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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09
씬1. 포장마차 전경, 밤.
씬2. 포장마차 안.
한쪽 구석 테이블에, 상우와 영숙 앉아있다. 간단한 안주와 빈병 두어개 정도 놓여있는,
영숙, 굳은 얼굴로 컵에 술 따르고 있고,
상우, 그런 영숙을 진심으로 미안하게 보고 있다.
상우 : (술 따르는 영숙 보며, 조심스레) 그만 먹어.
영숙 : (술 따르다, 눈만 들어 상우 보고)
상우 : .......
영숙 : (말없이 술 병 내려놓고, 술 단숨에 마셔버린다, 상우 안보고, 가라 앉은 목소리로) 어디까지 갔어? (보고) 잤니?
상우 : (고개 숙이고) 아냐..
영숙 : (상우 똑바로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그럼, 아직 꼬시는 단계야?
...지 버릇 개 못준다는데,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러다 갈래?
상우 : (속상하고, 맘아픈, 못보고, 담배만 피우는) .....
영숙 : (한숨 쉬고, 짐짓 편하게) 우리 짧게 말하고 끝내자, 한두번도 아니고 나도 그때마다 뒤집어지기 힘들어.
니가 알아서 끝낼래, 아니면 내가 끝내줄까?
상우 : (안보고, 어렵게 말하는) .....내가 끝낼게.
영숙 : (한숨쉬고, 상우 보며) 나 속이고 그 여자 만나고 돌아다니면서 재밋었어?
상우 : (고개 젓는)
영숙 : 왜 나 속이고 놀러다니면서, 재밋었을 텐데?
상우 : (안보고, 고개 젖는)
영숙 : (한심스럽고, 속상한) 어이고, 지랄... (속상한, 큰소리) 그러게, 너도.. 안좋고, 나도 안좋은 일을 뻑하면 왜 해!
왜 하냐구? 등신같이! 어! (하고, 안주 접시 상우에게 던지는)
상우 : (고개 숙이고, 멍하게 가만있는) ......
씬3. 길가, 도로변.
영숙, 술에 취해 나무 잡고 허리 숙이고, 구토하는, 상우 영숙에게 미안한 맘으로 등쳐주는.
영숙 : (안보고, 구토하며, 힘든) 니가 구세주냐? 무슨 맘은 그렇게 약해가지고..넌 여자만 보면 불쌍하지.
상우 : (등만치는)
영숙 : 됐어, 그만해.
상우 : (미안한, 등치며) 되긴.. 입에 손 넣봐, 어?
영숙 : (구토하고)
씬4. 동네 길.
상우, 술 취해 잠든 영숙을 업고 간다. 옥희도, 자신도, 영숙조차도 가엾은 느낌이 든다.
씬5. 상우의 방.
영숙, 모로 누워 들릴 듯 말 듯 끙끙 앓고 있고, 상우, 그런 영숙의 양발을 벗긴 후, 머리에 베개를 놔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 영숙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일어나 불꺼주고 밖으로 나간다. (문 완전히 닫지 않는)
씬6. 거실.
상우, 탁자 앞에 앉아 담배 피워 물고 손으로 머리를 괴고 서글픈 얼굴에 생각이 많다.
그런 상우의 얼굴위로.
옥희 : (E) 상우씨 나쁜 사람이구나...
영숙 : (E, 가라앉은) 지 버릇 개 못준다는 데, 늙을 죽을 때까지 그러다 갈래?
옥희 : (E) 난 상우씨 말 안 믿어요. 바람둥이가 하는 말을 누가 믿어요.
상우, 눈가 그렁해져 자조적인 혼잣말.
상우 : 그래, 믿지 마라. 나두 날 못믿는데, 믿지 말어.. 염병, 젠장.. (한숨쉬고, 눈물 흐르는, 그대로 놔두고 힘없이 앉아있는) ..
씬7. 상우의 방안.
영숙, 자다가 뒤척이다 뭐가 이상한지, 눈 뜨고 힘없이 '자기야..' 하다 가, 목이 탄지, 일어나 주변 보고 상우가 없자,
문 쪽으로 기어가 문 열고 작게 '자기야' 하며 밖을 보다 굳는.
인써트 - 거실에서, 상우, 흐르는 눈물 옷자락으로 닦아내고 다시 멍하니 넋나간 채 있는.
영숙, 이상한 느낌이다.
영숙 : (조심스레) 자기야. 뭐해, 안자구?
상우 : (그 소리에 영숙보고, 놀라, 외면하며, 눈물 닦고) 어, 아냐. (일어나 화장실 가며) 씻을라고, 어서 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영숙 : (그런 상우보며, 이상한 느낌드는)
씬8. 상우의 방안.
상우, 쪼그리고 자고 있고, 영숙 누워 그런 상우, 걱정스레보다 천장 보며 심란해 지는.
씬9. 미숙의 집, 마당.
옥희, 화단 쪽에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꽃잎을 매만진다.
인써트 - 회상.
상우 : (옥희 맘아프게 보며, 속상한 가라앉은) 그 얘기 아니예요. 영숙이한테 말하지 마라, 해라 그 얘기가 아니라구요.
옥희 : (속상한) 그럼 무슨 말이요?
상우 : ...나, 옥희씨 좋아해요. 사랑한다구요.
옥희, 멍하게 생각하는, 그런 옥희의 얼굴 위로 다시 용배의 말소리 들리는.
용배 : (E) 형, 뭐라 그랬어? 재민이 엄말 찾았다구, 거기가 어디야, 재민이 엄마 어딧냐구?
옥희, 맘아픈 것 참고 꽃잎만 매만지는.
