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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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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
볼이 당겨지는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눈가를 휘며 녀석이 내 앞에서 웃고 있었다.
"자고 있었던거야? 이 추운데서"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천천히 뻗어 벌렸다 그러자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누워있는 내 몸을 겹쳐 안는다.
따뜻한 녀석의 몸에선 녀석의 체취가 났다. 잠바에 가려진 그 어깨 위에 입을 맞추고 이마를 부볐다.
"안좋은일이라도 있었어?"
고개를 저으니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그 손길에 나도모르게 눈이 감긴다. 그러자 키스를 해온다.
주변이 신경쓰였지만 오늘은 그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녀석만 보고 싶어서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에만 응했다.
음악실로 몰래 들어가 오늘 역시 사랑을 나눴다.
서로의 체온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몸을 겹치면서도 겹치고 난 후에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럴때마다 키스를 해오는 녀석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장난삼아 사랑한다는 말을 열번 반복하자 그만하라며 얼굴을 붉혔다.
수없이 속삭인 고백인데도 녀석은 내 사랑한다는 말에 의식했다. 눈을 반짝였다. 얼만큼 나는 녀석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앞으로도 이런 애정은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거다.
음악실에서 몸을 추스리고 나와 학교전체를 손을 잡고 간간히 키스를 나누며 돌아다녔다. 녀석은 밖에서까지도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내 모습에 오늘 뭔가 다르다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오늘은 정말 너하나만 생각하고 싶어서"
솔직하게 말하자 뺨을 경직시킨 녀석의 얼굴이 서서히 빨갛게 물들었다.
부끄러워하는걸까. 녀석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자, 눈을 피한다.
"오늘만?"
"...특별히 오늘 더 라는 소리야"
내 머리를 한손으로 거칠게 안고서 한참을 놓아주지 않는 녀석이 미친듯이 사랑스러웠다.
학교에서 나와 우리는 정처없이 걸었다.
배에선 또 꼬르륵 소리가났다
"배고프구나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음..닭갈비?"
녀석은 생각을 골똘히 하더니 춘천을 가자고 말한다. 닭갈비는 역시 춘천이라며. 녀석이 가자면 어디든 상관없는것도 사실이라, 일단 녀석을 따라 전철에 올라타 빈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심심해하는 날 배려한 녀석은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내 한쪽귀에 꽂아주며 오늘은 한국노래라고 말했다.
한국노래이긴 했지만 모르는 노래였다, 가사가 들리니 가사에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눈을 감으며 노래에 집중 했다.
나 이제 그대에게로 가려네 머나먼 바다 건너서
차가운 안개 속에 신의 노여움이 나를 막아
세이렌의 노래가 들려오네 내 영혼을 원한다네
칼립소여 님프여 나를 유혹마오 나 고향에 가니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널 믿으며 널 부르며
이타카로 가는 길 어두워라 그리워라
늘 꿈에 그려오던 그 자리로 내 맘이 남을 곳으로
영원한 나의 여인 나의 페넬로페 날 기다려주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널 믿으며 널 부르며
이타카로 가는 길 어두워라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널 믿으며 널 부르며
이타카로 가는 길..어두워라..그리워라..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이 감성이 풍부해지는 노래였다.
이렇게 노랫말이 아플수도 있나 노래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상태로 녀석을 보는데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이 매우 슬퍼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녀석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오딧세우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노랫말을 떠올렸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널 믿으며 널 부르며 이타카로 가는 길 어두워라 그리워라..
녀석이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내게로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어주는 모습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거 제목이 뭐야?"
"........오딧세이의 향해"
녀석의 낮은 목소리가 쓸쓸하게 느껴졌다.
"노래 좋다"
내말에 아무말없이 옅게 웃는 녀석.손가락을 움직여 한번 더 '오딧세이의 향해'를 반복해 튼다. 바닷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전철의 기계적인 소리와 적절하게 섞이는 노랫말을 곱씹으며 엠피쓰리위에 놓여있는 녀석의 손가락을 보았다.
