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새바람을 아시나요?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 산마을의 작은 찻집 이름입니다.
주인이 없는데? 바로 여러분, 우리 모두가 그집의 주인입니다.
입새바람은 동해 무릉계곡 가까이에 있습니다.
무릉계곡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일명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무릉계곡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을 증명하듯
기암괴석과 그 계곡을 따라 흐르는 옥수가 어우러져 빚어낸 풍광은
가히 장관이어서 현존하는 선경인가 합니다.
얼마 전 방영되기 시작한 KBS ‘황진이’가 지금 이곳을 배경으로 한창 촬영 중입니다.
이제 입새바람을 가볼까요?
무릉계곡을 못 미쳐 오른쪽 골짜기를 따라 차로 조금만 오르면,
이기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십여 호 정도의 민가가 다소곳이 붙어 있다.
마을 가운데로 개울이 흐르고...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잎 뒤에 숨은 이름 모를 산새는
집나간 아낙을 찾는지 대낮부터 애타게 울고 있다.
조금만 더 올라 가보자!
양쪽의 가파지른 절벽은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병풍이려니와
골짜기를 더할수록 하늘을 좁게 모아 신비한 그림액자를 만들고 있다.
몇 채의 민가가 다시 나오고, 입새바람이란 팻말이 보인다.
누가 와 달라고 광고할 일도 아니기에, 손바닥만 한 문패에 불과하다.
집 앞의 개울을 건너는 다리는 겨우 차가 지나게 되어있고,
건너서니 바로 주차장이다.
자연목과 황토벽으로 지은 2층집, 출입문을 가만히 연다.
“여보세요~ 누구 안계세요? 주인 안계신가요?”
천만의 말씀이다. 이곳은 주인이 없다.
그저 난로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이 조금 전 어느 누가 다녀간 것을 직감케 할 뿐이다.
난로 주변엔 잘 마른 장작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괴목으로 깎아 만든 탁자위엔 방문객의 낙서를 기다리는 노트와 필통이 지루함에 속삭인다.
함지박엔 오랜시간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을 담은 노트가 가득하다.
이것을 읽는 재미도 괜찮으리라.
얼굴모르는 사람들과 동병상련의 희노애락에 함께 젖어보며...
구워먹을 수 있는 감자와 고구마도 있다.
난로가 놓인 홀을 중심으로 아래층에 방 둘, 부엌 하나가 있고,
내부에 설치된 괴목계단을 따라 위로 오르면 다락방이 있는데,
비상시에 언제라도 쓰라는 유선전화가 놓여있다. 휴대폰이 안 되니-
주인(?)의 세심한 배려이다.
책이 많다.
이집 주인은 책을 많이 읽는게 분명하다.
방마다 가지런히 개어진 이불과 베개는 쉬어가고, 자고 가도 좋다는 뜻일 것이며...
베개와 이불은 우리 어머니네 들이 시집올 때 마련해 온 그것과 흡사하다.
옥양목 무늬와 양단 문양이 그러하다.
곳곳에 쌓아둔 옛 도구와 집기들은 민속박물관에 온 느낌인 가운데
한쪽 켠을 차지한 오래된 에로이카 전축 옆엔 LP판이 수북하고,
조용한 음악이 담긴 카셋테프는 별것이 다 있다.
희미한 30촉짜리의 백열전구마다 호롱불을 연상하는 창호지 바른 갓을 씌웠는데,
역시 괴목으로 다듬어 만든것이다.
부엌엘 가보자!
크고 작은 밥솥이 있고, 싱크대 안엔 각종 그릇이 정돈되어 있다.
갑자기 찾은 배고픈 손을 위하여 보온밥솥엔 김이 오르는 밥이 가득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는 물론이고 밑반찬 등 먹거리가 제법 채워져 있다.
라면, 쌀, 커피, 각종 차는 말하여 무엇 하리...
벽에 붙어있는 메모가 눈에 띈다.
[나중에 다녀가시는 분을 위하여 설거지는 깨끗이 해주시고,
식사를 하시게 되면, 쌀이 있으니 밥을지어 보충해 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뒷산 바위에서 졸졸 떨어지는 약숫물을 나무대롱으로 방안까지 끌어들여
찻물로 사용하게 한 아이디어가 참 아름답다.
난 커피를 한잔 타가지고 난롯가 홀 창가에 앉았다.
음악을 틀고...
창문 밖으로 가랑잎이 흩날린다. 개울물 소리는 슬픈 가을낙엽의 노래다.
커피향이 홀 안 가득하고 온몸에 따스함이 퍼진다.
나는 절로 시인이 된다.
겨울이어도 좋겠다.
하얀 눈이 창밖으로 내리면 그것이 스크린이고,
스스로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입새바람겨울연가의 여주인공을 찾아야 한다.
ㅎㅎㅎ
출입구 벽에 우편함 같은 통 하나가 매달려 있다.
손때가 묻은 것이 세월을 말하고 있으며,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돈을 넣는 통이다.
그 통위에 이런 글이 씌어있다.
[잘 쉬셨습니까? 이곳은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
언제든 쉬어가고, 무엇이든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찻값이나 밥값으로 얼마라도 주시겠다면 굳이 사양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야 다음 사람을 위한 차와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동작그만과 함께 입새바람의 '겨울연가’촬영할 여주인공 어디 없나요?
ㅋㅋㅋ
송하와 만동, 무공은 다 한 번씩 주인공이 되어 촬영한 모양인데,
나만 못 찍었다니까요... 여주인공이 없어서-
ㅠㅠㅠ
동작그만/입새바람
입새바람의 주인은 총각인데, 방문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른 아침즈음에 청소와 장작 등 먹거리를 채워놓고 가는 것으로 알고있으며,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초면이라도 금방 친해지더라구요.
가보면 더러 만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댓글 모 이런데가 다있어? 돈은 어디다 두고와? 근데 혼자 가면 쫌 쓸쓸하겠다 차를 타먹어도 그렇고 밥을 먹어도 그렇고 할배사는 근처야? 가보고 싶다...
ㅎㅎㅎ 여기가 강원도 아닙니까? ㅎㅎㅎ
와, 그런 곳이 있군요? 그런 곳은 다정한 사람끼리 가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도 좋을 것 같아요. 책도 뒤적여보고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면서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져서...근데 좀 무섭겠다 혼자는^^ .
무섭지 않습니다. 왕래하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등산코스 중간이기도 하구요, 많이 알려진 코스는 아니지만...
촬영 여주인공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네요, 짬내서 가봐야겠습니다~~
그러세요,영의님... 잘 계시죠? ㅎ
여주인공 대동해서 꼭 가봐야지......간다면 갑니다.
햇빛님, 여주인공만 내려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 제가 요즘강원도 자주가는데 ...다녀와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혼자? 안됩니다, 반드시 두 분이 오십시오 ㅎㅎㅎ
거~ 참 약도 없는가요?.... 궁금혀서요. 취미가 여행인디 함 들러 볼라구요
ㅎㅎㅎ 반갑습니다.
ㅎㅎ즐감했습니다 글을 어찌 그리 잘 쓰시는지...벌써 다녀온 기분입니다ㅎㅎ꼭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삼척가면 꼭 한번 가보고싶어요. 무릉계곡은 어렸을때 소풍가던곳인데 지난 봄에도 다녀왔는데 그렇게 좋은곳이있는줄 몰랐네여...
반갑습니다. 그러시군요, 삼척에 사셨네요? 더욱 반갑습니다.
동작그만님~ 입새바람을 찾아가 보고자 글 업어갈게요~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가자고 졸라야겠네요~ 괜찮으시죠?
ㅎㅎㅎ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