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부터 입주까지 집짓기 A to Z
“집짓기의 첫 번째 과정은 대지를 포함한 예산입니다. 아무리 산을 끼고 강이 보인다 해도 예산에 벗어나면 그저 공염불입니다.”
김창균 대표가 집짓기 첫걸음으로 재차 강조한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즐거운 집짓기로 시작해 10년 늙는 듯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건 예상 비용이 예산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가용할 ‘예산’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체크하면 어느 정도 사전 예측이 가능하다.
각 진행사안마다 비용을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현재 보유한 부동산 가치와 자산 규모를 파악하고 대출 가능 범위까지 차근차근 조사해야 한다. 수익성 부동산을 원한다면 전문가의 컨설팅도 방법 중 하나다. 사업성에 영향을 끼치는 세대수, 수요자에 맞춘 상품의 구성, 금융구조, 사업기간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시기별예산체크리스트’를 참고해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부지 선택, 집짓기의 시작이자 끝
집짓기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은 ‘토지 구입비’다. 땅을 고려하지 않고선 설계와 디자인은 그저 공허한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각 토지별로 살펴보면, ‘전원지’를 선호한다면 주변의 생활 인프라를 고려해야 한다. 출퇴근 거리와 함께 아이들 교육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전원주택은 꼭 교외에 있어야 하는 걸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원주택이 굳이 도시를 벗어날 필요는 없다. ‘도심’의 부지는 대부분 일반 주거지역이다. 상가와 사무실이 인접해 있고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전원의 단점이 모두 커버된다. 다만 단독주택만을 위해선 가격이 비싸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다가구나 다세대 형식의 도시형 생활주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때는 꼭 주차 문제를 체크해야 한다. ‘주거전용지역(단지)’은 대도시 주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처음부터 단독주택 전용지로 계획돼 분양되는 부지다. 도로, 가스, 상하수도, 전기 등 생활 인프라와 주차가 편리하다. 주거전용지역이기 때문에 상가와 교통시설도 인접해 있다. 다만 대부분 건축법 외에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돼 있어 구입 전 확인이 필요하다.
‘비도시지역’ 즉, 도시를 벗어난 곳은 대부분 전원주택지다. 민간에서 개발한 소규모 단지거나 대지가 아닌 임야, 논, 밭 등 개인소유의 필지다. 한적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계약 전 주변 입지나 교통, 가스, 전기 등을 살펴야 한다. 비도시지역은 단독주택을 짓기에 면적이 넓은 경우가 많다. 또한 대지가 아닌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개발행위허가를 위한 건축면적을 제한하고 있고, 도로에 접해 있지 않아 건축허가 자체가 불가능한 땅도 있다. 관계 법령과 토지이용 계획 확인원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익형 부동산’을 원하는 경우, 대지의 입지환경에 따라 적용되는 법규가 다르다. 예를 들어 도로를 끼고 있는 땅이 그렇지 않은 땅보다 일조권 사선제한을 유리하게 적용받아 사업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도로 폭에 따라 높이를 제한하는 도로사선제한선은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한다. 이렇게 채광 및 일조권사선규정, 도로사선제한선 등 두 종류의 사선을 크로스 체크해 건축 가능한 최대 볼륨을 확인해야만 대지별로 실제 건축이 가능한 면적을 알 수 있다.
크지 않아도 효율적인 주택 구조가 있다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선 무조건 넓은 집이라는 규모에 대한 가치보다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집, 공간 활용이 뛰어난 집 등 효율성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작은 집이라도 치밀한 설계를 통해 공간 활용이 가능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여타 내장재에 투자를 늘려 쾌적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또 하나, 일단 규모가 작으면 인허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 도시의 경우 100㎡ 이하, 관리지역(농림지역 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준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은 200㎡ 이하일 때 허가가 아닌 신고로 처리가 가능하다. 집을 완공한 후 사용승인(준공)을 신청할 때도 별도의 준공절차인 특검이 생략된다.
