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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교법(以智矯法)
작은 지혜로 법을 바꾸다.
以 : 써 이(人/3)
智 : 지혜 지(日/8)
矯 : 고칠 교(矢/12)
法 : 법 법(氵/5)
출전 : 한비자(韓非子) 망징편(亡徵篇)
한비자(韓非子) 망징편(亡徵篇)에 47가지의 나라가 망할 수 있는 조짐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몇 가지만 보겠다.
簡法禁而務謀慮, 荒封內而恃交援者, 可亡也.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서 일을 처리하거나 나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할 수 있다.
群臣為學, 門子好辯, 商賈外積, 小民內困者, 可亡也.
신하들은 공리공담을 쫓고, 대부의 자제들이 변론을 일삼으며 상인들은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면 나라는 망할 수 있다.
緩心而無成, 柔茹而寡斷, 好惡無決而無所定立者, 可亡也.
군주의 성격이 아둔하고, 일을 처리한 적이 별로 없어 의지가 유약하고 결단력이 미약하며 기호가 분명치 않고 남에게 의지하여 자립정신이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할 수 있다.
好以智矯法, 時以行雜公, 法禁變易, 號令數下者, 可亡也.
군주가 작은 지혜로 법률을 왜곡하며 사사로운 일을 공적인 일처럼 처리하고, 법령을 함부로 변경하면서 수시로 호령을 내리면 그 나라는 망할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 때 조나라의 염파장군은 장평에서 진나라와 싸우면서 철저하게 수비작전을 펼쳐 막강한 진나라의 군대를 막아내고 있었다.
백전노장인 염파장군이 지키고 있는 한 승리하기 힘들다고 느낀 진의 수뇌부에서 많은 돈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이간질하는 말을 퍼트리게 했다.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마복군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뿐이다. 염파는 상대하기 쉽다. 그는 앞으로 진나라에 항복할 것이다."
조나라 왕은 이미 염파의 군대에 죽은 자나 달아나는 자가 많고 싸움에서 여러 번 졌는데도 보루를 튼튼히 할 뿐 대담하게 싸우지 않음을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진나라 첩자들이 퍼뜨린 말을 듣자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임명하여 진나라를 치게 했다. 결과적으로 조괄은 진의 명장 백기에게 처참하게 깨어져 45만 명이 죽거나 포로로 잡혀 조나라 국운의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상태가 되었다.
일찍이 아버지 조사장군이 자기 아들 조괄을 평하기를 "병법의 이론으로는 내 아들을 당할 자가 없다. 그러나 내 아들은 이론은 청산유수이지만 전쟁이 얼마나 위험하고 변화막심한가를 모른다."
큰 책임을 맡는 장군이 되면 그 군대는 망한다고 했다. 자식에 대해 악담을 한 것 같지만 입은 비상하게 발달하였으나 신중하지 못하고 공명심에 불타는 아들에 대해 경계를 한 것이다.
한비자는 망징에서 "자기 나라의 힘은 생각지 않고 이웃나라를 경시하며 큰 나라와 교류에서 언제나 이익이 있는 일만 생각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하였다.
사마천도 한비자와 비슷한 말을 했다.
초원왕세가(楚元王世家)에서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게 되고, 어지럽히는 신하는 귀하게 여기게 된다"고 하였다.
모든 일은 조짐이 있다는 의미로서 한비는 말한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벌레를 통해서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도 반드시 틈을 통해서이다. 비록 나무에 좀벌레가 있더라도 강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을 것이고, 벽에 틈이 생겼다 하더라도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木之折也必通蠹, 牆之壞也必通隙. 然木雖두, 無疾風不折, 牆雖隙, 無大雨不壞)."
어떤 일이든 징조가 보이다가 결국 결정적일 때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는 나라가 망하는 조짐을 마흔일곱 가지로 나누어 열거하면서 군주와 신하, 경제나 군사, 외교, 사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는 조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즉 한비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조짐으로 보았다. 나라는 작은데 신하의 영지는 크거나,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거나,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써 일을 처리하거나 나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는 경우, 신하들이 헛된 담론이나 일삼고 문객들은 갑론을박이나 일삼으며 상인들이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아 백성들을 곤궁하게 할 경우, 군주가 궁전과 누각과 정원을 꾸미는 등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경우, 사회 전반에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나 좋아하는 경우 등등이다.
이런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해도 별로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러한 망할 징조는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의 경우에도 여지없이 입증된다. 왕이 되자 상아 젓가락을 만들고 주지육림에 빠지면서 은나라의 패망은 예견됐던 것이다.
그런데 한비가 말하는 망징(亡徵)의 개념은 반드시 망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고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비의 말은 벌레 먹은 나무와 틈이 생긴 벽일지라도 강한 바람과 큰비를 이겨내도록 빨리 조처를 취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명군(明君)의 자질이라는 것이다.