그때, 용배의 현관문 열리고 재민 속옷 차림에 졸린 표정으로 나와서 옥희 보고 부르는.
재민 : (졸린) 누나...
옥희 : (돌아보며, 서글픈) 재민이 깼구나, 이리와.
재민 : (와서,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옥희 보며) 누나 왜 안자?
옥희 : (재민 눈 안보고, 머리 넘겨주며) 잠이 안와서...
재민 : .....
옥희 : (재민의 눈 보고, 어렵게 말 꺼내는) 재민이, 아빠한테 엄마 얘기 들었지?
재민 : (미안한) 엄마..?
옥희 : (서글프게 고개 끄덕이는, 맘아픈 것 참으려하며) 재민인 이제 누나 없어도 되겠다.
재민 : (옥희 보며, 미안한) 난 엄마 와도 누나랑 살거야.
옥희 : (꽃잎 만지며, 서글픈 웃음) 그래도 엄마 보면 엄마가 더 좋을거야. (하고, 재민 시선 피하려 일어나) 들어가자.
(하고, 집 쪽으로 들어 가고)
재민 : (옥희 보는데, 미안한)
씬10. 용배의 방안.
옥희, 재민을 꼭 껴안고 있는데, 맘아픈 눈가 붉은.
씬11. 나이트 앞, 주차장.
용배, 재수 서서 싸우고 있다.
용배 : (큰소리 버럭치는) 묻는 말에나 대답해, 자식아! 나 대신 낼 일해줄 거야, 말거야!
재수 : (큰소리) 제발 정신 좀 차려! 그 여잘 만나서 이제와 무슨 얘길 하겠다는 거야!
용배 : 데리고 올거야. (하고, 담배 피워 무는)
재수 : 은경이 누나가 순순히 따라오기나 한대고?
용배 : (무섭게 보는)
재수 : (한숨) 나두, 형 일에 상관하고 싶은 맘 없어. 형이, 나 배 타러 댕겼을 때, 혼자 있는 울엄마만 안돌봐줬어도
나 이런 말 안해. 형, 이건 증말 잘못하는 거야.
용배 :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넌 내일 나랑 비번이나 바꿔주면 돼. (하고, 나이트 쪽으로 가고)
재수 : (속상하게 용배 보면)
용배 : (뒤돌아 재수 보며 뒷걸음질하면서, 입가에 기대에 찬 웃음 번지며) 나 낼 은경이 만난다. 알아듣겠어?!
은경일 만난다고, 임마! (웃고, 뒤돌아가고)
씬12. 미숙의 집 전경, 이른 아침.
씬13. 한방의 방안.
한방, 쪼그리고 앉아 가스버너(불켜져있는)에 올려져있는 죽 냄비에서 수저로 죽 떠 후후 불어 죽을 먹어보고
'어쩜 난 이렇게 죽을 잘 끓이냐, 얼굴만 잘나면 됐지, 별걸 다 잘하네'하고 입맛 다시고, 불 끄고
웃옷의 앞자락을 끌어서는 냄비손잡이를 잡아서 나간다. 한손엔 수저 든 채.
씬14. 미숙의 집 마루.
한방, 냄비 들고 문 열고 '미숙씨'하고 들어와 미숙의 방으로 들어간다.
씬15. 미숙의 방안.
미숙, 이불을 개다 문 열고 들어서는 한방을 보곤, 보기 싫은지 눈길 피하며, 퉁명스레 말하는.
미숙 : 남의 방에 들어오면서 인기척이라도 좀 해.
한방 : (옆의 종이 끌어다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냄비 올리며) 내가 미숙씨 하고 불렀는데 못들었구나.
미숙 : (냄비 보고, 한방 보며) 뭐야?
한방 : 내가 미숙씨 줄라고 흰 죽 쒔어, 먹어봐.
미숙 : (버럭) 사람 병 주고 약주니?!
한방 :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미숙 보면) ?
미숙 : (화 참으려 애쓰며, 속상하고 기운 없는) 나가요, 나가. 나 원래 고혈 압인데, 한방씨만 보면 혈압이 뚝 떨어져
저혈압이 되는 거 같애. 어지러, 나가.
한방 : (미숙 눈치보며) 혹시, 내가 전처 만나서 미숙씨 화났어? 그래서 직장두 안나가고, 어제 종일 앓아 누운거야?
미숙 : (기진맥진한 듯) 그렇다면, 어쩔래?
한방 : 어쩌긴 나랑 살아야지. 잠깐만 있어. (하고, 일어난다)
미숙 : 어디가?
한방 : 이불 가지러. (생각난 듯) 앗차, 이불 필요 없겠다, 내 이불 삼년이나 안빨아서 냄새나는데, 그냥 자기 이불쓰자.
미숙 : (여전히 기진한) 진짜 나랑 살고 싶어?
한방 : 어.
미숙 : (떠보듯) 왜?
한방 : 왜긴, 자긴 봉이니까 그렇지.
미숙 : (멍한)
한방 : (생각없이 주절대는) 홀애비들이 젤 좋아하는 여자들이 어떤 여잔지 알어? (손가락 꼽으며) 첫째 돈 많은 여자,
(손가락으로 미숙 가리키며) 자기지. (손가락 꼽는) 둘째, 반반한 여자, (손가락으로 가리키 며) 자기지.
셋째, 애 없는 여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기지. 마지막 넷째, 빨리 죽을 여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기잖어.
자기 지금부터 아프면 60되면 갈 수도 있잖어.
미숙 : (울고싶다) 그걸 말이라고 주절대니, 지금.
한방 : (앗차 싶은, 미안한) 네 번짼 너무 했다 그지?
