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운영체제(OS) 중 현재 우리 삶 속에 가장 깊이 들어온 것은 무엇일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데스크톱, 디지털 카메라, 심지어 손목시계 모양의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에까지 두루 쓰이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닐까.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무한히 표정을 바꾸는 OS가 바로 안드로이드인 셈이다.
안드로이드는 게임 콘솔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기본 운영체제로 삼은 게임 콘솔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콘솔 영역은 안드로이드 OS가 도전한 영역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주목되는 분야다. 안드로이드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우야’
오우야 : 99달러 게임 콘솔
'오우야(Ouya)'는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게임 콘솔 중 가장 먼저 등장한 제품이다. 지난 2012년 미국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시작됐다. 제품 개발과 출시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을 했는데 6만여명의 개인 투자자가 몰려 관심을 받았다. 2013년 6월 정식 출시됐다. 오우야가 관심을 끈 까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저렴한 가격’때문이다. 오우야는 단돈 99달러면 살 수 있다.
오우야는 게임 타이틀 DVD나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게임은 오우야의 게임 장터에서 구입한다. 오우야를 실행하면 첫 화면에 '디스커버(DISCOVER)' 메뉴를 볼 수 있는데, 이 메뉴가 바로 게임 장터로 가는 길이다. 디스커버에서 내려받은 게임은 '플레이(PLAY)' 메뉴에서 볼 수 있다.
오우야 사용법은 스마트폰 쓰는 법과 비슷하다. 안드로이드폰이나 애플 아이폰에서 응용프로그램(앱) 장터에 접속해 앱을 내려받듯, 오우야 장터에서 게임을 내려받으면 된다. 오우야는 게임 대부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게임은 무료로 내려받되, 추가 콘텐츠나 게임 속 아이템을 쓰려면 신용카드로 돈을 내는 식이다. 스마트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유료화 게임, 앱내부결제 방식과 똑같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게임 콘솔 답다.
‘오우야’ 패키지
오우야에서 어떤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된 게임도 많이 볼 수 있고, 오우야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도 있다. 3인칭 슈팅 게임 '쉐도우건'이 대표적이다. '쉐도우건'은 엔비디아의 사설 앱 장터 '테그라존'과 구글플레이에 먼저 출시된 안드로이드용 게임이다. 현재 오우야 게임 장터에서 얻을 수 있는 게임은 약 60여종. '휴먼 엘리먼트' 등과 같은 오우야 독점 타이틀도 출시 대기 중이니 앞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종류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오우야의 ‘성능’이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3'이나 'X박스360'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우야 속에는 엔비디아가 만든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3'가 탑재됐다.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우야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 하드웨어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 매년 더 높은 성능을 내는 하드웨어를 입고 출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오우야의 성능이 점차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게임팝’ 디자인 콘셉트
게임팝 : 가입형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
미국 소프트웨어 신생 기술업체 블루스택도 안드로이드를 얹은 게임 콘솔을 소개했다. 이름은 ‘게임팝(GamePop)’이다. 한 달 단위로 요금을 내는 가입형 게임 콘솔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블루스택은 윈도우와 맥 컴퓨터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쓸 수 있도록 돕는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를 개발한 업체다. 게임팝은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된 게임기로 앱을 거실 TV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기기다.
게임팝도 오우야와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됐다. 안드로이드4.2(젤리빈)가 OS로 탑재됐고, TV와 연결해 안드로이드용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임팝 전용 게임패드가 있지만, 스마트폰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블루스택은 1년에 83.88달러, 한 달에 6.99달러 수준의 정액 요금제로 게임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게임 타이틀을 구입하면 별도의 요금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존 게임 콘솔과 구별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낸 요금은 게임 개발자와 나눈다. 블루스택과 개발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정해졌다. 안드로이드 OS로 개발된 게임 콘솔인 만큼 게임 속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앱내부결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오우야와 같은 전략이긴 하지만, 앱내부결제 매출은 블루스택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기 자체 가격은 오우야에 비해 조금 더 비싸다. 사전 예약구매 방식을 이용하면, 12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오우야는 기기 값이 99달러, 정액 요금은 없다는 점에서 게임팝이 어떻게 경쟁을 벌일 지도 관심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쉴드’
쉴드 : 휴대용 게임 콘솔의 혁신
닌텐도가 만든 '닌텐도DS' 시리즈와 소니의 'PSP', 'PS비타'는 오랫동안 휴대용 게임 콘솔의 대명사였다. 휴대용 게임 콘솔 시장도 안드로이드가 한바탕 휘저어 놓을 수 있을까. 그래픽 기술 전문업체 엔비디아도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휴대용 게임 콘솔을 만들었다. '프로젝트 쉴드'로 알려진 '쉴드(SHIELD)'다.
쉴드는 엔비디아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4'로 동작하는 휴대용 게임 콘솔이다.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됐고, 구글플레이에 접속할 수 있어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모두 내려받아 플레이할 수 있다.
쉴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기능은 데스크톱에서 실행 중인 게임 화면을 불러와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데스크톱에서 실행 중인 게임 화면이 그래픽카드를 통해 동영상 형식으로 압축된다. 이 게임 화면은 와이파이로 쉴드에 무선으로 전달된다.
엔비디아 ‘쉴드’
실제로 3D 게임 화면을 계산하는 것은 데스크톱이지만, 마치 쉴드에서 직접 게임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데스크톱이 서버가 되고, 쉴드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술을 휴대용 게임 콘솔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데스크톱에서 1080p 풀HD로 구동 중인 게임 화면도 쉴드에서 720p 품질로 즐길 수 있다. 단, 쉴드에서 데스크톱 게임 화면을 받아 게임을 즐기려면 엔비디아가 만든 케플러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게임 생태계가 성패 가른다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 중 가장 먼저 등장한 제품은 오우야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안드로이드가 앞으로 게임 콘솔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기기다. 오우야를 비롯한 다른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3년 7월 현재 오우야에서는 약 60여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팝도 500여개의 인기 앱을 함께 지원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이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엔비디아 쉴드는 구글플레이에 접속해 안드로이드폰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쉴드가 굳이 필요할까. 쉴드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다.
‘오우야’ 초기 메뉴 화면
‘오우야’ 게임 장터 ‘디스커버’
오우야는 앞으로 '그랜드 데프트 오토(Grand Theft Auto)3'이나 '마인크래프트' 등과 같은 유명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게임팝도 게임 개발업체 모시기에 한창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컴투스가 게임팝 개발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컴투스가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하는 다양한 게임을 게임팝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컴투스가 게임 패드로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게임팝 전용 타이틀로 만들 수도 있다.
구글 앱 장터 안에서 교육용 앱 개발업체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텔리조이도 게임팝과 손을 잡았다. 게임팝을 게임만 즐길 수 있는 기기가 아니라 홈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꾸며 줄 수 있는 기기로 만들겠다는 블루스택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블루스택은 게임팝 출시와 동시에 총 500여 개의 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대한 것 만큼 많은 게임 개발자가 오우야와 게임팝, 쉴드를 위해 게임을 만들어 줄까? 유명 게임 타이틀은 게임 콘솔 구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PS3의 '갓오브워' 시리즈나 X박스360의 '헤일로' 시리즈를 즐기기 위해 게이머는 기꺼이 게임 콘솔을 구입한다.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 분야에서도 결정적인 '한방'이 있는 게임이 등장하길 기대해 보자.
‘쉴드’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