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학부모가 서울대 비대위에 드리는 글
최근의 의료파탄 사태로 현 의료시스템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조금씩 알게됩니다.
사방이 온통 불합리, 비과학이며 심지어 비굴하기까지 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의 아들 딸들이 애를 썼구나 하는 마음에 허탈하고 허망합니다. 이왕 접어든 길이 또 얼마나 큰 고난과 역경의 날들이어야 하는지 참담함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교수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요?
근로기준법엔 주52시간을 초과 근무 할 경우 형사처벌대상입니다. 주5일 근무도 힘들다는 근로자들은 주4일 근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 배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근무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 까진 납득 하지만, 주 88시간 100시간 이 환경을 지금까지 법적으로 허용하고 강제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교수님들이 그렇게 살아왔기에 후배들이 제자들이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업에선 사직서를 내는 즉시 사직의 효력이 적용됨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업무인수인계를 위해 사직한 직원에게 부탁하는 상황이 일반적인 우리나라 기업환경입니다. 2월에 낸 사직서의 법률적인 효과 여부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치못합니다. 전공의는 사람 아닙니까?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잘못 되었다 비상식이다 이런 생각 지금껏 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법률이 강제하고 있다면, 헌법마저 강제하고 있는지 살펴야 하는 것이고 잘못된 법에는 저항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도리입니다. 방치하고 그 이익에 편승 하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서울대 비대위 위원님,
휴진 결의문을 읽고 감사 이전에 실망과 허탈함을 느낍니다. 전공의의 인권이 이제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한편 다행이다 싶지만 '의대증원문제'에 대해선 상당히 너그러운 입장이더군요. 25년은 확정? 확정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신지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들은 아이들을 저 어두운 동굴에 들여 보낼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아직도 정부눈치를 봐야 합니까? 뭔가 권력에 굴종해야 취할 수 있는 숨겨진 과실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2025학년도 의대교육이 서울대의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서 그러신건가요? 아니면, 비수도권 의대교수들은 일당백, 일당천이라도 가능한 분들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본인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하신다면 서울대 비대위는 해체가 맞을 것 입니다. 전공의 관련명령 취소하고 불이익을 없애면 휴진도 그만 두실 작정인지도 여쭙니다. 투쟁이 그렇게 두려우신지 묻습니다. 휴진정도가 투쟁의 끝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비대 위원님,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 알고 있습니다. 평생 환자 돌보는 것 말고 어떤 사리사욕이 없는 분들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의 환자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잘못된 오늘이 올바른 내일을 만들어주진 않을 것입니다. 오늘의 환자 100명도 소중하지만 앞으로의 환자는 100의 1000배 이상입니다. 당장의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입니다.
의대생 학부모들은 다음 사항을 서울대 비대위에 요구합니다.
1. 전공의,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은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적극 지지바랍니다.
2. 휴진결의 철회조건을 정부에 제시한다면 휴진결의 자체를 철회 하시길 바랍니다.
3. 2020년 배신의 상황을 다시 염두에 둔다면, 이는 역사에 죄를 범하는 일이 될것입니다.
저희는 의대생, 전공의 단 한명이라도 억압당하고 불이익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구하는 7대사항, 8대사항 중 단 한가지라도 잘못되거나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의 의료,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한 요구사항이며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교수님들이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교수님들 모두 그리고 의사협회, 의학회의 선배 후배들이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애타게 이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습니다. 동참하실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주시고, 돌아설 수 있다면 애초에 내 딛지 않는 것이 이 나라 모든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환자를 위하는 길입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요구사항을 진중하게 고민하시어 "서울대 비대위"의 결기를 다시한번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2024. 6. 14.
의대생학부모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