◼ 이지교법(以智矯法)
조선시대 대부분의 학자들은 유교 경전만을 공부하면서 유학 아닌 것은 이단(異端)으로 배척하였다. 유학자로서 불교나 노장(老莊), 제자백가(諸子百家) 계통의 서적을 읽으면 그 자체로서 흠이 되어 다른 학자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학문의 폭이 좁고 경직화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중국은 학문 경향이 자유로워 유학자이면서도 불교나 노장에 정통한 학자가 많았고, 그런 책을 읽었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교경전 이외의 서적인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도 좋은 말이나 좋은 사상이 많이 들어 있다.
제자백가 가운데 '한비자(韓非子)'라는 고전이 있다. 전국시대 말기 한(韓) 나라의 왕족인 한비(韓非)가 쓴 책이다. 그는 본래 유학자인 순자(荀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그러나 인의(仁義)에 바탕을 둔 유교는 현실에 맞지 않다 하여 법가(法家)의 사상을 공부하여 집대성하였다.
한비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요소로 법률(法), 술수(術), 세력(勢)을 내세웠다. 이러한 바탕에서 '한비자'라는 그의 통치이념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
후세의 법가사상의 핵심이 되었고, 근대법 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치자를 위주로 한 저서지만 통치자와 지배자의 심리구조를 잘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 진시황이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 "이런 사람하고 정치를 같이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진시황을 만나 국가 다스리는 데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시황이 그에게 매료되어 크게 발탁될 계획이었다. 그때 진시황의 신임을 받고 있던 정승 이사(李斯)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자살함으로써 이상을 실현하지 못 했다. 이사는 순자의 문하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였다.
'한비자' 속에는 '망징편(亡徵篇)'이 있는데, 어떤 나라가 망하려고 할 때 보이는 조짐 47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오늘날 봐도 실감이 나는 항목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조그만 지혜를 가지고 법규를 바꾸고, 임금이 늘 자기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나라의 일을 어지럽히고, 형법이나 금지령을 끊임없이 고치고, 임금의 명령이 지나치게 빈번하면 그런 국가는 망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법률을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자주 바꾼다.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국가의 사정을 알리는 전단을 날려 보내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 아파트 매매를 규제하는 법 등등이다. 금지하는 법은 결국 국민의 자유로운 발언과 행동을 제약한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법 집행도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을 제정하더라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률보다는 국민의 힘을 북돋우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법률이나 명령이 더 필요하다.
◼ 한비자(韓非子) 망징편(亡徵篇)
이 글은 한비자가 저술한 것으로, 임금을 중심으로 왕족과 측근, 중신(重臣) 등 상류계급의 부패와 타락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서 기생하는 무리들의 모습을 통해 전국시대 말기의 사회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비자의 망징편은 글자 뜻 그대로,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말하고 있다. 한비자는 여기에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징후로 볼 수 있는 47가지 사례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열거하였다.
한비자는 47가지 망국의 징후들을 제대로 포착하여 국가를 개혁하지 않는 한, 그 나라가 멸망의 길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강력한 왕권과 법치의 전통을 세운 진나라만이 살아남고, 그외 전국시대의 제후국들이 모두 멸망한 역사적 사실을 놓고 보면, 한비자의 예견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47가지 징표
一
凡人主之國小而家大, 權輕而臣重者, 可亡也.
대개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는 작은데 대부(大夫)들이 차지한 영토는 크며, 임금의 권위는 가볍고 대신들의 권력이 무거우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
簡法禁而務謀慮, 荒封內而恃交援者, 可亡也.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볍게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고, 나라 안의 정치는 황폐하게 만들고 나라 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
群臣為學, 門子好辯, 商賈外積, 小民內困者, 可亡也.
여러 신하들이 쓸모없는 학문만을 익히고 귀족의 자식들은 변설을 즐기며, 장사꾼들은 재화를 나라 밖으로 빼돌려 쌓아놓고 백성들은 나라 안에서 곤궁하게 지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
好宮室臺榭陂池, 事車服器玩, 好罷露百姓, 煎靡貨財者, 可亡也.
임금이 화려한 궁전과 높은 누각 및 정원의 연못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호사스러운 수레와 의복 및 기구나 노리개 등의 사치를 즐겨, 백성을 괴롭히고 재물을 함부로 낭비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五
用時日, 事鬼神, 信卜筮而好祭祀者, 可亡也.
임금이 때와 날을 받아 귀신을 섬기며, 복서(卜筮; 점술)를 믿고, 제사 지내는 일을 좋아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六
聽以爵不以眾言參驗, 用一人為門戶者, 可亡也.
