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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의 넋두리(Meditations of an Old Woman)
시어도어 레트키(Theodore Roethke, 1908 - 1963)/후고(後考) 옮김
첫 묵상
1
사랑이라고는 없는 최악의 날에,
잡초들이 벌판의 끝에서 볼멘 목소리를 내고
조금만 바람이 차갑게 몰아치게 되면,
집 안과 같은 다른 곳에서도 양동이들마저 슬퍼하게 된다.
돌들이 언덕에서 눈에 띄지 않게 굴러 떨어지고
나무는 뿌리째 기울어져 강둑에 쓰러지게 된다.
짐승들은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달려 가고
바위들은 비탈로 조금씩 미끄러지고
삭풍은 연약한 대지로 달려가고
태양은 어떤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면서
영혼은 움직이고 있지만 항상 고무되지는 않고
껍질은 안에 있는 생명을 미워하고만 있다.
그런데 내가 게을렀으면서도 어찌 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신경질적이고 냉정하고 새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늙어서 사냥개의 귀처럼 뺨이 축 늘어진 이상한 산 송장이나 다름이 없다.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씨앗처럼 가벼운 것밖에 없다.
나에겐 노파의 지혜가 필요하다.
2
가끔 나는 혼자서 서쪽에 있는 시골의 비포장도로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나는 몹시 흔들리고 덜컹거리는 버스의 뒤 좌석에 앉아
컴컴한 밤 속으로 튀어 오르기도 하고
조금 튀어 오르게 되면 빛 줄기들이 하늘 위로 쏠리는 것 같이 보이고
내려 앉을 때에는 파도 위에서 배가 곤두박질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모든 여행은 다 같은 것 같다.
누구나 몇몇 나그네를 뒤따라 앞으로만 가다가
혼자가 되었을 때에는
술 취한 군인이나 박하 냄새를 풍기는 할머니가
마치 어딘가 가야 할 데가 있어 바쁘게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구불길을 가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트럭들이 줄을 이어 가까이 다가오고 있고
길게 이어진 그들의 검은 모습은 마치 과거를 단절시키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있는 공기가
성에가 낀 유리창문을 세차게 후려치고 있고
내가 자꾸 거꾸로만 가고 있는 것 같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두 노래가 들렸는데
하나는 미닫이 통풍구가 있는 온실에서 나오고,
다른 하나는 밝은 대낮에 온실 밖에서 서풍과 함께 노래하고 있었으며
나무들이 몹시 흔들리고 있었다.
온실 유리창 아래 위로 한 노래가 끝나면 다른 노래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바퀴가 하나인 손수레에 더러운 짐을 잔뜩 싣고
뒤뚱거리며 시멘트가 덮인 길을 가고 있었는데
길에서 벗어나면 바닥에 깔려 있던 널빤지가 튀어 올랐다.
마치 인생이라는 한 나그네 길에서 정처 없이 여행을 하는 것 같다.
표를 잃어버리면 개찰구 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고
삐걱거리는 나무 잔교(棧橋)를 배가 떠나가면 어김없이 아이들은 손을 흔든다.
그렇지 않으면 두 마리 말이 눈밭에서 미끄러져 뒤얽히면
큰 썰매가 그들 뒤를 따라 기우뚱거리며 가파른 비탈길로 미끄러진다.
그 순간 말들은 내 위에 서서 검은 피부를 부들부들 떤다.
그런 다음 휘청거리며 언덕 아래로 돌진한다.
3
토사(土砂)가 진흙 웅덩이에서 흘러내려
잡초들 부근에 작은 분화구를 만들고 줄기들을 덮어버리고,
게 한 마리가 머뭇거리며 바닥을 따라 앞으로 움직이다가
길고 짧은 다리들은 거품만 보여주고,
특히 찾는 것도 없이 어색하게 그 큰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면서
서서히 뒷걸음 질 치고 있다.
영혼은 여태까지와 다른 다른 삶을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만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지친 연어 한 마리가 얕은 하천을 따라 움직이며
꼬리로 물을 차고 몸으로 모래 바닥을 밀어내면서
나뭇가지들과 바닥에 있는 돌들에 부딪치기도 하고
몸을 흔들면서 갈색으로 보이는 개울을 거슬러
힘차게 올라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마치 영혼이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4
나는 사람들의 시선(視線)을 뒤로 하고
혼자서 공해가 심한 도시의 끝에 버려져 있는 한 폐가(廢家)로 갔다.
나는 한 번도 붕괴되지 않은 둑처럼 한 떨기 장미처럼
감정이 폭발하여 카리브 해(海) 위로 날개를 폈다.
제방 위에는 내가 찾고 있는 모습이나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
마음의 정화는커녕 더 혼란스럽게 되고
마치 보푸라기가 거미줄처럼 비어져 나온 것처럼 머리칼이 빠져,
머지 않아 하얀 가루로 바뀌고 말 것임을 경고하여 어두운 생각뿐이었다.
독수리가 마른 장작이나 양(羊)을 떨어뜨려주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겐 아직도 시간이 있고, 아직도 아침이 있고 저녁이 있다.
키가 크고 푸르른 느릅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처럼
가냘프게 그리고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고,
멀리서 딱새가 쉬지 않고 부르는 구성진 노래가
참나무와 단풍나무 잎 사이로 울려 퍼지는 것 같고,
쏙독새 노래가 산마루를 타고 흘러나오는 것 같고,
한 마리 새가 끊임없이 울부짖고 있는 것 같다.
희미하지만 젖어 있는 자갈밭을 방황하던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찬 바람이 바위 틈새로 불어오고 있다.