하는데, 말 끝나는 동시에 미숙, 죽 냄비를 한방의 머리에 씌우며.
미숙 : (울부짖는) 나가!
한방 : (손으로 죽 핥아먹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자기 줄라고 쑨 죽을 왜, 날 주나.
미숙 : (흐르는 죽 손에 퍼서, 한방 주며) 너 다 먹어라, 너 다 먹어!
한방 : 어어, (하며, 피하고)
씬16. 용배의 방안.
재민, 한쪽에서 잠이 안깨 졸고 있고.
옥희, 한쪽에서 이불을 걷고 있고.
용배, 한쪽 벽에 붙어 옥희의 눈치를 보며, 전화를 걸고 있다.
남자1 : (E) 동네가 중림동이래니까 너랑 나랑 일단 서부역 앞에서 보자.
용배 : (옥희 눈치 슬쩍 보고, 아무일 아닌 것처럼, 짐짓 큰소리) 어, 그래, 형. 술 좋지. 간만에 장세탁도 할 겸 마시자구. 어, 끊어.
(하고, 전화 끊고, 걸레질하는 옥희 보는) 나 오늘 술 먹고 좀 늦을 거다.
옥희 : (일만하며, 힘없이) 어. (하고, 조는 재민에게) 재민아, 세수하고 학교 가야지, 어서 인나.
재민 : (졸린 눈으로) 응.
옥희 : 상 차릴게. (하고, 나가고)
용배 : 그래라. (하고, 옥희 나가면, 재민에게로 가서 웃으며) 얌마. 엄마, 온다, 엄마.
재민 : (잠 덜 깬 얼굴로 용배 보는) ?
용배 : (웃음기 가득한) 신나지? 좋지, 임마.
씬17. 부엌.
옥희, 무표정한 얼굴로 상만 차리는.
씬18. 공장빌딩 전경, 낮.
소희 : (E) 화순이 너 이 기집애 정신 안차릴래!
씬19. 공장 안.
모두들 분주한 모습이다(상우만 없는).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나와서는 박스에 옷을 담고 있다.
소희 : (옷 담으며, 옷걸이에서 옷을 뒤지고 있는 화순을 나무라는) 넌 숫자도 못세! 백단위, 천단위도 아니고,
열여섯을 못세서 아직도 꿈지럭 거려 저 기집애가.
화순 : (옷걸이에서 옷 꺼내 가며, 짜증스레) 가요, 가, 가!
소희 : 바쁠 땐 바쁘게 움직여야지, 세상 천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바쁜 게 없어.
화순 : (상자에 옷 넣으며, 짜증) 그만 좀 해요!
소희 : 니가 기집애야, 날 좀 그만하게 좀 해줘 봐.
한쪽에서, 옷을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넷' 하고 세서 상자에 넣던 미숙, 갑자기 짜증내며 소희에게 말하는.
미숙 : 아따, 그 언니 말 많네!
일하다 모두 미숙 보는.
미숙 : (소희 보며) 언니 때문에 지금 내가 같은 숫잘 몇번을 세는 줄 아냐! 일을 손으로 하지, 입으로 해,
정신 시끄러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네. 다섯 다음에 여섯인데, 도로 넷을 세게 만들고 말이야!
소희 : (미숙에게 지지않고, 눈흘기며) 너 숫자 못세는게 내 잘못이냐! 니 머리 탓이지. 지머리 모자른걸 갖고, 남 탓을 하고 있어!
미숙 : (화나는) 이 언니, 보자보자하니까,
세오 : (말꼬리 자르며) 일들 하세요. 물건 나갈 시간 다 됐어요!
옥희 : (미숙 팔 잡으며, 말리는) 아줌마, 그만하세요. 이러다 제시간에 옷 못갔다줘요.
미숙 : (참는, 옥희에게) 그래, 그래. (하고, 다시 일하면서 소희 보며) 아무래도 언니랑 나랑 한판 되게 붙어야겠어.
언제 한번 날 잡어.
소희 : (놀리듯) 그래, 붙자, 붙어. 빨개 벗고 붙어. 낫살이나 먹은 것들이 대로에서 홀딱 벗고 머리 뜯으면 볼만 할거다.
미숙 : (칠 기세, 화풀린) 으이그, 한번을 안지지.
옥희 : (두 사람 보며, 웃고, 옷 담는데)
그때, 상우 문 열고 들어와 소리치는.
상우 : 차 왔습니다, (그러다 일하는 광경보고 답답한) 뭐예요, 아직도 상자 정리 안끝났어.
미숙 : (급하게, 일하며) 다 끝났어, 곧 나가! (옥희 보며) 일흔 일곱장 맞지?
씬20. 공장 주차장.
상우, 세오, 화순, 옥희 각자들 상자 들고 나온다. 상우, 봉고 차에 물건들 싣는다.
화순, 그냥 들어가고,
세오 : (짐 싣는, 상우에게) 형, 수고해, 일 마치면 전화 주고. (하고, 옥희에 게) 누나 잘 다녀오세요.
옥희 : 응.
세오 : (들어가고)
상우 : (짐 다 실으며) 정씨 아저씨가 빨리 나셔야 할텐데. (옥희에게) 타요.
옥희 : (어색하게) 네. (하고, 조수석에 타는)
상우 : (운전석에 올라타고)
씬21. 차안.
상우, 옥희 각자의 안전벨트 하는.
상우 : (먼저 안전벨트하고, 안전벨트하는 옥희(안전벨트 잘못하겠는) 보는데, 맘이 짠하다. 옥희 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
잠실부터 들르고, 단추구멍집 갈거죠?