임금이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많은 벼슬아치들의 말을 증거로 참고하여 알아보지도 않고 오직 한 사람만을 밖으로 내보내 정보를 얻는 창구로 삼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七
官職可以重求, 爵祿可以貨得者, 可亡也.
나라의 관직이 몇 사람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고, 벼슬과 봉록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八
緩心而無成, 柔茹而寡斷, 好惡無決而無所定立者, 可亡也.
임금이 게으르고 무엇이나 이루지 못하고, 유약하여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옳은 일과 잘못된 일을 결정짓지 못해 스스로 확고하게 설 수 없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九
饕貪而無厭, 近利而好得者, 可亡也.
임금이 탐욕스러워 만족하지 못하고, 이익만을 가까이하고 좋아한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
喜淫刑而不周於法, 好辯說而不求其用, 濫於文麗而不顧其功者, 可亡也.
임금이 잔혹한 형벌을 가하는 것을 좋아해 법령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변설을 즐겨 그 실용(實用)에 힘쓰지 않으며, 아름답게 꾸민 글에 빠져 그 공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一
淺薄而易見, 漏泄而無藏, 不能周密而通群臣之語者, 可亡也.
임금의 사람됨이 천박해 속마음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고, 자신의 계획을 남에게 누설하기를 좋아해 조금도 감추지 않고, 여러 신하의 의견과 말을 쓸데없이 이리저리 옮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二
很剛而不和, 愎諫而好勝, 不顧社稷而輕為自信者, 可亡也.
임금의 성품이 너무 강해 신하들과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諫言)을 물리치고 신하들에게 이기는 일을 즐기며, 나라의 이익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자신의 믿음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三
恃交援而簡近鄰, 怙強大之救而侮所迫之國者, 可亡也.
임금이 다른 나라와의 외교나 원조만 믿고 이웃 나라를 얕보며, 강대국의 도움에 의지하여 가까운 이웃 나라를 멸시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四
羈旅僑士, 重帑在外, 上間謀計, 下與民事者, 可亡也.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처자식과 재산은 나라 밖에 두며, 위로는 임금의 모사(謀事)와 계략(計略)에 참여하고 아래로는 백성 다스리는 일에 관계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五
民信其相, 下不能其上, 主愛信之而弗能廢者, 可亡也.
백성들은 재상을 믿지 않고, 신하들은 임금에게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는데도, 임금이 총애하고 신뢰해 내쫓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六
境內之傑不事, 而求封外之士, 不以功伐課試, 而好以各問舉錯, 羈旅起貴以陵故常者, 可亡也.
임금이 나라 안의 뛰어난 선비를 중용하지 않고 나라 밖의 사람에게 관직와 봉토(封土)를 주며, 공로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명성만을 좇아 진퇴를 결정하며,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 사람만을 믿고 그 지위를 높게 하여 나라 안의 신하들보다 귀하게 만들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七
輕其適正, 庶子稱衡, 太子未定而主即世者, 可亡也.
임금이 왕위를 정당하게 승계할 적자(適者)를 가볍게 여기고 서자(庶子)를 대등하게 대접하고, 태자(太子)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임금이 죽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八
大心而無悔, 國亂而自多, 不料境內之資而易其鄰敵者, 可亡也.
임금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나라는 혼란스러운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며, 나라의 재력은 살펴보지도 않고 이웃의 적을 가볍게 여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十九
國小而不處卑, 力少而不畏強, 無禮而侮大鄰, 貪愎而拙交者, 可亡也.
나라가 작으면서도 큰 나라에 대해 겸손하지 않고, 힘은 약하면서도 강한 나라를 겁내지 않으며, 무례하게도 이웃의 큰 나라를 업신여기고, 탐욕만을 추구하고 외교에 졸렬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
太子已置, 而娶於強敵以為后妻, 則太子危, 如是, 則群臣易慮者, 可亡也
태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임금이 강성한 적국에서 후처(後妻)를 맞아들여 정부인으로 삼으면 태자의 자리는 위태로워지고, 신하들은 마음을 바꾸어 정부인 쪽으로 쏠릴 것이니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一
怯懾而弱守, 蚤見而心柔懦, 知有謂可, 斷而弗敢行者, 可亡也.
임금이 겁이 많아 자기 신념대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지레짐작은 재빨리 하면서도 마음이 유약하여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二
出君在外而國更置, 質太子未反而君易子, 如是則國摧. 國摧者, 可亡也.
임금이 일이 있어 다른 나라에 나가 있는데 신하들이 왕위를 너무 오래 비워두면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임금을 세우거나, 외국에 인질로 가 있는 태자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임금이 다른 아들로 태자를 정하면 민심은 흔들린다. 나라 안 백성들의 마음이 흔들리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三
挫辱大臣而狎其身, 刑戮小民而逆其使, 懷怒思恥而專習則賊生, 賊生者, 可亡也.
