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시판에 4개로 나뉘어져 있던 글을 하나로 묶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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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도에서는 이렇게 수행한다>
힌두문화 속에서 피어나는 고엔카의 위빠사나 수행운동
1. 현재 인도의 종교 문화
흔히들 ‘인도는 종교의 천국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 바로 연상되는 풍경이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기도하며 목욕하는 사람들, 켈커타 빈민가의 테레사 수녀님, 붓다가야의 티벳스님 물결과 달라이라마, 크리쉬나무르티, 오쇼 라즈니쉬 등등.... 뭔가 종교적이면서도 영적인 것들과 관련된 그림들이 제일 먼저 머리를 스쳐갈 것이다.
인도는 세계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강하게 욕망을 발산하고 추구하는 현세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묘하게 인도를 아주 종교적이며 영적인 나라, 성자들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긴 기독교나 카톨릭, 회교도를 제외하면 불교나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대부분의 종교들이 인도 토양에서 발생했고, 다른 문화권에서는 유례가 없을 만큼 방대한 종교 철학체계와 다양한 수행법들이 수 천 년에 걸쳐 유구하게 내려오고 있으니, 그렇게 인식하는 것도 결코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현재, 인도 문화의 주류는 10억 인구 중에서 8억이 넘는 힌두교도들의 힌두문화이다. 한때는 불교문화와 회교문화가 인도 대륙을 풍미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수 종교로서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인도의 종교적 문화 배경 속에서 과연 생생하게 살아있는 힘을 발휘하면서 수행 실천되어지고 있는 불교의 수행풍토와 수행문화는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세계적으로 수행 붐, 명상 붐을 타고 있는 지구의 21세기, 인도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인도는 이러한 정신세계의 핵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필자는 언젠가 ‘인도는 지구의 명당’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번에 『불교와문화』에서 마련한 기획연재에 필자는 인도의 수행환경과 수행풍토를 살펴보면서 몇 가지 수행전통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시도는 바다물을 한 바가지 떠놓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나, ‘바다물의 짠 맛을 알기 위해 바다물 전체를 먹어볼 필요는 없다’는 비유를 들어 이 시도를 합리화시켜 본다. 현재 인도의 수행전통을 종교별로 간략하게 분류하자면 다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힌두문화권의 다양한 요가수행 전통이 있다. 상캬, 요가, 베단타 등 육파철학으로 제시되는 힌두교의 철학체계 속에서 각 학파마다 다양한 요가 수행법들이 전해지고 있다. 요가는 단순히 ‘신체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 그 자체를 의미하는 전문 용어였다. 이 요가는 크게 냐나요가, 박띠요가, 까르마요가, 라자요가, 하타요가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고, 각각의 독특한 수행법들이 전해진다.
인도의 수행환경 내에서는 이 요가수행이 압도적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이것을 실천하거나 가르치는 아쉬람, 요가센터, 수행공동체들은 인도 전역에 걸쳐 셀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요가저널’은 인도의 수행처들을 약 70여곳 조사해 놨는데, 그 중에서 90%가 다 이 범주에 속하는 곳이었다.
둘째는 티벳불교 문화권의 티벳 수행전통이 있다. 티벳 불교문화는 인도로 망명 온 달라이라마와 티벳 이주민들, 그리고 라닥 시킴 다즐링 등 히말라야 산맥에 거주하는 인도 티벳계 사람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는 달라이라마 사원을 비롯한 많은 사원들이 있어서 티벳 불교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티벳불교는 겔룩파, 까규파, 샤캬파, 닝마파등 4개의 주요 종파가 있고, 각 종파마다 고유의 교학체계와 수행법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티벳불교의 독특한 수행문화가 서양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비해서 인도인들에게는 거의 영향권 밖인 것은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다.
