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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송은 봉을 들고 고개를 올라갔다. 그때는 이미 오후 4시가 넘어 붉은 해가 점점 산 너머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무송은 술기운이 올라 힘차게 올라갔다. 반 리쯤 갔는데, 무너져 가는 산신묘가 보였다. 사당 앞에 이르러 보니, 사당 문에 관아의 관인 이 찍힌 방문이 붙어 있었다. 무송은 걸음을 멈추고 방문을 읽어 보았다.
“양곡현에서 알림. 경양강에 큰 호랑이가 나타나 인명을 해치고 있다. 지금 각 고을의 이장과 사냥꾼에게 기한 내에 호랑이를 잡을 것을 명하였으나, 아직 잡지 못했다. 지나는 길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무리를 지어 고개를 넘어가라. 그 외의 시간이나 혼자 가는 길손은 고개 넘는 것을 불허한다. 목숨을 잃을까 두려우니, 각자 명심할 것,”
무송은 관인이 찍힌 방문을 보고 비로소 진짜로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몸을 돌려 주점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지금 돌아가면 주인에게 호걸이 아니라고 비웃음을 받겠지! 돌아갈 수는 없다.”
잠시 생각하다가 혼자 말했다.
“무섭긴, 젠장! 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무송은 계속 올라갔다. 걷는 동안 점점 술기운이 올라왔다. 갓을 등 뒤로 제치고 봉을 겨드랑이에 끼고 한 걸음 한 걸음 고개를 올라갔다. 고개를 돌려 해를 바라보니, 점점 땅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때는 10월이라 낮은 짧고 밤은 길어 금방 어두워졌다. 무송은 혼자 중얼거렸다.
“무슨 놈의 호랑이가 있다는 거야? 사람들이 괜히 무서워서 못 올라오는 거지.”
무송은 곧장 걸어갔는데, 술기운이 더 오르면서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봉을 잡고 한 손으로는 가슴팍을 열어 제치고 비틀비틀 걸으며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 반들반들 빛나는 큰 푸른 바위가 보였다. 봉을 한쪽에 기대어 놓고 한잠 자려고 바위 위에 벌렁 누웠다.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휙 불더니, 숲속에서 눈이 찢어지고 이마가 흰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무송은 호랑이를 보고 ‘아이고!’ 소리치며, 아래로 내려와 봉을 쥐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호랑이는 마침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서, 두 발로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덮치며 내려왔다. 무송은 기겁을 하여 술이 모두 식은땀이 되어 흘러내렸다. 무송은 호랑이가 삽시간에 덮쳐 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호랑이 뒤편으로 몸을 피했다. 원래 호랑이는 등 뒤를 보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그래서 앞발로 땅을 디디고 허리를 잔뜩 움츠렸다가 뒷발로 찼다. 무송은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호랑이는 뒷발질이 실패하자, ‘어흥!’ 하고 포효했다. 마치 하늘에서 벽력이 치는 듯 산 전체가 진동했다. 그리고는 쇠몽둥이 같은 꼬리를 거꾸로 세워 한 번 휘둘렀다. 무송은 또 잽싸게 피했다.
원래 호랑이가 사람을 잡을 때는, 일단 덮치고 뒷발질하고 꼬리로 치는데, 세 단계가 모두 실패하면 기세가 반으로 꺾이게 된다. 호랑이는 꼬리도 실패하자, 다시 포효하면서 방향을 틀어 달려들었다. 무송은 호랑이가 몸을 돌려 달려드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봉을 잡고 평생의 모든 기력을 봉에 모아 허공을 가르며 내리쳤다. ‘우지끈’ 소리가 나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눈을 뜨고 보니, 봉은 호랑이를 맞히지 못하고, 급하게 내려치느라 고목을 때려 봉이 두 동강이 나면서 반쪽만 손에 남아 있었다.
호랑이는 성질이 나서 다시 포효하면서 몸을 돌려 덮쳐왔다. 무송은 펄쩍 뛰어 열 걸음 정도 물러났다. 호랑이가 두 앞발을 치켜들고 무송의 면전에 들이대자, 무송은 부러진 봉을 팽개치고 두 손으로 호랑이의 목을 잡고 졸랐다. 호랑이는 급히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무송은 있는 힘을 다하여 놓치지 않았다. 무송은 발로 호랑이를 마구잡이로 걷어찼다. 호랑이는 포효하면서 일어나려고 발톱으로 땅을 긁어 바닥에 구덩이가 생겼다. 무송은 호랑이의 입을 구덩이 속에 처박아 눌렀다. 호랑이는 무송에게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 무송은 왼손으로 호랑이의 머리를 누르면서 오른손을 빼내 철퇴 같은 주먹으로 평생의 힘을 다 모아 호랑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5,60번을 내려치자, 호랑이는 눈·입·코·귀에서 붉은 피가 쏟아졌다. 호랑이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입으로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무송은 호랑이를 잡았던 손을 놓고 나무 옆에 있는 부러진 봉을 손에 쥐었다. 호랑이가 혹시 죽지 않을까 염려되어, 봉으로 또 한 번 세게 머리를 내려쳤다. 호랑이는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무송은 생각했다.
