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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는 그립다. 2
2010년 12월.
1초였을까 1시간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눈을 마주했다 생각했지만 꿈인가 싶어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어 불렀다.
“운…?”
“이재인…”
동상처럼 서있던 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는 14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진 운이 눈앞에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이 구치소 면회장에서. 나는 창살 안에 있고 그는 밖에서. 그리고… 사형수가 된 나의 앞에서.
“재인아”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끼쳐오는 한기에 몸을 떨며 가누기 힘들어지는 몸을 천천히 의자에 기대었다. 그러자 반걸음 앞으로 다가온 그가 안타까움이 범벅된 표정으로 두꺼운 플라스틱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 손이 마치 나에게 닿은 것 마냥 뒤로 물러섰다.
“재인아…”
14년 전 그때도 깊고 넓은 심해처럼, 숲처럼 청량했지만 가볍지 않았던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지며 멋진 울림을 내고 있었다. 그 가볍지 못한 진동과 함께 벽에 가로막혀있음에도 그에게서 풍겨오는 맑은 향내는 여전히 내 코와 귀를 자극했다.
“변… 변호사라니…”
“…재인아”
“저는… 항소할 생각이 없습니다. 죗값을… 치를 것입니다”
간신히 평정심을 찾은 듯 목소리를 딱딱하게 굳혔다. 끝이 조금 갈라졌지만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 괜찮아야만 한다.
“이미 자백했고, 선고는 내려졌습니다. 번복할 생각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변호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난… 네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
“말해. 이재인. 내가 변호사가 아닌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돌아가….”
“이재인!”
“돌아가 줘!”
“싫어. 14년을 찾았다. 너 하나를, 너 하나만을 14년을 찾았어. 네 그 단 한마디 말에 발을 돌릴 수 있는 거였으면 언제든지 포기했어! 찾았어, 이제야 찾았어… 이젠 어디로든 보내고 싶지 않아…”
운아… 바보 같은 진운….
“너도 나를 찾았던 거지? 그리고 지켜본 거지? 그래서 알고 있는 거지? 너도… 아직 나를 원하는 거지?”
“운…”
운이 거칠게 우리사이를 가로막은 플라스틱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음이 귀를 자극했다. 그 소리가 운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처럼,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처럼.
“국선변호사는 해임했고, 내 독단으로 개인변호사를 선임했다. 네 말대로 난… 변호사가 아니니까. 하지만 난 널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거야. 내가 옷을 벗어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항소장은 이미 제출되었고, 재판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 달 이내로 잡힐 거야. 그땐……”
“난 가지 않아”
“이재인!”
“날… 내버려둬 줘. 진운. 너랑 나는 14년 전에 끝났어.”
-삐이익!
난 아까와 달리 냉정한 손놀림으로 버튼을 눌렀다. 차임벨이 울리고 곧 교도관이 들어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면회실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뒤통수에 와 박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심장을 쥐어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조각조각 파편이 되어버린 마음이 또다시 흐트러진다.
네가, 나는 그립다.
1997년. 4월.
부주의로 인해서 생겼던, 그렇지만 생소하기 짝이 없게도 다른 이의 도움으로 그 상처를 치료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교복도 다시 구해 입었고, 그날 내 팔을 둘러매주었던 손수건역시 이제는 붉은 기조차 비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은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나의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내게는 그날 이후로 학교에 가면 ‘그’를 관찰하는 하나의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그’. 진운은 내가 앉은 창가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가운데 분단의 뒤쪽에 앉아있었다. 전교1등의 이름에 걸맞게 수업시간에는 언제나 눈을 빛내며 수업을 경청했고, 종종 선생들이 나와서 풀기를 요구할 때마다 거침없이 답을 적어 내려갔다. 평소에는 쓰지 않는 안경을 공부할 때만 끼곤 했는데, 안경을 쓴 그의 얼굴은 좀 더 차분한 느낌이었다. 진운의 교우관계는 나쁘지 않은지, 쉬는 시간과 식사시간마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았고, 매번 바뀌었다.