셋째는 남방 상좌불교의 수행인 위빠사나 수행전통이 있다. 승가를 주축으로 하는 상좌 불교가 인도에 성성하게 살아있지는 않지만, 재가자인 고엔카에 의해서 위빠사나 수행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미얀마로부터 수행전통이 소개된 후 30여간 조용히 그러나 아주 설득력있게 인도인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이제 인도는 물론 세계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힌두교가 강하게 지배하는 전통적인 힌두사회 속에서 아무런 갈등이나 마찰없이 붓다의 가르침인 위빠사나 수행법이 인도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몇 회에 걸쳐서 연재하게 될 인도의 수행문화 수행전통 중에서 이번에는 먼저 고엔카의 위빠사나 수행센터와 위빠사나 수행법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2. 고엔카와 위빠사나 수행센터 현황
인도에 위빠사나 수행 전통이 복귀하다
불교가 인도 중앙 대륙에서 사라진 지 800여년이 흘러갔다. 그런데 이런 땅에서 붓다의 수행법과 가르침을 새로이 펴고 있는 고엔카(S. N. Goenka:1924- )는 과연 누구인가? 고엔카는 인도인이지만 미얀마에서 태어났고 보수적인 힌두가정에서 자라나 사업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심한 편두통을 치료하고자 세계를 다녔으나 고치지 못하던 중, 친구의 소개로 위빠사나 지도자 우 바킨을 만났다.
우 바킨은 당시 미얀마의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위빠사나를 가르치는 명망있는 스승이었다. 1955년 31세의 고엔카는 스승 우바킨의 지도 아래 처음으로 위빠사나 10일 코스를 했다. 그 후부터 14년간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했고, 10여년간 인도인 수행자들을 위해 스승의 미얀마 말을 힌디어로 통역했다.
우 바킨은 인도로부터 수행법을 받아들인 미얀마가 인도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에 위빠사나 수행법을 다시 본래의 고향인 인도로 전파하고자 하는 큰 발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 바킨은 고엔카로 하여금 그 임무을 수행하게 하기 위한 준비와 훈련을 시켰다.
고엔카가 수행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뒤, 선조들의 고향인 인도 봄베이로 돌아온 것은 45세가 되던 1969년이었다. 거기서 어머니를 비롯한 13명에게 처음으로 위빠사나 코스를 지도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이어지는 요청으로 고엔카는 인도 각처를 옮겨다니며 수행을 가르쳤다.
그래서 1971년에 우 바킨 기념회를 결성하여 센터 설립을 준비했고, 1976년에 봄베이에서 140km 떨어진 이가뜨뿌리에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위빠사나 수행센터인 위빠사나 국제 아카데미(VIA)를 설립했다. 이어서 하이드라바드에 또 자이뿌르에 각각 센터가 설립되면서 붓다의 가르침인 위빠사나 수행전통은 원래의 고향 인도로 복귀했고, 위빠사나 수행이라는 법륜은 굴러가기 시작했다.
2000년 전 대승불교 운동이 일어나 인도 불교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것처럼, 2000년대인 지금 현재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 위빠사나 수행운동으로 끊겼던 인도불교사는 다시 쓰여지고 있다.
인도 최초의 위빠사나 수행센터-이가뜨뿌리의 담마기리
인도 국내의 고엔카 수행센터는 이가뜨뿌리의 담마기리(Hill of Dhamma)가 본부이자 본원이다. 그리고 인도의 각 지역에 43개, 외국에 47개의 분원 센터들이 있어 고엔카 위빠사나 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약 90여개가 있으며, 100 여개국 사람들이 수행하고 있다. 본원인 이가뜨뿌리 센터에는 300-500명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큰 선실들과 작은 수행실들이 여러개 있으며, 동시에 500여명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방사와 식당, 그 밖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거기다가 센터 중앙에는 미얀마 스타일의 대형 파고다(탑)가 있는데 거기엔 개개인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개인 수행실인 셀이 400여 개가 넘는다. 이로서 고엔카 수행센터의 본부인 담마기리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위빠사나 센터가 되었다.
센터의 웹사이트에 의하면, 한달 평균 약 1,200여명이 수행을 하고 간다. 그러면 1년간 이 센터에서만 약 만 오천여명이 수행을 한다는 결론이다. 거기다 인도 각 지역의 34개 분원들과 세계의 각 분원에서 고엔카가 가르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총 합산해 본다면 엄청난 숫자이다.
2-4일 간격을 두고 10일 코스가 계속 진행되며, 사띠빳타나 코스, 10일 특별 코스, 20일, 30일, 45일, 60일 코스도 병행되고 있다. 현재 코스들은 고엔카가 임명한 수백명의 보조 지도자들에 의해서 인터뷰와 일정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적인 수행법을 가르치는 것은 오디오와 비디오를 통해서 고엔카가 직접한다.
