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60) - 특별한 책거리
오늘은 6.25 67주년, 아직도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며 이번주에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밝은 빛이 따르기를 염원한다. 어느 땐들 시련과 아픔이 없으랴.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라고 교훈한다.
대학에서 25년간 강의하면서 매 강좌가 끝날 때마다 책거리를 하였다. 한 학기에 평균 내 강좌, 1년이 두 학기니 그간 200여 회의 책거리를 한 셈이다. 책거리는 책씻이·세책례·책례라고도 한다. 원래 서당에서 천자문·동몽선습(東蒙先習)·소학(小學) 등의 초급과정에서 베풀어진 것으로 스승의 노고에 답례하고 학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강단에 서자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열심히 공부한 노력을 치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학기 강좌가 끝날 때마다 떡집에 인절미 등을 주문하여 나름의 책거리를 정년 때까지 이어갔다.
정년 후 교회어린이를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하였다. 내용은 잠언, 31장으로 이루어진 잠언을 한 주 한 장씩 공부하는 방식이다. 대학 강의 때보다 정성을 기울여 미리 준비물을 만들고 강의 후에는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독후감을 작성하여 발표케 하였다. 초등학교 교사가 도우미를 자청하여 학습의 수준이 높아졌고 강좌가 끝난 후에 이를 책자로 만들어 교우들과 공유하였다. 푸짐한 책거리를 곁들여 성공적인 학습을 자축하기도.
지난 여러 해, 예배 시작 전에 10분여 교우들과 함께 성경읽기를 계속하였다. 성경은 신구약 66권, 1,189장으로 구성된 방대한 책이다. 성경읽기의 참여자는 주로 양로원의 어른들,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더러는 읽은 말씀을 새기고 가셨으리라. 드디어 오늘(6월 25일), 성경 첫 권인 구약의 창세기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권인 신약의 요한계시록의 마지막까지 일독을 마쳤다. 이를 자축하기 위하여 교회에서는 유명한 떡집에 기정 떡을 주문하여 교우들과 나누었다. 안내말씀으로 교우들에게 전한 멘트,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니라’(마태복음 4장 4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렇다. 사람은 육체와 영혼을 지녔다. 육체는 물질을 필요로 한다. 그 첫째가 음식, 떡은 그 상징적 요소다. 영혼을 살찌우는 것은 말씀, 하나님의 속성을 지닌 말씀을 제대로 익히자.
교우들에게 나눠준 기정 떡, 익산의 떡집에 특별주문하였다
예배에서 목사님은 5년여 지속된 성경일기가 끝난 것을 치하하며 다음과 같이 권면하였다. ‘또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게 하는 지혜가 있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디모데후서 3장 15~17절)
특별한 책거리를 하고나니 다른 욕심이 생긴다. 살면서 추구하는 것은 하늘의 섭리, 공자는 이를 간명하게 표현하였다.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연륜이 쌓여도 부족한 인격, 지혜, 진리에의 지식을 채워주는 좋은 책들을 만나 스스로를 살찌우는 책거리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 그중의 하나, 요즘 건강타운과 주민센터에서 빌려온 책은 수학과 과학서적 ‘뉴턴의 시계’가 흥미롭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신기하다. 특히 뉴턴의 시계는 두 번이나 대출기한을 연장하여 통독하고 있다. 뉴턴을 가까이 접한 것은 정년 무렵, 영국 체류 중 Woolsthorpe Manor에 있는 뉴턴의 생가를 방문하였을 때 그가 살았던 때의 사과나무가 지금도 열매 맺는 현장을 목도하고서다. 그때 이렇게 적었다. ‘뉴턴의 생가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면서 현대과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뉴턴의 발자취를 너무 늦게 찾은 것이 아닌가, 정년을 맞이하여 한 차원 높은 진리의 추구에 노력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턴의 시계는 과학전문기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에드워드 돌닉이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과학혁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저자가 그려낸 1660년대의 런던의 풍경, 특히 1666년 런던대화재의 생생한 묘사는 최근 런던의 아파트에서 일어난 대형화재의 참상과 더불어 당시의 시대상황과 과학혁명의 발자취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준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당시의 정황은 이렇다.
‘1649년 런던에서는 놀란 구경꾼들이 왕실 사형집행인이 도끼를 높이 쳐들어 왕의 머리를 싹둑 자르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1650년대에는 전염병이 유럽대륙을 휩쓸었으며, 1665년에는 해협을 건너 영국 땅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도 세상을 뒤바꿀 사건들이 은밀히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연의 전반적인 패턴을 알아차렸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달이 차면 기울고, 별들이 모여 낯익은 별자리를 이루고, 계절이 순환했다. 하지만 인류는 똑같은 날은 없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렸다. 그러다가 1600년대의 어느 시기에 새로운 개념이 세상에 등장하였다. 자연계가 엉성한 규칙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공식적이며 수학적인 법칙도 따른다는 발상이었다. 우주는 위험천만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완벽하게 조종되는 정교한 시계였다.
광대한 천체에서부터 지극히 작은 물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측면은 꼼꼼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신은 세계를 창조했고 우주의 모든 특징을 일일이 설계했으며 우주를 늘 섬세하게 감독하고 있었다. 자연법칙은 적용범위는 방대하지만 개수는 아주 적었다. 중력의 작동방식을 알아냈을 때 아이작 뉴턴은 단지 하나의 발견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아우르는 보편법칙을 선언했다. 바로 이 법칙이 지구 주위를 달리는 달의 운동,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나는 화살의 운동,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의 운동을 모두 관장했으며, 운동을 개념으로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정밀하고 정량적으로도 기술했다. 신은 수학자였다. 17세기의 과학자들은 철석같이 그렇게 믿었다.
뉴턴의 놀라운 업적은 선배거장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미 르네 데카르트,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요하네스 케플러 등이 우주에 숨겨둔 신의 암호 책에서 많은 문단들을 해독했거나 심지어 한 쪽을 통째로 해독한 덕분이다. 이 사상가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모두 천재였다는 사실, 또 하나는 우주가 완전무결한 수학적 진리에 따라 설계되었다고 철저하게 믿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은 신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했던 한 무리의 과학자들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