그런 식으로 오랜만에 타인을 관찰하면서 나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는 진운과 여러 번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인사를 하지도, 웃지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로 고개를 돌렸고 나 역시 잠시 그의 뒤통수를 보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남몰래 주머니에 든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50명 가까운 남자들이 득실대는 교실에서는 그의 청량함마저 묻혀버렸는지, 처음과 같은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왠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아쉬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1997년 5월.
지난번에 상처까지 낸 보람이 있었는지 꽤 오랫동안 싸움을 걸어오는 녀석들이 없었다. 간만에 평화로우면서도 지루한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이른 오후 학교를 나서 집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면 20분이면 가겠지만 난 언제나 등학교를 걸어서 다녔다. 지각 따위의 걱정이 없는 것도 한몫했지만, 매일같이 버스를 탈만큼의 여유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버스로 20분정도의 거리의 정류장에서 가파른 비탈을 한창을 오르면 누더기처럼 기워진 동네에 다다른다. 담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채로 온갖 낙서와 부서져버린 잔해가 굴러다니고, 건드리면 먼지가 풀풀 날릴 것 같은 지붕을 가진- 이 세계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터전이었다. 그곳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잔뜩 녹슨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주인집의 개가 짖으며 꼬리를 쳤다. 대충 한번 쓰다듬어 준 뒤 마당을 돌아 들어갔다. 신발을 대강 벗어놓고 방문을 열자 안에서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재인이니? 콜록콜록!”
“엄마. 왜 그래? 또 어디아파?”
“아니야… 콜록!”
“엄마!”
“괜찮아. 근데 이 시간에…”
“그냥 왔어.”
“재인아…”
책망하듯 나를 부르는 엄마의 창백한 얼굴을 외면하고 방 한구석에 가방을 던진 나는 아무데나 주저앉았다. 그리고 근처에 굴러다니는 인형을 주워들었다.
“이 눈알들 붙여서 언제 돈벌어. 엄마 그냥 쉬라 그랬잖아”
“어떻게 그래… 재인이랑 수인이 학교도 보내고, 맛있는 것도 먹이려면 엄마가…”
“내가 수인이 학교도 보내고 공부도 시킨다니까? 엄마는 엄마 걱정이나 해!”
“재인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년이면 나도 일할 수 있어. 돈 벌 수 있으니까 이런 궁상떨지 말고 몸 나을 생각이나 해”
“재인아”
또 괜찮다는 빤한 거짓말을 할까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이력이 날정도로 익숙해진 인형 눈 붙이기를 빠른 속도로 해치우며 완성된 것을 자루에 던져 넣었다. 가만히 나 하는 양을 지켜보던 엄마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재인아. 너 공부해”
“뭐…?”
“대학가”
“뭐라고?”
“우리재인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거 알아… 근데 형편 때문에 포기하는 거 엄마가 다 알고 있어”
“엄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대학 가려면 돈이 한 두 푼 드는 줄 알아?”
“재인이 대학정도는 보낼 수 있어”
“엄마!”
오래도록 지병으로 고생한 엄마는 딱 보기에도 병색이 짙었다. 창백하고 바짝 마른 가는 몸. 그래서인지 화도, 큰소리도 좀처럼 내본 적이 없던 엄마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는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생경함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남들처럼 학원도 못 보내주겠지만 우리 재인이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충분히 갈수 있을 거야. 그렇지?”
“엄마…”
손에 들고 있던 인형을 내려놓은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앙상한 팔을 뻗어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엄마의 품에서는 서늘한 병마의 냄새가 났지만 나는 그 품에 얼굴을 부볐다.
“중학교 때 부터 학교에 몇 번 찾아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그러셨어. 네가 너무 반항적이라고,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하지만… 엄마는 알아. 네가 매번 이렇게 학교를 나와 버리는 이유를”
“……”
“남들처럼 똑같이 공부할 수 없는 게 괴로운 거지? 하루하루 넘기는 것이 벅찬데, 교과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아니까. 그래서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 있는 게 힘든 거지. 그렇지 재인아”
“……”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이런 엄마라서… 미안해 재인아”
“아니야…”
머리위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고개를 들려 했지만 머리를 감싸 안은 엄마의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 나는 팔을 들어 엄마의 등을 끌어안았다.
