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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제법 세상을 사신, 삶의 연륜이 깊으신 분이라면
매미라는 단어를 보면
어린시절...
옛 풍경화 같은 고향마을의 여름날..
혹은, 초등학교 교과서 그림에서 본
옛 친구 같은
친근감이 묻어나는 곤충으로 기억 하실 것이다.
사실...
그랬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비포장 길 옆의 키 큰 포플라 나무에 앉아
“맴~맴~” 하고 소리 내던 그 녀석들 소리가
무더위로 익어버린 여름날의 나른한 풍경을, 졍겨운 소리로 신선한 자극을 주곤 했다.
그런데, 언제인가 부터
그... “맴~맴~” 소리를
“치 ~ 르르르르 ~” 하는, 엄청 시끄러운 단조의 매미소리가...
그리운... 예전의 그 매미 소리를 밀쳐내어 버린 것이다.
티비에서 보니
예전의 좋은 소리의 주인공은 ‘참매미’
요즘의 못된 소리의 주인공은 ‘말매미’ 라고 했다.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와, 7일을 그렇게 온 힘을 다 해 소리 내어
암컷을 불러 짝을 짓고 숨을 거둔다고 한다.
밀매미는 땅속에 있다 보니, 공해에 노출도 안 되어
매미의 번식을 방해할 요소가 적어, 엄청 숫자도 늘었다.
특히, 도시의 가로수 나무 수액을 특히 좋아하는 말매미가
도심으로 몰려, 큰 덩치가 주는 엄청난 소리로 도심을 평정 하고 있다.
(참매미는, 일부만 남아 낮은 도심보다는, 외곽의 자연적인 지대를
선호하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매미 중에서, 친근한 소리, 단아한 몸집의 참매미가 밀려난 도심에서...
그냥, 힘센 큰 덩치로
암컷을 향해 불러야 할,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닌
싸이렌 소리처럼...
가장 큰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암컷 매미를 부르기 위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단조롭고 거칠고 시끄러운...
요상한 세레나데를 불러대는 말매미들은
특히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잘난 한국인 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흐름도 어떤 법칙, 보이지 않는 드라마에 의해 나아 간다고 하던데...
사람 사는 세상도, 이렇게... 누가 굳이 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 안의 내용들이 또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해 나가고 있는데
정말 시끄럽고 듣기 싫은 말매미들의 합창- 일그러진 세레나데...
그런 웃기는 세레나데를 듣고 찾아 오는 암컷 말매미들...
(지금의 젊은 한국여성들 처럼,
숫컷 말매미의 덩치와 소리만 크면 바로 오케이! 하지...)
도시라는...
인간의 살내음 보다는, 속도와 효율에 의한 정확성의 빠른 열매를 원하는
계산 빠르고, 센스가 뛰어나며, 낯선 향수 내음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회색빛의 차가운 이 도시에 걸 맞는 그들...
현대 도시의 인간사를 대변해 주는
목적만을 위해, 타인은 안중에 없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높여 외치는
현대인- 지금의 한국인들과 너무나 닮은...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 보다는
무조건
높은 소리, 큰 소리로 자신의 목적만을 추구하는...
그 숫컷 말매미의 요상한 세레나데 에만 반응하는, 또 다른 암컷 말매미들...
자꾸만 밀려나고 잊혀져 가는 덩치는 작지만, 소리도 작지만...
인간이 뭔지, 삶이 뭔지...
나 만큼 타인들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돈과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뭔지를 아는...
어린 시절...
빛 바랜 교과서에서 본, 그 참매미와 닮았던 착한 한국인들...
오늘도
도심 전체가, 말매미의 시끄러운 세레나데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창문을 닫고, 음악을 틀어 봐도
오직
자신들 만의 목적을 위한 무서운 부르짖음을 막을 수 없다.
마치
돈만 쫒아온 한국사회에 너무나 잘 맞는 남자와 여자들의 차가운 외침 같은...
말매미의 소리를 피해
오늘은
점심을 먹고, 베트남산 참매미- 베트남 아내와
아기 참매미 2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한 참 떨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큰 포플러 나무 숲으로 가서
그리운 그 소리...
참매미 소리를 맘 껏 듣고 싶다.
첫댓글 우리 사무실 밖엔 요즘 매미가 안울어요. 어디로 갔나요?
매미소리는 안들려요.. 개구리 소리는 들리는데.......... 음악 잘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