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던 저 또한 아직은 후자의 심정과 아쉬움에 좀 더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의 손에 이끌려 2004년 1차를 접해봤고, 시험을 본 후 놀랐습니다. 고시공부는 정말 만만찮은 게 아닌, 힘든 공부구나를 느꼈습니다. 이에 본격적으로 2004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2005년 여름까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초심자의 운을 잡을 수 있을까 했으나, 2005년 봄, 체력과 열의는 많지만 공부에 매진할 시간을 다른 일에 낭비를 했던지라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그러신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우 2차 끝난 후 발표날 때까지 쉬고, 발표난 후 다시 1,2차를 공부하다보니 2006년에는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 푸는 법만 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실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했고, 매일 5시간 반 정도 자면서 생활했기에 내심 기대를 했고, 2006년 2차도 낙방을 하자 상심이 컸습니다. 또한 이후 정말 절실하다고 생각했고 도전했던 2007년 1차에서는 답안을 미뤄 표기하는 바람에 2차의 기회도 없었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졌다는 소위 관운이란 정말 저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준비를 그만 두고, 취업을 준비하자는 생각에 인턴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고, 일할수록 공부에 대한 욕심만 늘어갔습니다. 남들처럼 한번만 더 해보자는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한 친구는 떨어진 후에도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떠났는데, 정말 열심히 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저처럼 계속해서 조금만 더 하면 될 거라는 미련을 가지는 듯합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의 수험기간.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고, 또 그 작게나마 쌓아놓은 공부량 또한 손을 놓아 기억의 저편에 두었던 저인지라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기간 동안은 최선을 다했고 이 때 열심히 한 것이 합격의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1년,2년만 하면 붙을 수 있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찍 이렇게 했더라면 일찍 붙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스터디 활용!>
스스로 공부하기가 힘든 과목은 무조건 스터디를 했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에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기에 공부가 안 되는 시간대를 택했습니다.
1차기간 제 스터디는
피셋의 경우 오전 7시-8시
경제학의 경우 저녁 10시-11시 이렇게 정했습니다.
또한 경제학 답안 스터디의 경우 저녁 6시-7시로 저녁을 먹고 놀 시간을 줄였습니다.
2차 기간 동안은 학원 강의를 들어야 하기에 부담 가는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3순환 수업 전에 (오전 7시-8시) 경제학 답안 작성 스터디를 했습니다.(3,4월)
또한 선택과목의 경우 토요일 저녁에 스터디를 해서 놀지 않도록 했습니다.(3-5월)
이 스터디에서 정치학 논문도 같이 정리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후 정치학은 학원을 안다녀서 일주일 동안만 답안 작성스터디도 했습니다.(5월)
행정법 단문을 쓰는 스터디 또한 했습니다.(5월)
이 경우도 시간이 귀한 시기였기에 저녁 먹기 전 1시간씩 했습니다.
5월 말부터는 스터디도 하지 않았고, 4순환은 경제학 외에는 듣지 않았으며
오로지 정리와 암기만 했습니다.
<하루 일과>
1년 동안 규칙적으로 생활했습니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항상 맞췄는데 12시에 자고 6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정말 체력이 좋던 시절에는 5시간도 괜찮았는데, 나이가 드니 힘들었습니다;)
독서실 바로 옆이 집이었기에 아침 먹고 7시에 나가 11시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주말에는 평일보다는 쉬엄쉬엄 공부했습니다.
제 경험 상 주말에 밖에 나가 놀게 되면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고,
오히려 다음 일주일 간 공부집중에 방해가 되기에
주말에는 잠을 조금 더 자고, 시간을 약간 줄여 공부했습니다.
저녁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습니다.(3,4월)
밥 먹는 시간은 될 수 있으면 아끼려고 노력했습니다.
오전 7시 스터디였기에 6시 반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고, 이 시간에는 고시식당이 안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거나 김밥집에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점심 저녁은 밥터디와 함께 식당에서 먹었는데
4월말부터는 혼자 먹었고, 먹으면서는 서울 신문을 봤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3순환을 들으면서 8시간 정도였는데,
옆 자리 선배 언니가 10시간 맞추는 걸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1시간 반, 2시간 정도 공부한 뒤 잠시 쉬었습니다.
다만 쉴 때도 독서실 지하에서 컴퓨터는 절대로 하지 않았는데,
괜히 친구들의 싸이를 들락날락거리거나 쇼핑을 하거나 등의 행동이
이전 불합격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밤에 자기 전에는 하루를 정리하면서 꼭 일기를 썼습니다.
몇 줄 정도로 그날의 중요한 일이나 감정을 적었는데,
하루하루를 반성하게 해줘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질 때도
다이어리에 글을 쓰면서, 또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쓴 글들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공부를 해도 모르겠다, 순환을 들으면서 시험을 치는데 성적은 왜 이런지,
이런 성적으로 붙긴 할런지, 할 건 많은데 또 계획은 밀리고,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저는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험기간이 길어지고, 마지막 해에는 정말 이번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습니다.
