닌가요?
수정했습니다^^
재밌어요.. 잘읽었습니다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