“네가 가져오는 생활비,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질책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엄마… 알고 있었어?”
“그럼. 엄마는 우리 아들들 일이라면 모두 알고 있어”
나는 엄마 모르게 나직한 한숨을 뱉었다. 나름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일 무렵 어머니가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편모가정이었던 우리 집은 가세가 기울었다. 처음부터 풍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풀칠은 할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를 처지에 놓였었다.
덕분에 어린나이로 가장이 되어버린 나 역시 돈을 벌기위해 사방을 뛰어다녔지만 어린나이로는 일을 구하기도, 하기도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빠지게 된 것이 싸움, 그리고 후배 녀석들로부터 받는 ‘상납금’이었다. 몸집이 크지는 않았지만 손은 매서웠던 나는 본격적으로 싸움판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추종자들 역시 꼬여들었다. 그 덕에 수입이라기에는 민망하지만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고, 그것을 우리가족의 생활비로 사용했었다. 물론 동생과 엄마에게는 비밀로 했었는데…
“엄마가 틈틈이 돈도 많이 모아뒀어. 그러니까 재인아. 공부하자. 대학 가는 거야. 우리 재인이는 머리가 좋으니까 대학가서 장학금 받아서 엄마한테 효도해주면 돼.”
“하지만…”
“엄마가 재인이 대학가는 모습이 정말 보고 싶어…”
나는 눈가를 찡그렸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공부를 등진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수능은 반년이 조금 더 남았을 뿐이고 1,2학년 내신은 개판이었다. 남들 성적 밑을 깔아주는 역할밖에 해준 적이 없었다. 시험지를 본 것도 까마득했다.
“못 갈지도 몰라…”
“재인아”
“중학교내용부터 다시 해야 되고, 1,2학년 내신 만회하려면 전교1등을 해도 부족해… 못 갈지도 몰라…”
“괜찮아. 괜찮아 재인아. 엄마는 재인이가 노력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할거야”
“……”
그날은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 수인이 까지 합세해 나를 공부시키기위해서 온가족이 애를 썼다. 막연함과 막막함에 계속 고개를 저었던 나도 결국 밤이 된 이후에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의 결심을 보고 엄마와 동생은 나의 일처럼 매우 기뻐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네가, 나는 그립다.
2010년 12월.
“0413호!”
“거절 합니다”
“이게 몇 번째야?”
“그 사람에게 전해주십시오. 절대 만나지 않을 테니 찾아오지 말라구요”
“그 말 안한 줄 알아? 그리고 감형하는데 도와주겠다는데 왜 거절 하는 거야?”
며칠을 얼굴 보며 지냈더니 내가 이젠 익숙해졌을까. 말을 걸어오는 교도관의 말투가 한결 편안하다.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친근함에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책상 앞에 있던 몸을 일으켜 문 앞까지 다가가자 드디어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생각한건지 철컥거리며 문을 열어준다.
“그래, 잘 생각 했어”
“아뇨. 안 갈 겁니다”
“이재인!”
“돌아가라고 해주십시오. 그것보다, 부탁이 있습니다만”
“부탁?”
“네. 제 짐을 가져다주실 수 있습니까”
“짐? 외부에서 가져오는 건 안 되는데”
“위험한 물건은 없습니다. 단지… 소중한 물건들입니다. 이제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없을 테니 가져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으음… 일단 이야기는 해보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 교도관은 문을 잠그고 멀어져갔다. 주변에서 숨죽이고 있던 다른 이들이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등 뒤로 느껴진다.
“형님. 근데 왜 정말 안 만나십니까?”