오늘 따라 더욱 쓸쓸해보이는 손가락들을 내 손가락으로 얽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철의 많은 사람들이 신경쓰여서 그럴수가 없었다.
이타카로 가는 길 어두워라 그리워라
녀석은 노래가 끝나자 엠피쓰리를 끄고 가방에 넣는다.
"왜 좋은데..더 듣자"
고개를 천천히 양 옆으로 저으며 쓰게 웃는다
"더 듣고싶었는데..."
아쉬워하는 날 바라보는 녀석의 두 눈이 약간 충혈되어있다.
"규현아, 오딧세우스를 알아?"
"어느정도 내용은 알아"
"오딧세우스는 결국 고난끝에 돌아갔지. 이타카로 사랑하는 페넬로페의 곁으로"
"그렇지.."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내게 두었던 시선을 멍하게 허공으로 돌린채 녀석은 조용히 중얼거린다.
"나도...그럴 수 있을까..칼립소 림프 세이렌을 벗어나서 이타카로 갈 수 있을까....페넬로페한테 갈 수 있을까"
마치 시를 읊는 듯한 대사에 나는 아무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신 묻고 싶었다.
네가 말하는 이타카는 어디고 네가 사랑하는 페넬로페는 누구냐고.
그러자 가슴이 쓰려와서 내 자리가 이타카가 될 수 없고 내가 녀석의 페넬로페가 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녀석의 페넬로페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인 독점욕에 자꾸 가슴이 욱신욱신 쑤셔온다.
이 옆 모습이 왜 이렇게 오늘따라 사라질 듯 흐릿할까.
왠지 정말 이대로 녀석이 날라갈것만 같아서 좀 전까지만 해도 의식했던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녀석의 쓸쓸해 보였던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채 나를 응시하는 녀석에게
"그 노래 사실 싫어"
하고 투정부리듯 말했다.
손가락을 마주얽고 땀이 흥건하도록 한번도 빼지않고 녀석의 어깨에 기댄채로 있었다 녀석 역시 내 머리위로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기대왔다. 눈을 감고 우리들은 서로에게 기댄재 도착역까지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앉아있었다.
심장이 기분좋게 두근두근 박동을 가했고 녀석의 뜨거운 온도에 내 머리와 어깨에 닿였다.
하지만 자꾸 마음속에 울컥울컥 뿜어올라오는 이 뜨겁고 안타까운 감정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갑갑해서 그럴때마다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면 대답하듯 녀석도 힘을 가해왔다.
계속..이렇게 잡고 있고 싶다. 계속 내게 힘을 주고, 내게 어깨를 주고 내게 네 온도를 기대와준다면 좋겠다고 제발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빌었다. 나는 녀석이 나를 두고 죽지 말아달라고 기도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밥집을 들어가 닭갈비를 주문시켰다.
생각만큼 맛있어서 여기까지 잘 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밥까지 맛있게 비벼먹었다.
녀석은 나를 보고 흐뭇해 했다.
우리는 나와 그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었다.
추울때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아니 녀석과 함께여서 일지도 모른다.
높은 녀석의 코끝에 묻어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웃자 녀석도 밝게 웃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걸었다. 그렇게 까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평온 했다.
그리고 손을 마주 잡았다.
지나갈때마다 주변사람들이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어짜피 나와 관계도 없는 사람이거니 신경쓰지않으려 노력했다.
녀석은 애초부터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맞잡은 손을 자기 주머니에 넣거나 가끔 들어올려 입을 맞추거나 했다. 그럴때마다 놀라긴 했지만 저항하진 않았다. 주변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내게 접촉하는 만큼 사랑 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고 좋았다.
금방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게 변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피곤하다고 중얼거렸더니 녀석이 한적한 곳에 있는 벤치를 찾아 나를 앉혔다.
내 허리에 자신의 긴팔 돌려 끌어당겼다.
가까워진 얼굴을 마주보니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고 싶어졌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눈을 감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농후한 키스를 하는사이에 흥분해버려 당황했다.
녀석은 미간에 주름을 그리며 웃었다. 지욱역시 나와 같은 상태였다.