옥희 : (안전벨트 하다, 상우 보며) 네.
상우 : 그쪽 벨트가 잘 안되죠? (하고, 안전벨트를 힘껏 잡아 매준다)
옥희 : (그런 상우 미안하게(?) 보는)
상우 : (옥희 안보고, 운전대 잡고 운전해 가는)
씬22. 서부역 앞.
남자1, 담배 피우고 용배가 오나 안오나 고개 빼고 둘레를 살피는.
그때, 택시 와서 멈춰서고.
남자1, 긴장하면.
용배(일상복차림), 택시에서 내리는.
남자1 : 용배야! (하고, 부르고)
용배 : (두리번거리다, 소리난 쪽으로 고개 돌리는)
씬23. 다방 안.
용배, 답답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남자1, 차 마시고 앉아있는.
용배 : (답답하게, 남자1보며, O, L) 형, 뭐하는 거야, 지금 우리가 차 마실 시간이 어딧어!
남자1 : (담담하게) 일단 차 먼저 마시고, 진정 좀 해.
용배 : 내가 진정하게 생겼수? 꿈에서 그리던 마누랄 보게 생겼는데, 진정하게 생겼냐구!
남자1 : 너 성질 그래 갖고 안된다. 잘못하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려.
용배 : 내가 뭘 어쨌는데.
남자1 : 은경이가 만약에 너 보자마자 도망가면 어쩔래?
용배 : 걔가 왜 도망을 가?
남자1 : (답답한) 흥신소놈이 그러드라. 집나간 여자들이 백팔백중, 본남편 보면 그 길로 짐도 안챙기고 삼십육계 줄행랑친다고.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도망을 가면 하늘이 두 쪽 나도 그건 못찾는데.
용배 : ?
남자1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은 그냥 확인만 하고. 다른 날 계획을 잘 짜서 다시 오자. 니 행색도 잘 가꿔서.
너 지금 마누라 찾는 놈 같지 않고, 빚쟁이 찾는 놈 같애. 낼이라도 잘 차려입고 다시 오자.
용배 : 아우. (하고, 얼굴 손으로 벅벅 문지르고, 남자1보며) 일단 걔 먼저 봅시다.
씬24. 은경의 집(중산층 정도로 사는)근처, 골목.
용배와 남자1 은경의 집을 보며 서있다.
용배 : (남자1보며, 조급증 나는) 그냥 쳐들어갈까?
남 자1 : 다 잡은 토끼 놓친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가만있어.
용배 : (고개 돌리고, 한숨쉬는) 심장 터져, 죽겄네, 이거.
그때, 남자1 '저 여잔가 보다'하며 용배 툭치는.
용배 : (놀라, 집 쪽 보면) ?!
은경, 시장을 봤는지 손에 장바구니 들고, 편안한 얼굴로 걸어와 집 쪽으로 가서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메라, 용배 쪽으로 가면, 용배, 멍하니 서 있다.
남자1 : (은경 보다, 용배 보며) 맞냐?
용배 :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벽에 기댄다)
남자1 : (걱정) 왜, 이래? 맞어?
용배 : (손떼고, 남자1 외면하는데, 눈가가 붉다, 울음 참으며, 가라앉은) 맞 어...맞어. (하고, 은경의 집 쪽 보는데, 눈가 붉은)
씬25. 용배의 방안.
재민, 엉엉거리며 앉아 울고 있고.
용배, 속상하고 화난 얼굴로 그런 재민보고 있다.
재민 : (울며 소리치는) 난 엄마 싫어, 필요 없단 말이야!
용배 : (맘아픈) 이 자식.. (맘아프지만 소리치는) 너 왜 울어? 엄마 찾았다는데 웃어야지, 왜 울어, 임마!
재민 : (울며, 소리치는) 그럼 누난 어떡해! 누난 어떡하냔 말이야!
용배 : (큰소리) 누날 니가 왜 신경 써!
재민 : (눈물 꺽꺽 삼키며, 원망스럽게 보면) ?
용배 : (맘아프지만, 모질게 으름장 놓는) 낼 니 엄마 온다. 그때 다시 오늘처럼 울면, 너 증말 아빠한테 맞을 줄 알어,
(큰소리) 알아듣겠어!
씬26. 거래처, 건물 앞.
상우의 차, 한쪽에 세워져 있는.
씬27. 차안.
상우, 먹먹하게 생각이 많다, 그러다 시계보고 백밀러를 보면, 건물 안에서 옥희, 나오는 게 보인다.
상우, 그런 옥희를 보는데 맘이 아프다. 옥희, 차로 와서 문 열고 조수석에 타는, 그리고는 무심히 안전벨트 하다가 상우 보면.
상우 : (옥희 보는) ......
옥희 : (어색한, 얼굴로 말하는) 이제 평창동만 가면 되죠?
상우 : (옥희 가만 보는) .....
옥희 : (이상한) 왜 그래요?
상우 : (말없이, 차 운전해 가는)
씬28. 도로.
상우의 차 달려오다 멈춰선다.
씬29. 차안.
옥희 : (상우 보면) 상우씨, 왜 그래요?
상우 : (말없이 안전벨트 빼고, 차에서 내리는)
옥희 : (이상한) ?
씬30. 도로 + 차 밖.
상우, 차 뒤쪽으로 가서 핸드폰 켜서 전화번호 누르고, 신호음 떨어지면.
세오 : (E) 여보세요. (사이) 여보세요?
상우 : (숨 고르고) 어, 세오야, 난데.. (작심한 듯) 옥희씨랑, 나랑 오늘 공장 못 들어갈 것 같다.
씬31. 공장 안.