“이 죽은 호랑이를 끌고 고개를 내려가야겠다.”
피가 고인 가운데 두 손으로 호랑이를 들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력을 다 소모했기 때문에, 손발이 축 늘어졌다. 무송은 다시 바위 위에 앉아 쉬면서 생각했다.
“하늘은 이미 캄캄해졌는데, 혹 호랑이 한 마리가 더 튀어나오면 어떻게 싸우겠나? 일단 고개를 내려갔다가 내일 다시 생각하자.”
무송은 갓을 찾아 쓰고 울창한 숲을 통과하여 한 발 한 발 고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반 리를 채 못 갔는데, 마른 풀숲에서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났다. 무송은 혼자 말했다.
“아이고! 이제는 끝장이다!”
그런데 두 호랑이가 어둠 속에서 두 발로 똑바로 일어섰다. 무송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니, 호피로 옷을 만들어 입은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각기 손에 오지창을 들고 있었는데, 무송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 누구한테 심장을 파 먹혔소? 표범에게 간을 파 먹혔소? 사자에게 다리를 뜯어 먹혔소? 아니면 쓸개가 온몸을 둘러싼 거요? 어떻게 혼자서 이 캄캄한 밤중에 무기도 없이 고개를 넘어왔소? 사람이요? 귀신이요?”
무송이 말했다.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이요?”
“우리는 이 동네 사냥꾼이오.”
“당신들은 고개 위에서 뭐하고 있소?”
두 사냥꾼은 놀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군! 지금 경양강에 엄청나게 큰 호랑이가 나타나 밤마다 사람을 해치고 있소. 우리 사냥꾼도 7,8명이 당했고, 지나던 길손은 수를 셀 수도 없이 그 짐승에게 잡아먹혔소. 그래서 본현의 현령이 이장과 우리 사냥꾼들에게 호랑이를 잡으라는 명을 내렸소. 이 호랑이는 기세가 대단해서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운데, 누가 감히 앞으로 나서겠소? 우리는 그놈 때문에 얼마나 곤장을 많이 맞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아직 잡지 못했소. 오늘 밤은 우리가 당번이라 10여 명의 마을사람들과 함께 여기저기에 독약을 바른 활덫을 설치해 놓고 그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그래서 이렇게 매복하고 있는데, 당신이 아주 태연하게 고개를 넘어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엄청 놀랐소. 당신은 대체 누구요? 호랑이를 보았소?”
“나는 청하현 사람으로 무송이라 하오. 조금 전에 고개 위 울창한 숲속에서 호랑이와 딱 마주쳤는데, 내가 손발로 때려 죽였소.”
두 사냥꾼은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내 몸을 보시오, 온통 피투성이잖소.”
“어떻게 때려잡았소?”
무송이 호랑이와 싸운 일을 한바탕 늘어놓았다. 두 사냥꾼은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하였다. 두 사냥꾼은 마을사람들을 불렀다. 10여 명의 마을사람들이 쇠스랑과 쇠뇌, 창과 칼 등을 들고 곧바로 모여들었다. 무송이 물었다.
“저 사람들은 왜 두 분과 함께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사냥꾼이 말했다.
“그 짐승에게 해를 입을까 무서워서 감히 올라오겠습니까?”
마을사람들 앞에서 두 사냥꾼은 무송이 호랑이를 때려죽인 일을 얘기했다.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무송이 말했다.
“여러분이 믿지 못하겠다면, 나와 함께 가봅시다.”
사람들이 부싯돌로 불을 붙여 대여섯 개의 횃불을 만들어 무송을 따라갔다. 일동이 고개를 올라가 보니,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먼저 한 사람을 내려 보내 이장과 관아에 보고하게 하고, 대여섯 명의 마을사람들이 호랑이를 묶어 짊어지고 내려왔다.
고개를 내려오니, 벌써 7~80명의 마을사람들이 시끌벅적 모여들었다. 죽은 호랑이를 앞세우고, 가마에 무송을 태워 마을 유지의 집으로 갔다. 유지와 이장이 장원 앞에 나와 영접했다. 호랑이는 대청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들이 무송에게 물었다.
“장사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무송이 말했다.
“저는 이웃 청하현 사람으로 무송이라고 합니다. 창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어제 저녁 고개 저편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고개를 오르다가 저 짐승을 만났습니다.”
무송은 다시 호랑이를 때려잡은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진짜 영웅호걸이다!”
사냥꾼들이 안주와 술을 가져와 무송에게 권했다. 무송은 호랑이와 싸우느라 기력을 다 소모해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유지가 하인을 불러 무송을 사랑방으로 안내하여 쉬게 하였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유지는 먼저 사람을 현청으로 보내 보고하고, 호랑이 시체를 현청으로 가져가기 위해 정리했다. 무송이 일어나 세수하고 보니, 사람들이 양을 잡고 술을 준비하여 대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송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나가서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유지가 잔을 들어 권하며 말했다.