노을진 하늘을 보며 아랫도리를 가라앉히려고 애국가를 부르자고 말했더니 녀석이 크게 웃었다.
우리는 저녁에도 닭갈비를 먹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또 걸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게 갔으면 하고 바랬다.
얽혀 있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바닥을 보며 걸었다.
시간이 가는게 싫었다. 하지만 이대로 꾸물거리다간 돌아갈 수단을 놓치고 만다.
"아..떨어지기 싫은데...시간이 너무 빨라"
한숨을 내리쉬는데 녀석이 내 손목을 끌고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러브모텔 앞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러브모텔 간판을 멍청히 쳐다보고 있는데 녀석이 물었다.
"들어갈래?"
놀라긴 했지만, 싫진 않다. 무엇보다 녀석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난 맞잡은 손에 힘을 꽉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텔이라는데가 처음이라 긴장한탓도 있고 신분증이라도 달라고 할까봐 난 계속 조마조마 했다. 미성년자라는건 둘째치고 나와 녀석은 남자다.
연인이라고 생각할까? 거절당하는건 아닐까, 신분증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스런 마음이 겹겹히 쌓여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녀석과 잡고 있는 약간 떨리는 손가락을 녀석에게 의지하며 꽉 움켜쥐었다.
녀석은 담담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간다고 말하며 계산을 했다.
직원은 약간 내키지 않는 얼굴을 했지만 열쇠를 건네줬다.
엘레베이터에 오르자마자 난 한숨을 길게 내리쉬었다.
긴장한 나와 다르게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녀석 옆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익숙한거같아 너"
꼭 바람난 남편을 의심하는 부인의 말투에 녀석도 풋 하고 웃는다.
아무말 없는 녀석에게 괜히 안달이나서 방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의 얼굴을 잡아당겨 코를 물었다. 그러자 녀석이 아얏하고 목청을 높여 조금놀라 많이 아팠냐고 걱정하니 웃으며 아무말없이 내 귀를 깨문다.
마치 강아지들같은 행위에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방은 생각보다 훨씬 예쁘고 잘 되어있었다.
"..진짜 좋다"
"그러게"
"너 돈도 많다 고딩이"
내 뺨에 입을 맞추고 귀를 빨아당긴다..
간지러워 닭살이 돋아 어깨를 움추리며 목으로 웃으니 녀석이 바짝끌어안아 하반신을 밀착시켜 자신은 이정도로 흥분했다는걸 보여주듯 밀어올린다.
나는 씻고오겠다고 말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심장이 떨렸다. 졸업도 안한 상태에서 이런곳을 당당히 오게 될줄은 몰랐다.
다 씻고 나왔더니 침대에 이미 녀석은 상반신을 벗고 누워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금방 몸에 열이 올랐다 . 씻어야겠다는 녀석을 침대로 밀치고먼저 유혹했다.
특별한 장소는 때때로 사람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흥분을 하다못해 반실신까지 하고 말았다.
"...괜찮은거야?"
"응 너무 좋아서 기절했나봐 하하.."
말없이 웃는 녀석을 보니 괜히 민망해져서 장난삼아 떠들었다.
"이것보다 더 좋으면 나중엔 아예 안깨어나는거 아니야?"
그 말이 끝난 순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녀석은 그런소리 다신 하지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너무 놀라 농담이라고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등을 돌리고 날 보려고 하지 않은 녀석이 답답했다.
"...왜그래 정말 장난이었어 미안해"
그 등에 찰싹 붙어 한시간을 타일렀다. 그래도 꿋꿋하게 토라져있는 녀석의 등을 억지로 돌렸다.
"미안하다고~!!"
소리를 버럭지르자 그제야 나를 본다.
"미안하다고 했지!!!"
"....."
"정말 이제 나랑 손도 안잡고 키스도 안할꺼야?"
대답없이 미간을 좁히며 또 다시 눈을 피하는 녀석을 보니 답답해져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옷을 주워입었다.
"..나 먼저 갈거야 집에"
팔목을 잡혔다.
"간다니까 놔"
".......앞으로는.."
"......."
"...죽는다느니 그런소리 하지마...."