“맞습니다. 형님. 이대로라면 사형수 꼬리표 달고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합니다. 아직 나이도 얼마 안 되셨는데…”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지 워낙 오래 되서 무기징역이나 다름없답니다. 그럴 바에야 형량 줄여서 모범수로 나가는 게 훨씬 낫지 않습니까?”
저마다의 이유로 구치소에 들어온 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들먹이며 나에게 구명할 것을 권했다. 책을 보던 고개를 돌리자 이쪽을 보고 있던 이들이 움찔한다. 찬찬히 한명씩의 면면을 훑어보던 나는 다시 책에 시선을 박았다.
그들 대부분이 나보다도 대 여섯 살은 많았다. 처음에 구치소에 들어왔을 때는 상대적으로 어린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저마다 서열을 정하기 위해 덤벼들어 꽤나 귀찮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알게 된 이후로는 잠잠해지더니 어느 샌가 모두들 나를 ‘형님’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덕분에 쓸데없는 분쟁은 생기지 않았지만 분명 소속도 출신도 다른 이들이 나를 형님으로 모시기 시작하더니 정말 형님처럼 이른바 ‘충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중 가장 곤란한 것이 바로 지금 나의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는 진운이었다.
면회가 오면 언제나 교도관들이 와서 나를 호출했기에 매일같이 누군가가 찾아오고, 간간히 오가는 ‘변호사’‘항소’등등의 말로 대충 상황을 추측한 듯 싶다. 그리곤 어제부터는 은근히 면회하기를 종용했다. 내가 감형되어도 그네들에게는 좋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만 보면 형님. 죽으러 들어온 사람 같소”
“……”
조잘대던 이들 사이로 진득한 목소리하나가 웅성임을 가르고 들려왔다. 여전히 나는 등 돌린 채였지만 그 목소리는 개의치 않았다. 분명 이름이…
“사방에서 구명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어찌 그러는 거요. 형님의 보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형님 기다리는 애들도 있지 않소”
“……”
“며칠 지켜보기만 했지만 들어보니 계속 찾아오는 그 사람. 검사라던데”
“검사?”
“변호사라고 하지 않았어?”
다른 이들은 몰랐는지 굉장히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지만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가 그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출처가 궁금했기에 결국 몸을 돌려 그와 마주보았다. 그래. 이름이 김형석이던가.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지”
“감옥이라고 사방이 닫힌 것만은 아니오”
“…흠”
“검사라는 사람까지 나서서 애를 쓰는데 왜 여기 눌러앉지 못해 안달이요?”
“관심이 과하군”
“그냥 궁금해서 그렇소. 분명 나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텐데”
맘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내면서 눈썹을 들어 올렸지만 상대는 무반응 했다. 김형석… 사회에서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당신은 왜 들어왔지?”
“사람을 죽였지”
“죽였다?”
“그렇소”
“곧 나가겠군”
난 단정한 뒤 다시 몸을 틀었다. 하지만 완전히 돌아서기 전에 그가 말했다.
“다섯 명을 죽였지”
돌리던 고개를 다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다운 다부진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은 나에게로 꽂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그 시선을 받아내면서 나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복수라니. 진부하기 짝이 없군”
“…!”
나는 완전히 몸을 돌려 책을 손에 바로잡았다. 그리고 먼지를 털어내듯 페이지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을 마쳤다.
“당신 같은 사람은 이런 진창에 오지 않는 게 좋아. 당신이야말로 최선을 다해서 이곳에서 나가. 복수는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의 특권이니 분명 당신을 기다리는 이도 있을 테지”
“……”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내게는 관심 갖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완전히 말을 마치고 이제는 듣지 않겠다는 듯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방안의 공기가 한층 더 가라앉았으나, 나의 뒤통수로 와 닿는 시선하나만은 뜨거웠다. 내 비틀린 마음까지도 전부 꿰뚫어 볼 것 만 같은 불편한 곧은 시선이었다.
*안녕하세요 2편을 들고 돌아온 율입니다.