세오, 전화 받고 있다. 모두들 일하고 있는.
세오 : (걱정스런) 큰 일 났네, 차가 왜 말썽을 부리냐? ...어어. 그래, 알았어. 끊어, 형.
미숙 : (실에 침 발라, 미싱바늘에 꿰며) 상우 전화니?
세오 : 네.
소희 : 걔들 안들어 오고 뭐 한대?
세오 : 차가 고장나서 아무래도 오늘 그냥 퇴근해야 될 것 같데요. 들어 오면 여덟시 넘을 것 같다고..
미숙 : 아니, 멀쩡한 차가 왜 고장이 나?
씬32. 차안.
옥희 : (이상한) 이쪽으로 가면 공장하고 반대편인데... (상우 보며) 어디가요?
상우 : (앞만 보고 운전해 가며, 가라앉은) 나보고 바람둥이랬죠. 그래서 내 말은 들을 것도 없다고.
옥희 : .....
상우 : (앞만 보고, 운전해가며) 바람둥이한테도 진심이란 건 있어요. 그 진심 한번 오늘 들어봐요.
옥희 : (답답한, 달래듯) 상우씨, 이러지 말아요. 부인이 알면 어떡할려 그래요.
상우 : (앞만 보며) 걱정하지 말아요. 벌써 우리 마누라가 알았으니까.
옥희 : ?!
상우 : (보며) 솔직히 나 겁 많은 놈이예요, 그런데 오늘은 (앞만 보며) 겁이 안나네.
옥희 : (상우 보는) ........
씬33. 달리는 상우의 차.
씬34. 상우의 집, 거실.
영숙, 굳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상우모, 그 옆에서 빨래 개고 있다가 영숙 보는.
영숙 : 옥희란 여자랑.. 같이 나갔다구요?
세오 : (무심히, E) 네. 집으로 곧장 퇴근한다 그랬으니까 핸드폰으로 한번 해보세요, 형수.
영숙 : (담담하게) 그럴게요. 네. (하고, 끊고, 전화버튼 누르면, 신호음 가지만 전화 받지 않고, 잠시 후, 메시지 들리는)
메시지 : (E) 핸드폰이 꺼져 있습니다. 메시질 남겨주십시오.
영숙 : (생각이 많은, 전화기 내려놓는)
그런 영숙 보다, 상우모 말 거는.
상우모 : 상우 놈 없대?
영숙 : (괜히 방에 있는 티끌 집으며) 퇴근했대요.
상우모 : 다섯시 반밖에 안됐는데, 벌써?
영숙 : (안보고) 어디갔다 공장차가 고장나서... (그러다 상우모 보며) 어머니.
상우모 : 왜?
영숙 : 저, 잠깐 명자 언니 가게 좀 갔다오면 안되요?
상우모 : 뭐하러?
영숙 : 그냥요.
상우모 : 그냥 왜 가. 시에미 밥도 안해주고. (이상한) 너 뭔 일 있어?
영숙 : (어렵게, 속상해 얼굴 안보고) 상우씨가 아무래도 이번에 만나는 여자랑은 심각한 거 같애요.
상우모 : (걱정스럽지만, 짐짓 대수롭지 않게) 심각하긴 개뿔 개뿔이 심각해. (옷 개며) 괜히 너 혼자 속 끓지 말고.
그 만난다는 년, 집이나 알아 와. 내가 나서서 한번에 끝내버릴테니까. (혼잣말) 으이그, 웬수 같 은 놈.
대체 그 드런 버릇을 어떻게 고칠까.
영숙 : 찬은 낮에 만들어놨으니까 안해도 되실거예요. 밥도 밥솥에 있고, 상만 차려드세요. 저 나가요. (하고, 나가는)
상우모 : (나가는 영숙 보고, 한숨쉬며, 혼잣말) 오늘은 내가 집에서 자야겠네. 내 이누무 자식 들어오기만 해봐라.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썩을 놈.
씬35. 상우의 집 앞.
영숙, 걸어가는데 맘이 불편하다.
인써트 - 회상.
거실에서 눈물 흘리던 상우모습.
영숙, 한숨 쉬고 맘다잡고 부지런히 걷는.
씬36. 공장 안.
소희, 일하는 미숙에게 말 거는.
소희 : 니 눈엔 정말 상우랑 옥희랑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여?
미숙 : (일하며) 애들 듣는데, 쓸데없는 말 그만해요.
소희 : 들으면 대수냐. 재밋는 일 생겼는데.
미숙 : (일만 하는)
소희 : 근데, 넌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아 뵌다?
미숙 : 잘 봤어, 안 좋아.
소희 : 왜?
미숙 : (소희 보며) 나 선자리 좀 알아봐 줘.
소희 : 선자리?
미숙 : 결혼이란 것 좀 해보게, 왜 전에 애 둘 있는 홀아비 있다며.
소희 : 증말, 생각있는 거야?
그때, 문 열리고 한방 들어서며.
한방 : 여기, 김미숙씨 있나요..
소희, 미숙 : (문 쪽 보며) ?
소희 : 아이구, 한방이 아냐?
미숙 : (싫은, 일 접고) 나 퇴근해요. (하고, 일어나 나간다)
한방 : (팔 잡으며) 어딜 가, 나 자기랑 같이 퇴근할라고, 일부러 왔는데.
미숙 : 일없네요.
한방 : 일없긴. (하며, 품에서 장미꽃 한송이 꺼내주며) 가져, 없는 돈에 자기 줄라고 산거야.
미숙 : (한심하게 보다가, 꽃 받아 보고, 한방 보며) 아, 해봐.
한방 : 왜?
미숙 : 어서.
