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나름대로 비디오테잎을 수집하면서 다시는 눈길을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손이 뻗치게 되는 장르가 호러물이다.
이른바 사지절단된 누더기 영화를 보고나면 공포감에서 오는 쾌감보다는 가위질에 받는 스트레스가 휠씬 더 크다는 걸 알면서도 껍데기에 새겨진 거장들의 존함을 대하고 나면 집으로 모시고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고 만다.
줒어온 후에도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쳐박아두어야하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으니...
검열문제나 장르에 대한 인식의 문제나...그저 백마타고 오는 초인만 바랄뿐이다.
7월이후 극장에서 2편, 비디오로 8편, 케이블TV로 1편, 총 11편의 공포영화를 접했다.
<13고스트>나 <밋 더 피블스>까지도 공포장르로 포함시켜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냥 제외시켰다. 귀찮으니깐...
폰(안병기)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장점은 새침떼기소녀들의 괴성으로 인해 괜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은 이걸 노렸을까...이 '깜짝 놀라게하기 수법'은 전화벨소리의 짜증스런 소리만큼이나 지겹게 강조되며 1시간 반동안 계속 이어진다.
그럭저럭 꾸며놓은 반전과 여자꼬마의 어정쩡한 연기는 볼만하다. 공짜라면..
피어닷컴 (윌리엄 말론)
솔솔 풍기는 구린 냄새 때문에 안보려 했지만 그래도 호러광의 품위유지를 위해 봤건만...
TTL할인도 안되는 곳에서 본건 더 억울한 일이다.
공포와 미스테리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엽기사이트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의 섞어찌개식 삽입과 반복은 너무 유치하다.
이후 올시즌 공포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일이 없을거라고... 혼자 삐져버렸다...
써스페리아(다리오 아르젠토)
이 음악 대단하다!
정말 다리오 아르젠토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괴한 배경음악만큼은 최강이다.
비디오자켓에 '특수음향효과'라는 촌스러운 문구를 우습게 봤건만 신비스럽게도... 훌륭한 사운드를 뿜어준다. 똥비디오 따위가 말이지...
페노미나(다리오 아르젠토)
역시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제니퍼 코넬리의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는 것!
전성기라고 생각되는 <라비린스>때 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주시더군요.
첫장면인 소녀의 머리가 잘려서 폭포에 흐르는 장면, 아르젠토의 특기인 구더기떼, 피범벅 살인...삭제되기 직전의 그 몇초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조그셔틀은 돌아간다...
곤충을 좋아하고 조종하는 능력이나 몽유병기질은 <캐리>의 설정과 비슷한듯...
에드가 알란포우의 검은 고양이(다리오 아르젠토, 조지 로메로)
두명의 공포영화의 거장이 각각 다른 주제로 만든 영화...
다리오 아르젠토의 표현력은 오디오에서나 비쥬얼에서나 많이 약해졌다는 느낌이다.
스탕달 신드롬(다리오 아르젠토)
미술작품에 흡입되어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는 스탕달 신드롬..
스탕달 신드롬이라는게 그림이라는 비현실과 현실사이에서의 문제라면
아르젠토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 교합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실'과 '비현실'은 계급 또는 신분상의 사회문제를 상징하는게 아니었을까..
총알이 얼굴을 관통하는 장면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아님말구...
써스페리아나 페노미나에서의 음산함과 잔혹함은 많이 줄었으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공포감은 역시 여전하다.
뉴욕리퍼(루치오 풀치)
뉴욕의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찾게 되기까지의 스토리가 싸구려틱하게 전개된다.
어이없는 스토리와 화끈한 살인장면 때문에 상영금지된 나라들도 많다더만 고맙게도 우리나라 출시판은 비위약한 옆집누나도 보면서 내장탕을 거뜬히 먹을수 있을 만큼 깔끔하게 편집해 놓았다.
비욘드(루치오 풀치)
루치오 풀치의 거친 비쥬얼들을 다 볼 수 있을거라고 기대같은 건 아예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장면들...
염산에 얼굴이 녹아내리는 장면..거미에 의해 뜯어먹히는 얼굴...손에 눌려 튀어나오는 눈알...
조그셔틀은 바쁘게 돌아간다...
결말의 뒤숭숭함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다
나이트메어3 (척 러셀)
순진무구했던 나를 '프레디 매니아'의 길로 인도해준 바로 그 작품을 얼마전 케이블을 통해 다시 보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다.
3탄은 시리즈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야기와 볼거리가 많다
프레디가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유와 그가 매장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점,
1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낸시'가 아이들의 도우미로 등장한다는 것,
아이들이 꿈속에서 하나씩의 능력을 확인하고 대결하는 장면 등은 꽤 흥미있다
꿈과 현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젊은이들의 꿈을 방해하는 기형체와 대결한다는 구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발상이다.
망령의 웨딩드레스(박윤교)
옛날 영화특유의 어색하고 과장된 대사가 재미있지만 스토리는 그렇게 무시할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권력자와 시골처녀와의 사랑과 살인이라는 단순한 공식내에서 후반부에는 나름대로의 대반전을 볼 수 있는 스토리의 탄탄함을 가진다. 진부하긴 하지만..
당시 음향과 편집기술의 부실함으로 인해서 공포감을 주는 효과는 상당히 미흡하지만 고양이나 우물, 묘지, 별장, 계단과 같은 공포감을 주는 장치들을 적절히 이용해 효과를 살리는 기본에 충실한 공포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깊은밤 갑자기(고영남)
바로 어제! 드디어 테잎을 손에 넣었다..감격스럽다...
요지경과도 같은 거울조각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카메라의 시선은 참 재미있다.
또 무당의 딸이라는 설정이나 목각인형과 같은 샤머니즘적인 요소를 깔면서도 공포감 자체는 현대사회가 가지는 문제인 가족간의 소통과 믿음에 대한 불신으로 풀어갔다는 점에서 한국공포영화가 가지는 구태의연함을 많이 벗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소녀 가정부로 나오는 배우의 찌찌도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한 감독의 서비스정신에도 감사를 표한다. 훌륭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