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강둑을 걸어
베란다 우수관으로 빗물 흐르는 소리에 잠을 깨니 한밤 2시였다. 온다던 비가 그 시각 우리 지역에 일시적으로 강한 강수대가 형성되어 내린 비였지 싶다. 이후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새벽을 맞았다. 잠이 달아나 일거리를 하나 해결했는데 평소 입는 조끼 호주머니에 떨어진 단추를 꿰맸다. 바늘귀에 실을 꿰기가 쉽지 않아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성공해 단추를 달 수 있었다.
구월 중순 목요일이다. 본디 지기들과 한 달 한 차례 트레킹을 나서기로 된 날인데 우천과 더불어 한 회원 사정으로 후일로 미루게 되었다. 이번 주초 월요일 도서관에서 보낼 일정을 금요일로 미룬 계획은 그대로 유효했다. 목요일부터 내리는 비는 주말까지 사나흘 이어져 가을장마라 일러도 될 듯하다. 나는 텃밭을 가꾸지 않고 골프장 나갈 일도 없기에 강수와 무관한 일상이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 날씨 정보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접한다. 다음 검색창에서 날씨 확인은 그날 온도와 맑고 흐림의 여부다. 비가 온다면 바람의 세기도 함께 봐두는데 우산을 썼을 때 지장이 있을까 알기 위함으로 오늘 바람은 그다지 세차지 않았다. 이번 내리는 비는 태풍의 내습이 아닌 중국에서 건너온 기압골이 우리나라에 정체전선으로 걸쳐져 내리는 비였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자연학교는 정상 등교라 아침 식후 현관을 나섰다. 버스 정류소로 향하면서 준비 못한 도시락 대용으로 제과점 빵을 2개 사 배낭에 넣고 창원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역 앞에서 1번 마을버스로 갈아탔는데 기사가 여성이라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내가 보기는 대견스러웠다. 주남저수지에서 대산 들녘을 지난 제1 수산교 입구를 거쳐 신전 종점에서 혼자 내렸다.
신전마을에서 창원 시민들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대산정수장을 지났다. 대산정수장은 강둑 너머 둔치 모래밭 취수정에서 강변 여과수를 퍼 올려 수돗물로 만드는 곳이다. 한림으로 뚫리는 신설도로에서 강둑으로 올라서니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 강물과 넓은 둔치의 식생이 드러났다. 비는 그쳐 우산은 펼쳐 쓰지 않아도 시야에 들어온 원근의 산은 안개가 끼어 걷힐 기미가 없었다.
4대강 사업 자전거 길로 뚫은 둑길을 걸으면서 길섶에 피는 꽃을 살폈다. 파란색으로 피어난 나팔꽃이 흔한 가운데 꽃잎이 작아 귀엽고 앙증스러운 애기나팔꽃은 붉은색과 흰색의 두 중류였다. 야생으로 절로 자란 동부콩은 자주색 꽃을 피워 꼬투리를 맺어갔다. 저지대는 어지러이 자란 갈대와 물억새가 이삭과 같은 꽃이 피었다. 생태계 교란 식물 가시박 성장세는 멈출 줄 몰랐다.
옥정교차로에서 본포 수변공원으로 드니 능수버들이 드리운 가지는 운치를 더했다. 정자에 올라 빵과 양파즙으로 점심을 때웠다. 쉼터에 일어나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길섶에 무성한 잎줄기에 자잘한 꽃잎을 단 정체는 야관문이라는 비수리였다. 강변 식생에서 늦은 봄에서 초여름은 금계국꽃이 지천이었고 한여름의 달맞이꽃에 이어 가을이 오는 길목은 비수리꽃이 장식했다.
본포 수변공원엔 오래도록 텐트를 쳐 머물던 족속들이 더러 있었는데 당국에서는 계도 기간을 거쳐 모두 치워져 깔끔했다. 본포 나루터에는 전에 없던 계류장이 보였다. 내수면 어로작업뿐만 아니라 수상 레저를 겸한 시설물인가도 싶었다. 학포로 강심을 가로지른 본포교에서 암반 벼랑의 취수장과 바싹 붙은 생태 보도교를 걸어 샛강 신천이 흘러오는 북면 수변공원으로 건너갔다.
생태 보도교를 건너지 않고 신천 하류에서 북면 들녘을 걸었다. 예전에는 벼농사 일색 들판이었으나 근년에는 대규모 축산 단지와 과수나 밭작물을 가꾸는 농지로 바뀌었다. 마금산 온천장에 닿아 온천 족욕 체험장에 한동안 발을 담갔다. 곁에 고령의 할머니 무릎에 온천수를 끼얹어 다독이는 아주머니는 딸인 듯했다. 족욕 체험장을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10번 버스를 타고 왔다. 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