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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 ◇최희섭 | ◇서재응 |
슬럼프 빠져 호통치자
운동장 한켠서 훌쩍훌쩍
거포 최희섭(시카고 커브스)이 '울보'라면 믿을 수 있을까.
허세환 감독은 최희섭의 순진한 성격을 언급하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96년 아니면 97년, 그러니까 최희섭이 고교 2학년 혹은 3학년때 일이라고 했다.
당시 최희섭은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 감독이 잘못 된 플레이를 지적하며 조언했지만 나아지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다. 허세환 감독은 "너 그런 식으로 계속 하면 앞으로 다시는 너 안 볼거야"고 호통을 쳤다.
잠시후, 훈련이 계속되는데도 최희섭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참 후에 발견한 곳은 운동장 한켠. 커다란 덩치의 최희섭은 놀랍게도 구석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최희섭은 겨우겨우 "감독님이 저를 관심에서 제껴놓은 줄 알고 서러워서 울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야구가 잘 안 되던 시기였으니 최희섭 자신이 가장 속상해 있었다.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감독의 야단 한마디에 그만 더 주눅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허세환 감독은 "이눔의 시키야! 그 뜻이 아니야"라며 한참을 달랬다.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잔뜩이었지만 어르고 달래며 최희섭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허세환 감독은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고 해야 하나, 참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희섭은 그만큼 순수하고 심성이 여렸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시카고 커브스)의 늦둥이 아들 대런 베이커(4)가 최근 "팀에서 최희섭이 가장 좋다"고 한 건 아마도 최희섭의 순수함과 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광주=김남형 기자 star@>
한때 작고 볼품없는 체격
대접 3~4그릇 후딱 '대성'
'제구력의 달인' 서재응(뉴욕 메츠)은 광주일고 입학을 앞둔 93년 초만 해도 서재응은 작고 볼품 없는 체격이었다고 한다.
당시 서재응은 불미스런 일을 겪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고등학생 건달 3명에게 둘러싸였다. "가진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당했지만 서재응은 순순히 응하지 않고 버텼다. 작고 힘없는 체격이었던 서재응은 결국 3대1의 일방적인 몸싸움에 휘말렸고 등 아래쪽에 칼을 맞았다.
허세환 감독은 "조금만 더 위쪽이었다면 심장이 다쳤을 수도 있었다. 아찔한 사건이었다"며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가족과 감독이 걱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재응은 사건 직후에 집에 돌아가 말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신음 소리를 냈다고 한다. 결국 병원행. 이후 3개월 정도 고생하며 운동을 전혀 못 했다.
인생역전? 당시 광주일고는 전지훈련을 완도로 떠났는데 허세환 감독은 몸이 아픈 서재응을 데려갔지만 계속 쉬게 했다. 이때 서재응은 부쩍 자랐다.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지금의 당당한 체구로 컸다. 결국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에 쉬는 동안 좋은 하드웨어를 갖게 된 셈이다.
서재응은 대식가였다. 2년 후배인 최희섭이 먹성 좋기로 유명하지만 허세환 감독은 "재응이가 더 먹었다. 완도에서 끼니마다 밥을 큰 대접으로 3~4그릇씩 비우는 걸 보고 놀랐었다"고 말했다. '잠시 동안의 휴식과 밥심'. 오늘의 서재응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고 하면 무리일까. < 광주=김남형 기자 star@>
팔꿈치 부상 야구인생 위기
승부기운 결승 끝내 완봉승
봅 브렌리 감독도 인정하는 김병현(애리조나)의 승부 근성은 이미 고교시절 부터 유명했다.
허세환 감독은 김병현에 대해 "조용하지만 근성이 강했다"며 96년 전국체전(춘천)의 기억을 돌이켰다.
