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원 박성희 씨
- “스마트폰이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을 여는 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각장애인은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전 긴장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사용 방법을 꼼꼼하게 배워도 막상 해보면 어려움을 느낀다. 온갖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한 제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접근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도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컨택센터의 박성희 씨는 2011년부터 시각장애인 고객을 상담하고 있다. 자신 또한 시각장애가 있기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상담할 수 있다며 “장애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자원”이라고 표현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삼성전자서비스 컨택센터에서 시각장애인 전문 서비스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성희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도록 A/S 상담을 하고 있어요. 필요 시 연관 부서에 방문 수리 요청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신제품을 사용해 본 뒤 개선할 부분, 추가로 적용하면 좋을 기능 등을 피드백하는 ‘삼성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시각장애인 맞춤 상담이라는 게 무엇인지요.
A. 삼성전자서비스는 2011년부터 장애인 전문 서비스 상담원을 채용했어요. 장애·비장애 구별 없이 모든 고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현재 삼성은 시각장애인 전문 상담은 물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상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은 서로를 전문가를 뜻하는 ‘프로’로 지칭하는데요, 이 안에는 ‘고객의 문의에 최선을 다하고 도움이 되자’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저 또한 시각장애가 있기에 시각장애인의 상황과 여건에 맞춰 적절한 서비스를 권하려 합니다.
Q. 장애가 공감과 신뢰의 요소가 된 셈이군요.
A. 그렇습니다. 문의 고객 중에는 전맹 시각장애인도 있지만, 저와 같은 저시력인도 많습니다. 저는 선천성 녹내장을 앓아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약간의 잔존 시력이 있습니다. 제 눈에 비치는 것과 고객의 시력 정도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고객의 컨디션을 헤아리면서 안내하고자 노력합니다. 일반적인 상담에서처럼 “고객님, 설정에서 호환성 연결을 터치하시면…”이라고 안내한다면 시각장애인은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화면을 수십 배 확대한 뒤 여러 프레임으로 분할해서 보기 때문이지요. 즉, 상담원이 보는 화면에는 설정 메뉴가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설정이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화면을 옆으로 여러 번 넘겨야 확인할 수 있죠. 이런 부분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쉽게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고객의 답답한 심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A/S 해결도 차분하게 진행합니다.
Q. 삼성전자서비스 시각장애인 전문 상담원으로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나요.
A. 입사 전에는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화성시지회 소속 점자 강사로 일했습니다. 점자를 익히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 또한 늘어날 테니,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IT 제품이 발전하면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관련 제품의 활용 교육을 받았어요. 개인의 편의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배워두면 시각장애인 지인들이 도움을 청할 때 알려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여겼지요. 그러다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팀에서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시각장애인 전문 A/S 상담원을 모집한다며 도전해 보길 권하셨어요. 상담 업무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도 잠시, 지금까지 열심히 배운 것을 좀 더 많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활용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남편과 딸의 응원도 많이 받았고요.
Q. 상담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A. 시각장애인이 전화로 제품 문의를 하면 각 제품군별 전문 상담 부서로 이관되어 상담이 이루어져요. 이때 스마트폰 관련 문의라면 저에게 연결이 되고, 컴퓨터에 인적 사항과 문의 내용이 출력돼요. 그 정보를 토대로 답변을 준비한 채 상담을 시작합니다. 저는 윈도우 돋보기 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보거나 제품 설명서를 참고해 문의에 응대하는데요, 직접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고객과 동일한 시선으로 안내할 때가 많아요. 엔지니어 방문 요청이 있을 때는 타 전문 부서에 예약접수를 안내한 뒤, 시각장애인 고객의 컨디션과 문의 내용 등을 상세히 전달합니다. 추후 모니터링 등을 위해 상담이 종료되면 답변 내용을 사내 전산망에 기재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합니다. 하루에 접수되는 상담 건수는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평균 1~2건 내외입니다.
Q. 업무상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A. 주로 스마트폰 설정에 관한 문의를 받습니다. 시각장애인은 토크백이나 확대 스크린 등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귀로 듣고 스크롤·터치로 제품을 조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담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여유를 두고 응대해야 합니다. 이따금 시간을 너무 오래 빼앗았다며 미안해 하는 분이 계시는데요,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문제 해결에 도움을 드렸을 때 얻는 보람과 진심 어린 “고맙다”는 말에 저는 늘 감동을 느낍니다. 문득 떠오르는 일화가 있어요. 갑자기 스마트폰 토크백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서 문의를 한 고객이었는데요, 제품 매뉴얼대로 음량이나 토크백 설정 확인을 도와드렸음에도 정상적으로 실행이 되지 않아 초조해졌어요. 불안함이 티가 나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기에 최대한 침착하게 기기 재부팅을 시도했고, 다행히 토크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어요.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때는 긴장감이 고조되지만, 문제 해결이 되고 서로 웃으면서 통화를 종료하면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 점이 A/S 상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상품 개선 제안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 예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제가 저시력인이다 보니 시인성 향상과 관련해 더 유심히 살피게 돼요. 저는 갤럭시 제품에 검정색 바탕에 흰색 글씨 혹은 노란색 글씨로 설정할 수 있는 화면 고대비 기능을 요청했어요. 그러면 색상 대비로 인해 저시력인이 글씨를 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거든요. 이 같은 원리로 메시지를 입력할 때 표시되는 키보드 역시 고대비 기능을 넣었어요. 현재 노란색 키패드에 검은색 글자, 검은색 키패드에 흰색 글자, 검은색 키패드에 노란색 글자, 파란색 키패드에 흰색 글자의 4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한편 갤럭시 워치에서는 전맹 시각장애인을 위해 진동으로 시간 알려주기, 빅스비로 전화 걸기, 문자 메시지 보내기 등의 기능을 제안했습니다. 제 의견이 반영되어 제품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니, 생각할수록 정말 보람차요.
Q.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A. 누구든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과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IT 기술의 발달로 거리와 시간의 장벽 없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장애인의 접근성은 발전할 여지가 크게 남아 있습니다. 아직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아요. 갤럭시라는 제품명에는 우주라는 뜻이 있습니다. 작은 기기지만 드넓은 우주처럼 큰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이 넘지 못하는 장벽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 되는 날까지요. 궁금한 점이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삼성전자서비스 컨택센터 1588-3366으로 전화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월간 <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93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