한방 : 아. (하고, 입 벌리면)
미숙 : (한방 입에 꽃 집어넣으며) 엿 대신 꽃 먹어라. (하고, 나가고)
한방 : (입에 꽃 물고) 미숙씨.. (하고, 따라 가려다 앞에 놓인 짐에 걸려 넘어지는)
소희 : (웃으며) 아프겠다, 야!
한방 : (밉게 보면)
소희 : (놀리듯) 헛물 켜지마, 걔 선 본대?
한방 : (놀라, 입에 든 꽃 빼고, 얼빠진) 선? 쟤 내 봉인데, 무슨 선?
씬37. 바다.
봉고차, 안보이는.
옥희,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서글픈 눈으로 바다 보고 있고, 상우, 멀리서 나무 들고 옥희 쪽으로 오는.
옥희, 바다 보다 그런 상우 보는.
시간경과 - 모닥불 활활 타는.
상우, 옥희 모닥불을 보며 앉아있다.
상우 : (모닥불 보다, 옥희 보면)
옥희 : (물끄러미, 무릎에 얼굴 괴고 모닥불만 보는)
상우 : (그런 옥희 물끄러미 보다 어렵게 말 꺼내는) 오빠란 사람이 재민이..엄마 찾으면 옥희씬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옥희 : (불만 보며, 생각 많은) 글세요.
상우 : (그런 옥희 측은하게 보며) 재민이 엄마 오는데 그 집에서 살 순 없잖아요.
옥희 : (불만 보며) 그죠..그렇겐 못하겠죠.
상우 : (옥희 안보고, 어렵게 말 꺼내는) 공장두 관두고 여기 떠나면, 어디 갈데는 있어요?
옥희 : (불만 보며, 고개 젓는) ...... (불만 보며, 서글픈) 아무데라도 가죠, 뭐. 어디라도 가면 밥 세끼 못 먹고 살겠어요..
상우 : (옥희 보는, 맘아픈) .....
옥희 : (불만 보며) 난 이제 정말 남자들 못믿을 거 같애요.
상우 : (보면)
옥희 : 오빠가 다시 만났을 때 그랬어요. 우리,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자. 재민이만 잘 키우면 내가 너 다신 절대 안버린다.
상우 : (옥희 보는, 맘아픈)
옥희 : (불만 보며, 눈물 참으며, 서글픈) 남자들은 다 거짓말쟁이예요. 재민이조차두, 지금은 나 좋다 그러지만
친엄마 보면 안그럴거예요. 괜찮아요. 다들 그러라지 뭐. 근데, 정말 이제 다신 누구도 못 믿을 거 같애요.
(하고, 맘 진정시키려 이 앙다물고, 상우 보며) 상우씨가 전에 나한테 했던 말, 이젠 내가 해야겠다.
상우 : (보면)
옥희 : 부인이 우리 둘이 있는 거 봤다 그랬죠?
상우 : (맘아픈, 고개 끄덕이는)
옥희 : 상우씨 이런 일 많았다니까, 그냥 이번에도 전처럼 그런 거라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세요.
상우 : (맘아프게, 보며)
옥희 :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고요. (불 보며) 흑석동 우리 동네 참 좋았는데, 이제 거기서 살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네요.
상우 : (옥희 보다, 외면하는데, 눈가 붉은, 눈물 보일까봐 일어나 가는)
옥희 : (그런 상우 맘아프게 보는) ......
씬38. 차안, 밤.
상우(앞만 보며)와 옥희(창가 보며) 힘없이 가는.
씬39. 좁은 국도.
상우의 차, 오다가 멈춰서는.
씬40. 차안.
옥희, 왜 그런가 싶게 상우 보는.
상우, 차가 왜 이러지 싶어, 키를 꽂아 재시동 걸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
상우, 다시 키 꽂아 차 움직이려한다.
옥희 : 왜 그래요?
상우 : (옥희 보고) 모르겠네요.
하고, 다시 키 돌리려다가 계기판 보면 기름이 바닥난.
상우 : (앗차 싶다) 이런.. (옥희 보며, 난감한) 아침에 주유등이 켜져 있어서 기름 넌다고 하고선 깜박했네요.
기름이 아주 바닥이 난 거 같아요.
옥희 : (걱정스런) 그럼 어떡해요?
상우, 걱정스레 앞을 보면. 조금 멀리 떨어진 집이 보인다.
상우 : (옥희 보고) 잠시만 여기 있어요.
옥희 : 어디 가게요?
상우 : 금방 올게요. (하고, 나간다)
옥희 : (밖에서 집 쪽으로 가는 상우 걱정스럽게 보는)
씬41. 작은 시골집, 마당.
마당에 백열등 켜져 있는.
60대 바깥주인과 안주인, 상우, 옥희, 서서 얘기하고 있다.
상우 : (미안한) 죄송해서 어떡하죠.
남주인 : (자전거에 기름통 실으며) 죄송하긴 뭐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죠.
주유소 있는 데까지 갔다 올려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릴거유. 그때까지 방에 들어가 쉬어요.
여주인 : (옥희 보며) 어떻게 저녁들은 드셨어요? 안드셨으면 없는 찬에라도 좀 드릴까?
옥희 : (미안한) 아니예요, 먹었어요.
그때, 비가 후두둑 오는.
여주인 : 어머, 이런 밤 소나긴가 보네.
상우, 옥희 : (서로 난감한 눈빛 주고받는)
남주인 : (마루 한쪽에 걸쳐놓은 우비 입으며) 큰 비 오기 전에 쌩하니 갔다 와야겠네.