국민주택 규모(단독주택의 바닥면적에서 지하실, 본 건축물과 분리된 창고, 차고, 화장실 등 면적일 제외한 주거전용 면적이 1세대 당 85㎡인 경우. 읍, 면 지역은 100㎡) 이하일 땐 설계비 전부와 공사비 일부에 대한 부가세가 면세로 처리된다. 만약 국민주택 규모 이상을 짓는 개인의 경우, 세금계산서 발행이 아니라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추후 연말정산에 유리하다.
도로 폭에 따라 높이를 제한하는 도로사선제한선. 건축물의 높이에 영향을 끼친다.
흔히 작은 집을 ‘협소주택’이라 한다. 핵가족화 된 일본에서 유행한 66㎡ 크기의 주택이다. 가족 구성원이 적고 예산에 여유가 없다면 고려할 수 있는 방식이다. 흔히 땅콩주택이라 불리는 ‘듀플렉스하우스(Duplex House)’는 2~3가구가 토지를 공유하며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주택 형식이다. 토지구입비와 공사비를 함께 부담하니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건축물관리대장에 분리 표기(A동, B동 등)나 대출도 가능하다. 다만 사생활 침해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다. 최근엔 생활소음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전체 예산이 1억5000만원 이내인 건축주에게 알맞은 형식이다. 목조 패널라이징 공법, 컨테이너 박스, 경량 철골조 등을 활용해 콤팩트한 주택을 짓는데,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과 마감공사만 하다보니 공사 중 변경에 대한 부담이 없다. 다시 말해 필요에 따라 크기를 결정하고 모듈을 더하거나 뺄 수 있다. 설계비도 여타 형식과 비교해 저렴하다.
건축가와의 친밀도가 집의 만족도와 비례한다
그렇다면 마음에 맞는 건축가와의 만남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건축에 대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지인의 소개, 유명 건축 블로그, 건축관련협회 수상경력 등이 유용하게 작용한다. 간혹 유료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건축가들과의 상담은 무료다. 물론 설계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시작하는 게 순서다.
설계비는 표준가격이 없다. 각 건축가에 따라 다르다. ‘주택 설계비’는 건축가 혼자 도면을 그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건축 외에 설비, 전기, 통신, 소방, 구조, 인테리어 분야 전문가들의 기술적 검토와 도면작업으로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상 인건비, 외주 용역비, 사무실 운영비가 각각 30% 정도다.
소규모 영세 시공사보다 기반, 실적을 갖춘 전문적인 시공사를 선정해야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공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처리나 시공 이후 서비스 등도 시공사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포트폴리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집의 구조는 흔히 철근콘크리트와 철골, 벽돌, 목조, 흙 구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자유로운 형태의 집이라면 형틀에 부어 모양을 완성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알맞다. 평지붕이나 옥상을 원하면 ‘철골구조’가 유리하다. 단, 설계상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여타 구조는 불리하다. 일명 ‘경량 스틸하우스’라 불리며 유행한 철골구조는 단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그 인기를 목구조에 넘겨줬다. 목구조는 친환경적이고 짧은 공기에 단열효과가 좋지만 지붕 형태나 방수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숙련된 목수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평생 살 집인가
설계와 시공 등 공사비를 좌우하는 건 골조, 외장재, 창문, 지붕, 부대시설, 조경 등이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집의 수명을 고려해야 한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면 당연히 좋은 자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단열재’와 ‘창문’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Interview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집을 지으면 가족이 모입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젊은 건축가상, 지난해 농촌건축대전 본상, 목조건축대상을 수상한 김창균 대표는 요즘 이른바 핫 하게 떠오르는 젊은 건축가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1970년대 생, 40대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그들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설명했다.
