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과는 표범이 되었나
박지웅
사과는 검은 점무늬가 들면서 표범이 되기로 했나
내가 한입 베어 물자 사과는 더 크게 아가리를 벌린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나는 흠칫 물러난다
왜 사과는 표범이 되었을까
아니다 표범은 꼬리를 감추고 내 집에서 사과로 살아온 것이다
내가 칼로 네 동료 가죽을 벗겨낼 때에도
너는 발톱을 감추고 뒤에서 끝내 참았을 것이다
참다못해 오늘 내 목줄을 덮치려 한 것이다
나무를 잘 타는 사과의 피를 받았으니
해저물녘 나무에서 내려와 구한 먹잇감을 나무 위에 끌어올리고
사과꽃이 질 때까지 그 숨을 핥았을 것이다
온몸의 털을 밀고 포유류에서 식물 열매로 달려
너는 잎사귀 몇 장으로 흉한 몸을 가렸을 것이다
어떻게 그 수모를 견뎌왔나
멸종에서 한 알 사과가 될 때까지
⸺월간 《현대시》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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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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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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