임금이 대신들을 가볍게 대우하거나 욕을 보여 원한을 품게 하고 또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형벌을 가하고 일을 시켜, 그 원한과 수치를 잊지 않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 가까이에 둔다면 역적이 생긴다. 역적이 일어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四
大臣兩重, 父兄眾強, 內黨外援以爭事勢者, 可亡也.
세력 있는 두 대신이 권력다툼을 하고 임금의 형제들이 세력이 강해 나라 안에 당파가 생겨나고, 또한 나라 밖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서로 세력을 다투는 일이 생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五
婢妾之言聽, 愛玩之智用, 外內悲惋而數行不法者, 可亡也.
임금이 젊은 시녀(侍女)나 아름다운 후궁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총애하는 신하나 농간하는 측근의 지모(智謀)를 써서, 조정 안팎의 원망과 슬픔이 가득한데도,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거듭 불법을 저지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六
簡侮大臣, 無禮父兄, 勞苦百姓, 殺戮不辜者, 可亡也.
임금이 원로 대신을 업신여기고, 왕실의 형제나 친척들에게 무례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며, 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잡아 죽이는 일이 있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七
好以智矯法, 時以行雜公, 法禁變易, 號令數下者, 可亡也.
임금이 조그마한 술수로 법을 어긋나게 만들고, 사사로운 일로 공사(公事)를 그르치게 하며, 법률과 금령을 쉽게 바꾸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명령을 내려 백성들이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八
無地固, 城郭惡, 無畜積, 財物寡, 無守戰之備而輕攻伐者, 可亡也.
국경에 튼튼한 요새를 쌓지 않고 성곽은 허술하며, 군비는 축적되어 있지 않고 물자는 부족하며 방위태세도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가볍게 적을 공격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二十九
種類不壽, 主數即世, 嬰兒為君, 大臣專制, 樹羈旅以為黨, 數割地以待交者, 可亡也.
임금의 일족이 장수하지 못하여 즉위하자마자 잇따라 죽고, 어린 임금이 즉위하면 대신이 권력을 잡고 휘두른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도 벼슬을 주어 당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나라의 영토를 떼어 외교의 담보로 삼아 원조를 기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
太子尊顯, 徒屬眾強, 多大國之交, 而威勢蚤具者, 可亡也.
임금의 자리와 권력을 물려받을 태자가 존경받고 세상에 알려져,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세력이 커지고 강대한 나라들과 접촉과 교섭이 빈번하여, 임금을 능가하는 위세가 일찍이 갖추어지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一
變褊而心急, 輕疾而易動發, 心悁忿而不訾前後者, 可亡也.
임금이 소심하고 성급하여 아무 일에나 쉽게 흔들리며, 상황에 대한 이해득실을 헤아리지 못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二
主多怒而好用兵, 簡本教而輕戰攻者, 可亡也.
임금이 쉽게 화를 내고, 군사를 일으키는 일을 즐겨 농사나 군사를 그르치면서, 쉽사리 적국을 공격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三
貴臣相妒, 大臣隆盛, 外藉敵國, 內困百姓, 以攻怨讎, 而人主弗誅者, 可亡也.
임금의 측근인 고관 대신들이 서로 시기하여 싸우고, 대신들의 세력이 융성하여 밖으로는 적국의 힘을 빌리고 안으로는 백성들을 괴롭히며, 사사로운 원한으로 자신들의 원수를 공격하는데도, 이를 임금이 내버려둔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三十四
君不肖而側室賢, 太子輕而庶子伉, 官吏弱而人民桀, 如此則國躁. 國躁者, 可亡也.
임금은 어리석은데 그 측근인 왕실의 친척이나 형제는 현명하고, 태자의 세력이 약해 서자가 이를 업신여겨 대항하고, 관리의 힘이 약하면 백성들은 오만해져 나라 안은 혼란스러워진다. 민심이 흔들리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그 나라는 마침내 망한다.
三十五
藏恕而弗發, 懸罪而弗誅, 使群臣陰贈而愈憂懼, 而久未可知者, 可亡也.
임금이 자신의 분노를 가슴에만 담고 있고 형벌을 내려야 할 때에도 죄목을 들출 뿐 처벌을 하지 않으면, 신하들은 겉으로 아무 말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임금을 미워하고 나라를 걱정하게 된다. 또한 죄가 있는 신하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게 되므로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六
出軍命將太重, 邊地任守太尊, 專制擅命, 徑為而無所請者, 可亡也.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에게 너무 강력한 권한을 주거나 국경을 수비하는 책임자에게 너무 높은 지위를 주면, 법을 남용하여 제멋대로 명령을 내리거나 일을 처리할 때도 임금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전횡을 일삼게 되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七
后妻淫亂, 主母畜穢, 外內混通, 男女無別, 是謂兩主. 兩主者, 可亡也.