*첫편에 절 기억해주시는 분들과 반겨주시는 분들, 그리고 기대된다고 해주시는 분들 모두
예상이상으로 환영해주셔서 정말 기뻤답니다.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도 한층 더 강해졌구요.
힘이 쏫아납니다!!!
*세륜, 連理枝, hideri, 달달콩콩, 효나★, 바다.☆, 하와이갑부, 컴백쏘쏘, 순살, 동글태양이, 바다와여인 님들
댓글 감사합니다
+ 추천해주신분들도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먹고 살아요
*즐거운 주말이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 고럼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
첫댓글 역시재밌어요~ 무슨사연인지,,궁금해요~
-안녕하세요 효나★ 님. 둘사이의 이야기는 차차 진행이 될거랍니다. 계속 재밌게 봐주세요^^
검사가 왜 재인님에게 관심을 가지시는지~~
궁금하네요.
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징역 6개월인가 구형했더니 판사가 2년인가 3년 때려가지고 어이없어했던 그 검사...
그런 스토리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連理枝님. 운이 재인에게 관심을 갖는건 과거의 일때문이겠죠?
그리고 재인의 사건 담당검사는 운이 아닙니다. 낮게 구형하고 싶어도 할 자격이 없는거죠. 차라리 그럴 권한이라도 있으면 저렇게 애쓰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인이 고딩시절 얘기 읽으면서 낮에 봤던 뉴스가 떠올라 눈물이 찔끔 났어요.
지난번 엄마를 죽이고 시체를 집안에 놔두고 8개월을 지냈던 고딩아이 얘기가 나왔는데
살인이 정당화 될 순 없지만 그아이 입장 아니고선 아무도 함부로 그아이에게 돌을 못 던지겠다 생각했어요.
일단 재인이는 그래도 엄마가 사랑을 주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그후에 무슨일이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고 조폭이 되었는지 궁굼해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안녕하세요 하와이갑부님. 세상엔 정말 별별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요.
그중에는 하와이갑부님이 말씀하셨듯이 안타까운 일들도 있구요.
가난에 찌들어 살던 재인도 아마 그런축에 속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음편 많이 기대해주세요 ^^
역시나 좋습니다. 글솜씨에 반하는 기분이에요.
재인과 운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
네요. 담편 기대할게요
-안녕하세요 달달콩콩님. 아이쿠, 보잘것없는 글솜씨를 칭찬받다니 입이 귀에 걸리려고 하는데요?
재인이와 운의 이야기는 소설전반에 걸쳐 천천히 진행이 됩니다. 차분히 차근히 같이 함께 가요.
잘보고갑니다. 운과 재인이 사이에 무슨일이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재인이가 정말 살인을해서 구치소에 들어온건지 아니면 무슨일이있었던걸까요 갈수록 궁금해지네요^^ 다음편기대할게요!
-안녕하세요 순살님. 운과 재인이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천천히 나올예정입니다.
소설내용에 관련없이 한가지 답변해드리자면, 재인이는 조폭중에서도 간부급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과연 살인을 저질렀을까요, 아닐까요?^^
다음편 많이많이 기대해주세요!
진운과 재인의 스토리...정말궁금해져요 담편 정말 기대되요
-안녕하세요 바다와여인님. 운과 재인의 속이야기들은 천천히 계속 나온답니다. 계속 궁금해해주세요!!
다음편도 꼭 재밌게 봐주세요~
대학가려는 문턱에서 재인의 엄마에게 나쁜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요?
결국 돈 때문에 조폭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요??
음..나이 어리지 머리는 좋지..신체 건강하지...조폭들이 손 내밀만 했을것 같아요...
담편...너무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동글태양이님. 이런저런일이 있겠지만 어쨋든 재인이에게 좋지 않은일이 생긴건 확실하겠죠?
그렇지 않다면 새맘을 먹은 재인이가 지금은 사형수가 되어있을리 없으니까요...
다음편!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밌아요~ㅠㅜㅡ 자주 올려주세요~! 화이팅~!
-안녕하세요 hideri님. 재밌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자주올리도록 노력할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