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간혹,
지독하리만치 성실한 친구들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이게 과연 될까? 싶은 일들도,
끝까지 끈질기게 버텨내면서 결국엔 뭐라도 쟁취하는 이들
우리는 보통 그런 성격을 일컬어 "독기가 있다"라고 표현하지만,
사람이 독기를 품는다고 해서,
의지력이란 게 샘 솟듯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제 3자들이 볼 땐, 보통 사람들의 범위를 넘어서는 그들의 의지력이 지독해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막상 그들은 독기나 지독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일 수도 있어요.
성격적으로는 오히려 무덤덤하고 단조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독한 게 아니라, 별 생각 없는 거야.
예를 들어,
공부를 별로 안하던 학생이 갑자기 서울대가 가고 싶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원래 공부에 취미가 없던 사람이니만큼,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전국 상위 0.1퍼센트에 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원래 놀기만 했던 앤데, 갑자기 공부에 꽂혀서 미친듯이 책만 파고드는 친구를 본다면,
누구나 "와 저 지독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하지만, 지독하다라는 것은 그저 경이로운 의지력에 대한 타인의 감상 내지는 묘사일 뿐,
심리학에 독기 있는 성격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그토록 끈질긴 의지력을 만들어내는 특정 성격 유형은 분명히 존재하죠.
끈질긴 의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크게는 세가지의 성격적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확고한 목표 의식"이 필요해요.
확고한 목표 의식이란,
목표를 분명히 하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성취 욕구가 대단히 높은 의식 상태를 가리켜요.
(ex. 나는 서울대를 목표로 한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대에 갈 것이다.)
BIG 5 성격유형에서는,
통상적으로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이 확고한 목표 의식을 지니는 경향성이 있죠.
혹자들은,
확고한 목표 의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성취에 강렬한 욕심을 지니는 일은 하나의 성격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목표 설정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나 욕심이 딱히 없는 사람들도 무척 많아요.
내가 어떤 타입인지 알고 싶으시면,
BIG 5 데이타 중에서, 성실성의 계획성, 성취욕, 신중함 쪽 점수를 체크해보시면 됩니다.
이 세 점수가 일관적으로 높을수록, 확고한 목표 의식이 있는 것으로 평정합니다.
목표가 있어야 끈질긴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죠.
흥미로운 내용은 이제부터입니다.
끈질긴 의지력을 발휘하기 위한 나머지 조건들은 의외로,
쾌감과 불쾌감 모두에 둔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하니,
목표 달성에 이르기 위한 수많은 난관과 고통, 자기의심과 지루함 등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쾌감을 좇아서도 안 되고, 불쾌감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유지력이 좋습니다.
쾌감에 민감한 사람들은
도파민, 즉, 보상 신호에 민감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로서,
성격적으로는 외향적일수록 이에 해당합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쾌감을 더 쉽게 느끼는 편이지만,
그만큼, 쾌감이 없는 상황, 즐겁지 않은 상황을 잘 못 견디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쾌감 상황을 스트레스풀하게 느끼며, 어떡해서든지 쾌감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죠.
따라서, 목표까지 이르는 길고도 지루한, 이 무쾌감으로 가득한 과정을 견뎌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쾌감을 잘 못 느끼는 편이지만,
그만큼, 쾌감이 없는 지루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습니다.
쾌감이 있든 없든, 별다른 감정 기복 없이 그러려니 하는 성격인 겁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보상 신호를 좇아서, 즉, 쾌감을 동력 삼아 행동하는 편이라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그냥 해야 되니까, 내 일이니까 묵묵히 행동하는 쪽입니다.
결코 재밌지 않은, 지루함으로 가득한 길고 긴 여정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서는,
확실히, 쾌감에 둔감한 내향형 쪽이 끈질긴 인내력을 갖는 데 상대적으로 더 유리합니다.
성격심리학에서 성격은 중립적인 카테고리라고 여겨지지만,
유독 신경성의 경우에는, 낮은 신경성이 살아가는데 훨씬 더 많은 이점을 가진다고 평가됩니다.
신경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을 의미하는데,
신경성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자극에 둔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정적인 자극에 둔감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그러려니 하는 "둔감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성격은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가득한 길을 걸을 때 상대적으로 정서적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굉장한 이점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힘든 길을 갈 때, 불쾌감에 굴복할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얘기죠.
결국, 우리가 볼 때 지독한 노력파, 독기 있는 근성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막상 자신들은 별 생각없이 매번 짜여진 루틴대로만 살아가는 조용하고 무던한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고성실, 고내향, 저신경)의 뚝심 조합
어 이거 난데?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재미없다한들, 결국엔 그 오랜 노잼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올게 될 것입니다.
May the force be with U.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살짝 둔하고 반복적인 일을 생각없이 할 수있는 사람들 너무 부럽습니다….
스트레스나 외부 신호에 너무 둔감하면 상호작용이 필요한 팀워크에는 또 안좋게도 작용하는거 같습니다..
약간 외향적 경향이었는데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반응의 역치가 조금씩 올라가 지금은 많이 내향적인 성격으로 변한 거 같은데, 제 얘깁니다. 이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좋다 싫다 크게 신경 안 쓰고(안 쓰려 빨리 털어버리고, 이미 일어난 일 어쩔 수 없다. 안 바뀐다. 내 할 일이나 하자. 끝.) 할 일 합니다. 이 방법이 이젠 제법 잘 작동하는 편인데... 이건 성경적 변화가 아니라 의식적 인지적 변화 같은데, 결과적으로 성격변화와 유사한 효과를 주는 건가...
아... 괜히 횡설수설 했네요. ;;;; 아무튼 저는 좀 변했습니다. ㅎㅎ
저시절의 연아킴은 참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