왕후가 음란하고, 임금의 모후(母后)가 추한 행동을 거듭하면, 조정 신하들이 궁전의 내실(內室)과 함부로 정을 통하게 되고 남녀의 유별함이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에 임금의 모후와 왕후가 서로 대립하여 파당을 만들게 되어 그 나라는 망하고 만다.
三十八
后妻賤而婢妾貴, 太子卑而庶子尊, 相室輕而典謁重, 如此則內外乖. 內外乖者, 可亡也.
임금이 왕후를 함부로 대하고 시녀나 후궁만을 총애하여 태자보다 서자의 권위가 높아지면, 나라의 질서가 무너진다. 재상의 권위가 가벼운 반면 관직이 낮은 신하들이 임금의 총애를 받아 권세가 막강해지면, 조정의 안과 밖은 서로 시기하여 다투게 된다. 조정의 안팎이 서로 다투어 평화롭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三十九
大臣甚貴, 偏黨眾強, 壅塞主斷而重擅國者, 可亡也.
대신의 자리가 지나치게 높고 귀하게 되면, 그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지지자가 많이 생겨나 무리를 만들어 강해진다. 그들이 임금의 판단을 가로막고 나라의 권력을 제멋대로 행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
私門之官用, 馬府之世絀, 鄉曲之善舉者, 官職之勞廢, 貴私行而賤公功者, 可亡也.
권문세가의 자제들은 관직에 중용되는 반면,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사람의 자식들은 배척당하고, 지방의 작은 고을에서 행한 착한 일 따위는 높이 드러나는 반면, 관리의 공로는 무시되고, 개인의 행위는 귀하게 여기는 반면 나라에 대한 공로를 천하게 여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一
公家虛而大臣實, 正戶貧而寄寓富, 耕戰之士困, 末作之民利者, 可亡也.
임금과 나라의 창고는 텅 비었는데 대신(大臣)의 창고가 가득하고, 조상 대대로 뿌리박고 사는 사람은 가난한 반면 다른 나라에서 옮겨와 임시로 사는 사람은 넉넉하고, 평소 논밭을 갈다가 전쟁이 나면 목숨 걸고 나가 싸우는 선비는 곤궁한 반면 상공업(商工業)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이익을 얻는다면 그 나라는 곧 망한다.
四十二
見大利而不趨, 聞禍端而不備, 淺薄於爭守之事, 而務以仁義自飾者, 可亡也.
임금이 큰 이로움을 보고서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재난의 징조를 듣고서도 대비하지 않고, 나라의 전쟁과 수비하는 일을 천박하게 여겨 인의(仁義)의 헛된 명분만으로 스스로를 치장하고자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三
不為人主之孝, 而慕瓜夫之孝, 不顧社稷之利, 而聽主母之令, 女子用國, 刑餘用事者, 可亡也.
임금이 자신은 효행(孝行)을 하지 않으면서 필부(匹夫)의 효행만 흠모하고, 나라의 이익은 돌보지 않고 모후(母后; 太后)의 명령만을 좇고, 왕후나 후궁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환관(宦官)들이 나랏일을 좌우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四
辭辯而不法, 心智而無術, 主多能而不以法度從事者, 可亡也.
임금이 말과 논리에 능숙한 반면 이치에는 어긋나고, 마음은 지혜롭지만 술수(術數)에 익숙하지 않고, 다재다능한 반면 법도에 따라 일을 다루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五
親臣進而故人退, 不肖用事而賢良伏, 無功貴而勞苦賤. 如是則下怨, 下怨者, 可亡也.
새로 조정에 나온 신하가 높은 자리에 오른 반면 옛 신하들은 밀려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나랏일에 중용되는 반면 어진 선비는 드러나지 않고, 공적이 없는 사람은 귀하게 되는 반면 고생해 공로를 세운 사람은 천한 대우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고관대작을 원망하게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원망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六
父兄大臣祿秩過功, 章服侵等, 宮室供養太侈, 而人主弗禁, 則臣心無窮. 臣心無窮者, 可亡也.
왕실의 친인척과 대신들의 봉록이 실제 공로보다 높고 후하거나, 신분에 따른 복식(服飾)이 그 등급을 침범할 정도로 화려하거나, 궁궐과 가옥 및 음식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데도 임금이 이를 금하지 않으면, 신하들의 탐욕은 멈출 줄을 모르게 된다. 신하들의 탐욕이 멈출 줄 모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四十七
公壻公孫與民同門, 暴章其鄰者, 可亡也.
왕실의 사위나 자손들이 백성들과 함께 한 마을에 살면서, 그 이웃 백성들에게 오만하게 굴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한비자는 여러 가지 예를 들고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亡徵者, 非曰必亡, 言其可亡也.