"누가 죽는댔냐 안깨어나면 어떻게 하냐 그랬지"
"그게 그소리잖아"
"김지욱!!안깨어날리가 없잖아 너무 기분좋아서 그런소리 한것갖고 일일히 난리야~!!"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갑자기 거칠게 침대위로 눕히는 녀석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 입술을 귓가로 가져와 낮게 속삭인다.
"..죽지마.."
그 말을 끝으로 귓볼을 세게 물렸다. 짧은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녀석을 노려보며 통증을 견디지 못한채 신음하며 울었더니 반댓쪽 귓볼을 물렸다.
"아야!!아..아프잖아.."
"...죽지마"
물린 나보다 더 아파보이는 얼굴로 말하는 녀석이 이상하다.
"안죽어"
눈끝에 매달려있는 눈물을 거칠게 훔치며 따지듯 말했다.
귓볼이 얼얼하다. 한참을 노려보듯 서로를 바라보는데 순식간에 녀석이 내 양다리를 거칠게 확 벌리곤 한번에 밀고 들어왔다.
"아아앗!!..가..갑자기..."
"...죽으면 안돼"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는 녀석등에 손톱을 세웠다. 수도 없이 죽지말라 반복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심장을 박히는 것 같았다. 이 이상 무엇을 생각할 수 없었다. 녀석의 등을 힘껏 안고 눈을 감았다.
그 후로 두번이나 녀석은 내 안에서 도달했다.
울어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흐느낄수록 더 격해지는 녀석때문에 뒤에가선 마음편히 울지도 못했다.
항상 다정했던 녀석이라 거친 녀석을 보니 화가 상당히 난 상태라는것이 짐작이 갔다. 다시는 녀석 앞에서 사라진다거나 죽는다거나 그런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과 멍하게 침대위에 누워있다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우리 둘 중 하나가 먼저 죽거나 떠나거나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상상만으로도 싫다. 끔찍하다. 녀석이 없는 인생은 생각하기 싫다.
녀석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물었다.
"지욱아, 나랑 평생 같이 있어줄꺼지?"
기다려도 대답없는 녀석이 서글프다.말 없는 녀석이 지금만큼 섭섭한적이 없었다. 너는 나한테 죽지 말라면서 그러겠단 대답 하나 해주지 못하는거냐고 따지고 싶었다. 한번 더 애원하듯 하지만 조금 아이같은 말투로 얘기했다.
"나랑 평생 같이 있어줘"
한참이 지나도 대답하지 않는 녀석이 미워서 그 등을 힘껏 주먹으로 때렸다.
"평생..나하고 있어달라고"
여전히 대답은 없다.
사랑받고 있다는건 알고 있다. 이렇게 나를 아플정도로 아릴정도로 안아주고 바라봐준다. 어쩌면..정말 어쩌면 지금이라면 ..우리아빠보다도 왠지 녀석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 눈은 거짓말 없이 나를 본다
나를 안고 원하고 또 원한다. 날 좋아하며 괴로워하는 녀석의 마음은 말을 안해도 이렇게 흘러넘친다.
하지만 말해주기를 바란다.
나와 같이 있어주겠다고..나만큼 자신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줘.."
듣고 싶다.
"말해줘..사랑한다고 말해줘"
연인에게 울면서 매달린다.
"..사랑한단말야..."
하지만 말없는 연인은 괴로운 얼굴을 한채 내 입술에 입을 맞출뿐 입밖으론 아무것도 내뱉지 않는다.
"...사랑한단말야....너랑 결혼하고싶다고"
혼자 생각했던 말들을 부끄러움도 없이 말없는 녀석대신 내뱉는다.
결혼해달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매달린다.
웃지도 않고 크게 놀라지도않고 그저 왠지 떨리는 손끝으로 내 뺨을 만져온다 그리고 유리조각에 하는것같이 조심스럽게 입맞춘다
사랑받고 있다는걸 느낄수록 욕심은 커진다.
알고 있기때문에 어리광을 부린다.
뭐가 그렇게 무섭길래 사랑한다고도 말을 못하냐고 따진다.
