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주, 「동물 견습생」 외 1편
동물 견습생 / 정미주
쓰레기들이 나오는 시간
우리는 교습소로 들어갑니다
분홍 토슈즈는 붉어집니다
서 있어서일까요
근육을 키우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단다
우리는 따뜻하고 작은 방에
누워 서로의 종아리를
밟아줍니다
반으로 접혀
백조의 날개가 됩니다
푸르튀튀한 왕자 다리가
될 때까지 손을 맞잡고
핑그르르 돌았어요
말랑한 점토가
퍼졌다 작아집니다
개떼의 발바닥처럼
타버린 고무 냄새가 났어요
누구나 한가지 정도는 완벽하고 싶은 것이 있잖아요
우리는 변명만 가득한 레시피를 보며
까르르 웃어요
토끼는 내일의 당근을 키우고
더 잘 달아나는 채소를
데려오니까요
볼과 입술에
말린 무화과와 자두 과즙을
바른 우리들은
조명 꺼진 무대 밖으로
발사되었어요
영성체
집 나간 흰 개가
동네를 떠돈다
돌아가지 않을 거야
무릎이 아프고
욕을 하는
늙고 아픈 사람들
밀고 당기는
줄이 짧아서
이번 산책도 실패다
몸에서 진물이 나면
웅덩이로 돌아가야 되나
동반 입수 후
죽을 뻔한 뒤
당신은 내가 청새치가 되기를 바랐다
낚시꾼을 낚을 수 있는
꿈의 수영장에는
알이 가득하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해도
기억하고 태어난다
혐오하던 모습으로
탱화를 그리는 팔로
백반증을 앓는
불량소년이 되어
대나무 숲에서 이름을 지었다
산바람은 선량한 역할의 성우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숨결이었다
온실 속의 아파치 소녀 인형
임산부들이 사는 마을에서
이유 없이
고해성사하는 신부
제사가 끝난 뒤
몸에서 물이 샜다
흰 개는 나의 몸을 산책한다
카페 게시글
각종문학상 ♣ 당선발표
2023년 월간 현대시 신인상 동물견습생 외 1편 /정미주
박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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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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