원래 나라가 멸망하는 징조라는 것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말이 아니라, 멸망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夫兩堯不能相王, 兩桀不能相亡. 亡王之機, 必其治亂, 其強弱相踦奇者也.
요(堯) 임금이 둘이 있다 해도 다 같이 왕이 될 수는 없으며, 걸(桀)이 둘이 있다 해도 다 같이 멸망할 수는 없다. 왕이 될 수 있는 운명은 치란강약(治亂强弱)이 어느 한편에 기우는 데서 발생한다.
木之折也必道蠹, 牆之壞也必道隙.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그 속에서 벌레가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며,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새가 있기 때문이다.
然木雖蠹, 無疾風不折; 牆雖隙, 無大雨不壞.
그러나 수목에 벌레가 파고든다 할지라도 강풍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을 것이며, 담장에 틈새가 있다 하더라도 폭우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萬乘之主, 有能服術行法以為亡徵之君風雨者, 其兼天下不難矣.
그래서 만승의 대국의 군주는 통치술을 지켜 법을 행하고, 멸망의 징조가 있는 나라를 벌레가 좀먹는 나무나 틈새 난 담장을 때리는 폭풍우가 되어 쳐들어가면 그 나라를 쉽게 취할 수 있다. 그리하여 천하를 통일하는 일을 쉽게 이룩한다.
각 내용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이다. 한비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인류역사 초기에 해당하는데도, 그 뒤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된 상황이 많아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다만 이러한 한비자의 경고는 어디까지 군주를 대하는 입장에서 서술했으니, 군주제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 전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난세 중의 난세를 살다 간 사나이다. 오히려 치세에 태어났으면 그의 사상은 묻혔을 것이다.
일례로 30번째 항목에서 왕세자가 너무 잘났으면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같은 사태가 터진다고 충고하지만,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그야말로 사극에나 나올 법한 옛날 이야기다.
여자가 나라를 다스리면 망한다는 말 또한 여성의 정치 참여가 여왕, 수렴청정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금지된 전·근대 사회에서만 통한다. 전·근대 국가에서 여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권력 체계가 흔들리다 못해 막장이 됐다는 뜻이지만, 현대 국가에서는 충분히 합법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현대에 와서는 성별을 떠나서 정당한 군주가 엄연히 있는데 제3자가 당연하다는 듯 개입하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현대에도 적용 가능한 몇 가지 항목만 추려서 '한비자의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덧붙여 읽다 보면 한비자의 음양가(5), 유교(41·43·44), 유세객(16·29·42)에 대한 비판적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비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러저러한 47가지 징조가 보인다고 반드시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징조가 내게 있다면 빨리 고칠 것이고 반대로 남에게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때려잡아라.' 그야말로 동양판 군주론이라고 볼 수 있다.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智(슬기 지/지혜 지)는 ❶형성문자로 세상을 두루 밝게 안다는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신(神)의 말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知(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지식(知識)이 있다의 뜻으로 知(지)와 통한다. ❷회의문자로 智자는 '슬기'나 '지혜', '재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智자는 日(해 일)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曰(말씀 왈)자가 쓰인 것이다. 그래서 智자는 曰자와 知(알 지)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智자는 '화살(矢)이 순식간에 구멍(口)을 통과하듯이 말(曰)을 잘한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말을 잘하려면 지식이나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말함에 거침이 없다'라는 의미에서 '지혜'를 뜻하게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는 智자가 知자를 파생시키게 되었는데, 知자는 배워서 알게 됐다는 의미에서 '알다'로 智자는 지식이 아닌 사람이 타고난 '지혜'를 뜻하게 되었다. 즉 선천적인 '지혜'와 후천적인 '지식'을 구분한 것이다. 그래서 智(지)는 (1)사물의 도리(道理), 시비(是非), 선악(善惡)을 분별(分別) 판단하고 처리하는 마음의 작용. 