그래도 달래주듯 흔들리는 눈빛이 다정하게 웃어준다.
그 마음을 알면서 난 내말을 들어주지 않는 고집스런 남자에게 분해하며 또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햝는 그에게 그렇게 또 부서질 듯 안겼다.
꼭 온 몸으로 널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듯 녀석은 정신없이 그리고 미친듯이 나를 원하고 구속하고 가져갔다.
아빠에게 전화가온건 새벽 2시었다.
깜짝놀라 전화를 받자 걱정스런목소리로 어디냐고 물었다.
침대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녀석을 흘끗보며 친구네집에서 자고 간다고 죄송하다 대답했다.
아빠는 적어도 연락정도는 하라고 일단은 지금 서울에 있으니, 그 동안만이라도 아빠대접을 받아보고 싶다며 마지막으론 농담을 하며 끊으셨다. 조금 가슴이 아릿해져 전화기를 내 팽개치고 녀석에게 달려가 그 품을 꽉 안았다.
어리광부리고 또 어리광 부린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좋아한다고 너 밖에 없다고 그럴수록 힘든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에게 보복하듯 그렇게 계속 사랑의 노래를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얼굴과 온몸을 붉게 물들이는 그는 내 고백만으로도 흥분을 한다.
얼얼한 엉덩이가 오늘 이녀석을 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것도 잠깐 온몸을 애무당하면 알아서 녀석을 스스로가 원하게 된다.
우리는 새벽 4시가 넘도록 서로의 몸을 갈구하며 사랑을 속삭였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아침일찍 나왔다.
밖엔 아무도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녀석의 손을 맞잡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그 곳엔 여학생 무리가 떠들고 있었다.
녀석이 버스승차권을 사러 간 동안 혼자 간이의자에 앉아있는데 여학생들의 시선이 녀석에게 꽂혀있다는걸 깨달았다.
버스승차권을 사서 이쪽으로 걸어오고있는 녀석을 보며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얼굴을 붉히며 떠들었다.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녀석이 이쪽으로 오기도 전에 여자애들이 우루루 녀석에게 다가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여자애들은 녀석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혹시 가수 지망생이라던가..그런거 아니에요? 이름이 뭐에요? 폰번호좀 알려주세요"
여자아이들의 질문내용에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녀석은 난감한 얼굴로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가온 날 보며 방긋 웃는다. 녀석이 거절해도 계속 단체로 쪼르는 애들에게 처음엔 난감한 표정이었던 녀석도 나중엔 그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비켜달라며 나를 데리고 간이의자로 이동했다.
거절당한 여자애들은 조금 무안한듯 인상을 찌푸리며 재수없다느니 완전 치사하다느니 얼마나 지가 잘났냐느니 등등의 소리를 하면서 다른곳으로 사라졌다.
간이의자에 녀석과는 아무말없이 앉아 그냥 버스를 기다렸다.
손을 잡아오려는 녀석의 손을 조금 뿌리쳤다. 그러자 녀석도 다시 잡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솔직히 남의 시선 따위 때문에 녀석 손을 뿌리친게 아니다.
그저 기분이 나빴다. 정확히 질투가 났다. 왜? 녀석이 여자애들을 꼬신것도 아닌데 예전부터 난 무엇에 질투를 하며 녀석에게 이렇게 심술부리듯 행동하는걸까?
생각해본다.
지욱이의 외모.
큰키와 단정하고 호감있게 잘생긴 인상. 비율 좋은 몸매. 건강해보이는 몸. 커다란 화상흉터가 조금 위협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옷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말을 시키면 낮게 울리는 좋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 말고도 여자들은 녀석을 얼마든지 꼬시려 들거다. 아니 내가 남자인걸 보면 분명 몇몇의 남자들조차도 녀석을 눈독들일것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녀석을 좋아하려 들거다.
그게 싫다 정말 싫다.
누가 녀석에게 그런마음을 갖는다는게 싫다.
난 녀석이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고 안경을쓰고 날 거부하는 모습을 보일때 조차 녀석을 좋아했다.
지금은 더욱 사랑한다 어떤모습이든 난 녀석을 사랑한다.