(상우 보며) 어여, 부인 데리고 저쪽 방으로 들어가요. 감기 걸려. (하고, 자전거 타고 가고)
상우, 옥희 : (부인이란 말에 어색한)
여주인 : (주인에게) 휭하니, 다녀와요. (하고, 멋적게 서 있는 두 사람한테) 어여 들어가요! 아이구, 웬 소나기야, 반갑지 않게.
(하고, 안방 쪽으로 들어가는)
상우 : (옥희에게) 들어가요. (하며, 먼저 방 쪽으로 가고)
옥희 : (머뭇대며, 따라 들어가고)
카메라, 방 앞쪽으로 가면.
상우, 방안에 있고.
옥희, 상우 신발과 제 신발이 젖지 않게 마루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들어가 문 닫는.
인써트 - 옥희와 상우의 허름한 신발.
씬42. 명자의 집안.
빗소리 들리는.
정국, 티브이 보고 있고, 동주 그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명자, 설거지를 하고 있고, 영숙, 그 옆에서 설거지를 거들고 있다.
명자 : 앉아있어. 너두 힘든데.
정국 : (영숙 보며) 그래라, 이리와 테레비 봐.
영숙 : 괜찮어.
명자 : 너 왜 오후부터 내내 내 뒤만 졸졸 따라 다니냐, 집에두 안가고?
영숙 : (일만하며, 대수롭지 않게) 설거지만 다하면 이제 할 일 없지?
명자 : (무심히 보며) 어.
영숙 : (일만하며) 그럼 나한테 시간 좀 내줘.
명자 : 왜 할 말 있니, 지금 해.
영숙 : (턱으로 정국 보며, 눈치 주고)
명자 : (작게) 저 사람 있으면 못할 말이야?
영숙 : (일만하며, 고개 끄덕이는)
명자 : (심각한 일이다 싶어, 손 옷에 대충 닦고, 영숙에게 작게) 방으로 들어와.
(하고, 거실로 가서, 정국에게) 당신 영숙이랑 나랑 할 얘기 있으니까, 꼼짝 말고 여기서 테레비나 봐.
정국 : (명자에게) 무슨 말을 할건데, (영숙에게) 무슨 말인지 몰라도 나도 듣자.
명자 : 여자들끼리 할 얘기야. 좀 낄 데 끼고 뺄 데 빼라. (영숙에게) 야, 방 으로 와. (하고, 들어간다)
영숙 : (어느새, 정국 앞에 와서 정국 보며, 농담처럼) 미안해, 오빠. 부부생활에 금 안가게 금방 끝낼게.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고)
정국 : (들어가는 영숙 보고, 동주에게) 공부 작작하고, 들어가 자.
동주 : 숙제가 많아서 더 해야 돼.
정국 : 뭔누무 초등학생 숙제가 날을 새우게 많어. (티브이 보며) 애들이 놀아야 애들이지, 이건, 고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 교육이 문제가 많지.
씬43. 명자의 안방.
영숙, 명자 앉아 얘기하고 있다.
명자 : (O, L, 놀라고, 어이없는) 우, 울어?
영숙 : (안보고, 속상한) 그랬다니까.
명자 : (믿기지 않는) 니가 지랄거려, 꼭지 돌아서 우는 거 아니냐?
영숙 : (담담하게, 명자 보며) 장난 아닌 거 같애. 지는 장난이라고 그러는데,
(속상한, 한숨, 명자 보며) 냅다 그냥 달려 가서, 그 년 머릴 뜯어?
명자 : (잠시 생각하더니, 단호하게) 그 여편네 집이 2동 반장 집 위라 그랬지?
영숙 : 응.
명자 : 이런 시답지 않은 일, 길게 끌거 없어. 그 여편네 남편 만나자.
영숙 : (솔깃한) 남편?
명자 : 애 있는 년이 바람필 때는 그년 근성이 못됐다고 봐야돼. 남편한테 말해서 아주 아사리판을 만들어 버리자구.
영숙 : 내가 얼핏 그 남편을 봤는데, 몸집이 장난 아니던데, 우리 상우씨 다치면 어떡해?
명자 : (발끈하는) 상우씨가 왜 다쳐! 지 여편네가 먼저 꼬릴 쳤는데,
영숙 : (입에 손가락 대고, 작게) 오빠 들어. (답답한) 그리고 누가 먼저 꼬릴 쳤는지, 그걸 어떻게 알어?
명자 : 설사 상우씨가 먼저 수작을 걸었대도 그래! 지가 안넘어 갔으면 이런 일 없잖어!
영숙 : (혼잣말처럼) 그건 그래. (작심한, 명자 보며) 그 여자 남편을 근데 어떻게 하면 만날까?
씬44. 동네, 일각.
영숙, 한쪽에서 반장 집 쪽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명자 반장 집에서 나오며, '죄송해요, 밤늦게' 하고 말하고 명함 하나 들고 영숙 쪽으로 간다.
영숙 : 그 여자 집은 저 위 쪽 이래니까, 거긴 안가고 다짜고짜 반장 집은 왜 들어가?
명자 : 상우씨랑 일하는 미숙이 아줌마란 사람도 한집에서 산다며, 낯 붉히는 일 그 사람까지 알아서 좋을 게 뭐 있어.
저 반장아줌마 우리 집 단골인데 동네 하마 입이야, 이 집 저 집 사정 모르는 게 없다고. (하며, 명함 주는)
영숙 : (명함 받으며) 뭐야?