지혜(智는 知로도 쓰임) (2)시비(是非), 정사(正邪)를 분별(分別), 단정(斷定)하여 번뇌(煩惱)를 뿌리째 없애는 정신(精神) 작용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슬기, 지혜 ②재능(才能) ③꾀, 기지(奇智), 모략(謀略) ④지혜로운 사람, 총명한 사람 ⑤슬기롭다 ⑥지혜롭다, 총명하다 ⑦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슬기로울 혜(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리석을 우(愚)이다. 용례로는 삶의 경험이 풍부하거나 세상 이치나 도리를 잘 알아 일을 바르고 옳게 처리하는, 마음이나 두뇌의 능력을 지혜(智慧), 새로운 사물 현상에 부딪쳐 그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용하여 해결하는 능력이나 지력을 지능(智能), 안다는 의식의 작용을 지식(智識), 지혜의 힘을 지력(智力), 슬기로운 계략을 지략(智略), 슬기가 있는 사람을 지자(智者), 지혜가 많은 장수를 지장(智將), 슬기로움과 어리석음을 지우(智愚), 지혜가 많은 사람을 지낭(智囊), 슬기로운 사람도 많은 생각 중에서 간혹 실수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지자일실(智者一失), 사리에 밝은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정체함이 없는 것이 마치 물이 자유로이 흐르는 것과 같으므로 물을 좋아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요수(智者樂水), 지혜는 작은 데 꾀함은 크다는 말을 지소모대(智小謀大), 지략이 보통 사람보다 매우 뛰어나다는 말을 지과만인(智過萬人), 슬기는 모르는 것이 없고 행실은 방정하다는 말을 지원행방(智圓行方), 지혜와 용기를 함께 갖춤을 일컫는 말을 지용겸비(智勇兼備), 지혜가 소중한 것은 화를 면하는 데에 있다는 말을 지귀면화(智貴免禍),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 또는 저마다 한 가지 재주는 지녔다는 말을 노마지지(老馬之智),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말을 대지여우(大智如愚),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라는 뜻으로 현인은 재능을 뽐내지 않아 어리석어 보일 뿐이라는 말을 대지약우(大智若愚), 듣지 못한 것이 없고 보지 못한 것이 없으며 통하지 않은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성인의 네 가지 덕을 이르는 말을 총명예지(聰明睿智), 까치의 지혜라는 뜻으로 하찮은 지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작지지(鳥鵲之智) 등에 쓰인다.
▶ 矯(바로잡을 교)는 ❶형성문자로 矫(교)는 통자(通字), 矫(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화살 시(矢; 화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喬(교; 끼우다)로 이루어졌다. 화살을 끼워서 바로잡는 나무, 전(轉)하여 바로잡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矯자는 '바로잡다'나 '거짓'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矯자는 矢(화살 시)자와 喬(높을 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喬자는 높은 건물 위에 갈고리가 걸려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矯자는 이렇게 갈고리가 걸려있는 모습을 그린 喬자에 矢자를 결합한 것으로 화살의 구부러진 곳을 편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화살은 일회용이 아니므로 회수한 후 재사용 해야 했다. 간혹 회수된 화살의 촉이 구부러진 경우가 있었는데, 矯자는 그것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잘못된 것을 '바로잡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矯(교)는 ①바로잡다 ②굳세다, 씩씩하다 ③억제(抑制)하다 ④속이다 ⑤거스르다, 위배(違背)하다 ⑥칭탁(稱託)하다(사정이 어떠하다고 핑계를 대다) ⑦들다, 쳐들다 ⑧날다 ⑨거짓 ⑩핑계 ⑪다리 ⑫튀겨 나온 화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광(匡), 바로잡을 정(訂)이다. 용례로는 잘못을 바로잡아 인도함을 교도(矯導), 좋지 않은 버릇이나 결점 따위를 바로잡음을 교정(矯正), 속여 꾸밈을 교위(矯僞), 진정한 뜻을 억눌러 나타내지 않는 일을 교정(矯情), 왕명이라고 거짓 꾸며 내리던 가짜 명령을 교지(矯旨), 못된 풍습을 바로잡음을 교속(矯俗), 잘못을 고치고 힘씀을 교려(矯勵), 잘못된 풍습이나 폐단을 바로잡아 구제함을 교구(矯救),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호리어서 어지럽게 함을 교란(矯亂), 고치어 돌이킴을 교복(矯復), 목을 졸라매어 죽임을 교살(矯殺), 세상의 나쁜 것을 바로잡음을 교세(矯世), 결점을 고침을 교유(矯柔), 나쁜 풍속이나 습관을 바로잡음을 교풍(矯風), 마음이 굳세고 과격함을 교격(矯激), 날래고 사나운 모양을 교교(矯矯), 남을 속이거나 기만함을 교사(矯詐), 거짓으로 겉모양만 꾸밈을 교식(矯飾), 속이어 빼앗음을 교탈(矯奪), 폐단을 바로잡아 고침을 교폐(矯弊), 잘못된 것을 손질해서 바로 고침을 교유(矯揉), 꾸며 대어서 남을 속임을 교무(矯誣), 굽은 것을 바로잡음을 교왕(矯枉), 거짓 꾸며서 방패막이로 내세움을 교탁(矯託), 언행이 색다르고 이상 야릇함을 기교(奇矯), 억제하며 사물을 태연하게 대한다는 말을 교정진물(矯情鎭物),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구부러진 것을 바로 잡으려다가 너무 곧게 한다는 뜻으로 잘못을 바로 잡으려다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왕과직(矯枉過直), 잘못을 바로 고치려다 지나쳐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옴을 의미함 곧 어떤 일이 극과 극인 모양를 일컫는 말을 교왕과정(矯枉過正), 손을 들고 발을 두드리며 춤을 춘다는 말을 교수돈족(矯手頓足) 등에 쓰인다.