나 정도로 녀석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녀석의 어머니보다 내가 더 녀석을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녀석의 멋있어진 외관을 보고 다가왔다.
녀석은 배려 할 줄 알고 매너도 있다, 심지어 카리스마도 있다. 사랑을 할 줄 알고 말이 없어도 순수한 진심을 가지고 있다.
외관에 절로 끌려 알다보면 더 좋은 녀석이라는걸 알고나서 많은이들은 녀석에게 더 빠질것이다.
생각하니 분했다.
녀석을 빼앗기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화가나는것일까
이렇게도 질투가 나는걸까.
녀석은 나를 좋아하는데. 손을 뿌리친 정도로도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살피는 녀석인데.
녀석에 미친것처럼 빠진 자신이 허무하고 또 잘난녀석이 왠지 미워서 또 눈물샘이 작동을 한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인간이라는건 처음 알았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던 때에도 잘 울지 않았던 나인데, 녀석과 만나고는 무슨일만 있으면 눈물을 흘린다.
녀석이 웃는모습을 봐도 눈물이 나오고 화를 내도 눈물이 나오고 심술궂게 굴어도.....심지어 안기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이 지금도 뚝뚝떨어지는 물 속에 있는게 내 모든 녀석을 향한 뭉쳐진 감정들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쑤시며 아팠다.
녀석이 이정도로 너무 좋다. 매번 이런 감정이 터져나와 눈물로 흘려내야 할정도로 사랑하고 있다.
내가 울고있는거에 눈치챈 녀석이 놀라 내 뺨을 감싸서 들어올린다
"왜그래"
"..니가....미워...."
내말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금방 상처받은 아이처럼 손끝을 떨며 그자리에 멍하니 서 다가오지 못한다.
"...미운데........사랑해"
내 한마디 한마디에 변하는 바보같은 녀석의 가슴을 안으며 다시 한번 말한다.
"사랑한다고.."
한숨을 농후하게 내쉬며 마주 안아오는 녀석의 몸이 옅게 떨린다.
그 허리를 꽉 안고 버스가 올때까지 누가 보든말든 그대로 눈물을 그 셔츠에 따뜻한 배에 적셨다.
버스에 올라타선 녀석과 어저께 들었던 오딧세이의 항해를 서울에 도착할때까지 반복해 들었다.
녀석의 손을 마주잡고 어느사이엔가 입안에 멤도는 노래를 조용히 따라불렀다.
그러다보니 슬픈음절에 눈시울이 타올랐다.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낸걸까. 상상하다보니 슬퍼졌지만 결국 그녀를 만났다는 결말을 알고 있기에 웃으며 녀석 어깨에 머리를 기대 잘 수 있었다.
녀석은 그날도 하루종일 내 옆에 있어주었다.
엄마는 괜찮냐고 물으니 온화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서 그와 그날 밤 11시까지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녀석과는 학교로 갔다가 주변을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가끔 사람이 없는곳에선 키스를 해오다가 온몸을 만지려고 하는 녀석의 돌발스러움에 놀랐지만 싫지 않았다.
이틀동안 같이있을 수 있었다는 것에 행복했다. 그만큼 더욱 떨어지기 싫었다.
그의 손을 잡고 걷다가 용기를 내서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이제 곧 고등학교 졸업도 하잖아...괜찮으면.....나랑 같이..살자, 아빠한테도 말하면 분명 그렇게 하라고 하실거야...그리고 너희 어머니는..나도 같이 간병할께...괜찮으면 난 너네집에 들어가서 살거나..아님 근처에라도 집을 얻어서 살면...너희 어머니 돌봐드리는 분 따로 계신다니까....너랑 나랑 힘 합쳐서 같이 살면서 봐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같이 살자.."
사람이 진심이 되니 솔직한 감정이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고백으로 흘러나온다.
더이상은 녀석과 헤어지는것에 안타깝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녀석을 독점하고 싶다. 녀석은 많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까지 벌어져, 멍한표정을 했다.