이렇게 담마기리 센터는 수행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하지만, 수행과 관련된 교학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학부분을 전담하는 위빠사나 연구소(VRI)가 1986년에 설립되었다. 이 연구소는 수행과 관련된 각 분야에 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빠알리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그리고 빠알리 삼장과 주석서, 복주 등 여러 불교 문헌들을 빠알리와 데와나가리로 출판해냈다.
그 외에도 고엔카의 법문집, 우 바킨 저널, 여러 학자들의 논문과 저술들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6차 결집때의 빠알리어 삼장과 수많은 주석서, 복주들을 다 전산화하여 CD롬을 만들어 학자들이나 학생들에게 법보시하고, 빠알리어의 부흥과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 센터의 부속 시설로 수행자들이 모여살며 수행하는 <우 바킨 위빠사나 빌리지>가 있고, 장기(long) 코스만을 전담하는 <담마 따뽀와나>가 있다. 20 에이커로 시작되었던 본 센터는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확장되어가고, 그 지역은 새로운 수행환경으로 크게 변화되고 있다. ‘
일파자동만파수’ 라는 말도 있고, ‘아마존 강가의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의 시카고에서는 폭풍으로 분다’는 말도 있다. 한 개개인의 진실한 수행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가족과 이웃, 사회와 국가에도 잔잔하지만 좋은 파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3. 고엔카가 지도하는 위빠사나 수행법
고엔카는 “위빠사나 수행은 자기자신의 실재(reality)를 직접 경험하는 자기관찰 방법이다. 붓다 시대의 말로 빠사나passanā는 보통 뜬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위빠사나vipassanā는 사물을 단지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본성으로서의 있는 그대로(yathābhūta)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수행은 사실 매우 간단하고 과학적이며, 누구나 다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행법이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엔카는 이 수행전통을 불교인들의 수행법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모든 종교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만약 인도의 힌두사회 속에서 고엔카가 불교를 가르친다고 한다면, 인도 인구의 1%로도 되지 않는 불교도들을 제외하곤 나머지 10억의 다른 종교인들은 아무도 들으러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엔카는 스승 우 바킨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종교의 벽, 신앙의 벽을 허물고 카스트 신분이나 국적,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르쳤다. 그래서 센터에 가면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힌두교 수행자인 스와미, 자인교의 출가 수행승, 카톨릭의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남방 불교 스님, 티벳스님들, 중국계 스님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한국의 스님들도 있고, 중동의 무슬림, 유태인, 조로아스터교인들... 참으로 다양한 국적과 종교인들이 만나 다같이 조화롭게 수행을 한다.
고엔카 수행 센터에서는 10일 코스가 기본이다. 10일간 머물면서 하루 10-11시간 수행을 하며, 질문 시간 외엔 철저한 침묵을 지켜야 하고 수행은 좌선이 중심이다. 매일 오전에는 인터뷰 시간이 있고 저녁에는 법문시간이 있다.
10일간의 수행법은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 계율을 바탕으로 한 뒤 호흡을 관찰하는 아나빠나사띠 수행(호흡관)을 3일 반동안 하고, 3일째 오후부터는 몸의 느낌, 즉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수념처 수행을 한다. 마음을 집중하고 알아차려야 될 대상들이 매일 매일 단계적으로 변화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수행일정은 바쁘고도 빡빡하다.
10일째되는 날 오전 자비관 수행으로 자신의 수행공덕을 다른 이들에게 회향하고 나면 묵언을 푼다. 그러면 10일 코스는 일단 마친 셈이다.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보시를 하거나 책을 사는 등,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다가 다음날 아침에 해산한다. 이와같은 코스의 운영은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보시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면 관계상 수행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에 널리 알려진 마하시 수행법이 사마타 수행을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는 순수 위빠사나 수행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반해서, 레디 사야도 계통의 고엔카 수행법은 사마타 수행을 먼저 닦은 후에 위빠사나 수행을 해나가는 방법이다.
이 수행법의 이론적 근거와 수행원리는 초기불교의 12연기와 4성제 8정도에서 찾을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몸의 감각(느낌)을 관찰하여 苦의 원인인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그래서 점차 苦를 소멸하고 열반, 해탈,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이 수행의 목적지이자 목표이다.
이러한 위빠사나 수행전통이 인도에 소개된 지 33년, 이젠 거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깊이 뿌리를 내렸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염원하고, 삶의 지고한 상태를 추구하려는 현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며 감사한 일인가.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