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에
조영래
장마도 몇 날 며칠 지쳐서
빗님이 다리쉼을 하나 보다
웃으며 잠시 쉬는 짬에
굵은 팔뚝 물줄기는
근육질 왈패보다 무서워
몸서리치는 시늉으로
부르르 떨다가 멈춘다
그러나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잠자는 아기에게 가는
빗님의 자장가는 밤별에게
낡은 손수건을 주고 온 아픔이자
울컥 솟는 미망迷妄은 희망을 지음이요
이불을 덮어주는 손님은
꿈나라로 이끌어 주는
꼬막손 평화님이 오시는 거야
어쩌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것일지도 모르잖아
소소한 연못가로 돌아가고
싶은 그녀는 우울해도
더 이상 울 수가 없는 까닭은
작은 연못이 넘치면 안 되니까
소담한 연꽃들이
벌 나비를 위하여
물모둠이 탈이 날까
눈을 흘기며 슬픔을
이겨내고 있을 거야
깊은 손가락 언약은
달콤한 캔디 달고나
청빈한 삶을 녹여
검은 그림자에게
자양분을 빼앗길 순 없어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 잠가
시간이 지날수록 터질 듯
커 버린 풍선이 바로
검은 망토일 줄이야
방망이를 들고 나와
배를 쑥 내밀어 으쓱댄다
사랑을 먹고 행복을 짓는
벌 나비들에게 줄 꿀이
풍선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가만히 그냥 버려둘 순 없어
아하! 이제 보니
화해 서약을 받으려고
타임캡슐에게 가려나 보다
줄이 더 길어지기 전에
꿈나라 은하열차 티켓을 사야지.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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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시인방
처마에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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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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