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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선경을 축소해 피안의 세계를 형상화했다는
안압지.도시락이라도 싸들고 들어가 옛 왕국의 영화를 느껴보자.
| | 시내 곳곳에 옛 왕족들의 무덤이 작은
동산처럼 불쑥불쑥 솟아있는 곳. 땅을 파보면 아직도 1000년 전의 기와 조각이 나오는 곳. 한국 역사의 찬란했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우리의
보물, 경주로 가보자.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았을 법한 곳이지만, 아이들의 손이라도 잡고 우리의 문화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 봄에 꽃필 때의 경주는 어느 때보다 좋다. 경주를 다 보려면 끝이 없지만 일단 박물관 안압지 대릉원 첨성대 계림
반월성 불국사 석굴암 감은사터 대왕암 분황사 황룡사터로 일정을 잡는다.
먼저 국립 경주박물관에 들러 신라 유물의 정수를 본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뜰에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이 걸려있다. ‘용의 읊조림 같아
위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 속까지 스며들(종에 새겨진 명문)’ 종소리는 유감스럽게도 들을 수 없다. 종의 보호를 위해서 타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t이 넘는다는 종의 웅장한 모습은 옛날 화려했던 왕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외에도 수많은 불상과 석탑 등
유물들이 뜰에 전시돼 있다. 3개의 전시실에는 신라 시대 왕관 등 찬란한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모습과 신라시대
경주 시가의 모형도 있다. 박물관은 가능한 한 자세히 보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경주 시내의 유적을 본다. 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안압지는 삼국통일 직후인 문무왕 14년(674년)부터 서라벌 동쪽에
지은 별궁으로 추정된다. 선경을 축소하여 피안의 세계처럼 만들었다는 안압지에 도시락이라도 싸갖고 들어가 옛 신라 왕족들의 영화를 몸으로 느껴볼
만하다. 박물관의 안압지관에서, 이곳에서 나온 유물들을 미리 보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곡옥 등으로 치장된 금관과 허리 장식 등이 휘황찬란한 유물이 전시돼 있는 대릉원 천마총, 김씨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있는 숲 계림,
신라 시대 궁전터를 둘러싸고 있었을 반월성 등이 그 다음 찾아볼 곳이다. 숲이 우거지고 텅 빈 뜰에는 잔디가 잘 깔려있어 경주의 시민공원 노릇을
하고 있는 반월성터에는 일부 성 모양과 조선시대 때 축조된 석빙고가 남아있다.
첫날 여정은 여기까지로 한다. 숙소는 경주 보문단지에 잡아도 좋지만, 불국사 근처에도 경주온천관광호텔(054-746-6661) 등 숙소가
많다. 다만 단체 학생 손님들과 같이 묵거나 하면 시끄러울 수가 있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이튿날 아침에는 불국사를 찾는다.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전으로 오르는 청운교와 백운교, 자하문 그리고 홍예문의 아치. 부처와 중생을 태우고
극락으로 가는 배 모양을 하고 있다는 불국사 건물들은 불국토의 이상을 상징하고 있다. 그 외에 천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대웅전 건물 앞의
돌로 된 샘물통도 눈여겨보자. 불국사 앞뜰 연못을 감상하고 대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경내의 숲을 거니는 것도 운치있다.
다음에는 차를 타고 7.5㎞ 산길을 가서 석굴암을 찾는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석굴암. 금강역사의 옷자락에 나타나는 선에서
그 아름다움을 힐끗 볼 수 있을 뿐, 출입이 통제된 채 멀리서 유리를 통해 보아야 하므로 11면 관음상이나 본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아쉽다.
일제가 일본으로 반출하려다가 잘못 복원해 놓은 이 유물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을 안고 동해 바다로 간다. 죽어서도 왜구를 막겠노라고 수중에 만든 문무왕의 능을 멀리 보면서 바닷바람을 쐰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 중간에, 대왕암이 바라다보이는 명당에 세운 절 감은사터에 차를 잠깐 세우고 거기에 우뚝 솟아있는 장중한 두개의 (동·서)삼층석탑을 감상한다.
바닷바람을 쐰 후에는 다시 시내로 와서 고승 원효와 자장이 거쳐갔다는 절 분황사와 9층목탑으로 유명한 황룡사터를 들른다. 분황사 석탑
기단위의 돌사자와 신라시대의 우물이 1000년 후의 손님을 맞는다. 진흥왕14년(553년)부터 창건돼 93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황룡사,
2만여평에 남아있는 초석들도 당시 신라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경주=김왕근기자 3Dwkkim@chosun.com">wkkim@chosun.com )
◇여행 수첩
▲먹을 곳
-박물관에서 불국사 쪽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정식집 수석가든(054-748-5069)에서는 집주인이 모아놓은 아름다운 수석과
사진 작품을 감상하면서 품위있게 식사할 수 있다. 1인분 1만5000원부터.
-황남동 대릉원 옆 원풍식당(054-772-2203)에서 한정식(1인분 1만원)을 낸다.
-대릉원 담 모퉁이 시청네거리에 있는 황남빵(054-749-7000)에서는 경주 특산 황남빵을 판다. 한 상자에 1만원. 경주역이나
울산공항·포항공항에서도 같은 가격에 판다.
▲자동차
택시를 이용하면 주차문제 등을 해결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서 편리하게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 경주MK택시(054-748-9999)의
경우 1박2일 코스에 18만원. 렌터카는 에이비스 렌터카(1544-1600) 아반떼XD의 경우 하루 7만1000원. 인터넷 회원 가입시에는 주말
4만9700원.
▲서적
경주 여행은 ‘답사여행의 길잡이2 경주’(돌베개) 등 책을 읽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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