▶ 法(법 법)은 ❶회의문자로 佱(법), 灋(법)은 (고자)이다. 물(水)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去) 규칙이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법(法), 규정(規定)을 뜻한다. 水(수; 공평한 수준)와 사람의 정사(正邪)를 분간한다는 신수와 去(거; 악을 제거함)의 합자(合字)이다. 즉 공평하고 바르게 죄를 조사해 옳지 못한 자를 제거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法자는 '법'이나 '도리'를 뜻하는 글자이다. 法자는 水(물 수)와 去(갈 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법이란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자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이치이다. 물(水)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去)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法자는 바로 그러한 의미를 잘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치(廌)자가 들어간 灋(법 법)자가 '법'을 뜻했었다. 치(廌)자는 해치수(解廌獸)라고 하는 짐승을 그린 것이다.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그려진 해치수는 죄인을 물에 빠트려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水자가 더해진 灋자가 '법'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의 구성을 간략히 하기 위해 지금의 法자가 '법'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法(법)은 (1)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 기관에서 제정 채택된 지배적, 특히 국가적인 규범(規範). 국민의 의무적 행동 준칙의 총체임. 체계적이며 물리적인 강제가 가능함 (2)도리(道理)와 이치(理致) (3)방법(方法) (4)~는 형으로 된 동사(動詞) 다음에 쓰여 그 동사가 뜻하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반드시 그렇게 됨을 나타냄 (5)~으라는 형으로 된 동사 다음에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당연하다 함을 뜻하는 말, ~는 형으로 된 동사 다음에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아주 버릇처럼 된 사실임을 뜻하는 말 (6)인도(印度) 유럽계 언어에서, 문장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하는 사람의 심적 태도를 나타내는 동사의 어형(語形) 변화를 말함. 대체로 직설법, 가정법, 원망법, 명령법 등 네 가지 법이 있음. 그러나 원망법은 형태 상으로는 인도, 이란 말, 토카리 말, 그리스 말에만 남아 있고, 라틴 말에서는 가정법(假定法)과 합체되어 있으며 게르만 말에서는 가정법의 구실을 빼앗아 그 뜻도 겸하여 나타내게 되었으나 명칭만은 가정법이라고 불리게 되었음 (7)나눗수 (8)성질(性質). 속성(續成). 속성이 있는 것, 상태. 특징. 존재하는 것 (9)프랑 등의 뜻으로 ①법(法) ②방법(方法) ③불교(佛敎)의 진리(眞理) ④모형(模型) ⑤꼴(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⑥본받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법식 례(例), 법 전(典), 법칙 칙(則), 법 식(式), 법칙 률(律), 법 헌(憲), 격식 격(格), 법 규(規)이다. 용례로는 국민이 지켜야 할 나라의 규율로 나라에서 정한 법인 헌법과 법률과 명령과 규정 따위의 모든 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법률(法律), 소송 사건을 심판하는 국가 기관을 법원(法院), 법률의 안건이나 초안을 법안(法案), 법에 따른 것을 법적(法的), 법식과 규칙으로 모든 현상들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관계를 법칙(法則), 법원에 소속되어 소송 사건을 심리하여 법률 상의 해석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을 법관(法官), 일반적으로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법조(法曹), 재판하는 곳을 법정(法廷), 법률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법치(法治), 법령을 좇음 또는 지킴을 준법(遵法), 기교와 방법을 기법(技法), 법령 또는 법식에 맞음을 합법(合法), 한 나라의 통치 체제의 기본 원칙을 정하는 법을 헌법(憲法), 일이나 연구 등을 해나가는 길이나 수단을 방법(方法),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수학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해법(解法), 원칙이나 정도를 벗어나서 쉽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수단을 편법(便法), 법률 또는 명령을 어김을 위법(違法), 법률 또는 법규를 제정함을 입법(立法), 범죄와 형벌에 괸한 내용을 규정한 법률을 형법(刑法), 법규나 법률에 맞음 또는 알맞은 법을 적법(適法),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함을 범법(犯法),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말을 법고창신(法古創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법원권근(法遠拳近), 자기에게 직접 관계없는 일로 남을 질투하는 일 특히 남의 사랑을 시샘하여 질투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을 법계인기(法界悋氣), 올바른 말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법어지언(法語之言), 좋은 법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폐단이 생김을 일컫는 말을 법구폐생(法久弊生), 모든 현상이나 사물은 결국 하나로 된다는 말을 만법일여(萬法一如), 모든 것이 필경에는 한군데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만법귀일(萬法歸一), 법이 없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질서가 무시되는 판국을 이르는 말을 무법천지(無法天地),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제법무아(諸法無我)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