1차기간의 경우 밥터디들과 수다를 떨면서 풀었습니다.
또한 운동을 했었는데, 걷거나 또는 그 시간에 짧게나마 티비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생각보다 운동의 효과는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2차기간의 경우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수다를 떨면 떨수록 스트레스가 더 쌓였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사람들과 놀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예민해지는 시기이기에, 마찰도 잘 생기는 시기였고, 피하는 게 상책이었습니다.)
오히려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엠피쓰리에 녹음된 음악을 들었고,
그 걸로도 풀리지 않을 때는 그냥 울었습니다.
책상에서 혼자 울다가는 또 다이어리를 펴서 엉망인 기분을 쓰고 그랬습니다.
(생각보다 이 방법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힘들 때 울고 나니 오히려 시원해졌기 때문입니다.)
<시험막판과 시험기간>
시험 막판 스트레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지쳐있어야 할 시간조차 없이 공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학의 경우 4순환까지 들으며 답안을 작성하고 했지만,
나머지과목의 경우에는 시간이 없어서 혼자 하루에 하나씩만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아침,점심,저녁 먹는 시간과 하루 쉬는 시간을 총합해서 3시간 반 정도를 보냈고,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만 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시겠지만, 막판에는 역순으로 시험 3주 전 2번을 돌렸습니다.
(행정법과 경제학에는 다른 과목보다 집중했습니다.)
행정법이 첫날이었는데, 행정법의 경우 이틀 반나절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각론, 총론 순으로 한번 보고, 고시계로 기출을 다시 봤으며, 마지막에 각론을 또봤습니다.
경제학의 경우 하루에 미거시를 보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힘들었지만 12시반까지 볼 수 있는 최대한 보고, 남은 분량은 아침에 보고 들어갔습니다.
정치학,선택과목,행정학의 경우 시험을 친 오후, 저녁동안은
만들었던 서브(정치학) 또는 단권화책(선택과목,행정학)을 돌렸고,
시험 당일 아침에는 찍은 주제 위주로 뽑아서 다시 보고
답안에 활용할 문구를 외웠습니다.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12시 반에 취침, 6시에 일어났고,
다시 아침에 정리를 하고 들어가서 시험을 쳤습니다.
시험 중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마인트 컨트롤 또한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이번 정치학 시험에서 시간이 모자라 3문을 못썼습니다.
모두들 찍었고, 저 또한 정성스레 준비한 문제였기에
정말 열심히 목차를 짰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손이 벌벌 떨리기만 하고, 글씨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심장이 그렇게 빨리 뛰는지 처음 경험했고, 이러다 죽겠다 싶었습니다. 시험 시간 종이 울렸고, 결국 못쓴 채 제출했습니다.
몰라서 못 푼 것도 아니고, 연습종이에만 빽빽이 적힌 글씨들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났습니다. 다음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남은 시험을 봐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고, 그냥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 때 친구가 너는 떨어진 게 아니라, 단지 수석만 놓친 거 뿐이야. 라고 말해줬는데, 정말 그 말 덕분에 아직 떨어진 게 아니다, 끝난게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겨우 힘을 얻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려요~ 좋은 공무원이 되시길~ㅋ
절실했던 마음이 느껴지는 수기네요;ㅁ; 축하드립니다!!
절실할때 붙는다라는말이 가슴을 후비네요 요즘 절실하게 하는지 반성해봐야겠어요ㅠ 축하드려요^^
소중한 후기 감사해요. 정말 절실해져야겠다는 생각 듭니다.
절절한 수기 잘 읽었습니다. 정말 합격하실만한 분이시네요. 그런데 정치학 점수는 어떻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3문 못써도 점수가 어느정도는 나오나요?
축하드리구요, 수기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동이네요ㅜ 합격 축하드립니다. 멋진 사무관 생활 하시길^-^
지나고 나면 인생의 한 점에 불과한 고시 생활이겠지만,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 이 말 정말 공감되네요.^^
정말 축하합니다. 수기도 잘 읽었구요. 저는 지금 시작하려는데 자극이 되네요. 그리고 합격 축하합니다!! ^^
수기 감사합니다. 모든걸 포기 했을 때 얻을 수 있다는 그 말,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한 것이 느껴지네요 축하드립니다
느껴지는게 많은 수기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정말 저도 눈물이 맺히네요. 수기 잘 읽고 갑니다.
ㅠㅠ 눈물납니다... 감사해요. 축하드려요. 저도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ㅠㅠㅠ
아 감동적인 수기네요 ^^ 잘봤습니다~
지금쯤 공직생활을 하고계시겠죠? 감동깊게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열심히해서 꼭 님과함께 일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