“이 짐승이 얼마나 많은 인명을 해쳤는지 모릅니다. 사냥꾼들도 그에 연루되어 곤장을 많이 맞았습니다. 오늘 다행히 장사가 오셔서 이 큰 근심을 제거해 주셨습니다. 첫째로는 우리 마을의 복이고, 둘째로는 길손들이 무사히 통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로 장사의 은덕입니다!”
무송이 사례하여 말했다.
“저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복이 많은 덕분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와서 축하하고, 아침부터 술과 음식을 가져와 먹고 호랑이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 마을 유지들이 무송에게 붉은 비단을 걸쳐 주었다. 무송은 짐보따리를 잘 싸서 장원에 맡겨두고, 사람들과 함께 장원을 출발하였다. 양곡현 현령은 소식을 듣고, 사람을 내보내 무송을 영접하였다. 네 명의 장원 하인들이 무송을 가마에 태우고 왔으며, 앞에는 마을사람들이 호랑이를 메고 왔다.
양곡현 사람들은 어떤 장사가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나와 영접하고 갈채를 보냈다. 온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무송이 가마 위에서 보니,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면서 북적거리는데 거리마다 골목마다 호랑이를 구경하느라 사람들로 가득 찼다. 현청에 당도하자, 현령이 이미 대청에 올라와 기다리고 있었다. 무송이 가마에서 내려, 호랑이를 번쩍 들어 대청 앞에 내려놓았다. 현령은 그런 무송을 보고 또 하나의 호랑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심중으로 생각했다.
“저런 호걸이 아니면 어찌 맹호를 때려잡을 수 있겠는가!”
현령은 무송을 대청 위로 불러 올렸다. 무송이 인사하자, 현령이 물었다.
“자네가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사로구먼. 어떻게 호랑이를 때려잡았는가?”
무송은 호랑이 때려잡은 일을 또 한바탕 늘어놓았다. 대청 위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령은 무송에게 술을 몇 잔 권하고, 마을 유지들이 내놓은 상금 1천관을 무송에게 주었다. 무송이 아뢰었다.
“소인은 상공의 음덕 덕분에 우연히 요행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소인의 능력이 아니므로 어찌 감히 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 사냥꾼들이 호랑이 때문에 많은 질책과 벌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상금은 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령이 말했다.
“장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게.”
무송은 상금을 사냥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현령은 무송이 충직하며 인덕을 있는 것을 보고 발탁하려는 마음이 생겨 말했다.
“자네는 청하현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곳 양곡현과는 지척에 있네. 오늘 자네를 본현의 포교로 임명하고자 하는데, 자네 뜻은 어떤가?”
무송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상공께서 은혜를 베풀어 발탁해 주시니, 소인 종신토록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현령은 아전을 불러 공문을 작성하게 하고, 그날로 무송을 포교에 임명하였다. 마을 유지들이 다가와서 무송을 축하하고, 사나흘 동안 연회를 열어 대접하였다. 무송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본래 고향 청하현으로 돌아가 형을 보려고 했는데, 뜻밖에 양곡현 포교가 되었구나.”
이때부터 무송은 현령의 신임을 받아, 마을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무송이 현청을 나와 한가하게 거닐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무포교! 네가 오늘 출세했는데, 어째서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거냐?”
무송을 고개를 돌려 보고, 소리쳤다.
“아이고!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 계속 46회 ~~
첫댓글 무송이 호랑이 때려잡고
상금도 탔지만
그 상금 고생한 포교들에게 나누어주구나
착한 사람 입니다
착한 마음이 저를 닮았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호랑이 잡은 무송
수호지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주인공 중의 한분인데?
나는 이분은 실존인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냥 내생각 입니당
우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여고 체육시간, 선생님은 스포츠무용 비디오를 틀어 주려다 실수로 그만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 줬다.
학생들 사이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선생님은 비디오를 잘못 틀어 놓은 걸 몰랐다.
선생님은 시끄럽다는 듯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하고 잘 봐! 이따가 거기 나온 동작을 시켜서 제대로 못 따라 하면 전부 낙제시킬 거다.”
몇명이나 낙제 했을까요 ㅎㅎ
우예 저런 일이 ㅎ
무송이 무서운 호랑이 잡아서,
양곡현 포교도
되고~~
감사합니다
호랑이 때러 잡은 무송...
포교로 출세 하다
추천 꾸욱
감사합니다
무송과 무대는 같은 부모한테 태어났는데도,
모양이 정반대니,삼라만상은 태어나는 것은 맘대로
못하는 일이네요.
감사합니다
무송의 용맹을 익히
금병매에서 알고 있었지만
수호지에서 더 자세이 읽게 되어
참 좋군요
추천도 꾸욱~
감사합니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다니 정말 대단 합니다 ㅎ
감사합니다
호랑이를 잡다니요
정말 힘이 장사네요
덕분에 취직도 했군요 ㅎ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