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 천양희
길동 뒷길을 몇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은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낮은 지붕들이 중얼거린다
나는 잠시 골목 끝에 서서
오래된 것은 오래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나무 오래된 미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미래일까
미래도 없이 우린 너무 오래되었다.
오래된 몸이 막다른 골목 같아
오래된 나무 아래 오래 앉아본다
세상의 나무들 모두 무우수(無優樹) 같아
그 자리 비켜갈 수 없다
나는 아직 걱정 없이 산 적 없어
무우無憂 무우 하다 우우, 우울해진다
그러나 길도 때로 막힐 때가 있다
막힌 길을 골목이 받아적고 있다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옛집 찾다 다다른 막다른 길
너무 오래된 골목
[출처] 천양희 시인 29|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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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오래된 골목 / 천양희
빗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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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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