명자 : 운이 좋았다. 그 여편네 이사오고 미숙이 아줌만가 하는 사람 집에서 반상회를 했었대. 그때, 옥흰가 하는 그 여자 남편이
명함을 돌리더래. 집으로 찾아가 동네방네 챙피사는 것보다, 그 남자 직장으로 찾아가서 악쓰는 게 일 끝내는데는
더 쉬울 거 같애. 남자가 우락부락하다며? 그런 놈, 직장 찾아가 악쓰면 아마 그 즉시 그 여편네 아작이 날걸.
영숙 : (옳다싶다, 명함 보는)
인써트 - 용배의 명함.
명자 : (영숙 보며) 같이 가 줄까?
씬45. 미숙의 집, 마당.
재민, 평상에 앉아 울며 소매로 눈물 닦고 멍하니 먼 곳 보는데, 눈가 그렁한.
용배 : (E) 누나한텐 엄마 오는 그날까지 절대 비밀이야. 만약, 너 말하기만 해, 이 자식, 그땐 아빠가 정말 가만 안둘테니까.
씬46. 작은 시골집, 처마.
비는 그치고, 빗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창으로 보면, 옥희와 상우가 나란히 벽에 등을 대고 앉아있는 모습 보이는.
씬47 방안.
옥희(무릎 괴고 앉아 주변 보며, 두리번거리는), 상우(담배 피우며, 그런 옥희 물끄러미 보는) 벽 쪽에 기대 앉아있다.
상우 : (옥희 보다가) 뭘 그렇게 봐요?
옥희 : (어색하게 웃으며) 이 집 너무 이쁘죠? (안보고, 서글픈) 난 정말 이런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조용하고, 깨끗하게..
상우 : (그런 옥희 서글프게 보는)
옥희 : (상우 보며)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부인한테 잘해주세요. 속 썩이지 말고.
상우 : (고개 끄덕이는데, 눈가 붉어지는) 미안해요.. (외면하고, 눈가 그렁해, 자조적인) 난 사실 영숙이랑 헤어질자신, 없어요.
솔직히 정도 들만큼은 들었고..헤어진다 어쩐다 말해서 걔 뒤집어지고 소리치고 악쓰고 그러는거 (속상한) 볼 자신도..없어.
옥희 : (상우 안쓰럽게 보는)
상우 : (옥희 안보고, 서글프게 자조적으로 말하는) 우리 어머니 나 이런 거 아시면, 또 뻔한 소리 하실 거예요.
미친 자식, 밥 먹고 할 짓이 없어서, 저 지랄이지.. 난요, 그렇게 살아요. 나 순진한놈 아니예요. (속상한) 난 옥희씨 없어도
밥 먹을 수 있고, 잘 수 있고, 헤어져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살거야. (옥희 보며, 자조적인) 나 웃기는 놈이죠?
옥희 : (상우 보며, 고개 젓는) ......
상우 : (눈가 붉어진 채, 맘아픈) 나 옥희씨 만나서 좋았어요. 옥희씬 내가 거짓말을 해도 믿어주고... 영숙이한테랑 엄마한테
난 천하 쓸데없는 놈밖에 안되는데, 옥희씨랑 있으면 뭐랄까, 내가 정말 남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이해해요?
옥희 : (맘아프게, 보는) .....
상우 : (못보고) 나, 옥희씨 사랑할 주제, 못되지만, 그래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 옥희씨, 사랑.. (맘아픈) 어우, 씨 (하고 자신한테 화나 고개 트는데, 눈물 주룩 흐르는)
옥희 : (그런 상우 보며, 안스런, 안스럽게 묻는) 울, 어요?
상우 : (안보고, 눈물 닦으면)
옥희 : (서글프게 상우 보며) 상우씨 정말 나.. 좋아..하는구나?
상우 : (안보고, 눈가 그렁해 고개 끄덕이는)
옥희 : 지금, 나 때문에 울어요?
상우 : (안보고, 눈가 그렁해 고개 끄덕이는)
옥희 : (눈가 붉어진, 서글픈) 나 때문에 누가 우는 거 첨 봐요. 나 때문에 울어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선, 상우 안아주는)
상우 : (옥희한테 안겨, 울음 참으려하는)
옥희 : (눈물 주룩 흐르고, 눈물 참으려 애쓰는)
그런 두 사람 보여주고.
씬48. 차안.
상우, 옥희 각자 멍하게 타고 가는.
씬49. 집 동네, 거리.
옥희, 생각 많은 얼굴로 걸어가는.
씬50. 공장안.
상우, 한쪽 의자에 앉아 담배 피우며 멍하게 옥희의 자리 보는.
옥희의 자리에 옥희 일하며 앉아있다, 다시 상우가 보면 옥희 사라지고 없는.
상우, 옥희의 자리에서 눈길 돌리고 막막하고 맘아프게 담배 피우는.
옥희 : (E, 맘아프게 떨리는) 재민아, 무슨 말이야?
씬51. 미숙의 집, 마당.
평상에서 옥희와 재민 앉아있는.
재민, 엉엉대고 울고 있고, 옥희, 눈가 붉어져 조금 놀란 듯 재민보고 말하는.
옥희 : (너무 맘아픈,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가라앉은) 뭐라 그랬어? 누나, 잘 못 들었어, 재민아, 무, 무슨 말이야?
재민 : (꺽꺽 대고, 옥희 안보고, 울며) 누나, 가라고...
옥희 : (울음 간신히,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왜?, 왜, 엉?
재민 : (옥희, 안보고, 울면서) 아빠가..
옥희 : 아빠가..
재민 : (울며, 안보고) 아빠가... 낼 엄마, 덱고 온대! 엄마 찾았대! 그러니까, 누나 가!
옥희 :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복받치는 설움 참으며, 말하는) 차, 찾았대? (눈물 주룩 흐르는)
그런 옥희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