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아토피, 탈모, 류머티즘 관절염, 제1형 당뇨병의 공통점은 뭘까.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외부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거꾸로 몸의 장기나 기관을 공격해 생기는 것.
크론병과 베체트병 등 희귀질환을 포함하면 80개 이상으로 생각보다 그 종류가 많다.
자가면역질환은 워낙 치료가 어려워 평소 관리가 중요하지만 이름도 생소한 희귀질환의 경우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희귀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늑대에게 물린 자국과 비슷한 피부 발진이 얼굴에 나타나서 루푸스라고 불리는 질환이 있다.
자가면역성 만성염증질환인 루푸스의 절확한 명칭은 '전신 홍반 루푸스(Systemic Iupus erythematosus)', 신장이나 폐, 심장, 신경계, 관절 등 주요 장기의 기능 손상을 초래해 사망 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루푸스의 유병률은 대략 인구 10만 명당 15~5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 정도로 루푸스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푸스는 매년 5월 10일 '세계 루푸스의 날(World Lupus Day)을 정해 관련 학회와 환자 들이 질병 예방 켐페인을 벌일 정도로 주목받는 질환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젝슨과 가수 레이디 가가도 CNN의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루푸스 증상이 잠복해 있는 '경계선상 환자'라고 밝힌 바 있다.
루푸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8~10배 정도 많은 발병률을 나타내며 주로 30세 전후 가임기 여성에게서 나타난다.
루푸스 원인과 증상
루푸스 발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호르몬 변화나 화학물질 같은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한게 나타난다.
양쪽 뺨에 나타나는 나비 모양의 발진이 루푸스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부 발진은 루푸스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80~90%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그 외도 완판성 발진, 광 과민성(Photosensitivity). 구강 궤양 등의 피부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극심한 피로감, 열감, 두통, 신부전 등 다양한 이상 증상들이 생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이든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천(千)의 얼굴'을 가진 질병이다.
루푸스는 대체로 11가지의 증상을 가지고 진단한다.
뺨의 발진, 원판상 발진, 광 과민성, 구강 궤양, 관절염, 장막염, 신장 질환, 신경화적 질환, 혈액학적 질환, 면역학적 질환, 항핵항체 중 4가지 이상이 발현됐을 때 혈액과 소변검사, 특수 면역검사 등을 종합해 루푸스 진단을 한다.
루푸스 치료
루푸스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자가진단과 치료액체 개발, 혈액투석, 신장 이식과 같은 치료 방식의 개선으로 루푸스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5년 생존율이 약 95%까지 증가했으며 10년 생존율도 90% 이상이다.
루푸스 치료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계 활성을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급성 악화를 치료하고 질병의 활성도를 적절히 조절해 장기 손상을 예방한다.
루푸스 치료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한다.
스테로이드는 질병의 진행 상태나 중증도에 따라 복용 용량과 빈도를 경정하고 초기 증상이 조절된 후에는 점차 감량한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높아 면역조절제를 같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푸스는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므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주요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루푸스 신염
루푸스 환자의 사망률은 정상인데 비해 3~5배 높다.
특히 루푸스신염, 감염질환, 심혈관계질환은 루푸스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루푸스신염은 루푸스가 신장에 침범해 발생한다.
루푸스 환자들 가운데 60% 정도에서 빈도 높게 수반되는 증상이다.
루푸스신염은 단백뇨, 급성신부전, 만성신부전 등 다양한 질환으로 나타내는데, 적당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10년 내에 87%의 환자가 말기신부전 또는 사망에 이르는 난치병이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식이요법, 약물요법으로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거나,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된 경우는 투석요법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루푸스신염 치료제
난치병 루푸스신염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현실화되고 있다.
면역학치료제 전문 제약기업인 캐나다의 오리니아 파마슈티컬스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 세계 최초로 루푸스신염 치료제 보클로스포린의 임상 3상 착수를 허가받았다고 7일 밝혔다.
보클로스포린은 비스테로이드제로 CNI(Calcinurine Inhibitor)계열의 면역억제제다.
지금까지는 미국 FDA나 유럽의약청(EMA) 승인을 받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장기 이식시 발생하는 거부반응을 완화해 주는 치료제인 MMF(셀셉트)에 스테로이드를 병행해 치료해 왔다.
하지만 치료효과는 전체 환자의 10~20%에 불과했고,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백내장, 고관절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리니아는 이번 임상 2상 실험에서 MMF에 스테로이드 양을 줄이고, 대신 개발 중인 보클로스포린을 병행했다.
그 결과 22개국 265명의 임상환자 중 증상이 50% 이상 개선된 환자가 70%에 달했고, 투약 후 치료 속도도 기존 치료에 비해 2배 이상 빨랐다.
임상 2상에 참여한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보클로스포린의 효과는 기존 치료법에 비해 발전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하루 2회 경구복용으로 복용방법이 쉬워 지속적으로 치료를 요하는 루푸스신염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FDA는 지난해 3월 보클로스포린을 희귀질환 치료제로 분류해 신속심사 대상으로 승인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017년 2분기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0년부터는 판매허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니아는 치료제 출시 후 2025년 매출 18억 달러(약 2조 원)를 예상하고 있다.
오리니아는 미국 나스닥과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 TSX에 상장된 캐나다 제약회사로서 최대주주는 지분 14.6%를 보유한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에스앤티다.
동아일보 홍은심 기자