“아파트를 사면 꾸준히 오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집에 대한 로망이 묻혔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어요. 하지만 여전히 도심의 아파트는 비쌉니다. 자연스럽게 도시 근교에 자신의 개성이 담긴 집을 지으려는 30~40대의 의뢰가 늘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꼽은 단독주택의 주요 요건은 ‘직장 출퇴근 거리’와 ‘아이들 교육문제’. 그는 “요즘은 교육에 대한 문제도 바뀌고 있다”며 “적어도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보다 마당,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한다. 최근 서울 근교에 면학분위기가 좋은 초등학교가 하나둘 늘고 있는 것도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과 수요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단독주택을 지으며 세대가 함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족한 예산을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실제로 1층에는 부모님, 2층에는 건축주 부부, 3층에는 손자들이 거주하길 원하는 분들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모자란 예산을 함께 부담하니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3세대가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가족이 모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30~40대가 가장 선호하는 집은 어떤 스타일일까. 김 대표는 친환경적인 목구조를 추천했다.
“건물면적은 99~115㎡가 가장 많아요. 잠만 자는 방은 작게 하고 거실, 주방, 식당 등 가족실은 크게 하는, 또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목구조 집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이고 물성이 따뜻하기 때문인데, 단독주택의 경우 단위면적이 작아 재료비는 비슷합니다.”
Interview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수익형 부동산의 개념도 달라져야 합니다”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 붐을 주도하며 ‘마이바움(MAIBAUM)’ 브랜드를 탄생시킨 서용식 대표는 최근 제주시 조천읍에 스위스 문화가 특화된 수익형 테마마을 동행(70세대)을 기획 중이다. 2만64㎡에 조성되는 제주 최초의 협동조합형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다.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에 마을 카페를 운영하고 게스트하우스도 만들어 수익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현재 도시형 생활주택은 공급과잉 측면이 있어요.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가 좋았는데 지역적 특색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거주지를 의뢰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지까지 구입해야 한다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서 대표는 “현재 집에 대한 개념이 작아도 실용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럼에도 수익형부동산이 되려면 일정 공간을 렌트하우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수요층을 분석해야 합니다. 도심의 경우 수익률은 낮지만 외곽에 비해 임대가 안정적이었는데, 요즘은 역세권을 제외하곤 그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거주인구 중 학생, 직장인, 신호부부 등 어떤 계층이 많은지 파악하고 상품을 구성해 분양에 나서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주의 깊게 고려해야할 수익형 부동산의 조건은 무엇일까. 서 대표는 사생활 보호를 꼽았다.
“무엇보다 자기 생활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글쎄요. 그런 이유로 땅콩주택의 인기도 시들해졌습니다. 여기에 편리성이 더해져야 임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집짓기 전에 앱부터 확인
·스마트국토정보-각 지역별 토지, 건축물, 거주자, 중개업자 정보를 분석해 제공한다.
·토지이용규제 내비게이터-전국의 지역, 지구 지정 현황 및 행위제한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각종 인허가 절차 및 구비서류를 확인할 수 있다.
·주택 아이디어-디자인이 다양한 주택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탐사선-3D 나침반 기능으로 태양, 일출, 일몰의 위치와 시간을 예측 한다. 집의 위치, 정원가꾸기 등에 유용하다.
TIP
수익형 소형주택 성공전략 7가지
첫째, 사업 방향성이 명확해야
수요층 분석, 세대수, 금융구조, 사업기간 등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개성 넘치는 디자인 활용
건물 외관 뿐 아니라 작은 수납공간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디자인이 고수익으로 연결된다.
셋째, 관리가 쉬운 재료 선택
내외장재는 내구성이 높고 교체가 쉬운,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입주자의 생활편의 고려
1층에 생활편의 시설 입점 등 편의시설을 계획해야 한다.
다섯째, 테마 불어넣기
뮤지션하우스, 펫하우스 등 테마를 정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여섯째, 실수요자 공략
최근 초소형주택의 공급과다로 수익률이 불안정하다. 타깃이 명확한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
일곱째, 일조권 사선제한의 완화 활용
사선제한 완화로 여유 있는 층고를 확보 할 수 있다. 라멘구조가 인기다.
출처 매일경제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자료 수목건축, 유타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