고3으로 올라가던 해인 96년초 김병현은 오른쪽 팔꿈치가 심하게 아파 야구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의사가 "더이상 운동하면 안 된다"고 진단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해 봄 대통령배에 출전했다가 김병현이 통증을 호소하자 허세환 감독은 거의 한시즌 동안 공을 놓게 했다. 당시 김병현은 통증 때문에 정신적인 좌절감 마저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가을이 됐고, 통증이 가셨다. 야구에선 한해를 마감하는 대회인 전국체전 첫 판서 광주일고는 당시 우승후보 마산고와 맞붙었다. 홈런을 터뜨리는 등 투타에서 맹활약한 김병현 덕분에 광주일고의 승리.
대전고와의 결승전은 오히려 시시했다. 6회까지 7-0으로 앞선 상태서 허세환 감독은 김병현에게 "승부가 기울었다. 팔꿈치도 걱정되고 하니 그만 던지는 게 좋겠다"고 말을 걸었다.
이에 김병현은 "감독님,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던지는 마지막 대회입니다. 마무리까지 하고 싶습니다"라며 공을 놓지 않았다. 결국 7대0 완봉승. 김병현은 삼진을 무려 19개나 솎아내며 고교 시절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삼진 아티스트' 김병현의 승부근성을 감안하면 올시즌 초반 부러진 배트에 발목을 맞은 뒤 "선발을 한두 차례 거르고 싶다"고 했던 건 정말 통증이 심각했다는 얘기가 된다. < 광주=김남형 기자 star@>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42)은 한때 유망한 야구선수였다. 광주 남초등학교와 무등중학교를 거쳐 지난 81년 광주일고 졸업을 앞두고 인하대 입학이 결정됐지만 축구를 하다 오른 무릎 인대를 다쳐 더이상 꿈을 펼치지 못했다. 인하대를 졸업한 뒤 포항제철서 8년간 선수와 사무직을 겸업했다. 한때 해태에서 입단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현역 복귀를 포기했다. 84년 12월부터 92년 1월까지 광주일고 감독을 지내다 잠시 광주 충장중학교 사령탑으로 옮긴 뒤 지난해 12월 모교에 복귀했다. 광주일고 출신 메이저리거 3총사를 모두 3년씩 가르쳤다. 부인 김정옥씨(40)와 슬하에 2남(허 윤, 허 승)을 두고 있다.
첫댓글 넘 기분좋은 인터뷰....꼭 남친의 어린시절을 엿본 기분이랄까^^(표현이 그런가?^^) 섬세한 병현님...이표현 넘 맘에 드네요. 고등학생때는 완벽주의자에,꼼꼼 글구...잠둥이는 아니었다니... 하여튼 병현님 넘 좋아~^^
김병현 선수는 당구도 잘한다던데...허감독님은 야구명문인 충장중까징 거치시다니 대단하네여. 존경스러워여.
세선수 다 포지션이 바뀌었는데... 만약 고교시절에 포지션 변경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감독님의 안목이 대단하셨네요.
병현이는 지난 겨울에도 축구하다 지니까 열받아서 슬라이딩을 막 하길래 혼냈다. <- -_-;;; 아 웃겨라;
첨엔 그저그런기사려니 했는데 읽어보니 넘잼있네.. 이렇게 애피소드나 야구외적인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것같아요..^^
야~~정말 아무곳에서나 들을 수 없는......병현은 정말 귀여워~~~ 슬라이딩....ㅋㅋ 희섭도 귀여워~~ 정말 그 게로레이 섹시한 희섭이 맞나..운동장끝에서 훌쩍훌쩍...ㅋㅋ 서선수는 ......흠...마쵸스타일인 이유가 다있었네요!!!!
오~~김병현선수가 유격수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너무나 잘 어울릴 듯한 느낌이예요..(그림이 그려진다..ㅋㅋㅋ) ^^ 하지만 그랬다면 2년 전에 그런 멋진 월드시리즈를 평생 못봤을 거예요...그쵸?? ^^;
모처럼 재미있고 영양가 있는 소식을 접한 것 같네요..^^자타가 공인하는 승부근성..아까 축구얘기가 정말 인상적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