강렬한 불꽃이 바짝 마른 꼬투리를 불태우면서도
그루터기는 불태우지 않고 벌판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그러할 때면 하느님께서 내 옆에 계시지 않는 것 같아도
나는 여전히 행복함을 느낀다.
(『Words For the Wind(1958)』중에서)
<Meditations of an Old Woman>
1
On love’s worst ugly day,
The weeds hiss at the edge of the field,
The small winds make their chilly indictments.
Elsewhere, in houses, even pails can be sad;
While stones loosen on the obscure hillside,
And a tree tilts from its roots,
Toppling down an embankment.
The spirit moves, but not always upward,
While animals eat to the north,
And the shale slides an inch in the talus,
The bleak wind eats at the weak plateau,
And the sun brings joy to some.
But the rind, often, hates the life within.
How can I rest in the days of my slowness?
I’ve become a strange piece of flesh,
Nervous and cold, bird-furtive, whiskery,
With a cheek soft as a hound’s ear.
What’s left is light as a seed;
I need an old crone’s knowing.
2
Often I think of myself as riding–
Alone, on a bus through western country.
I sit above the back wheels, where the jolts are hardest,
And we bounce and sway along toward the midnight,
The lights tilting up, skyward, as we come over a little rise,
Then down, as we roll like a boat from a wave-crest.
All journeys, I think, are the same:
The movement is forward, after a few wavers,
And for a while we are all alone,
Busy, obvious with ourselves,
The drunken soldier, the old lady with her peppermints;
And we ride, we ride, taking the curves
Somewhat closer, the trucks coming
Down from behind the last ranges,
Their black shapes breaking past;
And the air claps between us,
Blasting the frosted windows,
And I seem to go backward,
Backward in time:
Two song sparrows, one within a greenhouse,
Shuttling its throat while perched on a wind-vent,
And another, outside, in the bright day,
With a wind from the west and the trees all in motion.
One sang, then the other,
The songs tumbling over and under the glass,
And the men beneath them wheeling in dirt to the
cement benches,
The laden wheelbarrows creaking and swaying,
And the up-spring of the plank when a foot left the runway.
Journey within a journey:
The ticket mislaid or lost, the gate
Inaccessible, the boat always pulling out
From the rickety wooden dock,
The children waving;
Or two horses plunging in snow, their lines tangled,
A great wooden sleigh careening behind them,
Swerving up a steep embankment.
For a moment they stand above me,
Their black skins shuddering:
Then they lurch forward,
Lunging down a hillside.
3
As when silt drifts and sifts down through muddy pondwater,
Settling in small beads around weeds and sunken branches,
And one crab, tentative, hunches himself before moving along the bottom,
Grotesque, awkward, his extended eyes looking at nothing in particular,
Only a few bubbles loosening from the ill-matched tentacles,
The tail and smaller legs slipping and sliding slowly backward–
So the spirit tries for another life,
Another way and place in which to continue;
Or a salmon, tired, moving up a shallow stream,
Nudges into a back-eddy, a sandy inlet,
Bumping against sticks and bottom-stones, then swinging
Around, back into the tiny maincurrent, the rush of brownish-white water,
Still swimming forward–
So, I suppose, the spirit journeys.
4
I have gone into the waste lonely places
Behind the eye; the lost acres at the edge of smoky cities.
What's beyond ever crumbles like an embankment,
Explodes like a rose, or thrusts wings over the Caribbean.
There are no pursing forms, faces on walls:
Only the motes of dust in the immaculate hallways,
The darkness of falling hair, the warnings from lint and spiders,
The vines graying to a fine powder.
There is no riven tree, or lamb dropped by an eagle.
There are still times, morning and evening:
The cerulean, high in the elm,
Thin and insistent as a cicada,
And the far phoebe, singing,
The long plaintive notes floating down
Drifting through leaves, oak and maple,
Or the whippoorwill, along the smoky ridges,
A single bird calling and calling;
A fume reminds me, drifting across wet gravel;
A cold wind comes over stones;
A flame, intense, visible,
Plays over the dry pods,
Runs fitfully along the stubble,
Moves over the field,
Without burning.
In such times, lacking a god,
I am still happy.[from 『Words For the Wind』 1958]
………………………………………………………….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 할머니가 지나간 날을 생각하고
넋두리를 쏟아 놓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사랑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슬픔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짐승들은 저마다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하느님께서는 기쁨도 주시지만
영혼은 성령을 받지 못해 살아 있는 것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또 게을러빠졌음에도 안식을 바라고
신경질적이고 냉정하고 새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늙어서 사냥개의 귀처럼 뺨이 축 늘어진
이상한 산 송장이나 다름이 없는 자신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경거망동만 하던 자신에게는
이 허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사람도 노지(露地)에서 자란 사람도 모두 수고하면서 살지만
인생이란 비 포장의 시골길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듯이
부침(浮沈)이 있고 어둠이 있고 빛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생은 나그네 길이고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꼭 같다는 것을 느낍니다.
항상 어떤 사람을 뒤따라 다녔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도 별 볼 일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에만 파묻혀 살고 있는 자신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모두들 인생이라는 한 나그네 길에서 정처 없이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게가 옆으로만 기어가듯이 바른 길을 걸어가지 못했고
연어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앞으로 차고 나가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시선(視線)을 뒤로 하고
혼자서 공해가 심한 도시의 끝에 버려져 있는 황폐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간이 있고, 아직도 아침이 있고 저녁이 있습니다.
비록 힘 없는 목소리지만 그래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옆에 계시지 않는 것 같아도 여전히 행복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첫댓글 우매한 인생 행로.....하느님만 꽉 잡고 가야할텐데.....
자꾸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직 덜 늙었다는 증거인가요?
늙어갈수록 시선의 따뜻함을 간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시 소개 감사 드립니다. 축복의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