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서초구 잠원동이 ‘리모델링 1번지’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리모델링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리모델링 추진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사업성을 기대할 만큼 집값이 뒷받침되고 지은 지 20년이 넘어 수리가 필요한 낡은 아파트들이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리모델링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촌동, 강북 리모델링 자존심 이촌동은 강북에서 리모델링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으로 1970년대에 대형 평형이 지어질 정도로 부촌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이 평당 평균 1600만원에 이른다.
미군기지 이전 등 용산 개발 덕도 기대돼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주민과 업체 모두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선두주자는 지난 6월 공사에 들어간 로얄. 기존 46, 58평형이 각각 5평 정도씩 늘린다. 리바뷰ㆍ점보ㆍ현대가 시공사를 정하고 설계 중이다.
이어 정부의 리모델링 규제안이 확정된 뒤 최근 수정이 두산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장미ㆍ미주 등이 사업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리모델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주로 70년대에 지어져 재건축허용연한은 충족하지만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이유는 용적률과 층고 제한 등 때문. 용적률이 대부분 200%가 넘어 재건축으로 늘릴 용적률 여유가 많지 않고 강변인 경우 15층 넘게 지을 수 없다.
50평형대 이상의 대형 평형이 많아 재건축 중소형 평형의무비율도 부담스럽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9평까지만 넓힐 수 있지만 주민들은 증축규모보다 주차장 확보 등 주거환경 개선에 더 관심이 있어 증축범위 제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둥식 구조여서 리모델링 공사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는 리모델링 후 시세를 평당 2000만원까지 예상한다. 지난해 입주한 한강자이의 가격이 평당 2000만원을 넘는다.
두산산업개발측은 수정의 경우 3억원 정도의 23평형이 34평형으로 리모델링 되면 5억5000만∼6억원으로 올라 가구당 공사비 1억3900만원을 빼고 1억∼1억5000만원이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촌동 부동산뱅크 임현택 사장은 “일부 저층 단지들을 제외하곤 리모델링 외에는 30년 가량 된 집을 바꿀 방법이 없어 리모델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서 리모델링으로 기운 잠원동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 대거 지어진 신반포 한신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잠원동이 강남권 리모델링 시장의 중앙에 섰다.
잠원동 내 신반포 한신아파트는 2∼27차까지 1만가구에 가깝다. 한신공영이 지은 이들 아파트는 중대형 평형 위주의 10층 이상 중층 단지들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저울질하다 리모델링 쪽으로 기울었다.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ㆍ개발이익환수제와 180∼200%의 높은 기존 용적률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졌기 때문.
정부의 재건축 규제 수위가 높아지자 올 하반기 들어 잇따라 우선협상시공사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한신 21, 25차가 지난 7, 8월 각각 LG건설ㆍ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 지난달에는 13, 18차도 리모델링 대열에 합류했다. 업체들은 정부의 새 증축 허용 범위에 맞춰 당초 설계안을 변경하며 사업속도를 내고 있다.
LG건설 정재희 과장은 “각종 규제 등으로 재건축이 쉽지 않은 아파트들이다”며 “공사기간과 비용 등에서도 리모델링이 낫다”고 말했다.
30∼40평형대가 많아 증축효과가 크고 비슷한 평형들로 구성돼 주민동의를 받기가 쉽다는 점도 리모델링의 매력으로 꼽힌다.
리모델링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잠원동은 업체 간의 각축장이 됐다.
이들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평당 1600만원대인 몸값을 평당 2000만원 넘게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입주한 인근 롯데캐슬의 경우 평당 2200만원 이상이다.
에덴공인 정영숙 사장은 “리모델링 분위기가 달아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가격은 눈에 띄게 오르진 않았지만 문의는 늘고 있다”며 “같은 입지여건에 비슷한 조건의 단지들이어서 리모델링 확산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별로 차별화할듯=이촌동ㆍ잠원동 일대의 리모델링 사업에 걸림돌도 있다. 대부분 1∼3개동의 소규모 단지여서 대지가 적어 주차장이나 부대복리시설 등을 추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단지 내 편의시설 개선이 따르지 않는 증축만으로는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평형이 다양하게 섞여있는 경우엔 평형간 이해가 엇갈려 주민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ㄱ’자 등으로 배치된 단지는 설계가 쉽지 않다”며 “시세ㆍ입지여건 등에선 리모델링하기 좋은 지역들이지만 단지규모ㆍ건물구조ㆍ배치 등 개별 단지의 특성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