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생명의 보시가 되어 제데로 죽는 법을 아는 위인'. 한 시인이 인삼에 바친 헌사다.
아무리 보약 중의 으뜸이라지만 감히 식품을 위인의 반열에 올리다니, 그 과장이 심하다 싶다가 그간 인삼이 몸 바쳐 회복시킨 인간의 기운을 짚어보니 이 정도의 헌시쯤은 기꺼이 허락되어되 좋을 듯하다.
사실 인삼만큼 호사를 누린 식품도 드물다. 4~5천 년 전부터 약용으로 쓰였다는 역사는 버거우니 고려인삼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1천 년이 훌쩍 넘는다. 그 긴 세월 동안 흔들이지 않는 신뢰와 귀하을 받았으니 인삼으로서도 억울한 일은 없겠다.
그런데 한편에서 '원기를 크게 보한다. 하여 '대보원기' 라는 표현까지 쓰는 인삼의 효능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왜곡됐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중풍 치매을 고치는 천연 신물질, '설화수'와 같은 한방 화장품 등을 개발해 약초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 경희대 한의대 김호철 교수(43)가 나섰다. 그가 전하는 인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인삼이 맞는 체질은 따로 있다?
인삼은 기를 보하는 약재로 소화기가 약하거나 신경이 예민한 소음인 체질에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기를 강하게 하고 정신 기능을 튼튼하게 하며 기를 보하는 인삼의 효능 덕분이다.
그렇다고 다른 체질에 복용한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체질인 경우라도 기를 보하고 노화를 억제하며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인삼의 효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소양인에게 맞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소양인이 소화기나 신경계가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이다. 인삼의 다른 효능은 소양인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인삼이 좋지 않다?
인삼은 먹으면 열이 나는 건 사실이다. 또 열이 조금 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열이 난다는 이의 대부분은 과다한 양을 섭취한 탓, 인삼은 한번에 3그렘 (말린 상태)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몸에 좋다고 인삼을 통째로 먹으면 과량을 복용한 결과가 돼, 열이 나거나 충혈이 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용량만 조절하면 된다.
인삼도 부작용이 있을까?
섭취량이 너무 과했거나 장기간 복용했을 경우에도 부작용이 있다.
중국에서 실험한 연구에서는 인삼을 하루 6~10그렘씩 3개월 이상 복용한 이들에게 두통이 일어나고 입이 쓴 증상과 구역질, 충혈등이 나타났다. 이런 '인삼종합증후군' 은 복용을 중지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인삼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용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혹 인삼의 뇌두머리 부분가 구역질을 일으킨다고 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복용해도 무방하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먹으면 안 된다?
인삼과 혈압의 관계에 대한 실험은 세계적으로 200여건이 있지만 결과는 논문마다 다르다. 그러나 한의과학기술연구원에서 동물실험을 해본 결과, 인삼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이는 인삼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인삼 복용 후 혈압이 높은 사람이 낮아졌다거나 낮은 이가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혈압과 관계없이 복용해도 된다.
홍삼은 인삼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홍삼은 인삼을 일정한 압력을 가해 쪄서 만든 것이다. 찌는 과정에서 인삼에 없는 인삼사포닌 rh류의 성분이 5-6종이 더 생기게 된다.하지만 이 성분들은 인삼을 가열하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으로 인삼을 끓여 먹을 때는 모두 얻을 수 있는 성분이다. 결국 인삼을 끊여 먹는 것과 홍삼과는 성분상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전통 한방 문헌에는 인삼을 오래 가열하면 보기의 효능이 더 높아진다는 내용이 있낀 하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산삼, 장뇌삼, 인삼은 어떻게 구별할까?
산삼, 장뇌삼,인삼은 모두 'panax ginseng C.A.Meyer'로 같은 종류의 식물이다. 대개 인삼은 4~6년생의 것을 말하고 장뇌삼은 10~20년, 산삼은 20년 이상의 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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