"같이..살고 싶어..떨어지기 싫어, 어머니께 꼭 말씀드려봐"
나는 녀석팔을 흔들며 여자애들이 자주한다는 애교를 떠올리며 팔에 매달렸다가 고개를 흔들면서 입을 내밀기도 했다.
그 모습에 정신이 번쩍들엇는지 얼굴이 발게진 녀석이 고개를 숙인다.
대답없는 녀석과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집 가까이까지 오자 시계바늘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 녀석에게 한 번 더 말했다
"같이 살아주라"
내 진심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무언가 말을 할듯 입술이 꿈틀댔지만 기어히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키스 해줬다. 그동안 했던 키스보다 더 황홀하고 아린 키스였다.
녀석은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그 등을 향해 사랑한다고 내일보자고 힘껏 소리쳤다.
녀석과 헤어졌지만 같이있던 여운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다.
들뜬 감정을 추스리며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아빠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12시가 돼서 잠을 자러 들어갔다.
녀석에게는 아직도 연락이 안와서 조금 섭섭했다.
1시까지 기다렸는데도 연락이 안와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잠깐 잠에 든 사이 일어나보니 새벽 4시었다
핸드폰이 깜빡이고 있어 빨리 확인을 해보니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녀석문자에 가슴이 뛰었다.
확인한 7글짜에 뛰던 가슴이 바늘로 찔린것처럼 따끔따끔했다.
'내일 못만나 미안'
딸랑 이게 끝인건가 싶어 문자를 전부 확인해도 이 문자 하나가 다였다.
이유도 무엇도 없이 그저 못만난다니, 한번도 이런적이 없던 녀석이라 괜히 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녀석얼굴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오랜 시간동안 같이 있던 만큼 더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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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면 규현이 시점도 끝이나네요 ㅋㅋ어짜피 다시 돌아오긴 하겠지만
어찌됐든 빨리 올려버리고 싶은 이 마음..ㅋㅋ
봐주셔서 감사하구 댓글남겨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첫댓글 무슨 일이니 지욱아 ㅠㅠ빨리 연락해줘ㅠㅠ
액땜은 머리 속에서 지워져만 가고...
차시남윤이님 안녕하세요 항상 댓글 넘 감사해요~~~!! 지욱이가 우찌됐는지는 서서히 나올거에요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세요~~아 액땜은...하하하.. 너를 생각하며 가 끝나면 올릴생각이랍니다ㅠㅠ 그때까지 액땜이 차시남윤이님 머리속에서 다 지워지지 않길 바랄께요 하하하..아무튼 넘넘 감사합니다~~
며칠 쉬었더니 자꾸 뒷북을 치네요. 일요일에 리플 신나게 달아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훅 갔어요ㅋㅋㅋㅋㅋ 으으 전 이제 슬슬 소금에 절여지고 있는 고등어 두토막이에요. 사나연 님은 이미 성인이신 거 같으니까 한참 어리게 보이겠지만u///u
도란도란 질투도 했다가 똥줄도 태웠다가 서로 불안해하고 다시 좋아 죽는게 평범한 커플 같아서 좋아요. 둘이 좀 격한 면이 있긴 하지만. 지욱이가 많이 불안해하는 거 같아요. 대체 뭐가 문제니ㅠㅠ... 규현이도 제 나름대로 마음 고생이 많아서 말이 헛나오고 있는 거 같긴한데 결혼드립에 아빠미소 짓고 있었궄ㅋㅋㅋㅋㅋㅋ 같이 살자고 기껏 용기내서 프로포즈했더니 잠수라니 규현이 속만
또 타들어가겠네요. 지욱이도 오죽 갑갑하겠냐만은ㅠㅠ 아빠가 규현이를 많이 예뻐하시는 거 같아서 괜히 더 맘이 아파요. 저렇게 자기 생각해주는 아빠 두고 남자랑 계속 사귀려면 힘들겠어요. 지욱이가 이제 무슨 사정이든 정리하고 털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졸려서 횡설수설하는 내용이라 죄송함다. 야자를 오랜만에 했더니 제 정신이 아닌가봐요ㅋㅋㅋㅋ 잘봤구 나중에라도 천천히 다 읽을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